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서울에 살고 있는 인터넷 신문 기자 '한이나'가 화가인 엄마의 대장암 수술을 위해 고향인 무진으로 돌아오면서 시작된다. 무진에는 그녀가 버릴 수도, 거둘 수도 없었던 친구와  평생 잊을 수 없는 상처가 있었다. 아버지는 술주정뱅이에 어머니는 일찍 돌아가셨고, 가출한 오빠는 잊을만하면 집으로 돌아와 돈을 빼앗고 동생에게 성추행을 일삼는, 정글 같은 무법지대에 살고 있는 친구. '이해리' 그리고 한이나는 고등학교 때 노을이 지는 바닷가에서 신부에게 성추행 당한 후 도망치듯 고향인 무진에서 서울로 전학 간다. 책임질 수 없었던 연민과 목사에게 받았던 상처, 그 어떤 일도 확실한 답을 내놓지 못한 채 묻어 두었던 일들이었다. 그런데 무진 가톨릭 교구청 앞에서 우연히 만난 한 아줌마로 인해 무의식 저 너머로 밀려났던 일들은 수면 위로 서서히 올라와 깨어나 들춰지기 시작한다.

나날이 높아지는 지구의 기온은 동토층에 봉인된 고대 바이러스를 깨울 수도 있다고 한다. 무진 가톨릭 교구청 앞에서 아줌마가 들고 있었던 '백진우 신부의 징계를 원한다'라는 피켓은 그녀가 무의식 속에 꽁꽁 얼려 봉인해 두었던 바이러스를 깨운다. 깨어난 바이러스는 무진의 안개처럼 서서히 그녀를 둘러싸고 위협하며 걷잡을 수 없게 만든다. 다시 회피하고 돌아서서 서울행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무진에 남아 진실이라는 항체를 만들 것인가. 그녀는 선택해야만 했다. 그러나 백진우 신부에서 시작한 일은 전혀 연결고리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의외의 한 인물로 집중된다. <해리> 무진에서 해리는 그녀만의 방식으로 살아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악행을 알고 있는 사람들의 증언으로 하나씩 실타래를 풀어 간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한 것이었다. 세상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오염된, 손댈 수 없는 악으로 뭉친 굳건한 성이었다.

공지영 작가는 첫 장부터 독자들에게 선전포고한다. 이 이야기로 연상되는 모든 일들은 네 내면에서 만들어낸 일이지 내가 의도한 것은 결코 아니라고. 그리고 작가의 노림수는 적중했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코끼리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책을 읽는 동안 떠오르는 인물들의 상황에 현실의 '누군가'를 빗대어 생각해 보고 있는 나를 보았다. 그리고 그녀는 끊임없이 죄를 저울질하고 있는 내게 묻는다. "약속해줘. 최소한 명백하게 악을 목격하게 된다면 모른 척하지 말아 줘. 멱살을 잡지는 못해도 소리쳐줘! 여기 나쁜 사람들이 나쁜 짓을 하고 있다고. 그냥 원래 다들 이래요. 나쁘게 생각하면 한도 없어요. 이러지 말자고." 1권 P.278  그녀는 임금님이 벌거벗었을 때 다른 사람들이 모두 모른 척해도 벌거벗었다고 말하는 게 작가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녀가 말하는 명백한 악은 어떤 것일까. 돈으로 얼마든지 주무를 수 있는 사법부의 판결 외에 악을 재단할 수 있는 잣대가 존재했던가. 그리고 명백한 악 앞에서 나는 떳떳하게 소리칠 수 있을까.

<해리>의 배경이 되는 '무진'이라는 도시는 김승옥의 <무진기행>에서 등장했던 가상의 도시다.  <무진기행>에서 서울로 표상되는 일상의 공간과 무진이라는 탈일상의 공간의 대립이 있었다면, <해리>에서도 서울로 표상되는 정체성 '안정'의 공간과 무진이라는 정체성 '혼돈'의 공간의 대립을 볼 수 있다. 인터넷 신문 기자로 근무하는 서울에서 한이나의 정체성은 분명해 보인다. 이에 반해 무진 가톨릭 교구청으로 대표되는 무진에서 한이나의 정체성은 신부로 인한 상처로 해리되어 혼란스럽다. 백진우 신부는 '성령의 이끌림'이라는 불가항력을 이유로 그의 행동을 합리화했지만 그것은 위선과 거짓일 뿐이다. 하지만 한이나의 정체성이 혼란스러운 무진에서 해리의 정체성은 가면을 쓴 채 안정된 모습이다. 장애인 기관을 운영하고 아이를 입양해 키우며 SNS 속 천사로 살아간다. 가면을 쓴 해리는 더 이상 한이나에게 매달려 자신의 인생을 구걸하지 않아도 되었다. 정상과 비정상의 기준은 무엇일까. 신장이 망가지더라도 이렇게 살기 싫다며 다이어트 약을 먹었던 해리의 말이 떠오른다.

