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굿윌헌팅>을 보면 주인공 윌이 정신과 의사 숀과 상담치료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윌은 가정불화로 인해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재판에서 스스로를 변호할만큼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책이란 책은 스펀지처럼 흡수해버리는 천재 윌에게 심리상담이란 책속에 등장하는 문구들의 나열에 지나지 않았다. 윌은 숀이 아내를 잃고 힘들어하던 때 그렸던 그림에 대해 그림화법이나 그린 사람의 태도를 자신의 관점에서 여과없이 내뱉어 숀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실제로 윌의 예측은 대부분 맞았다. 지금까지 우리가 심리학책을 읽고 상대의 심리를 알고 싶어하는 이유도 윌과 별반 다르지 않다. 양육강식의 현대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최대한 나의 약점을 노출시키지 않으면서 유리한 협상을 하기 위함이 아니었던가? 우리는 진실로 소통하고 싶어하는가?
언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인간의 모든 희노애락은 언어와 뗄레야 뗄수 없는 사이다. 이 책은 "왜 소통하지 못하는가"에 대해 심리학자와 언어전문가가 알기 쉽게 말의 심리에 대해 풀어 쓴 글이다. 영화 '올드보이'에 나왔던 일화를 토대로 만들어진 책 제목은 단지 '말'만 조심해서는 안될것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지만 그다지 심각한 내용은 아니다. 많은 심리학책에서 이미 다루었던 부분들을 '말'이라는 특정 소재에 맞추어 쉽게 풀어썼다고 하는편이 좋을것 같다. 말의 심리뿐만 아니라 표정이나 몸짓에 숨어있는 심리에 대해서 다룬것도 재미는 있었지만 솔직히 어디서 봤던것 같은 내용들이 많아 신선함이 좀 떨어졌던것이 사실이다. 또한 다수의 심리서적이 보여주는 사례별 상황별 분석에 치중한 나머지 책이 전달하려고 했던 '소통'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전달하려는 저자의 의도는 용두사미에 그쳤다는 생각이다. 사실 이 책을 선택한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말에서 비롯된 비극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말하자면, 매번 속마음과는 다른 말을 하는 주인공들의 만남과 헤어짐이 반복되는 드라마 속 일들이 내 일상이 되지 않도록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방법 말이다. 우리에게는 나 자신의 성향을 알고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나와는 다른 사람들에게 또 중요한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런면에서만 본다면 이 책은 특별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다. 책 중간중간 삽입된 컬러박스를 보면 자신을 파악할수 있는 한가지 방법이 나와있다.(MBTI) 요즘에는 심리상담소에서 무료로도 해준다고하니 자신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궁금한 사람은 MBTI검사를 해보는것도 좋을것 같다. 목마른자가 우물을 파는 법이니까.
현 시대처럼 '소통'이 절실하게 느껴졌던 때가 과연 있었던가 싶다. 잘먹고 잘사는 것이 일생일대의 목표가 되어버린 현시대에서 소통은 이미 잘먹고 잘살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 버린지 오래다. 사랑해서, 도저히 떨어져서는 못살것 같아 결혼을 선택한 부부들. 그리고 역시 사랑해서 낳은 자식들. 사랑하는 그들이 매일 식탁에 마주앉아 '소통을 위해'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면 가족이라는 울타리에 속한 집단의 모노드라마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이 세상에 누군가 나를 더 이해해 줄 사람이 있을거라는 '희망'으로 각자 자신들의 목소리만 높일뿐이다. 상대의 심리를 알고싶다는 것은 상대를 진정으로 이해하기 위함이 아닐것이다. 상대가 그럴수밖에 없다는 상황을 '내가' 이해하고 '내가' 상처받고 싶지 않기 때문아닐까? 많은 기대를 가지고 읽었던 책이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출판사의 책이라 그런지 아쉬움이 많이 남는 책이다. '희망은 나의 혀끝에서 시작될것이다'라는 제목으로 새로운 2권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도 그 때문일것이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