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책 읽기를 고민하다 낭독의 매력에 빠져 낭독 인문학 수업을 듣고 있다.  수업 중에 아나운서에게 낭독을 배우는 시간이 있었는데, 책을 낭독할 때에도 일정한 박자 감각이 있어야 사람들에게 책 내용을 잘 전달할 수 있다고 한다.  피아노를 배울 때 박자계를 옆에 두고 치는 것처럼 말이다.  문자로 된 글을 말로 전달하는 것은 생각보다 여러 가지 기술이 필요하다.  얼굴 표정, 몸짓, 행동, 말투.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말투다.  우리나라 말은 영어나 중국어처럼 억양에 높낮이를 갖고 있지 않다.  그리고 중요한 내용은 뒷부분에 나오는 전개 방식 때문에 중간에 문맥을 놓치거나 자칫 지루하게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우리말의 리듬은 더욱 중요하다.  말하기의 리듬은 지루함을 해소시켜 주고 집중을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리듬으로 모든 것을 이끌어 갈 수는 없지만 리듬이 소통의 중요한 양념이 된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 책을 선택하게 된 이유도 다 '리듬' 때문이었다는 책 제목처럼 같은 책을 읽어도 읽어 주는 사람에 따라 전혀 책의 내용이 다르게 다가오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내게 맞는 리듬은 과연 무엇이며, 어떻게 찾아야 하는 것일까.

- 리듬은 움직이는 모든 것에 있다.
- 리듬은 본능이다.
- 리듬은 시간의 흐름을 동반한다.
- 리듬은 패턴을 이룬다.
- 리듬은 반복된다.
- 리듬은 변화한다.
- 리듬은 다른 요소들과 함께 조화를 이룬다.

성공에 목메어 한때 심취했던 자기개발서는 소재의 참신함으로 일단 이목을 집중시키는데 성공하면 어느 정도 책의 성공이 보장되는 편이다.  그러나 소재가 갖는 참신함과는 별개로 언제나 '00을 해야 한다'라 귀결되는 결론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되는 식이라는 자기합리화를 만들어 낸다.  그래서인지 처음에는 <리듬>으로 풀어쓰는 자기개발서 느낌에 거부감이 들었다.  '리듬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해서 성공할 것인가'하는.  그런데 읽다 보니 음악에 대한 단순한 지식을 넘어선 저자의 생각에 점점 빠져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도 저자 특유의 리듬이 존재하고 있다.  리듬은 단순히 이목을 끌기 위한 소재의 착용에서 그치지 않는다.  하얀 도화지 같은 아이들에게 새로운 것을 가르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자신이 흥미 있고 관심 있는 것이 아니면 집중시키기 어려운 어린아이들을 가르쳐 본 솜씨가 글에서도 나타난다.  짧은 시간 주제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는 어린아이들을 다루듯 리듬에 대한 생각을 확장하고 전개하는 솜씨가 매우 매끄럽고 부답스럽지 않게 다가온다.  재밌는 이야기나 전문적인 이야기로 적절히 책의 주위를 환기시킨다.  확실히 자기개발서가 가지는 호흡과 다른 호흡을 갖는다.  그래서 이 책은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작은 디테일의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시간이 흐른다.
리듬이 흐른다.
음악이 흐른다.
물이 흐른다.

세상의 흐르는 모든 것들은
순리대로 움직인다.

리듬은 성격처럼 저마다 달리 가지고 있는 '나만의 박자'다.  나의 리듬을 안다는 것은 그만큼 나에 대한 자신감과 사랑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낭독을 할 때 배우는 테크닉은 실전에서는 모두 내려놓아야 한다.  케이팝스타 박진영 씨가 심사할 때마다 하는 말이 있다.  '말하듯이 노래하라'라고.  낭독도 마찬가지로 내가 평소 말하듯이 하는 낭독이 훌륭한 낭독이라고 한다.  나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나를 표현하는데 거리낌이 없고 타인의 말도 더 잘 듣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리듬을 알고, 상대의 리듬을 파악하고, 서로의 리듬을 맞추고, 상대의 리듬을 변화시킬 수 있을 만큼 리듬 활용을 잘한다면 세상은 내 편이 된다.'라는 저자의 말이 귀벌레(Ohrwurm)처럼 수업을 듣는 내내 입안에서 맴돌았다.  

