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프레이리의 『페다고지』를 읽고 그의 교육사상이 우리나라의 학교교육에 시사하는 바에 대해 생각해보려면, 생각의 가장 첫 단계는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이 어떠한지 파악하는 일일 것이다.
이제 갓 교육대학 1학년에 입학한 나로서는 교육현장에서 교육자의 입장보다 피교육자의 입장으로 보낸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다. 때문에 지난 시간 학교에서 보낸 시간들을 자연스럽게 회상하게 되었다. 초등학교를 시작으로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학생으로서 내가 제일 많이 한 행동은 ‘듣는’ 일이었다. 물론 말하는 사람은 선생님이었다. 학교에서 감수한 교과서에 실린 내용을 토대로 선생님께서 수업내용을 구성해오시면 나는 그것을 주로 ‘말’이라는 수단을 통해 전달받았다. 간혹 음악이나 몸짓이나 그림, 도구들을 통해 표현을 시도하시는 분들도 많았지만 그런 경우는 잘 기억에 나지도 않을 정도로 적었다. 교과서의 내용이나 선생님의 말씀에 비판적인 생각이 들거나 반감이 들어 반론을 제시해본 기억은 별로 없다. 그보다는 수업 내용을 듣고 받아 적으면서 나 나름대로의 체계를 세워 스스로 내면화시키는 것에 중점을 두었었다.
프레이리의 의견에 따르면 이제껏 내가 경험한 교육은 억압자가 피억압자로부터 받은 일종의 억압이라 표현할 수도 있겠다. 물론 상당수의 선생님들은 당신들이 행하는 교육이 그런 억압적인 구조를 더욱 공고히 하는 일이라는 생각은 아마 진지하게 하지는 않으셨을 것이다. 나 역시 프레이리의 글을 읽기 전에는 내가 받았던 교육이 창조적인 생각과 대화를 억제하는 것이었다고 진지하게 생각해 본적이 없다. 다행스럽게도 이 책을 읽었기에 훗날 내가 교단에 섰을 때 내가 지향하는 교육이 은행예금식 교육인지 대화를 수반하는 문제제기식 교육인지 정도는 구분할 수 있을 듯 하다. 소중한 소득이다.
교육의 목표는 궁극적으로 무엇일까? 만일 그 답이 나 자신과 세계에 대한 올바른 이해, 그리고 창조적으로 발전적으로 상황을 변화시킬 힘을 쌓는 일이라고 한다면 프레이리의 문제제기식 교육과 대화식교육은 교육의 중요한 방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이 실지로 행해지기 위해서는 물론 제도적인 장치도 필요하지만 가장 근본적으로는 교사 한사람 한사람이 변해야 한다. 교육은 교사가 학생에게 일방적으로 행하는 것이라는 사고에서 교육은 교사와 학생이 팀을 이루어 서로 배우고 가르치는 일이라는 개념으로 전환해야 한다. 현실은 고정 불변한 것이 아니고 얼마든지 변할 수 있으며 그 주체는 의식이 깨어있는 한명 한명 이라는 신념도 함께 쌓아야 한다. 아이들이 입을 열수 있도록 대화를 시도해야 하고 함께 이야기하고 생각하는 가운데 창조적인 생각과 행동이 어떠한 제재도 받지 않고 발현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 가운데 아이들과 교사 모두 스스로와 세상에 대해 바로 보고 비젼을 제시할 수 있는 안목과 통찰력, 그리고 힘있게 행동하는 결단력을 키워간다면 앞에 말한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과 맥을 같이 할 수 있을 것이다.
교육정책을 만드는 이들도, 행정을 하는 이들도 그 대다수는 결국 우리네 교사들의 범주를 떠나지 않는 이들이다. 깨어있는 교사 한 사람으로 인해 학생들과 교실이 새로워지고, 학교가 새로워지면 마침내 우리나라의 교육도 새로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