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좋은 기회에 신라에 관한 책을 읽을 기회가 되었다. 역사를 좋아하면서도 조선의 역사에 관한 책을 주로 읽었고 그 이전의 역사에 대해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아마도 이것은 격렬한 다툼과 빈번한 왕권의 변화가 내겐 어려움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신라에 관해서 이렇게 오랫동안 책한권을 읽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소제목 “고대영웅들의 화려한 귀환”이라는 문구속에서 예상할수 있듯이 책은 신라왕조 위주로 서술되고 있다. 북위와 고구려의 대치로 인해 신라 눌지왕이 백제와 함께 고구려를 견제하고 동시에 왜까지 견제할수 있는 힘을 기른 것을 계기로 진흥왕대에 와서는 신라의 영토를 3배까지 늘려갔다.    

고구려를 견제하기 위한 신라, 그리고 백제를 견제하기 위한 신라의 눈물겨운 행보도 보인다. 당과의 연합으로 백제를 견제하고 다시 고구려를 견제하고 당마저 백제의 땅에서 쫓아 내는 모습을 보며 그들의 견제능력과 정보력은 최고라는 생각도 든다. 삼국이 서로 물리고 물리면서도 한나라가 앞서 가는 것을 지켜보지 못하고 삼국이외의 나라 즉 당,왜 등을 끌어들이는 모습은 안타깝게 느껴진다. 

위로는 당을 견제하고 아래로는 신라와 백제를 견제해야 했던 고구려의 모습도 인상적으로 다가온다.영토를 넓히고 당과의 두려움 때문에 왜로 건너가 화친의 모습을 보였다가 다시 당과 이전의 모습으로 복귀한후 왜를 쳐내는 모습은 신라가 얼마나 발빠르게 움직이고 현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지를 한눈에 보여주는 대목이다.    

통일신라 이후의 모습은 신라 뿐만 아니라 역사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있듯이 어느정도 안정화된 이후에는 왕권다툼으로 이어지고 그 혼란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무너지는 수순을 걷는 모습을 많이 보아왔다. 통일신라도 이러한 수순을 밟을 수 밖에 없었는데 과거의 왕조를 보면서 슬기롭게 헤쳐나가지 못한점은 못내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신라인 이야기”는 300페이지의 분량에 신라의 번성과 쇠퇴를 모두 다루고 있다. 방대한 역사를 짧은 분량에 담다보니 왕조위주의 소개에 그친점은 읽는 동안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신라에 대해서 전혀 몰랐고 마치 소설책을 읽듯이 재밌게 읽어내려갈 수 있었던점. 책을 읽으면서 신라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고 싶은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은 이 책의 장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책 표지에 적혀있는 “생활경제 상식 총집합”이라는 글이 책 내용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살아가면서 매번 접하고 또 공부해야할 필요성이 있음을 인식하면서도 너무 쉬워 무심코 지나칠수 있는것들. 알고는 있었지만 명확한 개념은 몰랐던 많은 것들에 대해 책을 읽으면서 정리가 된 듯 싶어 내심 기분이 좋다. “경제학자는 실물경제를 알려주지 않는다”는 경제를 알려주고 파악한다는 개념보다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접하게 되는 많은 어려움들중에서 그것을 헤쳐나갈 수 있는 기본지식을 알려준다. 경제에 대해서 막연한 두려움으로 선뜻 책을 잡지 못한 분들이 읽으면 많은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든다. 

전 세계가 경제위기로 치닫고 있는 지금 너나할 것 없이 누구나 어려움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그것 때문에 많은 이들이 경제에 대해서 알고 넘어가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중요성 또한 느끼고 있다. 살아가면서 마주치는 법에 대한 기본개념들, 부동산이라던가 보증에 관한 개념들. 통신료를 절약해서 쓰는 방법, 주식이나 펀드에 관한 재테크 관련 자료등 많은 부분을 두루두루 서술하고 있다. 우리가 생활하면서 한두번씩은 꼭 마주치는 것에 대해 나열하고 있어 많은 도움이 된다. 각 단원마다 작은 주제를 정하고 예시를 들어 설명했기 때문에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점이 “경제학자는 실물경제를 알려주지 않는다”의 가장 큰 장점이다. 

