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검색용에 지나지 않는다는 베이비 붐 세대

 

인터넷을 할 수 있는 컴퓨터는 회사에 딱 두대다.  하나는 사장님 컴퓨터, 또 하나는 회사 중간에 자리잡고 있는 검색용 컴퓨터.  이것은 소설책 내용이 아니다.  8년이나 몸 담았던 회사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내가 다녔던 회사가 이지경이니 네이트온이나 MSN과 같은 메신저를 막아 놓은 회사는 그나마 양반이라는 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사장님이 일자무식한 사람이냐?  아니다.  사장님은 우리나라에서 내노라 하는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딴 지극히 지적이고 개방적이며 정상적인 사람이다.  그런데 원시시대와 같은 그런 결정을 내린 이유는 무엇일까? 

 

전사원의 인터넷을 막아 놓은 황당한 회사이기는 했지만 사장님을 제외한 모든 직원들이 팀원이라는 수평적 회사의 개념을 도입한 미래형 회사의 모습을 갖춘 회사이기도 했다.  평소 회의시간에도 전 사원이 회의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하여 신입사원이라도 회사 내부 결정사항에 대해서 속속들이 알 수 있었던 개방적인 회사였기에 아직 초짜 딱지를 떼지 못했던 햇병아리 시절에 과감히 용기를 내 그런 결정에 대한 이유를 사장님께 직접 듣을 수 있었다.

 "나도 회사 생활을 해봐서 알지만 인터넷이라는 것이 정보를 찾는 것 외에는 별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하네.  그것은 시간을 낭비하고 일의 능률과 집중도를 떨어뜨리게 되네.  검색용 컴퓨터를 설치해도 실제로 검색하기위해 줄을 서거나 기다리는 일은 없지 않은가?  내 결정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면 근거를 제시해 보게나."

인터넷이 단순히 자료를 검색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을 가진 사장님께 인터넷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일들에 대해 설명하려니 갑자기 아득해지는 그 느낌이란...!  다른 모든일에서는 세대차이를 느낄 수 없던 사장님도 세대차이를 비켜갈 수 없음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21세기의 새로운 주역 디지털 네이티브 - 넷세대와의 소통만이 살아남는 지름길!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란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환경에 노출되어 그것을 생활처럼 받아들이는 세대를 지칭한다.  전세계 12개국 이상에서 1만 명 이상의 넷세대를 심층 인터뷰하고 조사한 저자는 넷세대를 '디지털 네이티브'라 명명하며 이들이 성인이 된 지금 사회 각 분야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베이비 붐 세대가 넷세대를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각들을 해소하며 세대간의 소통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고 해도 좋을만큼 그가 생각하는 넷세대의 모습은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는 1부 '넷세대를 만나다'에서 넷세대의 특징을 여덟가지로 규정했다.  자유를 원하고/맞춤화,개인화를 사랑하며/감시자역할을 자처하면서/기업의 성실성과 정직함을 최우선을 꼽고/일과 놀이의 경계를 따로 두지 않으며/협업과 관계를 중시하고/속도와/혁신을 주도한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21세기를 이끌고 나갈 넷세대에 대한 충분한 인식만이 변화하는 21세기에 대처하는 최고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자신의 주장에 대한 뒷받침이 될만한 사실들은 2부 '제도를 바꾸는 넷세대'에서 학습자, 근로자, 소비자의 입장에서의 넷세대의 모습을 통해 다른 세대로 하여금  자신의 주장에 공감할 수 있도록 해두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장은 단연코 3부 '사회를 바꾸는 넷세대'편이었다.   광우병 소 파동 때 촛불집회를 주도했던 넷세대들은 집에서 TV뉴스를 듣는 대신 인터넷 아프리카 생방송을 보고 실시간 대화하며 자신의 블로그에 문제점을 상세히 기록해 광우병 문제를 정점에 올려 놓았던 사람들이다.  이 책에서도 잠깐 등장하지만 광우병 소 파동으로 인한 촛불집회의 위력을 몸소 체험했던 터라 그가 주장하는 사실이 결코 과장되거나 허황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정부의 정책을 정부의 입장만 반영해서 보여주는 일방통행식 TV뉴스는 넷세대에게는 그 어떤 호기심조차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정보통신이 발달한 우리나라에서도 유독 정치에 관한 관심이 적은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책을 읽다보면 이미 유명을 달리하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책과도 맞물려 있는 부분들을 상당수 발견할 수 있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 변화하는 당신이 바로 디지털 네이티브!

