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엄마되기란 생활 속에서 '자신을 잊지 않는다'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엄마라는 위치에서 해야할 것들을 모조리 하지 않는 진짜 나쁜 엄마가 되라는 뜻이 아니라 주변사람들 뿐만 아니라 나 자신에 대한 눈높이까지 올려 놓았던 그녀들을 쫓아가기 위해 힘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라는 얘기다.  나 역시 요즘 한참 뜨는 엄마표 열풍에 맞춰 나도 아이에게 엄마표로 미술놀이 독후활동을 참 많이 했었다.  수많은 엄마표 카페에 가입하고 문구사를 방불케하는 오피스 기구들을 장만해 그녀들이 작성한 글들을 보며 밤을 새워 자료를 준비하지만 밤새 바닥난 체력으로는 막상 낮시간에 제대로 아이와 놀아줄 수 없었던 경험이 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나중에는 나조차 확신할 수 없는 지경이 되어 이제는 쉬엄쉬엄 하고는 있지만 카페에서 보는 그녀들의 글과 사진들은 여전히 부러움과 동경이 대상이다.  자식을 위해 시간을 쓰면서도 아이도 엄마도 온전히 만족할 수 없는 이 상황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2x(ms+bs)+2L .. 저자가 말하는 엄마를 위한 행복 공식이다.  충분한 잠(my sleep), 내 시간(myself's time), 잠자는 아이의 모습(baby's sleep), 아이의 웃음(baby's smile), 남편의 사랑스러운 말(Lovely talk), 나 자신이 사랑스러워 보일 때(Love for myself)그중에서도 가장 공감이 되는 부분은 '내 시간'과'나 자신이 사랑스러워 보일 때'였다.  아이를 낳은 후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이 몇 시간이 되었는지, 나 자신이 사랑스러워 보일 때가 과연 언제였던지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다.  여자들이 연애를 하면 예뻐진다는 것은 하루에도 몇 번씩 거울을 보며 자신을 치장하기 때문이지만 엄마가 된 지금은 그럴 대상도 시간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지만 엄마는 여자가 아닌가?  그래서 엄마도 온전한 여자로 사랑받고 나를 사랑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육아전문잡지 편집장인 저자는 완벽한 살림과 육아의 달인이 되어 타인의 인정을 받는 것보다 나 자신을 사랑할 시간을 가지는 것이 현명한 엄마이며 행복한 엄마이고 그 행복은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 전달된다고 믿고 있었다.  나 자신을 사랑하고 사랑받는 느낌이 충만하면 아이들은 엄마의 행복한 모습에서 안정을 찾고 정서적 안정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것은 쉬운 듯하면서도 어려운 일이다.  주부도 일정 과업을 수행하는 직장인이라고 생각했을 때 엄마가 살림과 육아에 대한 소홀하다는 사실은 자칫 엄마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타고난 기질적 특징이나 부모의 가르침 때문에 형성된 긍정적인 사고방식의 소유자인 듯 보이는 저자가 보수적인 시댁어른과 집안일을 잘 거들어 주지 않는 남편과 함께 살면서 살림의 여왕이나 육아의 달인에 유혹을 받지 않을 수 있었던 특별한 노하우가 분명히 있을 것 같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끝까지 기대하며 읽었는데 기대했던 만큼의 소득은 얻지 못해 조금 아쉬운 생각이다.

