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천의 사기를 통해서 잠시 만나봤던 구천을 이번에 와신상담을 읽으면서 보다 폭넓게 당시 상황을 접할 수 좋은 기회였다. 책 표지에 적혀 있는 “패배하지 않는 것, 그것은 현실이 아니다. 현실은 패배 이후부터 시작된다”라는 문구가 책의 흐름을 가장 잘 표현한 듯 싶다. 와신상담이라는 고사성어에서도 이미 책의 주 맥락을 짚을 수 있으며 책의 목차를 보면서 책의 흐름을 대충 짐작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중국의 역사적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책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의외로 “와신상담”은 역사속의 인물 한명 한명의 특징들을 잘 살리면서 큰 어려움없이 쉽게 읽어내려갈 수 있었으며 책을 읽는동안 마치 역사속의 그들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생감감 있는 표현과 구천과 부차의 심리적 싸움도 상당히 인상적으로 그려냈다.
3년이라는 시간동안 오나라의 감옥에서 온갖 곤욕을 치르면서도 절대로 굴하지 않았던 구천. 생각을 굽히지 않고 마지막 까지 밀어붙이는 그의 신념과 용기, 인재를 고루 등용했던 모습이라던가 월나라로 복귀하자마자 농사를 일부러 망치며 오나라로 식량을 빌리러간 범려를 기다릴 수 있었던 인내력, 문종이나 석매등 전혀 다른 의견의 충돌속에서도 목숨은 살려뒀던 모습등은 역사속에서 그가 갖는 의미는 우리역사와 비교해볼 때 얼마나 큰 의미였는지를 다시한번생각해보게 된다.
리더로서 부차와 구천은 비슷한 면에 상당히 많았다. 어쩌면 거의 같은 인물로 봐도 될만큼 위대한 인물들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들은 인재를 등용하고 활용하는 면에서만 달랐는데 이 차이점은 그들을 구별짓는 가장 큰 차이점이었고 또한 오나라와 월나라의 차이점이었으며 오나라가 멸망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어느나라를 막론하고 역사서를 읽다가 느끼는 점은 강성한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었는데 어진 왕, 책략가, 충성스런 신하 이렇게 3박자가 일정한 균형을 이루었을 때 영토를 넓히며 그들의 힘을 과시해 왔다는 생각이 든다. “와신상담”을 통해서도 3박자의 균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다. 월왕 구천 그리고 책략가 범려, 목숨 내놓기를 두려워 하지 않던 석매와 문종등이 대표적이다. 오나라는 어진왕과 충실한 신하도 있었지만 책략가가 없었다. “와신상담”속에 등장하는 구천,부차,석매,문종,오자,범려등은 함부로 이름을 거론하기 힘들만큼 대단한 존재로 느껴진다.
아쉬운점도 있다. 책의 전반부에 석매와 문종이 구천을 대하던 모습과 책의 후반부에 구천을 대하던 모습은 다소 이해가 되지 않는다. 또한 오자서의 죽음과 석매의 죽음은 너무 똑같은 모습이라 당황하기도 했다. 책은 6권으로 진행되는 동안 거대한 전쟁의 모습도 없으며 그나마 있는 전쟁도 아주 간략히 묘사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와신상담을 최고의 역사소설로 꼽는 이유는 생동감 넘치는 인물들과 왕과 신하의 싸움, 그리고 책략가 범려의 모습, 구천과 부차의 기싸움,나라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해야 했던 서시, 구천과 부차가 멀리까지 내다보며 일을 처리하던 모습등 자세한 전쟁묘사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것들을 커버하고 있다. 또한 와신상담이라는 사자성에속에 뜻을 중요시 하듯이 책은 구천이 부차에게 모욕 당하는 모습을 상당히 상세하게 그리고 있으며 그런 구천의 모습을 통해 “와신상담”은 독자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