 

저자는 편의상 넷세대를 연령대를 기준으로 단순하게 분류했지만 실제적으로 나이에 상관없이 넷세대의 특징을 가진 사람이라면 디지털 네이티브라고 할 수 있다.  베이비 붐 세대에 태어났지만 넷세대 못지않게 컴퓨터와 인터넷을 능수능란하게 하는 사람들을 파워블로거라는 이름으로 자주 만나게 된다.  빛의 속도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시대에 느리게 변화하고 있는 제도적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출발점은 바로 그들이다.  그들은 베이비 붐 세대의 경험과 넷세대의 기술활용력을 둘다 가지고 있는 쌍두마차와 같은 존재들이다.  저자는 그들의 용기와 지혜가 지금 사는 세상을 좀 더 풍요롭게 하는데 기여할 것이다라고 책을 마무리했다. 

 

정권교체 이후 강화된 저작권법이라든지 합헌이라고 인정된 미디어법과 같은 정책을 보고 있노라면 위액이 올라오듯 씁쓸하고 답답한 기분이다.  이미 우리는 디지털과 자유에 익숙한 세대다.  위계질서보다는 네트워크를 향해, 명령보다는 개방적 협력을 향해, 임의적인 규칙보다는 합의를 향해 그리고 통제보다는 실행을 향해 움직이는 추세가 나타나기를 저자 못지않게 희망해 본다.  이 책이 세대간의 장벽을 허물고 보다 나은 사회로 가는 위한 교두보가 되기위해서는 넷세대보다는 기성세대가 열린생각과 마음으로 책을 정독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사족이긴 하지만 인터넷을 전부 막아두었던 회사는 사장님 컴퓨터에서 각자 컴퓨터에 접속하는 사이트를 감시하는 체제로 바뀌었다가 그 프로그램이 오류가 나는 바람에 자체 검열하는 방향으로 진화에 진화를 거듭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통제가 없어지니 적극적 통제를 할 때보다 개인이 인터넷을 하는 시간이 더 줄어들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의 감시에 대한 효과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통제없는 자유로운 상황이 개인별로 쓸데없이 낭비하는 스트레스를 줄여 줌으로써 개인에게 자정의 기회를 부여했다는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이전 회사 사장님께 이 책을 권해 드리고 싶다.

우리집 식탁에는 일주일에 두세번은 꼭 고등어가 올라온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쌓인 한국, 그것도 바닷가에 인접한 곳에서 태어난 나는 생선없는 식탁을 상상하기가 힘든 탓이다.  그나마 어릴적에는 생선이 풍부해서 이것저것 골라 먹는 재미가 있었는데 서울에 올라오니 생선 먹는것도 사치스러운 일 중 하나라 생선 중에서도 저렴한 축에 속하는 고등어를 가장 사랑하는 편이다.  태어난 아이도 내 체질을 물려 받았는지 육고기만 먹으면 아토피가 올라와 고등어를 굽는 일은 우리집 식단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일 중 하나다.  그런데 고등어를 금하라니... 황당한 책 제목을 접하는 순간 고등어에 유해성분이라도 있다는 소리인가 싶어 아이 생각에 유심히 책표지를 살펴보니 무슨 환경운동가쯤 되는 사람이 쓴 책 같다. 판에 박힌 듯한 계몽적인 이야기들일 것이라는 생각에 지나치려는 순간 책 표지의 다른 글귀가 심장을 멎게 한다.  ’우리가 언제 가장 행복하지?’   

 

행복이라는 것은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평생 추구하면서도 가장 요원한 항목 중 하나다.  흔히 돈만 있으면 행복은 자연히 따라온다고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돈과 행복의 함수가 늘 비례곡선을 그리지는 않는다는 것은 삶에 연륜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된다.  개인의 행복과 가장 직결되는 것은 바로 ’자유’다.  누구나 자유로운 삶을 원하며 민주주의 국가에서 태어난 이상 함부로 나의 자유를 침해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누구도 내게 강요하지 않았고 나 스스로 선택한 삶이기에 행복해야 마땅한 인생인데 왜 대부분의 사람들은 삶이 고통의 연속이라 말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왜 제목이 <고등어를 금하노라>일까.  솔직히 책 판매부수에 영향을 주려는 마케티의 일환이라고 느껴질만큼 고등어에 관한 이야기는 이 책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삼면이 육지로 연결되어 있는 독일에서 생선을 먹기위해서는 수많은 유통경로를 거치게 되는데 그런 수고를 통해서 꼭 고등어를 먹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각 나라마다 다른 가격표를 단 수많은 물품들이 거래되는 요즘세상에 제철 음식, 자국에서 나는 음식을 고집하는 모습은 엉뚱한 것을 넘어 무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녀는 작은 실천이 모여 큰 위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을 고등어를 통해 이야기한다.  '나 하나쯤 괜찮겠지'가 아니라 '나 하나라도'라는 정신을 잃지 않고 살아야 한다는 것 말이다.  대형마트의 위세속에 작은 슈퍼마켓은 점점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너와 나 공생하는 지구촌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지구인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양육강식의 생활패턴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것은 그녀가 주장하는 지구인의 품위이기도 하고 그녀만의 몸짓이기도 하다. 

