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경제 때문에 실업률이 증가하고 추위 때문에 마음까지 얼어버린 아이오와 사람들. 그때 스펜서 도서관에 나타난 작은거인 “듀이”. 듀이로 인해서 도서관 뿐만 아니라 도시 전체가 따스해짐을 느낄수 있었다. 그저 작은 몸짓의 고양이에 지나지 않았던 듀이는 시간이 흐르면서 모두에게 사랑받는 도서관의 마스코트가 되어있었고 어느새 마을 사람들에게 마음의 문을 열어 주는 열쇠역할까지도 하고 있었다.  

듀이가 도서관에서 사는 동안 때마침 지역경제마저 살아나 도시를 떠났던 많은 이들이 스펜서 지역을 다시 찾아와 정착하기도 했고 여러 방송매체에서 듀이를 촬영하기도 했으며 황량했던 도시를 사람사는 냄새가 나는 도시로 탈바꿈 하게 만든 장본인이 듀이였다. 듀이로 인해서 마을 사람들이 뭔가를 하기 시작했고 기대를 갖기 시작했으며 살기 좋은 스펜서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다.     

처음 도서함에서 발견된 힘없고 추위에 떨던 고양이에게서 비키는 스펜서에 살고 있는 버림받은 도시사람들의 모습을 연상했다. 그래서 듀이를 살리기 위해 정성껏 치료했고 듀이가 혼자서 걷고 도서관에 활기를 불어 넣을수록 비키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듀이가 그랬듯 그들도마을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살기 좋은 곳으로 변모시키며  “듀이” 역할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그들 스스로는 모르는 듯 싶다.    

 

19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동안 도서관 사람들과 스페서 사람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었던 듀이. 더군다나 비키는 자궁축출 수술, 유방암수술, 딸과의 마찰,스티브와 데이비드의 죽음,남편과의 이혼등 여자로서는 겪기 힘든 일을 겪으며 자칫 나쁜 마음을 먹을 수도 있었으나 지혜롭게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었던 이유가 듀이 때문이었다는 생각에 비키에게서 듀이가 갖는 의미가 어떤지 짐작 할 수 있었고 듀이의 죽음을 그녀가 받아들이기가 가장 힘들었다는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많은 이들이 실업과 경제문제 때문에 너무 힘겨워 하고 있다. 그러나 스펜서 마을의 작은 고양이 하나가 마을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고 기폭제 역할을 하며 도미노 효과를 일으켰듯이 힘들어 하는 모든이들에게 그 기폭제 역할을 하던 “듀이”가 이제는 내가되어 도미노효과를 일으켜 한국경제가 한층 밝아지기를 기대한다.  

이메일에 익숙해져 버린 내게 편지형식의 이 책은 상당히 신선한 느낌을 준다. 마치 남의 편지를 엿보는듯한 생각도 들고 등장 인물들을 간접적으로 만나면서 그들을 직접 만나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졌다. 직접적인 대화형식이 아닌 편지 형식을 택함으로써 글의 은은한 향을 느낄 수 있어 상당히 좋았다.  

영국에서 살아가는 주인공 줄리엣과 건지아일랜드의 주인공 엘리자 베스. 그리고 둘을 연결시켜주는 도시 애덤스의 찰스램에 관한 편지는 런던에서 매일 바쁘게 살아가는 줄리엣에게 또 다른 행복을 가져다 주었고 건지섬 사람들이 보낸 편지를 읽으면서 줄리엣 뿐만 아니라 나 역시도 건지 섬의 주민이 되어 있었다.  

독일군이 건지섬을 점령하면서 엘리자베스에 의해 만들어진 “감자껍질파이 클럽”으로 인해 건지섬은 뜻하지 않은 문학회가 갑작스레 자리잡을 수 밖에 없었다. 독일 점령하에 있으면서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었을 그들에게 “감자껍질파이 클럽”이 갖는 의미는 그들이 살아 갈 수 있었던 유일한 희망이었고 돌파구였는지도 모른다. 다소 웃긴 이름을 가진 문학회지만 이름 속의 깊은 뜻을 헤아리면 너무 슬픈 사연을 담고 있었고 그 웃긴 이름은 금세 눈물짓게 만들었다. 절망을 희망으로 승화시킨 그들의 용맹스런 모습도 엿볼 수 있었으며 감자껍질파이 클럽 때문에 변화하는 도시의 모습을 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건지섬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은 엘리자 베스다. “감자껍질파이 클럽”을 만든것도 엘리자베스 였고 모든이들을 문학회로 끌어들인 사람도 엘리자 베스 였다. 건지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편인 엘리자베스는 죽은 사람이다. 그러면서도 건지섬 사람들이 줄리엣에게 쓰는 편지속의 엘리자베스는 생생하리 만큼 살아있다. 이것은 건지섬 사람들이 엘리자베스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그리고 그리워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또한 편지속에 서술되어 있는 모습을 보면 엘리자베스와 줄리엣은 당차고 열정적인 모습이 상당히 닮아있다. 도시 애덤스를 비롯한 건지섬 사람들 또한 줄리엣과 편지를 주고 받으면서 엘리자베스의 그림자를 줄리엣에게서 찾으려 한다는 느낌도 들었는데 외부인을 따뜻하게 맞이하는 건지섬 사람들에 매료되어 줄리엣을 건지섬에 정착시키려한 그들의 사랑스런 모습이 눈앞에 그려져 읽는 내내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키트가 보물상자를 줄리에게 보여주고 줄리엣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줄리엣은 더 이상 런던에서 다람쥐 챗바퀴 돌듯한 삶을 살아가는 줄리엣이 아니라 건지섬 사람 줄리엣이 되어있었다. 마지막 기록인 이솔라의 탐정기록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갔지만 그것으로 인해 줄리엣은 도시의 사랑을 확인 할 수 있었고 결혼 상대자로서 모든 것을 갖춘 마크를 버리고 도시 애덤스를 선택한 줄리엣을 보는 것도 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