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김현철이 아이들과 함께 들을 수 있는 앨범<Kid's pop>을 냈다는 소식을 들었다. 

결혼과 함께 전혀 다른 길을 걷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 그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인 듯 하다.

음악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지만 그가 새로 낸 앨범 속 노래들은 그가 혼자였던 시절과는 전혀 다른 음악이라는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함께 들을 수 있는' 앨범 성격 탓일수도 있겠지만 나도 이제 한 아이의 엄마이기 때문에 예전과 다르게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모든 부모들이 아이를 낳고 그와 같은 변화를 겪는 것이 아니기에 그의 따뜻하고 잔잔한 변화가 반갑고 공감됐었다. 

나처럼 그의 앨범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았는지 의외로 인기가 있어 두번째 앨범도 잇따라 나왔던 기억이 난다.

평소 그의 이미지를 대변하듯 앨범 속 노래들은 마치 엄마 품 속에 있는 듯 편안하고 따뜻했다. 

그도 가족의 생계를 걱정하며 일과가 바쁜 여느 가장들과 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을테니 아이들을 위한 음반을 냈다고 해서 집에서 아이들과 놀아주는 시간이 다른 아빠들에 비해 특별히 많았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의 앨범을 듣다보면 그가 얼마나 가족을 사랑하는지 느낌이 전해온다. 

음악으로 가족에 대한 사랑을 말했던 그가 이번에는 <뮤직비타민>이라는 책을 통해 아이의 감성적 음악교육을 이야기한다.

음악교육이라니 조금은 생소하지만 책 겉표지에 보여지는 그의 미소 속 에서 나는 부모가 된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 할만한 그 '무엇'을 발견했다.

마치 아이의 해맑은 얼굴을 볼 때마다 느껴지는 무한대의 즐거움 같은 것이랄까.   

소수의 특출한 재능을 가진 아이들을 제외하고는 예체능 과목이 선택과목으로 지정된 대한민국에서 조기교육으로 '음악'을 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아기가 태어나면 가장 먼저 해 주는 선물이 '딸랑이'인 것은 단지 소리의 자극이 뇌를 발달시킨다는 말 때문이며,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요나 노래들도 모두 다른 교육에 대한 부자재로서의 기능을 담당할 뿐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나라의 교육에 대해 내가 너무 비관적인 시선을 갖고 있는 것일까? 

그래서인지 아무리 21세기는 창의력의 시대라 부르짖으며 감성교육을 강조해도 그것은 기본적인 국.영.수를 다 마친 후에나 생각해 볼 요량으로 늘 저만치 내팽겨쳐지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기본도 시키기 힘든 세상에 음악교육까지 시킨다고 하면 아마도 극성맞은 엄마로 낙인 찍힐 것이 분명하다.

대부분 전문적인 육아서에서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는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아이와 함께 즐겁게 놀아주는 것'이 최고의 교육이라 했다.

감성을 풍부하게 만드는 음악교육이라는 색다른 타이틀을 달기는 했지만 김현철의 방식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부모는 어디까지나 아이의 인생에서 조연에 지나지 않으니 조급해하지 말고 아이가 관심 있어하는 것을 잘 관찰하고, 공감하며, 칭찬해 주다 보면 어느새 아이는 어린이로, 어린이는 어른으로 성장한다.  거기에 그는 한가지를 더해 음악이 아이의 감성을 부드럽고 유연하게 해주는 감초같은 역할을 한다고 했다.

 "음악교육? 별 것 없어. 음악을 들려주고 함께 즐기는 것 밖에."라고 했던 그의 말이 이 책의 큰 줄기라도 해도 좋을 만큼 책 내용은 솔직히 별 것 없다.  오히려 김현철 가족 사진첩을 방불케 할 정도로 예쁜, 책의 1/3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그의  행복한 가족사진에 더 눈길이 갔을 정도였으니까.   

각 장마다 <It's not hard>라고 해 둔 그만의 음악교육지침이 있기는 하지만 정말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평범한 것들이 대부분이라서 아이들 음악교육을 위한 그만의 독특한 교육방법이나 추천음악 목록 같은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것까지 기대했다면 조금은 실망할 수도 있겠다.  장 볼 때 각 물건의 단위당 가격까지 계산기로 두드리는 깐깐한 아줌마인 내게는 다소 평이한 내용 때문에 책값에 대한 미련이 좀 남는다고 해야할까.

별 것 없다고 단언하기는 했지만 사실 내가 비슷한 내용의 육아책을 계속 사서 보듯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라고 해서 누구나 다 그렇게 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육아는 단기간에 결과물이 나오는 것이 아닌 장기전이라 더더욱 그렇다.  그리고 유명한 음악인이기 이전에 나와 똑같은 부모 된 입장으로 아이들을 바라보며 고민하는 모습 속에서 묘한 공감대가 생겼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하다.  그도 아직 한참 더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는 어린 아이들의 부모이기에 경험에서 우러나온 대단한 지식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욕심이었을테지만 그래도 그만의 독특한 비법 하나쯤 제시해 줬다면 책읽기가 더 흥미로웠을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든다.  부모로 사는 즐거움을 음악이 아닌 책으로 얘기했을 뿐인데 그의 앨범 속 노래만큼이나 공감대가 생기지 않는 이유는 그는 글이 아닌 노래로 자신을 이야기하는데 익숙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겪어보니 부모의 자리가 늘 기쁘고 행복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 책까지 집필하도록 만든 그의 가족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애정의 눈길에는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아이에게 소개할 수 있는 그날이 내게도 오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그처럼 음악에 '교육'이라는 거추장스러운 타이틀을 뺀 음악교육을 생각하는 독자라면 한번쯤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