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 빈집이 늘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는 뉴스를 보았다. 하지만 내 집 마련하기 힘든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먼 나라 얘기처럼 들린다. 혼자라도 일정 공간 이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나 뿐 만이 아니다.  더구나 결혼을 하고 자식들이 하나 둘 늘어 가면 함께 늘어가는 살림들을 저장할 공간들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다.  그런데 고작 세 평에서 어떻게 행복 할 수 있을까?  작가가 일본인이라서 가능한 것인지 뭔지 모르지만 어쨌든 제목부터 구미가 당기는 책이다.

 

 

  한 평이란 약 1.818m인 정사각형의 넓이를 뜻한다. 세 평이라 하면 고시원 방을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주인공 교코가 자신을 옭아 메고 있던 모든 것으로부터 도망쳐 새로운 삶을 꿈꾸게 되는 곳. 연꽃 빌라가 딱 세 평짜리 방이다.  나 같은 경우 장소의 넓고 좁음보다 더 참기 힘든 건 생활 편의시설의 유무인데 그런 면에서도 그곳은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든 곳이다.  부동산 업자들이 서로 소개하기 꺼리는 공간이랄까.  아기를 키우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불필요한 일에 시간을 빼앗기는 것을 참지 못하는 내 기준에서는 정말 최악의 공간이다.  또 바깥 날씨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온도, 습기, 추위, 시시 때때로 출몰하는 벌레들.  화장실 샤워실도 함께 써야하는 곳을 좋아하기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이보다 나쁠 수는 없다라고 생각될 때마다 한 가지씩 터지는 문제들은 교코의 용감한 시도가 얼마나 무모한 시도였는지 섣부른 판단을 내리게 한다.  하지만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엄마와 함께 하는 생활로부터, 획일화된 직장생활로부터 전혀 다른 생활을 꿈꾸던 교코에게는 결국 연꽃빌라가 가장 최적화된 장소였다.

 

 

   엄마에게서 독립한 순간부터 세 평의 연꽃빌라는 교코의 전쟁터이자 삶이 된다. 바깥 날씨에 따라 대처하는 방법을 생각해야 했고, 세 평이라는 좁은 공간은 꼭 필요한 물건들만 남겨야 하기에 타인의 시선과 겉치레를 위한 물건은 자연스럽게 정리가 됐다. 더불어 물건을 구입할 때에도 좀 더 신중해 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공동생활을 해야 하는 공간 때문에 그동안 한 번도 말 섞을 필요를 느끼지 못했던 이웃들에게도 관심을 갖는다. 교코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전혀 고민하지 않았던 문제들은 그곳에서 살 수 있는지 없는지 가늠하는 새로운 기준이 되었고 엄마가 있는 집안으로 도피하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사에서 멀어졌던 외부 날씨나 주변사람들에게로 시선이 옮겨지며 확장된다. 지금까지의 나와는 전혀 다른 나의 모습을 만나는 교코의 불안함은 두려움이라기보다 설렘에 가깝게 느껴진다. 엄마 품에서 갓 부화된 아기새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에 비친 새로운 세상.

 

 

   솔직히 책을 거의 읽어 갈 즈음에도 책 제목을 이해 할 수 없었다. 주인공이 예전보다 더 행복하다 느낄 수 있는 ‘객관적인’ 요소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소박한 자신의 공간을 조카에게 조심스럽게 소개하는 교코의 모습은 행복해 보였다. 아마도 자기 자신이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찾는 것이 행복이라는 자신의 신념을 연꽃빌라가 찾아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행복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다. 혹시 다른 사람들을 따라서 그냥 저냥 살고 있다면, 내가 누구인지 무엇 때문에 살고 있는지 생각이 들 때면 연꽃빌라에서 한 번 살아보라고 하고 싶다. 책을 읽고 나서 언젠가는 필요할 것 같아 쌓아 두었던 물건들을 정리했다. 여유로운 공간을 보니 그 공간에 무엇을 채우고 살아야 할지 보이는 듯하다.

