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2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동안 많은 조선왕조들이 바뀌었다. 그리고 그중에서 세자로 책봉되었지만 왕으로 등극하지 못한 인물이 27명중에서 12명이라는 글이 눈에 띈다. 결국 15명만이 왕으로 등극한 셈이다.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불행했을 사람들이 그 12명이 아니었을까.  

자신의 목표나 신념과는 상관없이 어렸을 때부터 왕으로 거듭나기 위한 교육을 받고 슬픔도 기쁨도 마음대로 표현하지 못했고 장자 원칙에 따라 피싸움으로 번질 수밖에 없었음을 알면서도 어떤 조치도 취할수 없었던 사람들. 형제였지만 내가 아니면 형이나 동생을 죽여야만 했고 또 볼모로 잡혀가야 했던 소현세자나 이은. 장자가 되어서도 동생에게 왕권을 물려줘야 했던 양녕대군. 과연 이들에게 사명감이라던가 혹은 살아가야 할 진정한 이유를 어디에서 찾아야 했을까. 마치 모든 것들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어쩔수 없는 것처럼 받아들여야 했던 것에 대해서 많은 생각이 든다.

  자신의 아들이나 딸이 태어나면 당연히 기뻐하고 또 이뻐 하는 법인데 자식을 대하는 모습에도 격식을 차리고 메마른 감정을 표현해야 했고 세자책봉식 혹은 세자를 자신의 정치싸움에 이용했던 영조나 인조를 보면 국가 앞에선 냉정해지고 가족도 이용할 수 밖에 없는 그 환경이 안타까움으로 다가온다. 왕권강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또 정치적으로 올바른 길로 제대로 선회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뒤뜰에서 죽어야만 했던 사도세자를 보며 영조인들 기뻤을까. 그를 그렇게 옥죄고 또 아파하는 사도세자를 보며 마냥 안타까워했을까. 국가를 이끌고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 불안감은 늘 영조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많은 자식들을 보며 그들중에서 한명만이 왕으로 등국하고 나머지는 죽임을 당할 수 밖에 없다는 아픔을 부모의 입장에선 얼마나 통한의 아픔이었을까. 책을 읽으면서 나는 현재의 시선으로 과거를 보면서 내 눈에 역사를 맞춰서 읽었기 때문에 당시의 아픔보다 오히려 내가 느낀 아픔이 더 컸다는 생각도 해본다.  

책 속에 삽입된 그들의 묘를 보며 한번은 꼭 가서 그들을 위로 하고 싶다. 세월이 많이 흘러 그들의 아픔도 간접적으로 안타까워하고 아파하는 나이지만 그들 또한 나와 같은 인간으로써 세상을 살다 갔고 그것이 그들의 주어진 운명이었기 많이 아팠겠지만 최선을 다했노라고 생각하고 싶다.   

책 곳곳에 저자 역시도 안타까워 하는 모습들도 많이 보였다. 역사는 과학적으로 접근하되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은 단계에서의 추측은 독자로들에게 혼란을 줄수도 있다. 책의 군데군데 저자의 의견이 너무 깊게 개입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어 다소 아쉬움을 남기지만 지금껏 세자들에 관한 책을 자주 접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좋은 공부가 되었다.

 

  

역사에 접근하는 방식에는 정답이 없는 것 같다. 전문가들 조차도 같은 현상을 두고도 전혀다르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는냐에 따라서 역사도 전혀 다르게 전개되니 말이다. 지난 정조의 편지가 발견되면서도 그랬고 이신순 장군의 활약이 축소되는 등 이전에 우리가 알고 있던 것에 대해 전혀 다른 결론에 이르는 논문을 접할때마다 당혹스러움은 이루 말할수 없을 만큼 충격적으로 다가온다.그래서 올바른 역사관을 심어주는 것과 과학적인 접근이 반드시 수행되어야 함을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한번 느끼게 된다.  

