위 사진은 현재 제중원터 아래 사진은 복원한 광혜원 건물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병원 <제중원>   <경국대전>에 보면 조선시대 의료기관으로는 내의원(內醫院), 전의감(典醫監), 혜민서(惠民署), 활인원(活人院) 등이 있었다. 내의원은 왕실에 필요한 약의 조제와 왕실 사람들의 치료를 위해 두었고, 전의감은 왕궁에서 쓸 의약과 특정인에게 줄 의약을 맡는 기구였다. 혜민서는 일반 백성들의 진료를 위하여, 활인원은 병자나 굶는 사람들을 보호하거나 치료하기 위하여 운영하는 기구였다.  내의원이나 전의감은 왕족이나 고위관료들이 이용하는 것이었고 혜민서와 활인원은 일반시민들이 이용하는 기관이었으나 이들모두 '왕권강화'라는 뿌리에 기원을 둔 제도였다. 그러나  1882년 대민기관이었던 혜민서와 활인서가 혁파되면서 국가체제의 안정성 확보와 왕권강화의 측면에서 고종은 매우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더구나 일본, 러시아, 미국 등 서양열강들의 잇따른 개방에 대한 압박과 대중의 근대화에 대한 열망으로 의료체제의 근대화가 시급한 실정이었다.  이 책의 배경이 된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병원 제중원은 이러한 시대적 배경에서 설립되게 되었으며, 드라마<하얀거탑>을 각색하고 집필했던 이기원님의 첫 장편소설의 무대가 되었다.

육아는 실로 전쟁과 같다.

나를 낳아준 부모님께서 그런 내색을 조금이라도 하셨더라면, 아마 나는 아이를 낳는 것을 고민했을 지도 모르겠다.

아이를 임신했을 때는 아기에 대한 막연한 환상 때문이었는지 육아에 대해서 한치의 걱정도 없었다.

무식한 놈이 용감하다고 그랬나... 다른일들에 치우쳐서 아웃트라인 밖에 내쳐진 육아에 대해서는 거의 무지한 채로 아이를 낳았다. 

아기는 임신 중의 내 심경변화를 전부 갖고 태어난 듯 아주 예민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육아와의 전쟁을 선포해야만 했다.

아이가 잠깐 눈 붙이고 있을 때는 나도 눈 붙이고 자고 싶던 때에도 이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에 종지부를 찍고자 뒤늦게 육아책을 읽었다.

처음 만났던 책이 아마 '베이비 위스퍼'였을 것이다. 

삐뽀삐뽀 소아과 다음으로 엄마들이 많이 읽는다는 그 책을 아이 울음 소리 때문에 잠 못자는 남편이 사왔던 기억이 난다.

나의 첫 육아책이었던 그 책 속 수면훈련 때문에 나는 남편과 잦은 의견충돌을 했었는데,

그 책의 번역자였던 분의 또다른 번역책이라 처음부터 좋지 않은 선입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 책이 도움이 되기는 했지만 도움이 된만큼 육아가 스트레스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던 책이기도 했었기 때문이다.

또 <육아는 과학이다>라는 책의 제목부터 약간은 딱딱하고 고리타분한 내용일 것이라는 섣부른 고정관념도 책의 첫장을 쉽게 넘기지 못한 또다른 이유였다.

그래서인지 책의 목록을 훑어보고 요즘 가장 내가 힘들어하는 말썽과 떼쓰기부터 읽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태어나서 부모의 도움을 받기는 하지만 특별히 성격이 이상하지 않는 한 별 말썽없이 크는 줄로만 알았다. 나도 그렇게 컷다고 믿었듯이.

그런데 나의 성실한(?) 유전자를 받은 아이가 하루에도 몇십번씩 집안이 떠나갈 듯 울며 불며 떼를 쓰고 사고를 친다. 

그럼 이 모든 결과는 또다른 유전자 제공인인 남편탓인가?  적어도 이 책을 만나기 전에는 내 가정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육아에 대해 무지하고 오만한 내게 이 책은 아이의 뇌가 '미성숙'하기 때문이라고 일침을 가한다. 

결국 잘난 유전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조물주가 최초로 인간을 만들었을때부터 인간의 뇌는 성숙하지 못한채 태어났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때때로 남편이나 조상탓을 하기는 했지만 하루하루 '얘는 누굴 닮아 이럴까?' 하는 자책감과 자괴감 때문인지

누구탓도 아니라는 것에 용기백배한 나는 중간부터 읽던 것을 접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찬찬히 읽기 시작했다.

생물시간에 졸았던 것도 아닌데 저자가 뇌를 분류하는 기준이 참 생소하게 느껴진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었던 전두엽이니 두정엽이니 하는 말 대신 뇌를 파충류뇌, 포유류뇌, 인간뇌라고 분류하고,

인간뇌(이성뇌)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생후 몇 년 동안은 하위뇌가 지배하기 때문에 하위뇌의 감정체계와 원시적인 충동에 쉽게 지배된다고 얘기한다.

못난 유전자 때문이 아니라 모든 아이들이 미성숙한 뇌 때문에 짜증을 내고 발을 동동 구르며 걸핏하면 소리를 지른다는 것이다.

사실 그 문장 하나가 이 책의 큰 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각 장마다 그 내용을 강조하며 부모는 사랑과 인내로 아이를 대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그리고 부모의 그런 양육태도가 아이의 인간뇌가 발달하고 진짜 인간다운 모습으로 성장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다고 한다.

 지금 아이의 상황을 과학적인 설명으로 이해하고 비단 내 아이만 그런 것은 아니구나 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다소 안심했던 마음은

장이 거듭될 수록 부모가 어떤 양육태도를 보이냐에 따라 지금의 이 상황이 더 나빠질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다다르자 한숨부터 나왔다.

이건 뭐 혹 떼려고 갔다가 혹 붙여서 온 꼴 아닌가. 

하긴 육아가 전쟁이기는 해도 상대는 내 배아파 난 자식이니 상대를 제압하는 기술을 기대하고 책을 읽은 것은 아니니까 그 전과 별반 달라질 것도 없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아이를 대할 때 나와 똑같은 위치와 관점에서 대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 아이는 아직 미성숙한 파충류나 포유류의 뇌에 지배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솔직히 책을 읽었다고 모든 부모가 인내심이 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어른이 된다고 해서 하위뇌의 기능이 멈추는 것은 아니니까.

나 역시 오늘 하위뇌가 지배하고 있던 순간에는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고 엉덩짝을 때려주기도 했다.

그래도 이 책을 읽기 전보다는 나의 하위뇌의 작동을 조금 늦추거나 아이의 하위뇌의 존재를 바라보게 되었으니 책 읽고 이만한 소득이 없는 것 같다.

해마다 태어나는 아이들의 숫자가 줄어들고 숫자가 줄어든 만큼 세상은 좀 더 나은 인류를 창조하기 위해 해마다 좋다는 육아서들을 쏟아내고 있다.

나처럼 육아에 무지한 채로 지내다 어려움에 닥쳐서야 해결책을 찾는 오류를 범하지 않기를 바라며 세상의 모든 부모, 아니 모든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