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숙부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그가 구축해 놓은 독특한 삶의 방식을 일기와 도모코의 시선으로만 읽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다행히도 중간중간 삽입되어 있는 저자의 친절한 해설이 그의 삶의 방식을 독자에게 이해시키는데 있어서 매개체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기에 큰 무리없이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퐁퐈” “체리파하” “호에먀우” “타퐁튜” 등 이해할수 없는 단어를 도모코 앞에서도 다른 이들앞에서 서슴없이 사용하는 숙부를 이해하기란 쉽지않아 보였다. 어렸을 때부터 겪었던 “말더듬”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고 늘 심리적으로 불안함을 느꼈다. 어렸을 때 말더듬을 고치기 위한 다닌 학교에서 오히려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기 때문에 불안함은 성인이 되어서도 없어지지 않아 안타까웠다. 그러나 “말더듬”을 고치기 위해 스스로 단어와 발음에 대해서 많은 연구를 했고 규칙성을 알아내는 등 말더듬을 고치기 위한 힘겨운 노력들은 그가 얼마나 많은시간을 고통받고 있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청년이 되어서야 그의 말더듬은 고쳐졌지만 오히려 그것이 화근이 되어 숙부는 더더욱 혼란스러움으로 빠져들었다는 점은 상당히 아이러니 하다. 그동안 그가 단어와 발음에 대해서 연구하고 발성하기 위해서 공들인 시간들이 허무하게 지나가버렸기 때문에 그의 일기속에서 혼란스러웠던 날들에 대학 기억들이 고스란히 기록되어있었고 그것을 지켜봐야 했던 가족들의 안타까움도 느낄 수 있었다.
p 115 “매일 매일 바쁘게 돌아가는 오피스빌딩에서 유일하게 이 박스 속만은 주위와 단절 되어 고유한 시간이 흐르는 것 같았다.”
그의 일기속에서 그의 심리상태를 짐작할 수 있다. 말더듬으로 인한 혼란스러움과 도모코를 엘리베이터 속의 “박스”처럼 그의 안식처로 인식했기 때문에 도모코의 죽음은 그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안겼다. 세상과 의사소통의 문제로 말더듬이 원인이 되었지만 마지막 까지도 그만의 세계를 만들기 위한 그의 특이한 행동은 가슴을 짓누른다. 책속에서 숙부를 완전히 이해하기란 어려워 보인다. 모든 것을 정형화된 이미지로 인식하고선 정형화되어 있던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봤던 숙부가 어쩌면 그만의 세계 속에서는 타인의 시선에 아랑곳없이 표현하고 움직일 수 있는 그런 세상을 꿈꾼듯한 느낌도 든다.
첫 폐이지에 나와있는 “퐁퐈”라는 단어와 함께 독특한 구성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평소에 읽던 소설과는 사뭇다른 서술형태에 적잖이 당황하기도 했고 정리가 덜 듯한 구성방식을 받아들이기도 쉽지 않았다. 그러나 저자는 독특한 구성방식을 선택하고 그의 그낌 그의 생각을 숙부의 일기나 도모코의 일상과는 철저히 구분해 표현함으로써 독자가 바라보는 숙부와 자신이 바라보는 숙부가 다를 수 있음을 알려준다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