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이 너무나도 좋은 밥차 아주머니. 그리고 1박2일에서 멤버들이 밥을 먹기 위해 사투를 벌이다가 결국 승자만이 밥차로 가서 밥과 반찬을 식판에 담을 때의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다. 난 그걸 볼 때마다 멤버들이 엄청난 양을 꾹꾹 눌러 담는 모습보다도 아주 맛깔스러운 음식들을 나도 먹고 싶다는 생각과 참 맛이 있게 잘 만들었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보기만 하는 거지만 겉으로 보이는 것도 음식에서는 참 중요하다고 생각이 든다. 그리고 볼 때 맛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음식을 먹었을 때 맛이 없었던 기억은 없는거 같다. 오히려 맛이 없게 생겼는데 맛이 있는 경우는 어쩌다가 한번 있지만 말이다. 그래서 나도 아주 먹고 싶다는 생각이 엄청 들며 1박2일을 봤었고, 그 당시엔 아가씨라서 음식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안들었지만 그사이 난 아줌마가 되어 하루하루 오늘은 저녁에 어떤 반찬을 할지, 장은 뭘 봐와야할지를 생각하는 사람으로 바뀌어있는 시점에서 만난 밥차 아줌마의 책. 부엌에서 읽는 요리책이다.

 

이 책의 장점들은 우선 초보아줌마나 싱글족들도 보고 쉽게 따라 할 수 있게 밥숟가락이나 티스푼, 1컵 등으로 계량 스푼 없이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게 되어있다. 나도 요리를 요즘 많이 해보면서 느끼는 거지만 그램 단위로 나와있거나 그러면 사실 화가 나기도 하고 덮어버리도 한다. 요리를 하면서 일일이 무게를 측정한다는 건 무리가 따르기도 하고 우선 요리할 맛이 안난다. 근데 이 책은 누구라도, 계량기구들이 없이 편히 따라할 수 있게 되어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밥차 아줌마의 비법들이 나와 있다는 것이다. 음식을 몇 번만 해본 사람이라도 요리라는 것이 아주 작은 거 하나의 차이만으로도 맛이 극과 극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 것이다. 다 한 거 같은데, 다 넣을 거 넣고, 흉내를 다 냈는데도 뭔가 맛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던지, 이건 조금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 이와 마찬가지로 약간의 차이로 완전 맛이 있네, 식당 차려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맛이 있게 될 때도 있다. 이것처럼 한두가지의 팁 만으로도 우리가족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는 내용들로 가득 찬 책이다.

 

마지막으로 큰 장점은 바로 책의 재질이다. 종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난 처음 요리로 아기 이유식을 만들었다. 그전에 아가 없을땐 일을 하니까 거의 저녁도 사먹고, 아침은 대충 빵으로 때우고 그래서 요리라는 걸 해본 적이 없이 살다가, 아가가 태어나니 아가 먹을꺼는 내가 만들어줘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아는 게 전혀 없는 엄마인지라 이유식 만드는 책을 구입했었다. 그러나 초보요리사인 나한텐 종이로 된 책은 유지하기가 힘들었다. 식탁이나 싱크대는 요리를 하다보면 물기가 있기 마련. 이유식 책은 크기도 엄청 크고 얇아서 물이 닿으면 금방 찢어지고 힘들었다. 그러나 이 책은 요리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어쩜 반영을 이렇게 잘했을까 싶을 정도로 작고, 얇고 스프링으로 되어있어서 넘겨 보기도 접고 보기도 편하고, 무엇보다도 물에 강한 재질이라 요리하면서 물 묻은 손으로 보기에도 좋고, 물기 있는 식탁이나 싱크대에 올려두고 봤다 물기만 쓱 닦으면 돼서 얼마나 편리한지 모른다. 오늘 저녁에, 이번 주말엔 우리가족에게 뭘 해줄까 하고 이 책을 펼쳐보며 생각하고 있다.

 

마음 속에서 뭔가 변화가 막 생기려고 한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우선 차가운 내 마음에 따뜻한 기운을 불어넣어주고, 지루하달까 너무나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내 인생에 소중함을 알려주는 책. 그리고 나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깨소금 같지는 않는 그냥저냥 오래된 부부같은 내 부부사이에 소중함이랄까 중요함을 알려주는 책이었다.

역시 처음 이 책을 선택할 때 했던 기대만큼, 아니 그 이상의 것을 나에게 안겨준 책이다.

난 항상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고르는데 요즘은 정말 다 읽고 나서 내가 왜 읽었지란 생각과 아쉽다는 생각을 주는 책들이 많은데 이 책은 정말 내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책이라 잘 읽었다는 생각과 내 얼굴에 미소를 안겨주는 책이었다.

