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저금통의 유래를 알려줄께. 미국 캔자스 주의 작은 마을에 윌버라는 아이에게 어느 날 뜻밖의 용돈이 생겼어. 윌버는 그 돈을 한센병 환자(이건 따로 설명해줄께. 그냥 아픈 사람들이라고 알아들으면 돼요.) 들을 돕는데 쓰기도 결심을 하고 그 돈으로 새끼 돼지를 샀어. (뜻밖의 용돈이 많았는가봐ㅎ). 윌버는 새끼 돼지를 잘 키워서 다음해에 팔아서 생긴 돈으로 (이것이 바로 재테크!) 한센병 환자들을 도와줬어. 그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돼지저금통을 만들어서 이웃돕기에 동참하기 시작한거야. 엄마도 몰랐던 사실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네. 우리 예지가 나중에 물어보면 떳떳하게 답해줄 수 있겠다. (예지 낳고 확 떨어진 엄마의 기억력을 함 믿어보자꾸나ㅎㅎㅎ)

이 책은 사실 달력이 탐났는데 막상 집에 탁상달력이 많아서 방치되고 있어. 책도 다 읽었고 하니 엄마의 기억력도 유지할 겸 내일부터 예지한테 보여주고 말 걸어줄께요. 그림도 보여주고 설명도 해주려면 엄마가 알아야 할 것 같아서 읽기 시작했는데, 많은 작품이 실렸지만 금방 읽어지네. 하루종일 예지랑 놀면서도 아까 예지 낮잠잘 때 다 읽었거든.

아는 화가의 모르는 작품도 많고 특이한 설치미술(아마도 현대미술 쪽이겠지,,,)이 있어서 아빠한테도 소개시켜줘야할  책인 것 같아. 이일호의 [F.R.P.]를 보여주니까 바로 관심을 보이시네. 형광등으로 연결된 두 연인. 이런 작품은 설명없어도 알 수 있겠다, 어때?

이 책은 2권으로 완성될 예정인가봐. ’1년 365일 하루에 한 작품과 함께 생각하기’가 책의 컨셉인 듯. 엄마가 읽은 것은 6월까지 나와 있는 1권이고, 2권은 아직 준비중인가봐.

구성은 왼쪽에는 그림, 오른쪽에는 그림에 대한 해설+저자의 조언. 간단해. 이 많은 작품을 골라서 유기적으로 연결한 기획력이 정말 놀라울 정도야. 계절에 맞는 그림을 추리고 (특별한 날은 또 별도로 관리) 그네가 배경으로 나오면 그네가 나오는 다른 작품으로 또 연결이 돼. 그렇게 얇지 않은 책을 뚝딱하고 읽은 것도 그런 이유인가봐.

몇가지 작품에서는 엄마가 최근에 읽은 <그림에, 마음을 놓다>와 다른 해석을 했어. 로렌스 알마 타데마의 [엘라가발루스의 장미]라는 작품이 있어. 화면을 가득 매운 장미 꽃잎 사이로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는 작품이야. 이주은씨는 로마의 퇴폐적 쾌락추구라고 했는데, 이 책에서는 꽃으로 사람을 질식시켜죽이는 거라고 하네. 꽃잎 아래 사람들의 표정을 유심히 봤는데 먼저 읽은 탓인지 이주은씨 의견을 따르고 싶어. 하지만 정답은 없지. 화가가 아닌 이상 모르는 거야. 엄마는 나중에 예지한테 소개할 때 그냥 보여주기만 할꺼야. 익숙하도록. 그래서 한번이라도 더 눈이 가도록. 어쩌면 우리 예지는 엄마가그랬던 것처럼 꽃잎 속의 사람들을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겠고, 아주 특이한 발상을 할 수도 있겠지.

아빠랑 엄마가 좋다고 합의를 본 것은 밀레의 [첫 걸음마]. 걷기 시작하는 딸을 엄마가 뒤에서 받치고 있고, 아빠가 약간 떨어져서 팔을 벌리고 있는 작품이야. 예지가 걸을 것을 생각하니까 그냥 미소가 지어지는구나. 아직 뒤집기도 못하는 예지인데 엄마가 좀 빠르지? ㅎㅎ 이 작품은 해석도 맘에 들어.

아빠와 아기 사이에는 빈 공간이 놓여 있습니다. 한없이 가까우면서 먼 이 공간은 부모와 자식 사이에 필요한 거리입니다. 아기가 홀로 걸을 수 있을 만큼의 거리, 하지만 자식이 넘어지면 한달음에 달려가 일으켜 세울 수 있을 만큼의 거리, 바로 사랑의 공간이지요(0105) 

욕심내지 않고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지 않고 그렇게 지켜줄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