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란 말은 우리와 거리가 먼 단어입니다. 그러나 불과 약 5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는 전쟁이 낳은 황폐한 잿더미였습니다. 잿더미가 어떤 상태인지는 잘 모르지만 아마 캠프파이어가 끝난 뒤의 공터에, 모래 위에 단지 시커먼 재만 휑뎅그렁하니 있는 것처럼 되었다는 말인가 봅니다.
전쟁이 온 나라를 초토화시킨다는 것은 길 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물어봐도 아는 상식입니다. 그런 뻔한 결과를 잘 아는 어른들은 무슨 생각으로 전쟁을 일으킨 것일까요.
이 책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첫 번째도 전쟁이요 두 번째도 전쟁입니다. 1차 세계대전, 포에니 전쟁, 베트남 전쟁, 한국전쟁, 태평양 전쟁, 그 밖에도 수많은 크고 작은 전쟁들이 책의 대부분을 버젓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다르다고 차별해선 안 된다고들 합니다. 그런데 백인은 쾌적한 환경에서 일하고 흑인은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것이 참 이상합니다. 일방적으로 자기의 주장만 해서는 안 된다고들 합니다. 그런데 타당한 이유 없이 전쟁을 일으킨 강대국이 ‘우리나라는 무조건 옳고 다른 나라는 무조건 틀리다’고 내린 유치한 판결이 참 우습습니다.
일본은 질 것이 뻔함에도 불구하고 태평양전쟁을 일으켰습니다. 에이, 될 대로 되라 하는 심보가 무책임합니다. 일본이 전쟁에서 발을 빼지 않은 이유는 국민들에게, 여태까지 승리만 한 것이 아니라 지기도 했습니다, 하고 인정하기 싫었기 때문입니다. 전쟁에서 이기면 전쟁을 벌인 명분이 옳게 되는 거다, 라고 해서 우격다짐으로 일으켰던 전쟁인데, 우리가 옳지 않았습니다, 라고 하면 국민들의 반발도 뻔하고 자기의 관직을 지킬 수 없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사람이 자기의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은 참으로 힘듭니다. 그러나 그 나라의 거물급 인사인 장교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높은 사람들일수록 자기의 실책을 시인해서 타의 모범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요즘의 고위급 간부들께서는 이 말을 반대로 실천하고 계시니, 정말 어이가 없습니다.
전쟁은 중독된다고 합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포에니 전쟁에서 적국 카르타고를 완전히 불태워 버린 이유는 로마에 지배당한 나라의 동맹국들이 계속해서 전쟁을 일으키고, 힘으로 복종하게 만든 나라들이 우후죽순처럼 들고일어났기 때문에, 카르타고도 다시 부활할까 봐 지도상에서, 지구상에서 아예 철저하게 없애 버린 것입니다.
전쟁은 일어나게 되면 한 쪽이 패배를 시인하거나 물러가기 전까지는 쉽사리 끝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패배당한 쪽도 이를 갈며 복수의 칼날을 세우기 마련입니다. 그렇게 되면 전쟁은 기필코 다시 일어나고 맙니다. 칼보다 평화입니다. 남이 가진 것보다 더 강력한 무기로 지키는 평화가 아니라, 얌전히 앉아서 전쟁이 비껴가기만을 기대하는 평화가 아니라, 대화하고 타협해서 ‘만드는’평화 말입니다.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다고 하면 생존자는 거의 제로가 될 것입니다. 그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전쟁을 아예 벌이지 말아야 합니다. 하지만 전쟁을 벌이지 않는 방법은 참 어렵습니다. 두 사람만 해도 바라는 것이 같지 않듯이 200개가 넘는 전 세계의 나라들이 원하는 바도 모두 다릅니다. 그러나 그 많은 나라들의 욕구를 채워주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타협에서 결정된 사항이 자국의 뜻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전쟁을 일으키는 무모한 일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잠깐의 화를 참지 못해 큰 불행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금 기분에 거슬린다고 전쟁을 일으켜서 이 세상의 많은 무고한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일만은 참아야 합니다.
독립선서를 하고 인권선서를 지키듯이 우리가 꼭 약속해야 할 또 하나의 선서가 있습니다. 앞으로는 무슨 일이 있어도 평화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겠다는 선서. 어느 누구도 평화를 먼저 깨지 않겠다는 선서. 바로 평화선서입니다.
평화는 우리가 거름을 주고 사랑해 주지 않으면 병드는 올리브나무와 같습니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우리의 올리브나무를 보살펴 주어야 합니다. 올리브나무가 잘 자라느냐, 병드느냐는 우리 손에 달려 있습니다. 올리브나무를 가꾸는 일에 동참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올리브나무에 불을 지르시겠습니까?
고척중학교 1학년 5반 양윤정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