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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누구나 한 번 쯤은 정신과에 가봐야 하는건 아닐까 하는 절망의 순간이 온다. 나이가 들고, 점점 책임 져야 할 것이 늘어나고, 남과 비슷하게 걸어왔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다른 나의 모습을 볼 때 비로소 내가 왜 남과 다른지에 대한 물음을 갖게 된다. 아마 그 물음의 중간역은 심리학, 종착역은 정신과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남들이 방황하던 청소년기를 제대로 된 고민없이 보내버린 탓에 늘 심리학 책을 들추며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물음의 해답을 찾아보려 했었다. 그렇게 노력한 덕분인지 심리학을 통해 원인분석은 어느정도 한 것 같은데 여전히 해결책은 혼자서 찾기 힘든것 같다. 일상은 쳇바퀴를 돌리는 다람쥐처럼 끊임없이 나를 예전의 나로 돌아가게 하기 때문이다.

정신과를 한 번 가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은 늘 가지고 있었다. 그 무거운 물음의 답은 '아직은 견딜만 하다' 였지만. 그렇게 생각만 가지고 있다가 작년에 방영되었던 '괜찮아, 사랑이야' 라는 드라마는 정신과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주었던 계기가 되었다. 정신과 의사 역시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정도의 차이일뿐 누구나 정신질환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역시 드라마는 드라마일뿐 여전히 정신과에 방문하기란 쉬운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책 제목처럼 정신과를 한 번 가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이미 자신의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해결의지를 갖고있는 사람들이다. 이 책은 이런 사람들을 위해 일반인들이 정신과를 방문하기 전에 걱정하는 궁금증에 대해 비교적 자세히 서술해 놓았다. 병원에서 치료받는 입장이 아니기에 여전히 부족하다는 생각도 들겠지만 비슷한 분야의 다른책들처럼 원인분석에만 치중하지 않고 다양한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한 때 상담을 받아볼까 해서 여러 사이트를 찾아다녔었는데 생각보다 높은 금액에 지레 포기했었다. 만만치 않는 금액을 생각하니 대체할 수있는 여러가지 일들이 발목을 잡고, 과연 상담받는다고 크게 달라질까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보냈다. 그런데 정신과을 방문해 보려해도 이런 저런 사람들에게 들었던 풍문은 더이상 걱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답을 현직 의사에게 직접 들으니 좀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역시 '영업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순수한 정보 전달 목적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취업이나 보험가입시 불이익은 없는지 같은 노골적인 물음에 답을 해주는 책도 내 기준에는 처음이어서 가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지는 것도 솔직한 심정이다.

지금까지 심리학에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과거의 트라우마나 원인분석이 아닌 미래적 지침을 제시하는 관점의 전환을 통해 '미움받을 용기'는 단숨에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차지했다. 그런 부류의 책을 원하는 독자라면 이 책은 그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지는 못할것이다. 저자도 밝혔지만 정신과 의사는 문제의 답을 찾는 '과정'을 도와주는 것일 뿐 절대적 해답은 스스로 찾는 것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책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정신과를 방문하려는 사람의 불안감을 유발하는 질문에 답하면서 자신의 문제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자각을 위해 쓰여진 책이다. 책 속의 많은 체크리스트는 책의 목적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보여준다. 자, 이제 당신의 문제점을 알았나요? 정신과에 대한 타인의 시선이 걱정되세요? 취업이나 보험가입시 불이익은 없으니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는 분들은 자신있게 정신과에 문을 두드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