아이를 낳고 부모가 되면서 나만의 자유를 박탈당했다는 생각에 오랫동안 우울증에서 헤어나오기 힘들었다.  주변사람들이 위로랍시고 하는 말들은 한결같이 ’돈’만 있으면 다 해결될 것이라는 말들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돈만 있으면 아이 봐 주는 사람에게 아이 맡겨놓고 잠시라도 내 시간을 가질 수도 있고, 하는 일마다 코투리 잡는 깐깐한 상사 밑에서 일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며 툴툴거리는 남편의 잔소리에 과감하게 ’그럼 때려쳐!’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돈만 있으면 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과는 정반대로 글쓴이는 이 책 첫장에서 검약하는 습관에서 금전으로부터의 자유를 누릴 수 있음을 부르짖는다.

 

근면한 독일인 남편을 만나 자칭 구두쇠로 살면서 자족하며 사는 그녀의 일상이 전혀 추레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도 그녀가 돈 때문에 자신의 행복과 자유를 저당잡히지 않아서다.  부부는 이심전심이라고 그녀 남편 또한 그녀와 비슷한 사고를 가지고 전혀 돈에 개의치 않고 생활한다.  그녀가 엑스포 스위스관 설계에 참여할 때는 회사를 그만두고 육아를 전담하는가 하면, 취업이 어려운 시절에도 시간에 구애받는 일은 절대 하지 않는 점 등이 그렇다.  52세라는 그녀의 나이가 말해주듯 세월 속에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겠지만 그들에게는 남들의 시선이나 연봉따위는 자신들의 행복과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지나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자신이 가고 있는 길이 절대적이라는 생각도 갖지 않는다.  진짜 주머니 속의 행복을 찾은 사람들이랄까.

 

엄마가 되고 초보라는 딱지를 떼기위해 읽은 육아서만 해도 벌써 책장 한 켠을 다 채웠다.   육아서를 읽어 본 후에 느끼는 감정은 다단하기 이를데 없다.  누구처럼 한다고 해서 내 아이가 똑같이 자란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으며, 책 속 상황과는 별개의 상황이 매순간 눈앞에 펼쳐지며 숙달된 엄마의 손길을 요구한다.  그녀의 말처럼 아이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하나의 고유한 인생임을 매 순간 거침없이 주장하기 때문이리라.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초보’라는 딱지를 떼기위해서는 무조건 상황에 부딪혀 보는 수밖에 없기마련.  글쓴이는 난독증을 겪는 두아이의 엄마로서 자신이 몸으로 겪었던 육아에 대해서도 가감없이 솔직한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기존 육아서에서 숱하게 보아왔던 슈퍼맘이 아닌 아이 스스로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데 중점을 둔 교육철학이 가슴 깊이 다가온다.    

 

독일인 남편과 결혼했으면서도 한국인 국적을 유지하고 있는 그녀는 마지막 장에서 여지없이 한국인의 본성을 드러낸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민감하게 반응하는 일본의 과거청산문제와 독도문제 등이 그러하다.  대놓고 일본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독일의 나치의 경우를 예로 들어 우회적으로 문제점을 제기한 그녀의 센스가 돋보이는 장이다.  시종일관 편안한 자세로 일관하다 조금 무거운 주제로 이야기를 하면서 살짝 졸음이 밀려오기도 했지만 자신이 한국인임을 잊지 않고 살아가는 그녀의 모습에 한국인으로써 경외심마저 느끼게 된다.  그녀 덕분에 독일국민의 정서까지 느낄 수 있어 한편으로는 한국인으로 한국에 산다는 것이 참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제목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겠지만 이 책은 평범하면서도 결코 평범하지 않은 한 가족의 이야기다.  고등학교 때 독일로 이주해 35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그곳에서 살며 박사학위를 따고 두아이의 엄마가 된 글쓴이는 언뜻 평범이라는 잣대가 어울리지 않는 듯 보인다.  그러나 책 속 그녀는 잘나가는 건축학 박사가 아니라 두 아이의 엄마, 고지식한 남편의 아내인 한국사람일 뿐이었다.  책의 두께처럼 적당히 가벼운 옆집 아줌마같은 말투지만 말 속에 단단한 알맹이는 절대 놓치지 않는 저자의 글솜씨는 절로 책속에 빠져들게 만든다.  에필로그에서 그녀는 자신처럼 조금은 치사하고 비겁한 보통사람도 자유와 자긍심에 빛나는 삶을 살고 싶어한다는 것을 고백하고 싶다고 말하면서 이미 그렇게 살고 있거나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격려를 받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살고 싶어하는 한 사람으로 지p; 연령대에 상관없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책으로 모두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