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새해가 밝았다. 새해에는 무엇인가 해야한다는 생각들이 비단 새해가 되면 봇물처럼 쏟아지는 자기계발서 때문일까? 대학에 합격하면, 직장에 들어가면, 결혼을 하면, 집을 장만하면...인간은 끊임없이 정박하여 안착할 항구를 찾아 헤매지만 결국은 또다시 새로운 항로를 찾아 떠나야만 하는 부유 생명체라는 사실을 매 순간 깨닫게 된다. 항구에 묶여있는 배를 보면 어딘가 모르게 불안정하다. 물결의 움직임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는 모습이 한없이 초라해보이다가도 이곳이 종착점이 아니라 언젠가는 출항하여 망망대해를 가로지를 것 같은 역동성이 함께 느껴진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나름의 분열과 불균형을 겪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라 밝히고 있다. 잔잔한 물결에도 흔들릴수밖에 없는 배처럼 우리는 매일 주어진 불확실한 하루를,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 필연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를 위한 부표로 철학을 권하고 있다. 이 책은 사랑, 일, 가족, 관계, 욕망, 자유 등 인생 전반에 걸쳐 한번쯤 고민해봤을만한 문제들에 대한 동.서양의 철학자들의 견해를 다양한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다. 우연인지 작년부터 철학책을 읽고 있던 중이었다. 중.고등학교때 말로만 들었던 철학자들의 저서를 읽다 쉬다를 반복하며 거의 지지부진하고 있던터라 철학이라는 글귀가 책을 읽게 만들었다. 평소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짜맞추기 글들을 엮어놓은 에세이를 싫어하지만 '나'로 시작되어 결국 '나'로 종결되는 목차의 구성이 흥미롭다. 처음에는 누구나 알수있는 영화나 인물에 대한 내용으로 주위를 환기시켰다가 철학자의 의견서술에서 정점을 찍고 저자의 견해와 더불어 마무리되는 형식의 열개의 테마로 이루어져있다. 목차를 읽고 필요한 부분만 읽어도 무방한 각 부분이 독립적인 형식이다.

책을 다 읽었지만 내가 있는 자리가 항구인지 망망대해를 가로지르는 중인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여러 철학자들의 견해에 순간순간 막혀있던 연통이 뚫리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지만 여전히 잔물결에도 흔들리는 부유 생명체일뿐이다. 그렇다면 합일과 균형은 어디에서 찾을수 있을까. 배가 흔들리는 이유가 물결이 일어서일까, 배 스스로 떠있기 위해서일까. 난 내 자리를 찾지 못했지만 책 제목처럼 책 내용에서 충분한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각자 내리는 결론은 다르겠지만 우리는 고민하는 문제들은 비슷하다는 것에서 첫번째 위로를 받았다. 그리고 물결의 변화에 따라 배가 흔들리고 있을때 나 스스로에게 흔들리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하는 법을 얻었다. 물론 무릎을 탁 칠만한 명쾌한 해답은 없다. 열개의 테마중에서 어느것도 명쾌하게 결론내린 것은 없다. 나는 여전히 혼란스럽고 불안전하다. 어쩌면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법으로 더욱 혼란스러워질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어떤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느끼는지 모른다면 나는 잔물결에도 세찬 폭풍우에 휩싸인 것처럼 휘둘릴 수 밖에 없다. 밖에서 이는 물결은 내가 바꿀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물위에 떠있어야 하는 나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유지해야하는지를 나 자신에게 먼저 물어야 한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이미 모든 답을 주었다. "simplicity" (단순성)

작년에 나는 낙타에서 사자의 단계로 변하는 단계에 있었던 듯 하다. 어디로 향할지 몰라 그저 부정만을 부르짖었던. 내게도 모든 변화를 긍정하는 유연하면서도 강한 정신의 소유자의 단계인 어린아이의 모습이 있을것이라는 실낱같은 희망의 불씨를 안고 오늘 나는'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책을 다시 읽는다. 이 책을 읽는 모든이들에게도 책 제목만큼의 위로가 남기를.

 

육아에 올인하느라 패션이라는 단어조차 낯설은 아줌마에게 햇살과 같은 책이 드디어 출간됐다.  패션 일러스트레이터 강민지님이 쓰신 <패션의탄생>!

미혼때 자주 보던 패션잡지 쎄씨, 엘르, 마리끌레르 같은 패션 잡지에 meitei라는 필명으로 일러스트 작업을 하셨던 분이라서 책 속에 등장하는 일러스트가 눈에 쏙쏙 들어왔다.  무려 26명의 디자이너를 망라한 책이라 만화로 그려졌다고 만만하게 볼 책이 아니다.  그녀의 일러스트에서도 느껴지는 단순함과 완벽함이 책 속에 그대로 녹아있는듯 우리가 흔히 들어봤던 디자이너들의 굵직한 일대기를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세밀하게 그려놓았다.  그것도 부족하게 느껴졌던지 ’그 밖의 디자이너들’편을 부록으로 따로 만들어 놓았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두꺼운 책 두께만큼이나 무거운 책의 무게였다.  책이 무겁다는 건 책 표지나 내지가 꽤나 값나가는 재질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말해준다.  재생지로 만들어진 책은 굉장히 가벼워서 휴대하기 편리한 장점은 있지만 습기나 먼지, 병충해에 약해서 오래 책장에 모셔두고 볼수없다는 단점이 있다.  역사책이나 도록, 사진처럼 오랫동안 두고두고 볼수있는 책들은 이렇게 좋은 종이를 써서 만들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는데 그런면에서 아주 만족스러웠다. 