언젠가 <꿈을 꾸는 아내는 늙지 않는다>라는 책을 읽고 남편과 얘기를 하다 크게 다툰 적이 있다.  그럼 자식들은 어떻하냐고 남편이 반문했기 때문이다.  자식들도 엄마의 모습을 통해 배우는 점이 있으며 엄마가 해주는 일들을 자신들이 체험하면서 보다 성숙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열변을 토했지만 역시나 보수적인 남편을 설득하기는 어려웠다.  여성들이 인정받는 시대라고 하지만 깨어있는 것은 여성들의 의식일 뿐 아직도 꿈꾸는 아내보다는 살림의 여왕이나 육아의 달인이 인정받는 시대라는 것을 부인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들이 다른 육아서들보다 이 책을 먼저 읽어야 하는 이유는 삶의 주체는 '나'라는 절대불변의 진리는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은 제 손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이도 엄마손이 필요하지 않을 날이 금방 찾아 올 것이고 오로지 육아에 올인한 엄마들이 40대 후반에 우울증에 다시 걸리는 것도 그 허전함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이 던지는 메세지는 단 하나 가장 훌륭한 엄마는 스스로 행복한 엄마이며 행복한 엄마가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보수적인 남편의 의식개혁을 위해서 나를 위한 시간 뿐만 아니라 남편이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갖도록 배려해 주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요즘에는 주부전성시대라 기업의 CEO 못지않게 전문적으로 집안일을 해내는 주부들이 늘어나 인터넷만 접속되면 초보인 나도 그들처럼 프로주부행새를 할 수 있다.  그러나 매 순간 인터넷이라는 망망대해를 항해할수는 없는 일!  그럴 때에는 시험에 나올법한 문제만 콕콕 집어낸 족집게 강사의 서브노트처럼 손쉽게 휴대할 수 있는 살림 노하우를 담은 책이 있었으면 했는데 드디어 내가 바라던 책을 만났으니 <생활도감>이라는 책이다. 

플랭클린 플래너만한 크기에 두께도 적당하고 표지에 만화같은 일러스트가 가득 담겨있어 우선 읽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첫인상이었다.  서점에 가면 살림 노하우를 담은 책들이 넘쳐나기는 하지만 주부라 그런지 책 값이 만원이 넘어가면 아무리 필요한 책이라도 쉽게 손이 가지 않는데 만원이 넘지 않은 가격 또한 마음에 들었다.  요즘 세대들은 모르겠지만 여전히 컴퓨터로 화면 속 문자를 대하는 것보다 책으로 문자를 읽는 것이 더 익숙한 탓인지 가정.가사책처럼 글이 많은 것도 내게는 만족스러운 점이었다.  가격은 저렴해도 책 내용까지 저렴해서는 안된다는 철칙 때문인지 모든 정보를 자세히 기록한 것도 마음에 쏙 들었다.  다소 지루할수도 있는 긴 설명은 책 표지에서도 볼 수 있는 그림과 어우러져 책 속 정보를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물론 보기좋으라고 그린 그림이 아니니 예쁘거나 재미있지는 않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올칼라판이 아닌 것이다.  그렇지만 테마별로 다른 색깔을 사용해 구성한 것을 볼 때 출판사에서 구성에 많은 신경을 썼다는 느낌이 든다. 

사람도 그렇지만 책도 첫인상이 있어 첫인상이 좋으면 내용도 좋은 경우가 많은데 이 책 또한 그랬다.  우선 음식편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이 '밥짓기'였다.  무슨 대단한 정보가 들어있는 줄 알았는데 처음 등장하는 정보가 밥짓기라니 책값에 대한 본전이 생각날법도 한데 읽어보니 간단하고 단순하지만 경험하지 않으면 알수없는 정보들이 가득했다.  그냥 쌀 씻어 분량의 물에 맞춰 스위치만 켜면 되는 것이 밥이라고 생각했는데 밥짓는 것도 세부적으로 들어가니 여러가지 노하우가 숨어있었다.  쌀의 상태에 따라 넣는 물이 다르고 밥을 하면서 죽을 만드는 방법도 나와 있었다.  정육점에서나 보았던 돼지고기 부위별 쓰임새라던지 생선을 다듬는 방법 등 친정엄마에게 신부수업용으로 배울 수 있는 노하우들이 가득해 보는 내내 살림하면서 요긴하게 쓰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집부분에서는 정말 살림을 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절감하게 되었다.  집안일이라고 우습게 봤다가는 큰코 다친다는 말이 그저 주부들의 푸념이 아니라는 사실이 가슴 절절히 다가온다.  집안에서 정리하고 고치고 만드는 것 어느것 하나 우리의 생활과 떨어져서 생각할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인데 나는 지금까지 시도해보거나 해보지 못한 것들 투성이라 조금은 겁이 나기도 했다.

