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연습...

책은 실제 작가이자 한 여자로써의 삶을 살아온 저자가

사랑하는 남자, 헨릭이 뇌종양 판정을 받으면서 함께 병마와 싸워나가고 결국 그를 떠나 보내는 동안까지의

많은 시간을 기록하고 있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아픈모습을 바로 곁에서 보고, 그 고통을 함께 느끼고, 희망을 찾으려 노력하고, 포기를 잊게하고,

그의 식사를 돕고, 목욕을 돕고, 걷는 것을 돕고, 이야기를 하고, 가장 원초적인 본능도 돕고...

그렇게 저자는 그의 병마와 함께 싸워나간다.

병마로 인해 점점 자신이 알던 헨릭이 아닌 다른 사람으로 변하는 시간이 많아지는 헨릭.

그를 지켜보는 그녀...

죽어가는 사람도 살아갈 사람도 그곳에는 어느 하나 마음 편한 사람은 없었다.

죽음이란 우리 모두가 어김없이 언젠가는 가야하는 길이지만 언제 어떤 때인지, 누구와 함께 일때인지...

조금은 차이가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그에 따라 죽음을 맞아야하는 헨릭과 저자 아가타의 마음은 더 괴롭지 않았을 까 예상해 보았다.

과연 나라면 저자처럼 이런 상황에 저런 대처가 가능했을까.. 그녀의 마음에 존경의 마음이 들기도 했다.

제목에서 처럼 상실이 연습한다고 되는 것일까?

이별과 상실에 관한 더욱이 그것이 사랑하는 이에 관한 그것이라면 더더욱이 그 감정이 익숙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어쩌면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하루 일상을 소중한 시간, 소중한 사람과 함께 아낌없이 보내야 하지 않을까.

나는 가끔 어떤 힘든일 앞에서 도망치고 싶을 때 '아..살기싫다'라는 철없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물론 그것은 진심이 아니지만, 진심이 아니더라도 그런말은 해서 안될 말이라는 반성을 다시한번 한다.

사실 책은 폴란드와 유태인, 사회주의에 관한 언급과 문학적인 이야기가 잦아 읽으면서 내감정의 요동이

뚝뚝 흐름이 끊기기는 했지만, 어찌됐건 인간으로써 그녀의 아픈마음과 그의 힘든 투병이 가슴아팠다.

책의 제목에서 느낀 그저 사랑하는 사람의 이별이나 상실에 위로를 받고 싶어서 선택하기에는

그 기대가 조금 광범위 했던 것 같다.

대신, 사랑하는 사람과 살아가는 오늘의 소중함을 일깨우기엔 충분한 책이었다.  

 

 

 

책과 작가에 대해 극찬한 한 리뷰를 읽고 그 기분에 휩쓸려 덩달아 집어 읽게 된 책..

책은 제목으로 하여금 딱 예상가능한.. 그만큼의 이야기만 들려주었다.

그래서 그 리뷰처럼 호평을 하기엔 난 조금 실망. 누구든 다르게 느낄 수 있는거니깐...

소설은 주인공 영주와 그의 어린엄마(?) 선영 그리고, 영주의 딸 닻별이. 이렇게 삼대간에 걸친 모녀를 이야기 한다.

아주 어린 때 누군지도 모르는 남자에게 강간을 당하면서 영주를 가지게 된 동시에,

큰 충격에 정신질환을 안고 살아가는 선영과

주변의 보는 눈과 여러 상황으로 그런 엄마 선영을 언니인줄만 알며 살아가다 우연히 선영이 언니가 아닌

자신을 낳은 엄마라는 것을 알고, 또 동시에 엄마에 대한 그리고 가족들에 대한 미움을 안고 살아가는 영주.

그리고 가족을 떠나 엄마를 병원에 버려둔 채 안정된 가정을 희망하며 꾸린 영주의 새 가정.. 남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천재라서 힘든 아이 닻별이....그녀들의 이야기를..

주인공 영주는 자신이 그토록 싫어한 남편의 행동속에서, 엄마의 행동속에서, 딸의 행동속에서

결국 그게 자기 자신의 모습임을 겹쳐 본다. 그런 장면들을 그려 보며 나역시도 엄마에게 그리고 누군가에게

그런 모습들을 보이고 있는데.. 라는 생각이 들어 많이 뜨끔했다.

부분부분 감정이입이 되어 마음 아프기는 했지만

예상외로 책은 내 눈물을 쏙 빼놓지는 못했다..(펑펑 울길 은근 기대했는데*.*)

내가 감정이 무디냐 하면 그건 아닌데 책을 읽으면서 뭔가 약간 꼬여있는 나를 발견했다.

전혀 다른 책이라 비교거리는 안되지만, 바로 전에 읽은 책'고래'는 때론 말도 안되는 이야기들을 구구절절 썼음에도

그 흐름이 너무 자연스러워 내 마음을 동하게 했었는데

이 책'바보엄마'는 부연설명이 자연스럽지 못하고 어쩐지 끼워 맞춘 느낌이 들었다.

