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영국 외교관이었던 시절의 일화를 소개하면서 그 안에서 자신의 했던 일들을 되돌아 보며 외교관으로 자부심과 함께 그동안 가지고 있었던 깊은 고민을 털어놓았다. 작년 쇠고기 파동으로 인한 미국과의 협상을 보면서 우리나라 외교관들의 무능을 탓한적이 있었다.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번역오류는 준비 소흘로 밖에 보이지 않았었고 그들에게 외교관으로써  임무를 성실히 수행했었는지 되묻고 싶었다. 그러나 칸 로스의 독립 외교관을 읽으면서 생각할 수 있는 많은 시간을 가졌고 여전히 그들을 이해 할 수는 없지만 그들도 적지 않은 고민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라크의 석유식량 프로그램을 둘러싸고 영국과 미국의 입장과 프랑스와 러시아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었고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가  밀폐된 공간에서 힘겨루기를 하는 동안  정작 가장 먼저 고려되어야 할 이라크는 뒷전이었다. 나는 이러한 일들이 비단 석유식량 프로그램에만 국한되어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들은  밀폐된 공간에서 대다수의 문제들을 이러한 식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였고 힘의 논리에 의해서 제3국의 입장이 결정되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도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코소보 사태나 티벳의 독립에서도 보듯이 자국의 이해득실을 따지는 것이 먼저였고 그래서 코소보나 티벳의 위태로운 행보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외교관들의 몸과 마음이 따로 움직일 수 밖에 없는 시스템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저자는 신랄하게 비판하면서도 안타까워 하고 있다. 물론 안타까운 마음이 앞서는 것도 맞지만 무엇보다도 결정을 내리고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도 그들이란 생각에 안타까움 보다는 분노를 느낀다.칸 로스는 외교를 체스에 비교해서 설명했다. 흰말이든 검은말이든 어느쪽이 이겨야 승부가 나는 체스에서 둘다 만족스런 결과를 도출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쩌면 체스를 두기 이전에 그들 말대로 힘의 논리에 의해서 승부는 이미 결정났는지도 모른다.결과를 알면서도 말을 옮겨야 하고 인내해야 하는 그들의 고민이 적지 않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세계화되고 국경이 무의미 하다 시피한 현대 세계에서 지구온난화와 자원부족, 질병 등 전지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외교관들이 국가의 힘과 이익만을 강조하는 편협한 세계관을 벗어나야한다고 칸 로스는 주장한다. 또한 그들이 사용하는 한정된언어와 언어의 범주는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 할 수 없도록 방어막을 친 느낌마저 준다. 국가,우리,윤리,도덕 등 많은 단어들의 범위를 생각하고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면서도 문제의 본질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는 외교관들의 모습이 아이러니하다. 또한 외교의 밀폐성,결과를 책임지지 않는 문제 - 어쩌면 한정된언어를 구사하며 그들이 빠져나갈 구멍을 먼저 만들어 놓는 것 같다. 

칸 로스는 외교의 이러한 문제들을 서슴없이 알려준다.그러면서도 대책을 제시해 그들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그러나 그가 제시한 방법론들이 다소 추상적이고 실질적으로 행해질 수 있는것이 몇가지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문제들을 외교관들이 인지하고 있고 일반인들이 인지하고 있으면 언젠가는 지금보다는 전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

사회전반에 걸쳐 퍼져 있는 부정부패와 온갖 속임수는 이제는 더이상 막을 길도 없어보인다.이런 일들은 미국사회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걸쳐 너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뉴스를 통해서 자주 보는 모습이기에 더이상 이상할것도 없을만큼 사회가 전반적으로 무뎌져 있다는 생각도 든다. 김에 염산을 이용해 이물질을 제거 하거나 굴비를 중국산과 한국산을 속여서 판매 하는 판매상. 나도 모르게 가입된 핸드폰 부가 서비스. 그림상납등 도대체 어디서 부터 어떻게 잡아나가야 할까. 

미국 시어스 정비회사나 법률회사의 횡포에 많은 미국인들이 경악을 금치못했고 후에 엄청난 벌금을 맞으며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실질적으로 그들이 부당하게 챙긴 이익이 벌금에 비해서 몇배는 더 컸다. 또한 유럽 사이클 선수들의 약물복용은 전체적으로 이루어 지고 있다. 팀마다 있는 주치의들의 가장 큰 임무는 선수들이 약물반응에 걸리지 않게 하는것이 주 임무였다.  한 사이클 선수는 약물복용을 하지 않고 선수생활을 마감한것에 대해 많은 후회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모습들을 접할때 마다 어떻게 사는것이 올바로 사는 것인지 어떻게 사는 것이 현명하게 사는것인지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경쟁사회에서의 압력,승자에게 너무 큰 보상,속임수에 대한 유혹, 곳곳에 침투해 있는 부패등  저자는 책속에서 속임수의 원인을 4가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는 속임수가 이제는 사회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회계사 증권사 국세청 정치가등 모두가 연계해 있고 하나가 무너지면 다른 하나가 막아주는 시스템의 구성은 그들을 더더욱 돈독하게 만든다. 상위 몇 퍼센트의 부자들은 점점 더 부를 축척해가는 반면에 중산층과 저산층의 삶은 점점 더 궁핍해져만 간다.사회전역에 걸쳐 넓게 퍼져 버려 이제는 더이상 손쓰는것도 힘들어 보인다. 그러나 어떤식으로든 해결되어야 할 문제임은 분명하다.옛날 부터 자행되어 왔으며 시대가 흐를수록 이러한 범죄는 점점 더 정교해져가며 일각에서는 일손이 모자라 그들을 잡아내는 일도 힘들어 보인다고 불만을 터트린다.  

책은 전반적으로 이러한 부정부패와 속임수에 대해서 저술하고 있으며  책의 후미에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과 학생들을 대면함으로써 범죄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하는 방법,정부능력의 강화,예산부족문제 해결,인재양성등 단체가 해야 할일과 윤리의식문제,과소비 문제등 개인이 해야할일을 구분해서 제시했다.또한 웃음거리가 되더라도 속임수에 대해서 바보처럼 밀고 나가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로마시대나 중국의 과거시험에서도 이러한 일들은 있어왔고 형벌이 사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옷속에 숨겨둔 답안지를 들고 시험장에 들어가는 그들을 보면서 속임수가 들통나도 얼마안내는 벌금을 내는 지금의 현실에서 저자가 제시한 해결책들이 실효성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지울수 없어 안타까우면서도 그들로 인해서 나도 모르게 피해자가 되지는 않는지, 과연 바보로 살아가는데 현명하게 사는지 다시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