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로 제작이 되어 현재 방영이 되고 있는 제중원

드라마는 연출하는 PD의 역량에 따라 재미와 긴장감을 더하기도 하지만 드라마를 별로 안보는 나로서는 작가의 본래 의도를 따라 가보는 걸 더 즐긴다. 드라마가 재미있단 말을 듣고 얼른 제중원이라는 책을 찾아 읽어보게 되었다.

작가 이기원은 조선 최초의 근대식 병원인 제중원을 조사하면서 우리나라 최초의 의사 면허를 받은 일곱 중 하나가 ‘백정의 아들’이라는 사실에 주체할 수 없는 호기심과 왠지 모를 뜨거운 사연이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나 역시 이 묘한 사실로부터 이 책으로 이끌려 제 1권을 집어 들게 되었다.

인간이 태어나면서 자신의 선택이 아닌 운명에 의해 신분이 주어지던 그때.

백정의 아들로 태어난 주인공 소근개가 조선 최초의 양의사가 되기까지의 파란만장한 이야기 펼쳐진다. 돈이 없어 병든 어머니를 잃게 된 주인공이 몇 번의 죽을 고비 끝에 자신이 원하는 양의사가 된다는 기본적인 이야기 속에 조금은 과장된 내용도 있지만 이야기의 바탕은 사실이기에 나도 모르게 빠져들게 되면서 2권까지 읽게 되었다.

주인공 소근개는 백정이란 신분을 감추기 위해 황정이라는 이름으로 남을 속여 제중원에 들어가 양의사가 되고, 의술과 인술 사이에서 고뇌하는 조선 판 의학 소설의 주인공 황정의 내면이 로맨스와 함께 세심하게 그려져 있다. 나와 우리 아들은 조금만 아파도 병원을 찾아 의사와 상담을 받고 와야 안심이 되곤 한다. 꼭 약을 처방 받기 위해 병원을 찾기 보다는 마음의 위로와 안정을 찾고 싶어서 일 텐데.... 이산 정조 대왕에서 느껴지던 사람에 대한 사랑과 감동이 다시 한 번 황정의 모습에서 느껴진다.

비록 백정이라는 신분 때문에 밝은 빛 보단 어둠이 많았지만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일에 대해 끝까지 열정을 갖고 살았기에 지금의 자리에 있는 황정의 모습에 이 책을 끝까지 읽게 되었다. 드라마로 제작되어 방영되기 전에 조금이라도 먼저 이 책을 알게 되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아직 끝나지 않는 드라마보다 내가 먼저 황정을 알고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괜히 좋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