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아이들 중 아토피가 아닌 아이들은 거의 없을 정도로 아토피가 일반화되었다. 임산부들끼리 이야기를 나눌 때에도 내 아이만큼은 아토피가 아니었으면 하는 얘기가 주를 이루고, 아이가 태어나 피부에 우둘투둘 뭔가 올라오기 시작하면 곧바로 긴장상태에 돌입하게 될 정도로 아토피에 대한 공포감이 심한 편이다. 이미 방송에서도 몇차례에 걸쳐 아토피 중증 아이들을 다루어서인지 아토피가 얼마나 무섭고 끈질긴 병인가에 대해서는 예비엄마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책은 책 제목처럼 아이의 아토피를 극복하고 쓴 엄마의 일기이다. 선천적으로 목에 고름 주머니를 가지고 태어나 태어나자마자 수술실에서 힘겨운 수술을 받았던 서영이는 3살 무렵부터 아토피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토피에 대한 지식이 지금처럼 많지 않았던 때라 처음에 그녀는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서영이의 아토피는 그녀와 그녀의 가족구성원 모두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아 버렸다. 전직 교사로 도덕적으로 한치의 결함도 없으려 노력하며 살았던 그녀의 인생은 아토피라는 강적을 만나면서 180도 달라지게 되었다. 아이가 긁을 때마다 신경이 곤두서고 가려움때문에 한시도 편할날이 없는 날이 지속되면서 서영이의 아토피가 어떻게 그녀의 정신까지 갉아먹는 무서운 존재가 되었는지 책 속에서 가감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또한 아토피가 발생하게 된 배경과 극복하기 위해 시도했던 방법들이 그녀가 읽었던 책의 정보를 바탕으로 비교적 상세히 서술되어 있어 매일같이 아토피와 전쟁을 하며 시퍼렇게 날이 선 엄마들의 마음에 동지애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녀는 아토피를 극복해 나가면서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며 자연친화적인 삶만이 심신의 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깨달음과 함께 아토피안을 세상을 지켜나가는 작은 천사라고 역설한다.
나는 사실 아이을 가졌을 때 별스럽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못먹고 못입던 시절에 태어난 아이들도 건강하게 잘 사는데 요즘 아이들이야 말 할 것도 없이 튼튼할 것이라는 막연한 환상 말이다. 아이가 태어나기전에 방송에서 보았던 아토피 아이는 모두 엄마가 제대로 잘 먹지 못했거나 잘 먹이지 못해 그런 것이라고 치부했었다. 그런데 생후1개월정도 지난 내 아이의 피부상태가 방송에서 보던 아이들처럼 예사롭지 않았다. 소아과에서는 건조해서 그런거라며 보습을 잘 해주면 된다고 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나 아무리 로션을 잘 발라주고 물로만 씻겨도 피부상태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다음에 방문했을때에는 아토피라는 진단과 함께 약한 스테로이드제가 들어있는 연고가 처방되었다. 그 다음에 방문했을때에는 그보다 한단계 위의 연고가 처방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바르는 연고의 양과 종류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그 때 나는 정말 방송에서 보는 아이들처럼 내 아이가 그렇게 되면 어떻게 할까 하는 생각에 잠이 오지 않았다. 또 한편으로는 내가 그렇게 생각했듯 다른 사람들도 모두 엄마인 내게 책임이 있다고 손가락질 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들어 마음이 불편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이는 얼굴에는 전혀 아토피가 나타나지 않아 주변사람들이 아이가 아토피가 있다는 사실조차 몰라 걱정했던 불편한 오해는 생기지 않았지만 반면에 아이에게 제한하는 음식 때문에 주변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느낄때가 많다. 육류는 물론이고 분유까지 알레르기 반응이 올라와 정말 나오지 않은 젖을 먹이느라 무척이나 힘이 들었다. 돌이 지나서도 모유와 약간의 채소가 아이가 먹고 있는 음식의 전부였기에 또래 아이들에 비해 작은키와 몸무게는 지금도 나의 치부처럼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건조형 아토피인 내 아이는 찬바람이 불기시작하면 아토피가 올라오기 시작해 건조한 겨울이 되면 절정에 이르렀다가 다시 여름이 되면 좋아지는 것을 반복하고 있다. 작년부터 다니기 시작한 한의원의 훈연치료와 한방연고로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중이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 연속적인 치료를 받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한시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 며칠전 다녀왔던 한의원의사도 그녀의 생각처럼 연고만으로는 근본적인 치료가 안되며, 생활환경의 변화와 식생활의 변화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아토피 증세가 서서히 없어질 것이라고 했다. 연고만 바르면 금방 좋아지기 때문에 연고를 처방받으러 갔다가 연고만 바르려면 '차라리 아이에게 아토피를 견디게 하는 것이 낫다'는 의사의 말을 비싼 훈연치료와 함께 팔기위한 상술이라 여겼던 나는 이 책을 읽고 미봉책에 불과한 연고치료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아토피 엄마들은 한결같이 연고속에 들어있는 스테로이드제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편이다. 그래서 확실하지 않은 자연요법 대체요법등을 찾아다니고 남들이 효과봤다고 하는 일들에 매달린다. 그녀도 아토피에 대해서는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여러가지 안해본 일이 없었던 것 같다. 전공도 아닌 의학서적들의 글들이 줄줄이 인용된 것만 봐도 아토피를 극복하려는 의지가 얼마나 강했는지 알 수 있다. 평소 유기농음식이나 자연치유법과 같이 자연스러운 치료법을 원했던 내게는 책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껏 혼자라고 생각하고 힘들고 외로웠던 시간들이 그녀 속에 있는 내면의 아이와 만나면서 조금은 해소된 듯한 느낌이다. 아토피가 아니라도 힘든 엄마의 길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은 이야기들은 아토피 아이를 가진 엄마들이라면 충분히 공감이 되고 많은 위로가 될 것이다. 가끔은 나도 엄마이기 때문에 지워진 책임과 의무에서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내 아이가 아토피만 아니라면 좀 더 쉽게 아이를 키우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수없이 많이 했다. 그러나 아토피안이 세상을 지키는 작은 천사들이라는 그녀의 말처럼 내 아이로 인해 나와 내 가족의 건강이 보장된다고 생각하니 힘이 난다. 전반부에서 위로와 응원을 받았다고 한다면 후반부에서는 앞으로 아이의 아토피를 어떻게 극복해나가야 할지 길이 조금씩 보이는 것 같다고 해아할까. 마지막으로 그녀가 인용했던 우리 몸의 유전자는 '사실'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 혹은 '의미' 에 반응한다는 이상구 박사의 말을 다시 한번 마음 속에 새기며 아토피도 극복할 수 있는 병이며 지나치게 스트레스 받지말고 진심으로 아이에게 성심을 다하면 반드시 나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