살림의 달인들은 이미 아는 사실을 뭐 그리 호들갑스럽게 칭찬하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나처럼 무늬만 주부인 사람에게는 생소한 내용도 많고 유용한 정보도 많았다.  사실 일상생활에서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봐도 터득할 수 있는 정보도 많은데 지금까지 살림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아서 모든 정보들이 생소하고 대단하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 책으로 지금껏 한 가족의 생활을 책임졌던 엄마나 TV에서 나오는 살림의 달인이라는 사람들을 다시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다.  아이 하나 건사하기도 힘들어 집안일은 거의 손놓고 지냈는데 이제부터는 집안일도 욕심내서 해봐야겠다.  지금보다 더 관심을 갖고 <생활도감>과 함께 한다면 나도 초보주부라는 꼬리표를 뗄 수 있을 날이 멀지 않은듯 싶다.  집안일도 회사일처럼 완벽하게 해내고 싶은 초보주부들은 꼭 소장해야 할 필독서이다.

사실 내가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았던 문제유형부모의 모습 속에 내가 버젓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에는 인정할 수가 없었다.  내가 아이를 위해 얼마나 내 시간과 체력을 쏟아붓고 있는데 문제유형의 부모라니 어떻게 그 사실을 인정하고 싶겠는가.  하지만 아이가 떼를 쓰는 시간이 늘어갈수록 아이보다는 엄마인 내게 문제가 많다는 주장에 머리를 숙일 수 밖에 없었다.  평소 심리학에 관심이 많아 여러권의 심리학책을 사다 봤음에도 학문적인 접근만 했을 뿐 진지하게 나의 무의식의 세계를 관찰할 기회는 많지 않았는데 이 책에서는 상담실에서 받을 수 있는 유형의 문제지가 다수 수록되어 있어 실제로 상담실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이고 과거의 나와 만나는 힘겨운 시간의 연속이라 아직 모든 설문지를 작성해보지는 않았지만 이책으로 지금 나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내게 결핍감을 심어주었던 내 부모도 한 때는 자신의 삶을 모두 자식에게 바치는 나와 다름 없는 부모였으니 누구를 더 위하고 덜 위했다는 생각은 모두 내가 만들어낸 허상일수도 있다.  물론 허상이라는 자각이 누구나 쉽게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극복해 나가는 방법도 이 책으로 모두 알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러나 어느정도 내 마음 속 어린아이의 모습을 파악하는데 이 책은 이론이 아닌 실제적인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내가 아이를 다그치듯 내 안의 어린아이도 내 관심밖에서 혼자 외롭고 슬퍼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내 마음속 어린아이가 자신의 마음을 몰라줘 울고 있다면 그 마음을 이해하고 다독여줘야 할 사람도 나이고 내가 마음에 여유가 생겨야 내 아이에게도 똑같이 이해하고 다독일 수 있는 힘이 생기기 때문이다.  다른 심리서들처럼 모든 문제는 나에게 있다는 고리타분한 원론적인 결론으로 끝날지라도 실제로 내눈으로 확인 할 수 있는 데이타를 만들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컴퓨터 파일로 만들어 매년 변화되는 나의 모습을 점검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우리 부모세대는 먹고 사는 것이 우선 문제라 우리들의 정서적인 문제까지 감당할 수 없었음에도 다른 형제들과 부모외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 돈벌어 교육시키는 것 외에 크게 자식교육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러나 현대는 핵가족화가 완료되어 한 집에 한 가정만 사는 사람들이 대다수이고 낮은 출산율이 말해주듯 한자녀 가정도 많기 때문에 아이의 인성은 모두 부모에게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가 이유없이 소리를 지르고 공격적이라면 아이를 나무라기 이전에 나 자신을 먼저 되돌아보자.  분명히 내가 모르는 내 마음 속 어린아이의 울부짖음이 있을 것이다.  나조차도 하지 않는다면 누가 나 자신을 진심으로 보살피고 아껴 주겠는가.  나도 이 책으로 인해 나 자신을 되짚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기에 이제부터는 더 이상 유전자 운운하며 남편탓을 하거나 아이의 성격탓을 하지 않기로 했다.  아이를 가진 분들은 당연히 읽어야 하고 부모라는 이름 이전에 나를 알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 저자 홈페이지(부산아동청소년상담센터 오아시스): http://www.counseling.ne.kr

* 박노해 부부 가족 상담센터: http://www.counseling.ne.kr/bbs

* 대인관계닷컴: http://www.dongheng.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