드라마를 보다보면 한정된 인물들로 극을 끌어가야 하다보니 거기서 거기 다들 아는 사람 이런식인데 딱 그 느낌이었다랄까/

영주의 맹목적인 사랑에 질려 그 사랑을 믿지 못하는, 마음의 상처를 가진 반항적인 천재 딸 닻별이가

이모로 만나게 되는 선영과는 쉬이 가까워지는데 그 과정이 없어 '그저 핏줄이 땡기는 건가?'하며 약간 이해하기 불편했고

닻별이라는 이름도 천문학자를 꿈꾸는 선영이 카시오페아의 깊은 뜻을 담아 지는 이름으로 소설속에서는 의미가 있는 부분이었으나

그 역시 끼워 맞추기라는 느낌을 받으면서 발음또한 어려워 읽는 동안 약간 거슬렸었다.

결말 역시도 영주는 심부전증에 걸려 시한부 선고를 받고, 결국 선영이 죽고 그 심장을 받은 영주가 살아갈 수 있게 되는 점마저도..

몇시간만에 읽어 버릴 만큼 흥미도가 없던 것도 아니었는데 내가 왜 그리 호락호락 하지 못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마음이 좀 그랬다..

사람은 자신이 처하지 못한 것에 대해 완벽히 이해 할 수 없는데 그 때문이었을까..흠

그럼에도 글의 끝으로 가서 내가 슬펐던 부분은 끝끝내 엄마에게 따뜻한 말 한번 제대로 못 건넨 영주가 가여워서 /

끝까지 딸 바보로 살다 죽은 엄마 선영이 가여워서 였다.

책은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졌다고 한다. 정말 드라마 보다도 더 드라마 같은 이야기이다.

책으로는 시큰둥한 반응인 나였긴 하지만, 실제의 닻별과 영주.. 그들의 앞날에는 선영이 못한 꿈을 다 이룰만큼의

행복만 가득하기.. 영주가 그토록 빌었던 신이 그들 옆을 지켜주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천명관의 [고래]........................

이 소설은 특별하다!

이러니 책읽는 일은 자꾸 즐거워 질 수 밖에!

기발한 발상과 작가의 화법, 그 탁월한 입심에 든다든다, 빠져들고 빨려든다!

지금까지 내가 읽은 책 중에 나를 가장 몰입하게 만든 뛰어난 흡입력이란!

게다가 책은 재미가 있기까지 하다.

어처구니 없고, 어이도 없고, 말도 안된다 싶은 이야기들이 뒤섞여 있음에도

이야기는 전혀 거부감이나 어색함을 주지 않는다. 

그런 판타지적인 요소들이 오히려 이야기의 흐름에 스며들어 왠지 더 자연스러운 느낌마저 들게 한다. 

그랬다. 내가 구체적인 것 까지 모르긴 모르나, 소설에는 여러 장르가 있음을 안다. 허나 이 [고래]는

어느 하나의 장르에 국한 된 이야기가 아니다.

공간이나 인물의 비현실성은 판타지소설에서의 그것.

작가의 서술법 내지 화법은 마치 전통설화나 신파극을 보는 듯한 느낌을 충만히 준다.

책 초반부에서 화자는 "독자여러분은 그저 믿고 싶은것만 믿으면 된다"고 한다.

이것은 책속의 비현실적인 부분에 대한 독자들의 의아함을 우려한 문장이지만, 되려 이 문장 덕에

나는 마음놓고 책속의 이야기를 믿고 글을 따라 갈 수 있었다.

때문에 책은 내가 눈으로 읽어나가는 기분보다는 누군가에의해 귀로 이야기를 전해듣는 기분을 들게끔 했다.

중심인 노파와 금복과 춘희라는 세 여인의 삶을 그리는 과정에서 수많은 주변사람과 심지어 동물에까지도

세세한 서술이 따르는데 그렇게 긴 부연설명에서도 지루함은 커녕 그것이 너무도 유연하고 자연스럽다.

작가님의 친절함에 감동스러울 뿐입죠 ㅎ

책속 화자는 어떠한 사건의 경위나 작게는 누군가가 그 이름으로 불리게 된 이유마저 의문이 날라치면

잽싸게 그 답을 들려주는데 간지러움을 긁어 주는 그 배려는 정말이지 속 시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책 속에 숨은 묘미라 치면, 어떤 일이 생긴 뒤에 마무리 처럼 나오는 "그것은 000의 법칙이다."라는 문장.

나중에는 또 어떤 법칙이라 말할까 호기심이 들어 기다리게 된 문장이었다.

책속에는 자주 언젠가 어떤 사건에 휘말린다, 언젠가 버드나무 아래에서 죽을 것이다, 언젠가 작살에 꽂혀 죽는, 식으로

후에 일어날 불행한 사건에 대한 복선을 대놓고 이야기 해 주는데 이 점에서도 스스로도 의아한게,

대놓고 알려줌에도 그 흥미도는 오히려 더 높아지는 아이러니함을 이 책은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아주 간단하게 소설은 한 노파와, 당대 보기 드물게 미색에 진취적인 여성 금복(후에 남자가 되는 희한한..)과

금복의 벙어리 딸 춘희(벙어리라고만 표현하기에 그녀도 보통인물은 아닌..)의 세 여인의 삶과 죽음을 그린 책이다.

이 간단한 줄거리는 책속에서 결코 간단하지 않다.

허구에 불과한 이야기 같은 내용 속에 선과 악, 인간의 욕망, 희망, 미움, 사랑.. 모든 감정들이 묻어있다.

꼭 많은 사람들이 읽어보길 권하고 싶은 책이다.

나는 [고래]를 통해 많이 웃었고, 많이 울었고, 많이 가슴아팠고, 또 많이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