공지영 작가의 명성에 걸맞게 <해리>는 수많은 언론사에서 기사를 실어주었다. '진보와 민주의 탈을 쓴 악을 고발하는 소설'이라는 자극적인 기사의 타이틀은 마치 부패를 척결한다는 진보가 실제로는 보수보다 더한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무진기행> 속 내가 무진을 떠나며 부끄러움을 느끼듯, 가짜가 판치는 '해리'된 세상을 외면한 작가의 부끄러움이 담긴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섭지,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이지. 그런데 이나야, 진짜야. 난 마음으로는 아니, 머리로는 생각했어. 진짜 괜찮다고...... 그런데 몸이 그렇지 않은가 봐. 나도 당황스러워. 인간이란 얼마나 약하니...... 자기 자신조차 속이기 쉬운 존재냐고.”1권 P.48   그것은 지금껏 나는 아닐 것이라 부정했지만 결국 그들의 부정을 바라보는 내 마음속에도 도사리고 있는 나의 위선을 목도했을 때의 부끄러움이었다.

남성의 성기에 봉침을 놓으며 SNS에서는 마더 테레사 행사를 하는 해리나, 문란한 사생활을 하며 무진에서 권력을 휘두르는 백진우 신부처럼 명백하게 악으로 구분된 것보다 더 추악한 것은 어느새 내면에 안개처럼 숨어들어있는 나의 위선이었다. 2권의 막바지에 다다를 즈음 한이나는 해리를 만나 다시 연민을 느낀다. 그러나 그것은 친구에 대한 연민이 아니라 자신의 행동에 대한 죄책감이었다고 생각한다. '원래부터' 행실이 좋지 못했던 해리의 더 큰 거짓말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지만 한이나 스스로 느낄 수 있었던. 백진우 신부와 해리의 잘못은 무진 주교의 악행으로, 무진 주교의 악행은 무진 시장의 악행으로, 무진 시장의 악행은 대한민국 검찰과 사법부의 악행 속으로 악은 겹겹이 양파처럼 감춰져 숨겨지고 있었다. 결국 악은 작게는 내 마음속부터 크게는 어디에서나 존재하는 것이었다.

작가는 이미 거대한 권력으로 성장한 종교 단체, 대중이 원하는 이념을 팔아 인기를 얻고 개개인의 선의를 갈취하는 SNS 지식인들, 그리고 소설의 모티브가 된 9년 동안 312명의 장애인들이 비참하게 죽어갔던 대구 희망원 사건 등 우리가 선하다 믿는 곳에서 벌어지는 비리와 부패, 욕망을 그렸다. 그리고 가장 도려내기 힘든 적폐는 내면의 적폐이며 자신은 내면의 적폐와 싸우기 위해 소설을 썼다고 했다. 그러나 스스로 내면의 적폐와 싸워야 한다는 것은 인간의 의지를 너무 과대평가한 것이 아닐까. 인간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해리와 백진우 신부를 통해 보여주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크기가 크던 작던 악은 악일 뿐이라는 사실만이라도 인정하라는 뜻이었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꿈꾸었던 이상향은 그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깨달은 자의 한숨 같은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그러니까 나는 죄짓고 있으니까, 그래도 그들은 거기서 좀 온당하게 남아있어 주기를 바랐던 것 같아요. 그래야 우리도 돌아갈 곳이 있으니까. 그래야 언제든 돌아가고 싶어질 테니까요. 그게 슬펐나 봐요." 2권 P.254   

