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 최고의 천재화가들이 펼치는 그림대결은 숨이 막힐듯 팽팽한 긴장감 마저 준다. 그들의 그림을 두고 그림속의 작은 손짓마저도 의미를 부여하고 명쾌하게 해석하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천재는 천재를 알아본다.김홍도는 윤복의 그림에서 이미 그녀의 재능을 발견했다. 접근하기 조차 힘들정도로 타고난 붓터치,원색적일 정도로 적나라한 색감의 사용등 윤복의 그림은 홍도의 그림과는 다르게 여자의 모습이 많이 등장했고 홍도가 생각치도 못한 부분까지 생각하고 그려내는 부분은 책 읽는 동안 윤복에게 주눅들 만큼  천재적인 모습을 과감히 보여줬다. 

같은 장면을 보고서도 다른 느낌으로 전혀 다른 그림을 그리는 두 천재화가. 그림속에서 꽃하나 , 남정네의 손짓하나, 지붕과 달의 모양을 보며 명쾌하게 해설하는 정조나 김조년을 보면서 작가가 얼마나 많은 공부를 했는지 짐작케 한다. 

어진을 찢어버린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윤복은 화원의 자격을 박탈당하고 아버지 신한평으로 부터 버림받고 김조년 밑에서 그림그리는 모습은 너무나 가슴아픈 장면중에 하나엿다. 허나 화원으로서는 형식에 얽매어 그리지 못한 그림을 김조년 밑에서는 색도 마음껏 사용하며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리는 장면을 보면서 그의 자유로운 영혼이 춤춘다는 생각도 들었다. 

"바람의 화원"은 두 천재화가들의 펼치는 숨막히는 대결구도를 사실감있게 잘 표현했다.그리고 장헌세자의 어진을 두고 김홍도의 스승과 친구 서징의 죽음을 파헤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장헌세자의 어진을 찾기 위해서 스승이 같은 시기에 그린 인물화를 찾아서 하나씩 하나씩 다른 부분을 찾아내어 짜집기 하는 모습도, 윤복의 모사 실력을 뽐내는 모습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아버지의 죽음을 파헤치기 위해서 어린나이에 신한평의 집으로 들어가 화가가 되기 위해서 가슴 졸이며 남자로 살아야 했던 신윤복, 그래서 신윤복의 그림에는 여인네가 많이 등장했고 정향을 통해서 여자로서의 자신을 봤고 그림속의 정향의 모습은 곧 윤복의 모습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김조년의 집에서 정향을 자유롭게 놓아주는 장면은 자신이 더이상 화원에 머무를 수 없음을 알고 신한평,서징,김홍도로 부터 벗어나 여자로서 살아갈 자신의 모습을 정향을 통해서 봤다는 생각이 든다.어쩌면 정향은 눈으로 보여지는 여인네로서 윤복의 모습은 아니었을까. 

여인네로서는 모든것을 포기 했었지만 그림에 대한 열정만은 숨길수 없었고 김홍도는 이런 윤복을 끝까지 지켜주고 싶었을 것이다.윤복이 여인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홀연히 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아팠고 김홍도가 윤복에 대한 감정이 여자에 대한 사랑이었는지,천재 화가의 등장에 스승으로서의 자부심이었는지는 책 마지막에 가서도 정확히 알수 없었는데 이것이 오히려 은은한 사랑을 이야기 하며 바람의 화원을 이끌어간 또 다른 힘은 아닐까.

여행은 사람을 위대하게 만든다.또  "삶의 여유"를 찾아주고, 재충전의 시간을 만들어준다.가장 중요한 이유는 살아가는 이유를 찾아주고 자아를 찾아주는 역할을 충실히 해준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여행1년은 인생의 10년과 같다"는 말이 헛말이 아님을 알 수 있다.우리나라 사람들 만큼이나 여행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들이 또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적이 있다. 

1970년대의 새마을 운동을 기점으로 가난을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들,개발도상국으로서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고, 88올림픽까지 성대히 치뤄낸 한국이었지만 4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옛날 개발도상국 일때의 근무시간과 근무여건은 많은 사람들을 지치게 만들뿐 아니라 일의 효율성은 최저치에 가깝지만 개선의 노력들이 많이 부족하다. 이러한 악조건속에서도  한국사람들은 지쳐가면서도 무던히 견뎌내고 있다. 

매일 힘든 삶에 지쳐 다람쥐 챗바퀴 돌듯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충전의 시간을 갖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위안을 받는지 사람들은 잘 모른다.어쩌면 충분히 알면서도 그럴만한 시간도, 여행을 할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은 아닐까. 

쪽수도 없고 어디까지 읽었는지 얼마나 남았는지 가늠조차 하지 않고 "러브 앤 프리"를 읽은 지금이 내겐 여행이라는 시간 만큼이나 흐뭇한 미소와 감동을 주었다.책속의 수많은 그림중에서 멋있는 그림도 없고 완벽하다고 생각되는 조형물도 없다. 단지 작가는 그저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과 자연의 모습을 그림속에 담았을 뿐인데  나는 그 그림들을 통해서, 자그마한 문구를 통해서 감동을 받고,깨달음을 얻는다. 

여행은 사람을 윤택하게 만든다.매일 일어나는 작은 일상속에서도 전혀 다른 면을 보게 만든다.그것이 여행을 하려는 이유가 아닐까. 책속에서 본 "어제본 것" 과  "장거리 버스여행에서 발견한 법칙"은 내가 겪었던 것임에도 새롭게 느껴진다.그리곤 미소짓게 만든다. 여행은 사람을 여유롭게 만드는것이 분명해 보인다. 

책속의 많지 않은 글 중에서도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는 문구들이 많다.내가 겪었을, 내가 고민했을,그리고 나를 위해서 투자한 시간,앞으로 투자해야 할 시간등 세상의 어떤 편견에도 굴하지 않는 오직 나만을 생각할수 있었던 "너와 나, OOOO "는 상당히 깊게 뇌리에 꽂혔다. 

너와 나 뿐만 아니라  "미래는 내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늘을 즐기며 산다"는 글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는데 편안한 그림들 만큼이나 작은 문구들은 나를 되돌아 볼 수 있게했고,앞으로의 나를 생각케 했다.여행이 힘들어 여행 에세이 집을 자주 보는 내게 여행만큼은 못하지만 작가가 여행하면서 느끼고, 받았던 감동을  1%만이라도 제대로 느껴보고 싶다. 또  "러브 앤 프리"를 읽으면서 위로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위로가 필요한 시점에서 가장 적절하게 읽은 책이 아닌가 싶다.

 

    너와 나, OOOO

 

연기 안 해도 돼.

괜히 긴장할 것도 없어.

 

릴렉스한 보통의 너를 보여줘

릴렉스한 보통의 나를 보여줄 테니.

 

중요한 건 ’너와 나’라는 거,

한두 마디 말이나 한두 가지 행동으로

너를 판단하지는 않아.

 

나는 배심원이 아니거든.

그냥 친구야.

 

 

 

 

나를 알기 위해서는

나와 이야기하면 된다.

 

나와 이야기 하기 위해서는

우선 내게 질문을 해보면 된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모든 대답은 내 안에 있을 테니.

 

 

 

 

 타인의 룰에 묶여 사는 인간을 ’가축돼지’라고 한다.

자신의 룰을 가지지 못한 채 사는 인간을 ’쾌락돼지’라고 한다.

어느 쪽이건 나는 돼지가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