올해는 오늘 하루가 마지막인 것처럼 살아보려고 노력하는 한 해이다.  그래서 학교 무용 시간 이후 한 번도 시도하지 못했던 춤을 올해 처음 배웠다.  생각과 행동이 따로 논다는 것을 실제로 체험하는 순간이 계속되었다.  머릿속에서 나는 훌륭한 발레리나였지만 실제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은 뻣뻣한 팔다리를 허우적대는 모습에 불과했다.  그렇게 몇 달을 보내며 연습하던 음악이 흥얼거려지고 혼자서 팔다리를 자연스럽게 흔들 수 있을 때가 되었을 때  들었던 생각은 몇 십 년동안 내 몸으로 알고 사용했던 내 몸에 대해 나는 하나도 아는 것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아이들처럼 생각한다는 것은 어쩌면 어떤 고정관념도 한계도 없는 힘이 빠져있는 유연한 상태인 듯하다.  내 안에 리듬이 살아 숨 쉬어 내가 알지 못했던 나만의 껍질을 깨고 나오기를 바란다.  능력보다 매력이 중요한 세상이다.  누구에게도 없는 나만의 리듬으로 내 편을 만들어보자.  퇴근하는 아빠를 맞이하는 엄마의 리듬이 아빠의 존재를 결정한다면 나아가 국민 한사람 한 사람의 리듬이 나라의 존재를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문득 나와 리듬이 비슷한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하모니는 어떨지 궁금해진다.  나와 너의 삶을 바꾸는 리듬의 힘!  '나랑 같이 놀 친구 여기 여기 붙어라~!'

진실과 사실

 

출근하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는 지하철 안.  한 아이와 엄마가 탔다.  아이는 계속 울었지만 엄마는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주변 사람들이 점점 그들의 주위에서 멀어지며 수군거린다.  왜 자신이 낳은 아이를 돌보지 않느냐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높아질 즈음, 아이의 엄마는 아이의 아빠가 오늘 죽었다고 한다.  순간 주변이 있던 사람들의 눈빛이 달라진다.  '아, 그래서 아이를 돌볼 여력이 없었구나',  '정말 충격이었겠네',  '그래서 아이가 저렇게 우는구나', '엄마가 경황이 없었겠네' 등의 연민과 동정의 목소리가 쏟아진다.  공지영 작가의 단편들 속에 등장하는 사건의 사실과 진실은 무엇이었을까.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맞닥뜨리는 수많은 사실 앞에서 얼마나 많은 진실과 마주하고 있을까.

주기율표를 교토의 거리에 비교한 저자의 말에 교토의 거리 지도를 찾아보았다.  바둑판처럼 반듯한 모양새가 주기율표와 비슷하다.  저자는 원소의 균형 잡힌 질서가 교토의 세계관과 비슷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주기율표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원소와 원자의 개념을 읽고 있으니 다시 학창시절 과학 시간으로 돌아듯 했다.  열심히 노래하며 외웠지만 평소에 잘 쓰는 원소들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기억 속으로 사라진지 오래다.  그중에서 요즘에 알게 된 원소가 있다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알게 된 세슘과 스트론듐이다.  벌써 햇수로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후쿠시마 원전에서는 매일 세슘과 스트론튬이 배출되고 있다.  그래서 원전 사고 이후에 심심찮게 보던 뉴스가 방사선 피폭을 방지하기 위한 내용이 많았는데 세슘과 스트론튬 내부 피폭 방지를 위해 칼륨과 칼슘을 먹어야 하는 비밀이 바로 주기율표에 나와 있었다.

 

그 비밀은 칼륨과 칼슘이 부족한 인체는 비슷해 보이는 세슘과 스트론튬을 착각하고 흡수하려 하기 때문이다.  칼륨이 부족해 흡수된 세슘은 칼륨과 같은 원자가전수를 가져 온몸에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칼슘이 부족해 들어온 스트론튬은 뼈에 전달돼 골육종과 백혈병을 일으킨다고 한다.  실제로 후쿠시마 농산물 먹기 운동을 했던 아나운서가 급성백혈병으로 사망한 것을 뉴스에서 보았는데 왜 그런 질병에 시달리게 되었는지 고개가 끄덕여지는 순간이었다.  

