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부터 총명했고 고종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덕혜옹주. 양귀인이라는 궁녀의 딸로 태어난 덕혜에게 옹주로서 입적하기 위한 고종의 모습은 대단해보였고 책의 곳곳에서 덕혜옹주에 대한 고종의 사랑을 엿볼 수 있었다.이미 기울어 질때로 기울어져 버린 조국을 보면서 덕혜옹주가 갖는 의미는 고종에게 있어서 아주 특별했을 것이다. 이미 일본의 집권하에 있다고 봐도 될만큼 힘을 잃었고 고종뿐만 아니라 순종과 이은도 일본에게서 억압받는 것을 보면서 입적에 관한일을 조금 더 신중히 처리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책의 소개란에도 적혀 있듯이 덕혜옹주를 옹주가 아닌 한 여인으로 재조명 하고 싶었다는 저자의 글을 보면서 고종이 덕혜옹주를 옹주로 입적하지 않았더라면 덕혜옹주가 그렇게 까지 모진 삶을 살았을까.시대의 희생량이된 듯 싶어 너무 안타깝고 가슴아프게 한다. 

고종의 죽음과 맞물려 일본으로 유학길에 올라야 했던 덕혜옹주.한참 어리광 부리고 멋낼 사춘기의 나이에 고종의 죽음과 국가에 대한 그녀의 생각들,뒤이은 양귀인의 죽음은 그녀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버렸다.어머니의 죽음으로 잠시 귀국길에 올랐지만 제복을 입고 장례식에 참석해야 했던 그녀는 얼마나 아팠을까.저자는 덕혜옹주의 모습과 국민들의 모습을 신문기사에서 스크랩한 한장의 사진에 담아 모두가 힘들어 하고 안타까워 하는 모습을 숨김없이 보여줬다.또한  장례식 일정에 맞추지도 못하고 서둘러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야 했던 덕혜옹주에게 정신질환은 어쩌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마지막 방어였는지도 모른다.어떤 누구라도 덕혜옹주의 입장에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며 제대로 공부 할 수 있었을까. 

관심도 없던 결혼을 하게된 두사람.덕혜옹주와 다케유키는 어려서 부터 부모님을 떠나야 했지만 그들이 처한 극한의 상황을 대처하는 방법은 전혀 달랐다.다케유키가 대마도에서 대마도의 아름다운 삶을 노래한 시를 보면 덕헤옹주와 묘한 대조를 이룬다.17살 이후로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기 때문에 덕혜옹주에게 있어서 결혼이 갖는 의미는 없었을 것이다. 딸의 실종도 몰랐고 뒤늦게 병원에 입원해 정신질환을 치료하기 시작했지만 전혀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던 덕혜옹주를 보면서 묘하게도 다케유키의 기구한 삶도 안따까움으로 다가온다. 또한 다케유키가 구구절절히 덕혜옹주를 노래한 시를 보면 가슴 한켠이 무너져 내릴것만 같다. 

17살때 이미 옹주로서도 여인으로서도 덕혜옹주의 삶은 끝나 버렸는지도 모른다.평생을 앓아야 했던 정신질환 때문에 해방이후에 고국의 땅을 밟으면서도 인식하지 못했던 덕혜옹주.딸의 죽음과 아내의 잃음을 아파하며 시로 표현했던 다케유키.두 사람 모두에게 가슴아픈 상처가 더이상은 없기를 빈다. 

책을 마지막 까지 읽으면서 고종이 덕혜옹주를 입적하기 위한 일들을 자꾸 원망하게 된다.입적이 이루어 지지 않았다면 옹주가 아닌 여인으로서 삶은 충분히 바꿀 만 하지 않았을까.그리고 덕혜옹주에 대한 자료의 부족함이 느껴졌다.덕혜옹주에 관한 자료가 그만큼 부족하기에 어쩔수 없었을 것이다.그러면서도 다케유키의 시를 인용해 시를 해석하고,각종 도서를 참고 자료로 활용했고,경복궁을 둘러보며 그때의 아픔을 느끼고 필요한 자료들을 수집하는 저자의 열정이 대단하게 느껴진다.일본인으로서 한국과 일본 어느곳에도 치우침없이 객관적으로 저술하려 했던 저자의 노력을 책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으며 한국인이 아닌 일본인으로서 덕혜옹주를 심도있게 조명했다는 점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실종된 딸 마세에를 노래한 다케유키의 시            

                                     -설산에 핀 꽃 

                           너는 가버린 채 돌아오지 않는구나

                           너와 파란하늘 사이에는

                           저 커더란 눈 지붕만 있을 뿐

                           구름과 안개 빙우와 눈보라 속에서

                           눈사태 소리가 울리는 바위 틈 골짜기에서

                           너 혼자 봄을 맞는구나

                           때타지 않은 세상은 험해요

                           너는 새침을 뗀 채 미소를 띠운다.