그렇지만 뭐니뭐니해도 이 책의 백미는 알기쉬운 만화 캐릭터를 등장시켜 복잡한 패션의 역사를 단순, 명쾌하게 그려냈다는 점이다.  단순하면서도 오밀조밀한 일러스트는 실제 인물과 옷을 보는듯해 봐도봐도 질리지 않는다.

 

  

 

일러스트임에도 실제 제품같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그림들도 많았는데 백화점 명품숍에서 쇼핑을 하는 기분이었다.

독자들이 알기쉽게 디자이너들의 옷이 나왔던 영화나 시상식 장면 등을 첨부한 점도 이 책을 재미있게 볼수있는 이유 중 하나이다.

<섹스 앤더 시티>에서 사만다가 그렇게 갖고 싶다던 버킨백이 왜 그렇게 오래 기다려야 살 수 있는지, 로마의 휴일에 나왔던 햅번은 왜 플랫슈즈를 신어야 했었는지.. 등등 우리가 즐겨입고 신고 뿌리는 패션의 모든것이 궁금하다면 바로 패션의 탄생을 읽어보라.  단 몇 시간만에 한 패션하는 인물이 되어있을테니... 나도 이 기회에 결혼 10주년 선물로 명품 백을 하나 찜해 놓을까? ^^

매년 새해가 되면 빠지지 않고 계획세우던 일중에 하나가 영어 정복이었을정도로 영어는 꼭 정복해야하는 것 중에 하나다.

엄마가 아직 정복하지 못해서 그런지 내 아이만큼은 영어를 정복해야한다는 생각으로 급한 마음에 미리 읽어본 책이다.

지금은 아이가 어려서 즐겁게 알파벳 배우고 노래를 흥얼거리는 정도지만 좀더 크면 어떻게 아이와 함께 즐겁게 영어를 공부해야 할것인지 길을 닦아 놓아야겠다는 생각이 전혀 관심없을 것 같은 엄마독자를 끌어들인 것 같다.

 

사실 책 제목에 혹해서 구미가 당겼던 것이 사실이다.  영어의 출발에서 영어의 출중까지 이 책 한권으로 끝낼 수 있는 것인가 하는 것이 독자들의 관심일텐데 그렇게 쉽게 정복될 영어라면 수많은 영어책이 왜 나왔겠는가.

하지만 광범위한 영어 공부를 위한 책이 아니라 영어 시험을 위한 책이라서 시험을 목적으로 영어를 공부하는 학생에게는 좋은 참고서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수능기출문제에 나오는 문제와 중.고등학교의 지문을 수록해 영어시험의 맥락을 파악하는 방식으로 책이 구성되어 좀더 효과적으로 영어시험을 대비하도록 하였다.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책 사이사이에 나오는 realstudy부분이었는데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이 아니라 책 읽는데 긴장감은 별로 없었는데 realstudy부분을 보니 새삼스럽게 학창시절이 생각나기도 하면서 조금 긴장감이 들었다.  좀 아쉽다면 너무 학습서 같다는 것이다.  요즘 쏟아져나오는 영어책들은 독자들의 재미와 흥미를 일으킬만한 새로운 시도와 접근을 하는편이라 더욱 그런 기분이 들었다.  지루하지 않게 꾸준히 책상에 앉아서 책을 끝까지 읽을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렇지만 흥미만을 추구한 다른 책들이 금방 잊혀지고 책장으로 직행할 것 같지는 않다.  각 부분에서 꼭 알아야할 암기노트와 포인트가 예문과 함께 들어있어 계속 가지고 다니면서 읽어야만 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큰 흐름의 영어, 동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영어, 우리말에 없는 영어로 나뉜 구성이 좋다는 생각이다.  맨투맨 영어시절을 떠올리면 매번 결심하고 공부를 시작했던 처음 단락만 생각날뿐 전체적으로 영어를 보았던 적이 거의 없어서이다.  다른 책 읽을때도 그렇지만 책의 목차를 한번 훑어보고 책을 읽는것도 도움이 되겠다.

 

목표가 없으면 공부가 잘 안된다.  아이와 엄마표로 영어를 시작한지도 1년이 넘어가는데 아이의 실력과는 별개로 엄마의 실력은 어느정도인지 늘 궁금했었다.  앞으로 아이가 크면 봐야할 시험문제를 미리 본다는 생각으로 정독한다면 나중에 아이가 영어를 공부할때 맥을 집어줄 정도의 출중엄마가 되어있지 않을까.  아이와 함께 머리 맞대고 공부하는 미래의 출중엄마 모습을 목표로 책속 문제풀이까지 완독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