15년 동안 산 부부의 이야기, 그 중 부인이 병에 걸려 죽게 되고, 그 부인의 유언에 따라서, 그 부인이 남편에게 죽으면서 준 선물을 받으면서 이루어지는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곳에서 나오는 다양한 사연을 가진 인물들. 어쩜 다들 안타까운 사연들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 인생이라는 게 다 그렇지 않을까 싶다. 뭔가 한두가지씩은 종류는 다를지라도 안타까운 사연이나 안 좋은 사연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이 책은 소설이라 약간 더 부정적이거나 안 좋은 사연들이었지만 현실 속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 인거 같다. 그런 상황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해준다. 등장인물들의 더 안좋은 사연들을 통해서 말이다.

다들 안타까운 사연들을 가지고 다양한 인생을 살아가는 등장인물들, 그렇지만 그 인물들에겐 따뜻하고 긍정적인 마음들이 다 숨어 있었고, 그걸 주인공 부부가 숨어있는 부분들을 다 더 부곽 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거 같다. 읽는 사람들에게도 그런 영향을 주는 게 보이는 거 같다. 특히 요코. 암에 걸려 죽지만, 마지막까지도, 그리고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과 읽는 사람에게까지 요코의 말과 생각, 마음들이 전해진다.

저자가 이 소설을 쓰기 위해 주인공의 여정대로 직접 다녀보고 풍경이나 다양한 정보를 수집했다는 이야기를 마지막에 보면서 역자가 생각한 것처럼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거까지는 안하더라도 일본의 바닷가를 다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큰 도시만 다녀봐서 요코의 고향 같은 일본의 조용한 바닷가는 어떤 느낌일지 보고 싶다. 웬지 요코의 긍정적인 말들이 떠오를 거 같다. “과거와 타인은 바꿀 수 없어도 미래와 나는 바꿀 수 있어요” 이말.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며 생활하면 좋을거 같다. 나 또한 말이다.

신선한 여행서. 그동안 나름 많은 여행서를 읽었다고 생각하는 나인데 이 책은 그동안 읽었던 책들과는 많은 차이점을 느꼈달까, 전혀 다르다고 느낀 책이다. 어쩜 남자가 쓴 여행서이기 때문일까를 생각해봤으나, 최근에 남자들이 쓴 여행서를 꽤 읽은거 같은데 왜 이 책은 다를까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건 남자의 솔직한 모습이나 생각을 많은 부분에 담아서 그랬던 거 같다. 다른 일반적인 여행서들을 보면 여자가 쓰든, 남자가 쓰든 여행한 곳의 유적이나 건물, 그곳의 역사나 머 등등 일반적인 누구나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들과 이야기들로 가득 채워져 있어서 특별히 여자작가다, 남자작가라는 느낌을 받지 않고 그냥 여행을 하며 쓴 이야기구나라고 받아들여졌던 거 같다. 그러나 이 책은 남자들이 보면 왜 이렇게 솔직하게 썼어? 라고 말할거 같은 책이다. 물론 난 여자라서 솔직히 정말 남자들이 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여행을 가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미 난 아줌마라서 미혼의 남자들한테 물어보기도 어렵고 물어보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진실을, 일반적인 이야기를 알고 싶지 않기도 하다.

나도 이 저자처럼 여행을 가면 시장이나 서점을 꼭 들리는 편이긴한데 엄청나게 크고 멋진 서점에서 우리나라 책이 단 한권도 없다는 점에 나 또한 놀라웠고, 안타까웠다. 그정도로 밖에 우리나라 비중이 없는 것인지. 우리도 사실 남미는 아무래도 다른 여행지보다 어렵고 멀게 느껴지는 곳이긴 하지만 그래도 한권도 없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미술에 대한 무지랄까, 솔직한 저자의 이야기가 나한텐 좋았다. 나 또한 미술에 대해서 아는게 없는데 꼭 프랑스를 가면 루브르를 가야하는 건지 생각이 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내가 아무것도 봐도 느끼는거나 생각이 없는데 그곳을 가야하나? 그리고 여행서들을 보면 다 유명작가나 그림들에 대해서 거창하게 나와 있는데 정말 그 사람들은 그걸 다 느끼고 알아서 쓴 것인지, 갔다 와서 많은 자료들을 보고 첨가해서 쓴 것인지 궁금했는데, 이 저자의 솔직한 모습에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다.

여러 가지 면에서 인간적으로, 남자로서 솔직한 이야기가 엄청나게 많은 책이다. 어찌 보면 여자 입장에서는 조금 불편한 느낌이 들 수도 있고, 사진도 사실 요즘 다른 책들에 비하면 화질도 떨어져서 조금 불편하기도 했지만 남자들이 보면 축구이야기도 많고 여자들에 대한 솔직한 저자의 이야기가 더 친근하고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책인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