 

 

평소 EBS 유아 프로그램이나 행복특강을 자주 보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이름 최성애 박사님! 얼핏 보면 메마른 체구에 무뚝뚝한 표정으로 시어머니 같은 인상인데 일단 말을 하기 시작하면 표정이 부드럽게 변하고 말씀도 참 조근조근 잘하신다.  그런 분이 쓰신 책은 어떤 느낌일까 했는데 역시 글 속에 평소 성품이 그대로 베어난다.  기업체에서 회복탄력성 강의를 하신다는 뉴스는 간간히 듣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책까지 출판된 것을 보면 남녀노소 상관없이 모두 회복탄력성에 관심이 있다는 뜻일 것이다.

 
  육아(育兒)는 육아(育我)라는 말을 본 적이 있는데 정말 아이를 키우다보니 내가 자란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남들에게 들키지 않았던 만낯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순간에는 창피함보다 내 아이에게 이런 성향을 물려줄까 겁이 나서 책부터 보게 되기 때문이다.   첫째 아이는 유난하다는 말이 모자를 정도로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편이다.  회복탄력성이라는 말이 유독 눈에 띄였던 이유도 첫째 때문이다.  어릴때 아이가 보내는 신호에 민감하게 대처해야한다는 육아서만 믿고 문제점이 생길때 마다 해결해주다보니 조금만 어려움이 생기면 아이는 스트레스를 감당하지 못한다.  아이의 스트레스가 이제는 나의 스트레스로 전이되어 나도 힘들지만 나 역시 '회복탄력성'이라는 것을 배운적은 없기에 가르칠 수도 없다.  하지만 나를 바꾼다면 아이의 행동도 바뀌지 않을까 하는 희망과 과연 나는 내 스트레스나 화를 적절하게 관리하고 있는지 살펴볼 요량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사실 내용은 두꺼운 책 두께가 무색할만큼 전하고자 하는 내용은 단순한 편이다.  책읽는 재미가 떨어질까봐 구체적인 방법을 서술할 수는 없지만 이런류의 책을 읽을때 가장 궁금한 점은 어떻게(HOW) 아닐까?  하지만 최성애 박사는 1장을 '회복탄력성'이 무엇인지에 대해 꽤 많은 지면을 할애해서 설명한다.  갈등상황에서 바로 실행해 볼수있는 방법들이 있었는데 좀더 다양한 예시와 방법들이 제시되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일례로 갈등상황에서 마음을 진정시킬 때 기분좋았던 때를 회상하는 방법이 있었는데 내 경우에는 좋아하는 드라마의 한 장면을 기억해뒀다가 상기시켰더니 금방 화가 사그러들었다.  한 때 유행하던 '정서지능'의 속편 또는 분석편이라고 해서 좋을것 같다. 

  
  책을 읽다보니 나도 모르게 익숙해진 삶의 방식들을 다시 되돌아보게 되었다.  시작은 아이 때문이었지만 아이가 짜증냈다고 생각했던 상황들이 나의 불만족한 생활에서 비롯된 '나의 짜증'이라는 사실도 뒤늦게 느끼게 되었다.  또한  불필요한 일에 치중하느라 고갈됐던 에너지를 어느부분에 집중해야 하는지도 조금씩 보인다.  실제로 책에서 말해준 방법대로 실행했을때 서로 기분이 누그러지고 좋아지는 것도 느꼈다.  둘째 육아로 신경쓸 여유가 없었던 남편이나 첫째를 돌아볼 또다른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이다.  평소 최성애 박사님 강의를 들어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느낄수 있는 편안함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져 아이 낮잠 재우고 짬짬히 읽어도 무리없이 편하게 읽을수 있고 실천방법도 어렵지 않아 도움이 많이 되었다. 마지막장에는 아이들의 연령대별 회복탄력성 키우는 방법들이 있어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두 아이를 키우다보니 점점 책 읽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 같아 오랜만에 최근에 나온 육아서를 선택해서 읽었다.  많은 육아서를 보았던 내 기준으로 육아서는 세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엄마의 감성을 자극하여 잠시나마 육아에 행복감을 느끼도록 감정에 호소하는 육아서.  두 번째는 통계자료나 과학적이고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는 교양에 가까운 육아서.  마지막 세 번째는 전문가가 아닌 실제 엄마들의 경험을 토대로 이런저런 유용한 정보를 묶어 하나의 책으로 만든 육아서다.  <미니멀 육아>는 세 번째에 가깝지만 다양한 분야를 총 망라했다는 점이 육아서가 아닌 자기계발서를 읽고 있다는 착각을 들게 한다.