"알아요? 악은 지루하고 그래서 공허해요. 그리고 기껏해야 변명하죠. '이거 원래 이러는 거야."2권 p.258  상식적으로 좋게 좋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다른 누구를 위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내 마음 편하려 깊고 넓게 생각해 보지 않는 것이다. 제대로 보지 않으려 하는 사람들이 명백한 악이 자랄 수 있는 토양이 된다는 말에 여름밤의 더위도 잊고 몸서리쳤다. 그 먹이사슬 맨 아래가 내가 아니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으니까. 새 와인을 땄으면 옛 와인은 잊으라는 말처럼 새로운 시대를 보는 새로운 눈은 필요하다. 그렇지만 소설의 결론은 깔아놓은 밑밥에 비해 어린아이처럼 소박하고 천진하다. 진보세력을 싸잡아 비난했다는 오욕을 뒤집어쓸 위험을 무릅쓰고, 누구에게나 존재할 수 있는 악에 대한 거시적 물음표에 대한 결말로 맞이한 종교적인 느낌표는 살짝 허무하기까지 하다. "싸움, 자신이 다칠 거 같으면 시작하면 안 돼. 그 사람들을 위해서 억지로라도 기도할 수 있을 때 싸워야 해. 안 그러면 우리는 괴물과 싸우다 괴물이 된 사람들처럼 되는 거야." 2권 p.62, "네 자신을 망치는 싸움을 해서는 안 돼. 더 사랑할 수 없이 증오로 몰아가는 싸움을 해서는 안 돼. 그러다가는 적과 닮아버려요. 비결은 이거야. 미워해서가 아니라 그들에게 훼손당한 그 가치를 더 사랑하기에 싸워야 해. 2권 p.260  그렇게 위안이라도 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희망 없는 세상을 원망해야 하는 것일까. 한이나가 썼던 방법으로 다시 책을 읽어봐야겠다. "사람의 진심을 알고 싶을 때, 그러니까 몸의 느낌과 그 사람 말이 다를 때 이나는 그 기억에서 모든 소리를 소거하기 위해 뮤트(mute) 상태로 상상해놓은 채로 머릿속으로 필름을 한 번 돌린다. 그러면 뜻밖의 진실이 드러나게 되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2권 p.98

어린이 심사위원 100명이 선택한 제5회 스토리킹 수상작 <복제 인간 윤봉구>다. 내가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점은 무엇일까. 형과 똑같이 생긴 봉구처럼 누군가 나와 똑같이 생긴 사람이 있다면, 내 존재는 어떻게 증명해야 할까. '복제 인간'이라는 참신한 소재도 좋았지만, 읽는 내내 '나'라는 존재에 대한 물음표가 생기는 책이었다. 인간은 어떤 이유를 갖고 태어났든 표면적으로는 남자와 여자의 사랑의 결실로 '자연스럽게' 잉태된 것처럼 보인다. 복제 인간 봉구는 뛰어난 과학자였던 어머니의 새로운 지식에 대한 열망이라는 '목적으로' 태어난 아이다. 1권에서 봉구는 스스로 삶에 어떤 목적성을 부여하도 전에 타인의 목적에 의해 만들어진 복제 인간이라는 사실 때문에 괴로워하고 방황한다.

개인의 자아 정체감은 행동이나 사고, 느낌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내가 누구인가를 일관되게 인식하는 것이다. 봉구가 좋아하는 짜장면을 열심히 만드는 것은 그저 형의 유전자가 복사된 '피조물'이 아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행위였다. 그가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모습은 일반 청소년들이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렇게 정체감을 쌓아가던 봉구에게 끊임없이 나타나는 방해꾼은 “나는 네가 복제 인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라는 편지를 보내는 사람들이었다. 다름을 인정받기도 전에 정체감이 거세되어 버릴 것 같은 불안감은 고립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봉구는 아파서 병원에 입원한 형에게서 도망친다. 사랑하는 형이라도 자신의 심장을 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봉구는 자신의 심장을 지키기 위해 수련을 하던 식당 '진짜루'에 숨어들었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지 못한다는 두려움에 비로소 재채기가 아닌 '진짜' 눈물을 흘리게 된다.

1권이 인간의 목적성과 정체성을 중심으로 이야기했다면 2권은 삶의 유한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아 정체감이 어느 정도 수립되었으니 인생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그 생각을 촉발시키는 존재는 1권 마지막에서 봉구의 정체를 알고 있다고 편지를 보낸 새로운 인물, 양서준이었다. 그녀는(그렇다. 여성이다. 여성은 늘 생명의 유한성을 남성보다 일찍 깨닫는다. 아이를 낳고 먹이고 기르며 존재에 민감성을 갖기 때문이다) 간신히 자리 잡은 뽀글 머리 봉구의 자아정체성을 그냥 내버려 두지 않고 지근지근 밟아 튼튼하게 다지는 역할을 한다. (새로운 엄마 역할인가?) 그리고 보통 양보다 수명이 훨씬 짧은 복제 양 돌리를 예를 들며, 복제 인간인 봉구도 일반 사람보다 수명이 짧을 것이라는 그럴듯한 논리로 봉구의 마음을 다시 수렁에 집어넣는다.