2007년에 이미 과학 전문 기자 세스 슐만은 책의 발간을 두고 세간의 주목을 받았었다. 그랬기에 책에 대한 기대도 그만큼 컸다. 우리나라에서 발간되면서 오히려 주목을 받지 못한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벨과 엘리샤 그레이 그리고 안토니오 무치까지 전화에 대한 많은 부분들이 우리의 궁금증을 풀어주기에는 많이 부족해 보인다. 물론 시간적 경계로 인해 더 이상의 완벽한 접근이 이루어지지 못한점도 있고 본의 아니게 역사라는 관점을 떠나 자신의 이익 때문에 접근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지상최대의 과학 사기극”을 읽으면서 벨과 엘리샤 그레이의 모습을 이전에 비해 객관적으로 그리고 과학적으로 접근 한 점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전화의 등장은 세상을 완전히 바꿨다. 유선전화에서 무선전화로 다시 핸드폰으로 모두가 사용하는 핸드폰의 기초를 정립했던 사람들. 우리에게 있어서 이렇게 다양하게 그리고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으로 인식되는 전화기를 사용하면서 전화기의 발명 혹은 최초의 발명이 갖는 의미는 남다를 수 밖에 없다.  

벨이 워싱턴을 갔다온후 그의 실험방향이 갑작스레 변경되고 특허를 내고 특허신청이 받아들이기 까지의 일련의 과정들이 많은 부분에서 허점을 드러냈다. 엘리샤 그레이의 전화도안을 그대로 베꼈다는 정황은 저자가 책속에 실어놓은 전문들과 편지들이 그것을 뒷받침 하고 있다. 그의 특허심사를 맡았던 윌버의 실망스런 행동들. 후에 그가 최종 진술을 했지만 역사속에 그대로 묻여버린 점은 아쉽다. 벨에게는 그의 든든한 후원자 그리고 특허심사관, 상업적으로 이윤과 창출을 어이줄수 있었던 든든한 회사의 선택등 3박자가 잘 맞아 떨어졌다. 당시 전화기에 대해 장난감처럼 인식되던 사회에서 같은 전화기를 발명하면서도 그레이와 벨의 전화기를 대하는 목표가 달랐던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특허과정에 이루어진 석연치 않은 부분들 그리고 그 둘 사이에서 이루어진 600건 이상의 소송건들을 보며 엘리샤 그레이가 얼마나 가슴아팠을지를 짐작 할 수 있다.벨에게 모든 것을 갖춘 그의 힘에 속절없이 무너져 버린듯한 느낌도 든다.  

저자는 책속에서 그의 주장들을 뒷받침하기 위해 많은 상황들을 서술하고 있으며 그 주장에 맞게 편지나 원문들을 실어 논리적으로 접근했기 때문에 책은 신빙성을 갖는다. 그러나 중간중간 추측성 문구들이 눈에 띄어 실망도 했다. 백주년 박람회에서 그레이를 피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동안 그를 심적으로 힘들게 했었기 때문에 당연한 것은 아니었을까. 또한 그것을 두고 전화의 탄생과 관련된 벨의 역할을 반감시키려 했다는 그의 추측성 문구들은 다소 이해하기 힘들게 한다.

힘들 때 많은 이들에게 힘과 용기를 불어넣었던 사람. 명동성당에서 마지막으로 그를 보기 위해서 줄을 선 인파들을 보며 그의 죽음이 많은이들에게 얼마나 안타까움으로 다가오는지 알 수 있었다. 믿는 종교가 없기 때문에 김수환 추기경의 잠언집을 읽기전에 고민을 많이 했었다. 성당과 관련된 혹은 하느님과 관련된 글을 거부감없이 제대로 접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고 그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왜곡없이 그대로 받아들일 자신도 없었기 없었기 때문에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어머니께서 카톨릭 신자이기 때문에 어머니를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책을 읽어내려갔다. 그가 보여준 살실성인의 모습들과 그의 한마디 한마디는 현재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위로를 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땅을 일궈 농사를 짓는 농부도 땅에 폐수를 버려 오염시키는 몰염치한 사람도 땅은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모습을 가진 땅을 보면서 인간은 병고와 고독 그리고 절망까지 다 받아들이고 땅의 겸손함에서 인간도 겸손함을 배워야 한다는 문구가 와 닿는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많은 이들과 마주하게 되고 뜻하지 않게 상처입고 또 상처입히게 되며 정도의 길을 걸으면 바보라는 소리를 듣는 세상에서 겸손함과 약간의 손해가 주는 의미는 특별할 수 밖에 없다. 어쩌면 이것이야 말로 세상을 너그럽게 만들고 본인은 여유로움을 가지는 힘은 아닐까. 