                           그것이야 말로 너를 끌어당기는 고향의 추억이란다.

                           이렇게 얼어붙을 것 같은 겨울밤

                           너의 새하얀 벌거벗은 몸

                           달빛이 아프지 않니.

                           덕혜옹주를 노래한 다케유키의 시
 

                   그리운 아내여,바닷물 치는 소리가 들리는가.헤궁의 회랑에도

                   아내여,들리는가.

                  홀릴듯한 시선으로 생긋 웃음지어 보이는 어린 아내여. 

지난 2008베이징올림픽이 진행되기 전 성화봉송때 주목을 받았던 것이 티벳이었고 그 중심에 달라이 라마가 있었다.1959년부터 티벳의 많은 사람들이 중국인들에 의해서 죽어갔고 티벳은 중국의 속국이 아닌 독립국을 외치며 세계를 향해 외치는 그들의 외침은 참 많은 것들을 되돌아 보고 가슴아프게 했다. 

포탈라 궁에 중국기가 휘날리고 티벳이란 나라에 중국의 한족을 이민시키고 티벳의 국민을 마구 죽여버리는 만행을 저질러 버린 그들. 그것도 모자라 자녀가 2이상이 되었을때 더이상 아이를 못 갖게 하기 위해서 불임수술까지 강제로 하는 모습을 보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는데 그것을 지켜봐야 했던 달라이 라마의 가슴은 새카맣게 타 버렸을 것이다.또한 티벳의 우라늄을 중국으로 들여와 핵 실험을 하고 핵 폐기물을 다시 티벳에 버리는 일을 서슴치 않았던 중국을 보면서 도대체 그들이 티벳이 갖는 의미가 어떤것이지 물어보고 싶다. 제국주의때문에 청나라가 망했고 일본에게 까지 제국주의로 인한 전쟁을 무자비하게 당했으면서도 100년 가까이 티벳을 갖기 위한 그들의 이중적인 행태에  티벳 사람들이 얼마나 가슴아파 했을까. 

책에서는 달라이 라마 뿐만 아니라 티벳이 불교를 받아들이고 그들만의 종교로 만들어 버린과정과 이유, 불교의 태생까지 광대한 범위로 다루고 있다.특히나 달라이 라마를 선정하기 위한 그들의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이었고 노력 또한 대단했다.  어린 아이에게서 전 달라이 라마의 물건을 주고 선택하는 모습을 보면서 달라이 라마를 선택하는데 상당히 인상적이다. 진정한 달라이 라마가 되기 위해서 받는 그들의 불교적인 교육도 독특했고, 의학까지 섭렵해 버리는 달라이 라마의 천재성에 놀라기도 했다. 

책 중반부를 넘기면서 특히 14대 달라이 라마를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는데  14대 달라이 라마가 중국으로 부터 벗어나 45년간이나 인도로 피해 세계의 저명인사들을 만나 티벳의 독립과 중국의 만행을 알리는 일을 수십년에 걸쳐 하는동안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을까를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달라이 라마 에게서 나는 문득 백범 김구 선생을 떠 올렸다. 나라의 독립을 위해서 모든 것을 바치고 눈물마저 말라버린 달라이 라마가 힘든 발걸음을 옮기며 중국과 끝까지 평화협상을 하려는 모습은 안쓰럽기 까지 했다. 

조선의 마지막 왕조도 쇄국정책을 고수했고,티벳 역시도 철저히 쇄국정책을 고수했다.그러나 달라이 라마는 쇄국정책을 후회한다고 했다.우리나라나 티벳도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다른나라의 지배를 받았기 때문에 그들의 입장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그들의 앞길에 힘을 실어주고 싶다.또한 달라이 라마가 독립을 외치며 도움을 요청했을때 UN은 UN승인국이 아니라 해서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줬는데 UN에서 중국의 위치가 얼마나 큰지를 한눈에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많은 이들이 티벳의 위치와 상황을 알면서도 적극적인 도움을 주지 못했고,티벳의 사람들은 세계 각국으로 흩어졌고 지금의 티벳은 티벳인들 보다 오히려 한족이 많다는건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를 해야 할까.그래서 그들의 상황을 알리기 위한 티벳사람들의 모습은 아름답기 까지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