서준이는 치매에 걸려 몸이 아픈 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아이들에게 돈을 빌린다. 봉구는 서준이와 함께 서울행을 선택하고 결정하면서 자랑스러운 기분을 느낀다. 서울로 가는 버스는 나이 듦과 죽음을 미리 경험해보는 여행이기도 했다. 현재에 살며 꿈을 갖고 미래를 꿈꾸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훌륭한 사람이 되어 있는 '젊을 때'의 모습이었지 자신들도 나이 들고 죽을 것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지는 못했던 것이다. '진짜루'를 계승하는 것을 그만두고 ‘진짜’ 자신의 일을 찾아 서울로 간 소라의 아버지 덕분에 아이들은 간신히 자신들의 세계로 돌아온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는 삶의 유한성을 깨닫는 것은 슬픈 일이다. 하지만 유한한 삶은 평범했던 삶의 무게와 깊이를 더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는 깨달음을 준다. 다시 자신의 세계로 돌아오는 버스 안, 칠흑같이 어두운 창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며 봉구는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그런데 사장님. 너무 답답해요. 그게 언제일지 몰라서요. 차라리 내일이다, 한 달 뒤다, 열다섯 살까지다. 누가 알려줬으면 좋겠어요. 넌 진짜 인간들보다 오래 살지는 못해, 그런데 언제인지는 몰라. 이건 너무하잖아요?"

"봉구야. 우린 다 죽어. 너뿐 아니다. 나도 죽고, 회장님도 그렇고, 소라도, 엄마도 마찬가지야. 누구도 언제가 끝인지 모른 채 살아가잖아. 나도 내일 교통사고를 당할지도 모르는데. 그럼 그냥 사라질 수도 있는 거다."

'진짜루'에서 춘장의 맛을 지키려 노력하는 회장님이 만들어 내는 짜장면에는 직접 만든 춘장이 들어간다. 1년산, 2년산, 3년산으로 구별된 춘장은 인간이 성숙해 가는 모습과 같다. 천재 과학자라는 화려한 간판에 가려져 있던 봉구 엄마의 지식에 대한 무한한 열망과 호기심은 봉구의 심장소리에 무너졌다. 그녀는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봉구의 심장소리를 듣고 깨닫는다. 그리고 봉구를 키우는데 전념하는 평범한 엄마로 돌아간다. 봉구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며 '복제인간'이라는 특종으로 화려한 복귀를 꿈꾸었던 소라 아빠도 '진짜루'에서 회장님께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던 것을 그만두고 자신이 원하던 기자 일을 하러 서울로 올라간다. 모든 인간이 어른이 되었다고 해서 성숙해지는 것은 아니다. 유한한 삶 속에서 스스로 찾아야 할 일이 무엇이며,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지는 오롯이 개인의 선택에 달려있는 것이다.

봉구의 버킷리스트는 어떻게 되었을까. 봉구는 4번을 제외한 모든 항목을 이룬다. 예상했겠지만 서준이는 봉구에게 인생의 유한함만 가르쳐주려 나타난 존재는 아니었다는 것을 살짝 보여주며 2권은 끝난다. 1권부터 등장한 소라에게는 미안하지만 인생이란 원래 그렇다. 먼저 시작했다고 먼저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미움이 사랑으로 바뀌기도 하는, 모두에게 공평하지도 않고 일반적인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이 인생이다. 엄마의 그림자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순간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되는 순간부터다. 3권이 나온다면 ‘복제인간 사랑 쟁탈전’이 아닐까. 인생의 단맛 쓴맛을 알게 되는 봉구의 달콤 쌉싸름한 첫사랑 이야기도 출간되기를 기대해 본다.

<복제 인간 윤봉구>는 아동기에서 청소년기로 넘어가는 아이들이 한 번쯤 고민해 봤을만한 정체성과 삶의 유한성 문제를 복제인간 봉구를 통해 생각해 보게 한다. 인간이 언젠가 죽는다는 것은 모두에게 주어진 공통된 운명이다. 하지만 모두에게 주어진 시간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하고 살아갈지는 모두 다르다. 복제 인간이었던 봉구가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듯 모든 아이들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탐구와 의문을 멈추지 않기를 바란다. 문득 아이들에게 '나는 네가 00임을 알고 있다'라는 편지를 보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에 호기심을 더해 주고 힘을 주며 위로해주는 역할에 엄마만 한 사람은 없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