모든 것에서 배우는 사람 현자(賢者), 자기를 이기는 사람 강자(强者), 자기의 운명에 만족하는 사람 부자(富者) - 욕망과 무절제 그리고 시기는 보는 사람도 겪는 사람도 힘들게 만든다. 앞에서 나열한 현자,강자,부자는 우리가 사용하는 일반적인 의미를 전혀 다른 방법으로 해석한 모습도 인상적이다. 짧은 생(生)에서 누군가를 짓밟고 올라가고 사기를 치고 부를 축적하는 모습의 강자(强者)와 부자(富者), 자기를 이기는 사람은 강자(强者)요. 자신의 운명에 만족하는 사람이야 말로 부자(富者) 라는 글과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지금의 내 모습은 어떤 모습인지를 생각하니 고개가 숙여진다. 

사람이기 때문에 고독할 수 있고 사람이기 때문에 고민하고 사람이기 때문에 사랑하고 용서할 줄도 안다는글. 특별한 사람이기에 고난을 받고 특별한 사명을 띈 람들. 천사이기에 날개가 있기에 벼랑 끝으로 내민다는 글. 책은 짧은 문구들로 에세이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쉽게 읽을 수 있을 만큼 적은 분량이지만 책을 읽는 독자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강렬하다.

  

P48 인생덕목 중에서 

1. 말

말을 많이 하면 필요 없는 말이 나온다.

양 귀로 많이 들으며, 입은 세 번 생각하고 열라.
 

2.책

수입의 1%를 책을 사는 데 투자하라.

옷이 해어지면 입을 수 없이 버리지만,

책은 시간이 지나도 위대한 진가를 품고 있다.

3. 노점상

노점상에서 물건을 살 때 깢지 말라.

그냥 돈을 주면 나태함을 키우지만,

부르는 대로 주고 사면 희망과 건강을 선물하는 것이다.

 

4. 웃음

웃는 연습을 생활화 하라

웃음은 만병의 예방약이며,치료약이며

노인을 젊게하고, 젊은이를 동자로 만든다.

 

5. TV(바보상자)

텔레비전과 많은 시간 동거하지 말라

술에 취하면 정신을 잃고,

마약에 취하면 이성을 잃지만

텔레비전에 취하면 모든 게 마비된 바보가 된다.

 

6. 성냄

화내는 사람이 언제나 손해를 본다.

화내는 사람은 자기를 죽이고 남을 죽이며

아무도 가깝게 오지 않아서 늘 외롭고 쓸쓸하다.

 

7. 기도

기도는 녹슨 쇳덩이도 녹이며 천년 암흑 동굴의 어둠을

없애는 한 줄기 빛이다.

주먹을 불끈 쥐기보다

두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자가 더 강하다

기도는 자성을 찾게 하며 만생을 요익하게 하는 묘약이다

 

8. 이웃

이웃과 절대로 등지지 말라

이웃은 나의 모습을 비추어 보는 큰 거울이다.

이웃이 나를 마주할 때,외면하거나 미소를 보내지 않으면,

목욕하고 바르게 앉아 자신을 곰곰이 되돌아 보아야 한다.

 

9. 사랑

머리와 입으로 하는 사랑에는 향기가 없다.

진정한 사랑은 이해,관용,포용,동화,자기를 낮춤이 선행된다.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데 칠십년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