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전반부는 저자가 사마천에 보인 열정 때문에 쉽게 읽을수 있었고, 중반부를 넘기면서 책 제목이 왜 “난세에 답하다”라고 지었는지 알수 있었다. 책의 전반부와 책의 중,후반부는 주제가 확실히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전반부에서는 사마천에 대한 내용에 비중을 많이 뒀는데 이는 중,후반에 서술될 내용들을 조금 더 쉽게 받아들이기 위한 장치였다는 생각이 든다.  

역사는 현재를 대변하고 현재는 역사를 재현하고 있다는 생각을 예전부터 가지고 있었는데 “난세에 답하다”를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굳어졌다. 사마천의 “사기”에서 수많은 인물들을 다루면서 정세를 설명하며 사기에서 서술되어 있는 당시의 상황과 너무도 흡사한 지금의 모습에서 놀라기도 했다. 또한 그들의 탐욕과 욕심 때문에 나라가 망하는것도 보았고 지혜롭게 위기를 혜쳐나가는 모습도 보았다.  

역사는 반복이다라는 말은 결국 사람의 본성이 변하지 않는한 반복될 수밖에 없음을 다시한번 일깨워줬다. 가장 큰 권력을 가진 최고 통권자였지만 끊임없이 원로 대신들과 기득권청을 설득하는 무령왕을 보면 지금의 정치에서는 상상도 할수 없는 위대한 인물로 비춰졌다.지금 우리나라는 개혁만 존재하고 개혁에 따른 논리부족,설득과정부족.이해부족,화해부족등 수많은 문제점들을 그대로 노출하고 있어 무령왕같은 인물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느껴진다.또한 그런 인물이 나타나 앞에서 이끌어 주기를 바란다면 욕심일까.  

어려운 경제를 슬기롭게 혜쳐나갈수 있었던 인물 진평, 물론 진평의 무서운 야심이 그를 위협으로 몰아넣기는 했지만 순간순간 재치를 발휘하며 선견지명을 가지고 과감할 때 과감히 일을 성사시킬수 있었던 그를 보면 지금 정치를 하는 분들에게서 전혀 찾을 수 없는 모습에 아쉬움이 남는다.  

유능한 인재를 두루 등요할 줄 알았던 호장왕, 군주에게 바른 소리를 하며 목숨을 잃는것도 두려워 하지 않았던 급암, 자신의 잘못된 판결을 책임지고 자결한 법관 이리등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감히 상상도 못할 인물들이다. 이들을 책속에서 언급하고 그들을 평가한다는 것이 미안해질만큼 지금의 모습과 너무도 큰 대조를 이루고 있다. 정치가나 공직자 가운데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반성하고 용서를 구하는자가 얼마나 될까라는 저자의 질문이 자꾸 귓속을 멤돈다.  

바른 소리를 해서 징계를 받은 김이태 연구원과 급암의 바른 소리에도 두루 활용할 줄 알았던 위청은 시사하는 바는 크다. 또한 용산철거민 사망, 언론통제등 백성을 거스르고 백성을 이기려 했던 통치자가 사기에서 어떻게 서술되어 있는지 정치인들은 꼭 한번 읽어봤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다. 책의 마지막에 적혀 있는 문구를 통해서 저자가 모두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함축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정권을 잡으면 반드시 인덕으로 다스려야 한다.정권이 무엇으로 튼튼해지는지를

잊어서는 안 된다. (자산)

가장 못난 정치가는 백성과 다투는 자다 (화식 열전)

역대의 글이나 책등을 정리한것을 바탕으로 개혁정치의 방향을 정하는 일을 하던곳. 왕실관련 자료를 보다 안전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목적으로 세워졌던 외규장각등 선조들은 그들의 업적들을 후손들에게 알리고 물려주기 위한 흔적들과 노력을 엿볼수 있었다. 병인양요로 인해 많은 도서들이 소실되고 일부는 프랑스에 있어 책을 읽으면서 그 도서들을 찾기 위한 노력에 조금 더 힘을 실어줬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하다.   

다양하면서도 방대하게 기록되어 있던 당시의 자료들을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마치 눈앞에서 펼쳐진듯한 느낌마저 들 정도로 자세한 기록에서 선조들의 뛰어난 지혜를 볼수 있었다. 국왕들의 어필을 비롯해 지도나 의궤 뿐만 아니라 승정원일지나 일성록 까지 선조들은 후손들에게 그들의 모든 것들을 알려주고 기록으로 남겼다. 이런 귀중한 유산들을 책을 통해 읽으면서 임진왜란 및 화재로 인해서 소실된 역사속의 자료들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서 프랑스에 있는 우리의 외규장각 도서들을 찾기 위한 노력이 더욱더 중요한 시점은 아닐까.   

조선은 스스로를 “소중화”로 생각하며 외세를 철저히 배척했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노골대”라는 외국어 학습교재 및 “첩해신어”라는 일본어 교재, 박지원의 열하일기등 새로운 것을 스스럼없이 받아들이는 자세는 세상을 향해서 열린마음으로 바라보았다는 생각이 든다.또한 조선에서 접해보지 못해 보다 발전된 형태로 사용되고 있던 문물들을 보면서 우리의 선조들이 그것을 받아들이고 발전시키기 위한 열정은 늘 폐쇄적이라 생각해던 내게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또한 미국의 뉴딜정책에 해당되는 영조의 청계천 준척사업을 보면서 시대를 앞서갔던 우리의 선조들에 대해서 다시한번 존경심을 가지게 된다.   

광해군 때의 화약무기 제작과정을 담은 “화기도감의궤” “흠경각영건의궤”등을 통해서 실리외교뿐만 아니라 국력의 중요성 그리고 과학과 실용문화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그동안 인목대비 폐위와 영창대군의 죽음 때문에 잔인하고 포악한 이미지로 그려졌던 광해군이 그의 업적마저도 과소평가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최근들어서 대동법,화폐주조,은광개발등 경제,그리고 외교,실리등 다시한번 재조명 받고 있고 그동안 광해군에 대한 평가도 바뀌고 있다니 다행이다.   

책속의 많은 자료들을 접하다 보니 역사에서 인물을 평가한다는 것이 무의미 하다는 생각이 든다. 역사 자료가 인물을 평가하는 잣대가 될 수밖에 없고 자료가 없음은 곧 인물에 대한 평가가 인색할 수밖에 없다. 특히 광해군의 경우과 같이 한면만을 보고 다른 한면은 보지않으려는 모습도 있었을 것이다. 앞으로 찾아야할 우리의 소중한 자산뿐만 아니라 북한에 있는 우리 옛 선조들의 모습을 역사의 흔적들과 함께 관리 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된다면 지금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보다 근시안적인 모습으로 역사에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