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 같은 책 표지가 눈을 사로잡아 버렸다.판타지 소설은 늘 마음을 들뜨게 하지만 편중된 독서습관이 무서워 의도적으로 판타지를 많이 피해왔다.그래서 오랜만에 만난 판타지 소설이라서 터널은 기분을 한층 들뜨게 했다. 과거로 돌아가 그들의 숨결을 느껴보고,그들이 살아왔던 생활을 다시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고고학자를 꿈꾼적이 있다. 

윌과 버로스 박사도 그런 마음으로 시작되었을 것이다. 지하창고에서 터널을 발견하고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그들만의 세상을 꿈꾸며 윌과 버로스 박사는 연구를 하며 터널로의 여행을 시작한다.햇볕에 오랜동안 노출을하면 얼굴을 벌겋게 달아오르는 윌은 이런 모습 때문에 친구들에게 놀림을 자주 받았으며 집에서는 무관심한 엄마 때문에 단조로운 생활이 계속되었다.그래서  윌은 더더욱 발굴에 매달릴 수 밖에 없었다. 

어린 윌은 집에서는 버롯 박사와 발굴을 하고, 밖에서는 친구들을 피해 황무지 입구에서 체스터와 함께 발굴을 하는데, 흙을 씹어보기도 하고,암의 종류를 쉽게 파악하는등 자기만의 방법으로 발굴하는 과정은 전문가 못지 않았다.어느날 버로스 박사가 사라지면서 윌과 가족에게는 일상 생활의 모든것들이 엉망이되어 버렸고, 윌은 지하터널을 의심했다. 지하창고에 있는 책상위에서 버로스 박사가 적어놓았던 메모지를 읽으면서 터널로 들어가기로 마음먹었고,유일한 친구 체스터와 함께 터널로 들어갔다. 

런던의 기후 때문인지,지하세계는 윌이 예상했던 것 보다 축축한 기운이 감돌았고, 지하 세계에 살고 있는 스틱스에 붙잡혀 감옥에 갖혀버렸다. 윌도 알지 못하는 지하세계에서 자신의 또 다른 가족을 만났고,그가 햇볕에 오래 노출하면 벌겋게 달아오르는 얼굴은 그가 지하세계의 가족이 진짜 가족임을 짐작케 했다. 윌을 위해서 목숨을 걸고 도와줬던 탐과 이마고,호기심 때문에 위험을 알면서도 내려갔던 아버지 버로스 박사,의무감으로 그리고 호기심 때문에 지하세계로 내려와야만 했던 윌,아버지가 남긴 메모지를 단서로 해서 하나씩 하나씩 찾아가는 윌이 어떤 모습으로  딥스로 내려가 아버지를 만나게 될지,지하세계를 스틱스로 부터 보호할지 기대된다. 

마을 전체와 연결되어 있는 지하세계의 크기에 놀라기도 했고,스틱스가 지하세계뿐만 아니라 하이필드를 비롯한 지상까지 지배하려는 스토리를 방대하면서도 꼼꼼하게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든다.또한 글을 읽으면서 지하세계를 표현하면서 머리속으로 그림 그리는 것이 어렵지 않을까 했는데 생쥐,바틀비,콜로니,미로같은 터널등 섬세한 묘사가 돋보였고, 판타지 소설이면서도 지하세계라는 소재를 선택함으로 써 큰 무리 없이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느림의 발견이란 제목을 무색케 할 만큼  존 프랭클린을 담기에는 부족하지 않나 싶을정도로 그의 끊임없는 노력과 어마어마한 열정 때문에 책을 덮고 나서도 한참을 멍해 있었다.남들보다 느리다는 건 예전이나 지금이나 치명적이다.그런 치명적인 단점을 자신만이 가진 장점으로 바꿔버린 존 프랭클린이 얼마나 위대한 사람이었는지, 느림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아버지로 부터 시종일관 무시당하며,친구들마저도 무시했기 때문에 어렸을때 부터 많음 아픔을 인내해야 했고, 눈으로 반응하기 전에 머리로 먼저 반응하기 위해서 양말로 눈을 가리고 나무를 타는 모습은 그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고 난관을 헤쳐나가기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매슈의 조언으로 장교가 되기 위해서 해군사관학교에 입학하게 되지만,다른 친구들과 함께 움직이기 위해 그의 느림은 그를 수시로 위기로 몰아넣었고,그것을 만회하기 위해서 위해서 머리속으로 먼저 생각하고,질문을 먼저 생각하는등 그의 모든 노력들이 너무 힘겨워 보였다.첫 항해에서 그의 느림은 여전했지만 그는 쉼없는 움직임은 누구보다도 열정적이었다. 그의 부단한 노력덕분에 그의 느림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그는 더욱더 최선을 다했다. 

 남들처럼 움직이기 위해서 많은 연습을 하면서 남들처럼 비슷하게 움직일수 있었으나 그에게는 그 시간이 가장 힘든 시간이었고 리처드 슨의 대화중에서 존 크랭클린은  "제겐 스무 살과 서른 살 사이의 10년이 없습니다"는 말을 하면서 그렇게 보낸 시간을 후회했고,그만이 가진 느림을 그의 장점으로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 나와 다른 사람을 틀린 사람으로 인식하지는 않는지,그런 사람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하지는 않았는지 다시한번 되돌아 보게 된다.또한 느림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많은 몸부림을 하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북극해를 항해 하면서 가까스로 목숨을 구했음에도 노년의 나이로 다시한번 북극해를 항해 하는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알려지지 않았던 북극해를 500킬로미터나 항해 하면서 죽음을 맞이 했지만 그를 찾기 위해서 영국에서 12년동안이나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을 들였는지를 본다면 존 프랭클린이 영국에서 갖는 의미를 짐작케 한다. 

느림, 빠른것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에게 느림이란 답답해 보일 수 밖에 없다.가장 중요한것은 빠름과 느림,그리고 그 중간, 그 어느곳에 해당되더라도 쉼없이 움직이는 것이 가장 현명한 사람이 아닐까.책을 읽는 동안 저자는 느림에 대해서 많이 서술하고,의도적으로 느림의 의미를 독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들이 군데 군데 보였는데  느림이라는 의미를 독자의 몫으로 남겨뒀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그러나 백과사전에서 조차도 아주 간략히 적혀 있는 존 프랭클린을 책을 통해서 만나면서 많은 것을 배웠고 그의 열정때문에 한동안은 존 프랭클린에서 헤어나지 못할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