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간 몽골에서 생활을 하면서 저자의 늑대에 대한 모든것이 고스란히 책에 담겨있어 소설보다는 오히려 늑대에 관한 보고서 같은 느낌도 든다. 빌게노인에게서 몽골인들이 올론초원에서 늑대와 사람이 서로 공존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늑대에 대해서 알아가는 시간동안 나 역시도 천전과 같이 늑대에 대해서 함께 느끼며 배웠다.
올론초원에서 양을 기르며 살아가는 유목민들은 늑대의 습격에 대비해 늘 게르에서 순번을 정해 야간침번을 서야 하고 말을 다루어야 하며 늑대와의 싸움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그러면서도 그들은 늑대를 동경한다.그것은 몽골초원에서 사람도 늑대의 도움없이 살아가기 힘들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죽은뒤에 죽은자의 영혼을 신 탱그리에게로 늑대가 데려다 준다고 믿고있기 때문이다.
늑대가 배고픔을 달래려고 높은 담을 넘기 위해서 서로의 등을 밟고서 담장을 넘어 양을 먹고서 다시 나오는 방법등은 상당히 놀라웠으며 무엇보다도 가장 충격을 받았던 장면은 드넓은 초원에서 가젤을 잡기 위해서 오랜동안 기다려 가젤이 풀을 많이 뜯어 먹고 배불러서 움직이기도 힘들며 오줌도 누지 못해 뛰기에 가장 나쁜 환경에 도달했을 때 공격하며 그 시간동안 가만이 엎드려 기다리는 인내심 또한 그들이 일정한 형태로 갖춰 달리며 가젤을 호수로 몰아 유인하는 방식은 가히 놀라움 그 자체였다.
늑대가 가젤을 잡는 동안,천전이 어린늑대를 잡기 위해서 언덕뒤에 숨었을 때 새끼를 지키기 위한 어미늑대의 계략,새끼들을 잃고서 어마어마한 량의 늑대들이 말들을 유인하며 자살하는 행동,다리가 부러져 불편하여 입으로 물어뜯어 끊어버리는 행동등 그전에 내가 가지고 있던 늑대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뒤엎어 버렸다.늑대의 영험함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유목민들은 올론초원에서 늑대를 잡기도 하지만 늑대가 있음으로 해서 올론초원의 풀들을 가젤로부터 보호할수 있고 가젤,마르모토 등의 수를 늑대가 조절함으로써 유목민들은 양을치며 살아 갈수 있는 것이다.그래서 유목민들에게 있어서 늑대는 가장 소중히 여기면서도 양들을 잡는 늑대들을 때로는 죽이기도 해야 하는 생활을 반복할 수 밖에는 없고 그안에서 늑대를 지키기 위해서 유목민들이 지켜야 할 일정한 룰도 있다.
천전은 이틀을 고생한 끝에 어린늑대를 잡고나선 암컷들은 죽이고 수컷중에서 가장 등치가 좋은 놈으로 골라 기르기 시작한다.개의 젖을 먹이며 아직 눈도 뜨지 않은 어린늑대가 강아지들을 머리로 박아버리며 혼자서 개의 젖을 빠는등 늑대가 가진 야성 본능을 보면서 자라나는 늑대에 대해서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계속해서 기른다.
어느날 어린늑대에게 물리고 나서 송곳니 4개를 펜치로 잘라버린후에 어린늑대가 죽음으로써 온골초원에서의 모든 생활에 회의를 느낀다. 야생의 늑대를 죽인 죄책감에, 탱그리에 대한 두려움에, 빌게노인에 대한 미안함 등 때문에 말이다.유목민들이 늑대에 대한 경외심과 탱그리를 생각한다면 어린늑대를 기르고 있는 천전을 가히 좋게는 보지 않았다.그래서 죽은 늑대를 보면서 천전은 더욱더 미안하고 죄책감에 빠졌을 것이다.
온골초원에서는 인간과 늑대와 공존하는 공간이었다.사람은 늑대를 키울수도 없으며 늑대역시 사람을 키울수도 없다.서로의 고유한 영역에서 침범하지 않는한 서로의 룰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것이 신 탱그리에 대한 예의 이며 늑대도 유목민도 양도 서로 공존할수 있는 이유일 것이다.
늑대에게서 전술을 연구 하며 그것을 전투에 응용했던 칭기스칸인들,늑대와 함께 목숨을 걸고서 올론초원에서 살아가는 유목민들 그들이대단하게 느껴진다. 몽골은 요즘 목초지를 인위적으로 줄이고 있어 유목민의 숫자도 엄청난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세상은 계속 발전해 나가면서도 드넓은 몽골초원만이 태고의 모습 그대로 있기를 바라는 건 욕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