책을 읽고 놀랐던 점은 우리는 알게 모르게 원소의 영향 속에서 살고 있다는 점이다.  인체에 많이 사용되는 원소, 즉 원자번호가 작은 원소 수소, 산소, 탄소, 질소는 주기율표의 위쪽에, 조금만 사용하는 원소는 아래쪽에 위치하고 있었다.  이런 경향은 우주를 구성하는 원소의 경우와 같았다.  우주의 가장 놀라운 신비는 부모가 자식에게 유전자를 남겨준 것처럼 우주는 자신에게 가장 많이 존재하는 원소를 지구에 심어주었다는 것이다.  인간이 하나의 소 우주라는 사실이 우주와 비슷한 원소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인간의 움직임을 관장하는 것은 신경과 근육이다.  그리고 그것을 움직이게 하는 원소 칼륨과 나트륨은 주기율표의 1족의 원소다.  인간의 신체는 주변에 가장 많이 존재하는 원소를 필수 원소로 선택해 필수원소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한다.  저자가 주기율표를 보고 아름답다고 느낀 것도 그런 연관성을 주기율표에서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열일곱 종류의 원소로 이루어진 희토류의 산지는 중국에 분포되어 있었다.  LED나 텔레비전 같은 형광체, 연료전지, MRI 등의 기술에 필요한 원소들이지만 사실 이 책 이전에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원소였다.  그저 주기율표 안을 채웠던 이 원소들은 과학기술의 진보와 함께 강한 자석의 재료가 되고 빛을 발하는 첨단 기기에 꼭 필요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주목받는 원소가 되고 있었다.   어릴 때 한 번쯤 장난으로 마셔봤던 헬륨가스.  헬륨가스를 마시면 동일한 온도에서 헬륨의 밀도가 공기보다 작기 때문에 헬륨을 통과하는 소리의 속도는 공기를 통과하는 소리의 속도보다 빨라져서 높은 소리가 나오게 된다고 알고 있었다.  이런 헬륨가스는 비행기나 기구의 연료로 쓰인다고 한다.  그밖에 네온사인의 원리가 된 네온(Ne), 꽃가루 알레르기 퇴치를 위한 아르곤(Ar), 고급스러운 샹들리에 등의 원료로 사용되는 크립톤(Kr), 탐사기 엔진 추진 채로 사용되는 제논(Xe), 신경통에 효과가 있는 라돈(Rn) 온천까지.  주기율표 18족의 원소들은 화학반응을 거의 일으키지 않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하게 쓸 수 있는 고마운 원소들이었다.  주기율표의 마법은 마지막 장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인체가 자주 사용하는 원소의 바로 아래에 있는 원소는 독성이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  아연은 우주에도 많기 때문에 필수원소가 된 반면, 카드뮴과 수은은 우주에도 별로 없는 원소라서 인체에 안 좋은 영향을 준다고 한다.

2015년 12월 30일, 국제순수·응용화학 연합(International Union of Pure & Applied Chemistry ; IUPAC)은 네 개의 새로운 원소를 더해 화학 원소 주기율표의 일곱 번째 줄이 공식적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고 발표했다.  지금 아이들이 배우는 주기율표 속 원소들은 내가 배웠던 것과 다르다는 말이다.  원소를 발견한 사람은 그 원소에 영구적인 이름과 기호를 붙일 수 있는데 그중에서 113번 원소는 일본의 이화학연구소(RIKEN)가 차지하게 되었다.  이것은 2016년 11월이 돼서야 정식 명칭을 갖게 되었는데 바로 니호늄(Nh)이다.  이 책의 저자도 일본인인데 같은 일본인으로서 무척 자랑스러운 일이라 생각된다.  과학 시험을 위해 공부하는 것이 아닌 주기율표는 저자의 생각처럼 우주의 신비로움만큼 아름답게 다가온다.   앞으로 관련 기사를 보면 주기율표 어느 부분에 속한 원소인지 꼭 찾아보게 될 것 같다.  <코스모스>를 보며 어마어마하게 큰 우주의 존재 앞에 작은 인간으로 허무했다면 <주기율표로 세상을 읽다>를 읽어 보자.  우주와 지구, 인간은 유기적으로 얽힌 관계이며 인간이 가진 인체는 작은 우주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