 

  성공하는 사람의 7가지 법칙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기 인생에 가장 중요한 것을 어느곳에 배치해야하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를 갖고 하루 종일 집안일과 아이들에게 시달리다보면 육아는 주먹구구식으로 흘러가기 마련이다.  아이의 많고 적음도 영향이 있겠지만 맞벌이든 전업이든 엄마는 늘 시간과 일들에 쫓겨서 살아간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되니 하나와 둘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아이 하나였을때가 얼마나 시간이 많았었는지 실감하게 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세 아이의 엄마는 그나마 그 때가 더 낫다는 생각을 갖고 있을테지만 말이다.  <미니멀 육아>는 성공하는 사람의 7가지 법칙에 나온 것처럼  내 삶에서 '더' 목록과 '덜' 목록을 만들어 단순한 삶을 살아가라고 말한다.  '미니멀'이라는 개념이 육아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은 책의 목록을 잠깐만 훑어봐도 알 수 있다.  시간쓰기의 재구성, 물건정리, 가정경제, 놀이시간, 과외활동 등 모든 생활을 나의 기본가치에 맞춰 미니멀화 하도록 요구한다.  그것이 육아뿐만아니라 나의 삶을 지금보다 좀 더 풍요롭게 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사실 제목만 듣고 생각했을 때에는 저자가 내 삶을 미니멀하게 만들어 줄 법칙을 알려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자투리 시간이 없다고 느끼는 엄마 입장에서는 좀 더 실천하기 쉽게 쓴 육아서를 원했다.  '불량육아'처럼 지금 딱 내가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목록을 던져주기를 말이다.  그러나 저자와 나의 삶의 가치는 다르고 '더' 목록과 '덜' 목록에 들어갈 내용은 다르다.  한번쯤은 진지하게 내 삶에 대한 총체적인 고찰이 필요하고 그런 작업은 내가 할 수 밖에 없다.  그런 필요성에 부합하려는 듯 책의 세번째 장에는 유용한 시간쓰기 방법들이 나온다.  분명히 정신없이 보내는 듯 보이는 내게도 자투리 시간은 있었다.  다만 그 시간에 복잡한 생각이 하기 싫었을 뿐.

 

  이 책의 장점은 다양한 분야를 '미니멀'이라는 주제에 부합되도록 정리했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기획상품처럼 소비자의 기호에 따라 이것 저것 짜맞춘 느낌이 든다.  자기계발서를 자주 읽거나, 시간관리에 대한 책을 한번이라도 읽어봤거나,  고수맘들의 블로그를 자주 보는 사람들에게는 그닥 새로운 내용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또한  책 뒤에 참고하라는 블로그 주소들은 외국사이트 주소들이다.  그렇잖아도 영어울렁증에 아이들 책 읽어주기도 버거운 내게는 필요 없는 참고 목록이었다.  한국에서 출판하는 책이라면 나처럼 영어울렁증 엄마들을 위해 비슷한 용도로 쓸 수 있는 앱이나 블로그 주소들을 찾아서 올려줘도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독자 개개인의 역량에 비추어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서 읽어도 무방하지만  초보맘이든 고수맘이든 첫 장 미니멀 육아의 6가지 원칙은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기준과 원칙이 없는 육아는 언젠가 더 나은 고수가 나타나면 흔들리게 마련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