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동이 태어나서 집을 나가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서자는 사람취급을 받지 못하고 출세길 또한 막혀있어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은 상당히 제한적이었을 것이다. 초낭이 관상녀와 자객을 시켜 홍길동을 죽이려는 모습에서 서자의 현 위치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읽으면서 시대의 어수선함과 부조리 출생의 문제 등 홍길동을 통해서 사회문제를 다뤘다는 작품해설이 깊이 와 닿는다.
임진왜란으로 인해 황폐해진 조선에서 살아가는 많은 백성들은 아픔을 겪고 있었고 탐관오리들이 재물을 쌓고 임금에게는 거짓으로 고하는 등 시대의 아픔을 고스란히 백성들이 안고 가기에는 너무도 버겨워 보였고 신분제로 인한 아픔까지 더해서 백성들이 평화롭게 살아간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런 시대에 홍길동이 나타나 활빈당의 당원으로 있는 동안 많은 부조리들을 해결하려 했다는점. 관가와 해인사를 공격해 재물을 훔친 것을 보면 당시 백성들이 관리들이나 중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았는지를 알 수 있고 병조판서가 되어서도 불법을 가장먼저 없애려 한점에서 중들의 부패 또한 만만치 않았음을 짐작 할 수 있게 한다. 또한 홍길동을 잡기 위해서 많은 인력들을 동원했지만 홍길동을 잡지 못하고 오히려 농락당했다는 점. 백성들이 관리들 보다 홍길동을 두둔하고 나섰다는 점은 관직을 차지하고 있는 이들 그리고 정권을 잡고 있던 이들의 무능력을 보여준다. 이렇게 어수선한 시대의 아픔에도 아랑곳없이 그들의 배를 불리기 위한 중이나 관리들의 행동들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먼저 든다.
병조판서 홍길동으로써 출세길을 열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선을 떠나 성도로 향하는 홍길동의 모습에서 당시 조선은 더 이상 어떻게 손써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모든 아픔을 접어두고 율도국을 정벌하고 왕위에 오르는 홍길동을 보면서 허균은 홍길동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 허균이 광해군 10년에 체포되면서 현실정치를 통해 그가 이루고자 했던 바를 실패하면서 그의 이상을 실현하지 못하고 홍길동을 통해 율도국을 정벌하고 모두가 평화롭게 사는 세상을 최초의 한글소설로 만들며 책 속에서나마 이상국을 건설한 그의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허균은 어쩌면 홍길동이란 인물을 통해서 전쟁후의 조선에 홍길동 같은 영웅이 나타나기를 바란 것은 아닐까. 다소 뻔한 내용이지만 홍길동전을 읽으면서 통쾌했던점은 허균이 홍길동전을 철저히 백성의 위치에서 바라보고 서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길동전은 완판본과 경판본이 함께 들어 있고 작품해설도 있어 읽기가 무척 수월했다. 또한 허균의 연보를 보고 허균의 상황과 홍길동의 행보를 연관지어 함께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를 준다. 홍길동의 경판본은 완판본에 비해서 비교적 간략하게 서술되어있어 깔끔하다는 느낌을 받는데 완판본은 대화내용과 주변정황이 상당히 자세히 설명되어 있어 경판본에 비해 읽는 재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