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책 제목과는 다르게 책 속에서는 아름다운 로브스토리로 구성되어 있다. 소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애뜻한 사랑과 안타까움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 싶어 아쉽고 또 위로해주고 싶은 생각마저 들게 한다. 

병자호란으로 인해서 조선의 많은 여인들을 청나라 사람들의 성 노리개로 전략시켰다. 후에 힘없는 희생량이 되어버린 그녀들이 다시 조국의 땅을 밟았을 때 그녀들을 바라보던 시선들, 몸이 더러워졌단 생각에 점점 더 작아져 버린 그녀들을 감싸주고 마음을 보듬어 줄 수 있는이는 조선 어디에도 없었다. 무능한 조선의 임금과 신하들 때문에 청에 욕 보고이고서오히려 여인네들을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에 분노를 느꼈다. 그들이 “환향녀”를 바라보았던 시선을 나는 책을 읽으면서 정유를 비롯한 그들에게 던지며 읽었다. 

저자의 말대로 시대가 변화하면서 그때의 생각과 시대상을 무시하고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뒤에 서술되어 있는 홍순언과 조위가 사람목숨을 먼저 생각하고 그녀들을 구해줬을때의 모습과 장유와 시어머니가 보여준 행동은 너무 대조적인 모습이라 남편과 아들을 향한 김씨의 모습, 스스로 노비가 되어서라도 남편과 아들곁에 있고 싶어했던 김씨가 더욱더 가슴아프게 다가온다. 

정철에 대한 끝없는 사랑을 보여줬던 강아. 의기라하여 모두가 칭찬했지만 정철 한 사람에게만은 버림받았던 그녀. 정철이 죽은뒤 그녀가 정철의 묘를 지키는 모습에서 그녀가 정철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느낄 수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과연 누가 손가락질을 할 수 있을까. 현재 정철의 후손들에 의해서 그녀의 묘가 관리되고 있다. 장유나 정철의 모습을 보면서 그들이 가졌던 사회적 지위에 비해 그들이 했던 일들은 분명히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이혼이 이루어지고 그런 일들이 이해되는 시대였다는 점에서 여인네들이 조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형편없었는지를 짐작 할 수 있게 한다. 

홍순언이 구해준 여인으로 인해 조선의 200년 숙원이었던 종계변무를 해결할 수 있었고 후에 석상이 조선의 임진왜란을 돕다 옥사하는 안타까움도 있었지만 홍순언의 사람됨을 알 수 있었다. 은혜를 갚기 위한 그녀의 모습도 너무도 아름다워 보였고 조위와 신종호의 목숨을 먼저 생각하고 여인네를 구하는 모습에서도 그들의 사람됨을 알 수 있었다. 공민왕으로부터 버림받은 혜비가 평생을 구슬프게 살아가며 비구니가 된 그녀에게 어떤 위로의 말을 전해야 그녀의 응어리가 풀릴까. 

각 장마다 안타까운 사연들을 설명함으로써 가슴한켠이 답답했는데 후미에 기행문을 실어놓음으로써 여운을 남기며 그들을 위로하고자 하는 저자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졌다. 저자는 고려와 조선, 그리고 지금의 우리사회를 통틀어 “불륜왕국”이라 설명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책 속에서는 사람의 목숨을 먼저 생각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인물들을 배치함으로써 저자가 설명해놓은 불륜왕국과는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자신과 죽이 잘 맞는 사람도 만나고 때로는 나와는 전혀 다른 사람들도 만나면서 그렇게 사람은 세상을 살아간다. 친하다고 해서 혹은 오랬동안 알았다고 해서 그 사람을 안다고 하면 참 위험한 생각이다. 외부에서 보는 시선과 혼자 남아 있을때의 시선이 전혀 다른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사건의 중심에 있는 경우가 많았다.  

“연쇄 살인범의 고백”에서는 사람으로서 도저히 하기 힘든 사건들을 주로 다루고 있다. 그래서 찬찬히 살펴볼 수 있었다. “연쇄살인범의 고백”을 읽으면서 무서움 보다는 정상적인 상태의 사람이 그런 사건을 일으켰다는 것이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았다. 다만 충격을 받고 그것을 계기로 정신적인 변화가 급격이 일어났을 때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일어나는 충동적인 사건들은 종종 본적이 있다.책 속에 등장했던 살인범 들은 이런부류에 속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내친구 엘링입니다”에서 엘링의 어머니가 죽고나서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그에게 찾아온 변화는 전혀 엉뚱한 변화로 나타나 읽는 독자로 하여금 당황케 만들었다. “연쇄살인범의 고백”에서 등장한 바르취 또한 사생아로 입양되었지만 양부모로부터 어렸을 때부터 상처받고 양 어머니가 바르취를 인형으로 취급하면서부터 정신적인 변화를 가져왔고 자신도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300명이라는 어린아이를 살해했다. 

또한 테슬러의 아내 살인사건과 고든 파크의 경우처럼 살인을 하고서도 철저하게 자신을 방어하며 속이는 수법을 택하면 그것을 찾아내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과의 두뇌싸움이 인상적이었다. 특히나 고든 파크의 경우처럼 모든 이들에게 존경받고 교장선생으로 사회적 지위와 명예까지 안고서 은퇴해 아내를 죽였으리라고는 상상도 할수 없었는데 근 30년이나 지나 범인을 찾아냈다는 것은 점. 그리고 자신은 아니라며 끝까지 주장했던 고든 파크.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일을 했던 이세이 사가와. 아버지의 능력으로 15개월의 정신병원생활만을 하고 나왔던 그를 보면 세상은 참 아이러니 하다는 생각 밖에는 들지 않는다. 

사람을 죽이고도 자신은 살기 위해서 위해서 끝까지 거짓말 하며 발뺌하려는 이들을 보면 그들의 양면성에 놀라지 않을수가 없었다. “연쇄 살인범의 고백” 책 제목에서 풍겨져 나오는 범죄자들의 심리상태를 조금 더 세밀하게 접근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그러나 살인범의 편지 혹은 그들이 살아왔던 경우를 되짚어 봄으로써 그들이 살인을 저지를 수 밖에 없었던 환경이 만들어져 있음을 몇몇 사건을 통해 짐작할 수 있었다. 

마음의 상처를 입고 평생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 그들이 범죄의 유혹에 빠져들 확률이 일반인들 보다 높다는 생각이 든다. 상처를 치유해야 함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지만 정신감정을 받거나 혹은 병원을 갈 경우 환자 취급하는 풍토도 이런 범죄를 부추키는 원인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