책은 자산,보험,부가가치세, 경제 성장률, 법인, 원가,공증, 보증, 주식과 펀드등 막연하게 인식하고 있던 부분에 대해 보다 명확하게 짚고 넘어감으로써 앞으로 경제서를 읽거나 신문을 읽을 때 보다 심도 있게 읽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경제용어들을 설명하는데 그치지 않고 예시를 들고 활용법에 대해서 서술되어 있다는 점도 인상적었고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를 가정해 해결하는 과정과 두가지 해결책의 경우 각각의 장단점을 비교설명하고 있어 선택의 폭도 넓어진다는 장점이 있다.  

책은 전반적으로 초보자를 대상으로 적은만큼 쉽게 쓰여졌다. 그래서 받아들이는 것도 쉽다. 처음 접하는 분은 기본개념을 익힐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 반면 책의 분량이 약 300페이지인데 반해서 많은 주제들을 다루다보니 깊이 있는 해석의 부족은 독자들에게 아쉬움을 남긴다. 

항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빨래터”의 논란에 그저 언론에서 보도되는 표면적인 현상으로만 접해왔는데 “빨래터”라는 소설을 읽으면서 보도되지 않은 반대편에서 많이 힘들어했을 박수근의 가족들의 모습도 짐작이 된다. “빨래터”라는 제목으로 책 제목을 정하긴 했으나 읽으면서 박수근이나 성남에 대해서 초점을 맞췄다기 보다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에 초점을 맞췄다는 생각이 든다.  

박수근은 전형적인 한국 남성의 모습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성남은 어렸을 때부터 말없고 무뚝뚝한 아버지를 지독하게도 싫어했다. 그런 그가 그렇게도 싫어하던 아버지를 잃고나서야 아버지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붓을잡고 아버지의 그림을 보고 그대로 그리며 아버지의 화법을 배우는등 성남은 아버지 박수근과 참 많이 닮아 있었다. 가부장적인 박수근이 표현법이 서툴러 성남을 싫어하지 않으면서 멀어지는 그를 보면서 참 아팠을 것이다. 그런 박수근을 이해 못했던 성남의 상처도 이해가 된다.  

아버지의 허상을 찾아 존릭스를 만나는 과정에서 존릭스가 성남을 보고 반가워 했던 것처럼성남도 존릭스에게서 아버지의 모습을 잠시나마 엿볼 수 있었을까. 같은 공간에서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듯 어색함도 잠시 둘의 관계는 참 자연스러워 보였다. 존릭스에게 그림을 주고서라도 그림을 그릴 도구를 받아야 했던 박수근이 얼마나 비참했을지 가슴이 아파온다. 가부장적이면서도 말수가 적고 자존심이 강했던 박수근이 존릭스에게 그렇게 해서라도 받아야 했던 붓이나 팔레트들. 그런 박수근을 바라보던 성남이 붓을 잡지 않겠다는 모습은 너무도 당연해 보였고 억지로 그것을 밀어내는 모습은 안타까워 보였다.  

박수근이 경제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보여준 그림에 대한 열정이나 성남이 끝내 붓을 들 수밖에 없었던 모습들을 보면 하늘이 사람에게 준 재능이라는 것은 어쩌면 본능이지 않을까. 사람이 이성을 보고 매력을 느끼고 먹고 자는 것이 당연한것처럼 자신이 가진 재능도 버릴수 없는 가장 기본적인 욕구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박수근과 성남이 힘들어 하면서도 그림을 그릴 수 밖에 없는 이유이자 힘이 아니었을까.  

소설을 재밌게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박수근이 보여준 아버지의 모습이 내 아버지의 모습과 너무도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표현법이 서툴고 말수가 적어 아버지를 참 많이도 싫어했었다. 아버지와는 아직도 서먹서먹 하지만 성남이 박수근이 죽은뒤에 보여준 행보는 내게 많은 것들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만들어 줬다. 아버지에 대한 아픔들 그리고 내가 이해해야 할 것들에 대해 성남이 아버지를 이해했듯이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내 자신도 아버지를 이해할 날이 오리라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