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를 살기 위해 나에게 정말 필요한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공기가 없으면 수 분 이내에, 물이 없다면 수 일 내에 우리의 생명은 끊어진다. 공기와 물은 살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이지만, 우리는 그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면서 오늘도 살아간다. 공기는 공짜로, 물도 거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 우리 몸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패는 항상 일어나고, 누구에게나 찾아오고, 성공보다 훨씬 많이 나타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서점에 진열된 많은 자기 계발 서들은 당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열심히 말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 책들이 말하고 있는 성공의 삶을 산 사람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이 책 [성공이 너무 뜨겁거나 실패가 너무 많거나] - (부제)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일이 일어난다 - 는 스스로를 ‘자기 계발서’라고 말한다. 그런데 다른 자기 계발 서들과 좀 다르다. 일반적인 개인의 실패만을 다루고 있지 않다. 사회의 다양한 모습들, 즉 정책학, 사회학, 인문학, 자연과학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분야에서의 실패를 말하고 있다. 콕 집어서 말하기 어려운 범주의 책이다. 그래서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다. 어떤 부분들은 이해가 잘되지 않기도 한다. 그렇지만 평소 무심코 지나쳤던 부분들이 실패의 작품이라는 저자의 주장에 즐겁게 공감할 수 있는 부분도 많았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우리에게 일어나는 실패는 필연적인 일이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익숙하게 들은 ‘머피의 법칙’이 등장한다. 이 책은 ‘실패할 가능성이 있는 것은 반드시 실패하게 된다.’라는 머피의 법칙을 일관되게 말하고 있는데, 사실 실패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 실패가 필연적이라는 말은 분명 옳다고 할 수 있겠다.

그 동안 많은 실패를 경험했었기에 나도 실패하기가 싫다. 어쩌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나의 본성일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실패가 성공보다 훨씬 많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인식한다면 그 두려움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희소성로 인해서 다이아몬드를 얻기 위해서는 물보다 훨씬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렇지만 우리가 살기 위해서는 다이아몬드보다 물이 필요하듯이 우리의 삶에서 실패가 성공보다 더 필요한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실패는 일상다반사라는 사실과 실패로 인해 우리의 삶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과 실패할 때, 툭툭 털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기억할 수 있었다. 이것이 진정한 실패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 아닐까?

나는 살아간다 그러므로 실패가 일어난다

 

요즘 중국에 관한 화두는 단연 티베트 사태와 올림픽이다. 분리 독립을 하고자 하는 티베트인에게 발포한 중국당국의 행동으로, 세계적인 이목이 티베트로 집중되고 있다. 이 일로 인해 오는 8월에 개최될 북경올림픽 개막식에 세계 여러 나라의 정상들이 불참 의사를 나타내고 있으니 중국은 이중의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중국(中國)과 중국인(中國人)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소위 미국과 맞짱을 뜰 수 있고, 인구가 세계에서 제일 많고, 고대부터 우리나라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자부심이 강해 자신들이 세상의 중심이라 생각하고, 나라 이름에도 ‘가운데 중(中)’자를 쓰면서 주변 나라들을 오랑캐라 여기며 무시해 왔다. 그들의 눈에 오랑캐인 내가 중국과 중국인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이들의 자부심 때문이다.

저자는 중국의 사면대학교의 교수다. 중국인이 중국인에 대해 쓴 책은 그 동안 접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중국인을 새롭게 알 수 있을 거란 기대를 갖게 되었다. 이 책은 [음식], [의복], [체면], [인정], [단위], [가정], [결혼과 연애], [우정], [한담] 등 9개의 키워드로 구성되어 있다. 이를 통해서 볼 수 있는 중국인의 밑바탕은 단체의식과 인간관계이다. 함께 밥 먹는 것을 좋아하고, 다른 사람과의 어울림을 위해 유행을 좇고, 상대방의 체면을 위해 자신을 깨끗하게 단정하거나 예쁘게 꾸미고 타인을 만나고,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는 개인이 아니라 가정이다. 개인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가정을 벗어난 개인의 존재는 사회적 의미를 갖지 않는다. 이러한 중국인의 모습은 사실 우리나라 사람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아니 거의 같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우리나라도 단체의식과 가정, 학교, 직장 등 어디서나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 않은가? 지리적으로 가까이 있어 오래전부터 우리가 중국의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좀 더 피부에 와 닿게 느낄 수 있었다.

저자가 이 책에서 중국인의 모습을 얘기하면서 옛 작품들을 자주 언급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홍루몽’, 사마천의 ‘사기’, 루신과 그의 작품인 ‘아Q정전’이 있다. 저자는 책의 중간 중간에 이 작품들의 내용들을 삽입하여 읽는 이의 내용 이해를 돕고 있다. 이 중 사마천의 ‘사기’는 최근에, 루신의 ‘아Q정전’은 수 년 전에 읽었던 적이 있어서 이해하기 수월했지만, ‘홍루몽’의 내용을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책을 읽는 동안 내내 아쉬움으로 남는 부분이었다. 그래서 이 책을 덮고 나서 ‘홍루몽’을 한 번 읽어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또 다른 아쉬움이 있다면 내 한자 실력이 부족한 것이었다. 한자에 담긴 의미를 통해 중국인의 모습을 얘기하는데, 어느 정도의 한자 실력만 있었다면 좀 더 중국인의 모습을 이해하기 수월했을 것이다.

중국인을 알기 위해서, 아니 어느 지역의 사람들을 알기 위해서는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 언어, 인종 등 다양한 부분을 알아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다양한 부문의 자료들로 중국인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500페이지가 넘는 적지 않은 분량이어서 약간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중국인의 모습을 좀 더 중국인의 시각을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사랑’이라는 단어는 참으로 신기하다. 생각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들뜨게 하여 기분을 좋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의 목숨까지도 걸 수 있는 불같은 사랑을 꿈꾸는 지도 모른다. 난 한 때 대중가요를 무척 싫어했다. 물론 지금도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거의 모든 노래가사가 남녀의 사랑만을 외쳤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사랑’을 남녀 사이에만 한정시키려는 왜곡된 생각을 갖게 된 적도 있었다. 그렇지만 세상을 살아가면서 사랑이 삶의 활력소가 되고, 평생 사랑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다면 그보다 큰 축복은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사랑에 관한 연구>는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그러다보니 200페이지가 약간 넘는 분량이지만, 분량에 비해 꽤 많은 시간을 들여 읽게 되었다. 에세이를 평소 잘 접하지 않은 내 탓이기도 하겠지만, 주제 자체도 매우 심오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사랑과 사랑들로 구별하여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책을 읽어 가면서 내가 사랑을 사랑들로 이해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기서 말하는 사랑들이란 사랑을 하면 기쁨이 오고, 상대방에 대한 욕구가 생기는 등, 사랑을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구체적이고 개인적인 경험과 현상들을 말한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사랑과 저자가 연구한 사랑의 차이가 궁금해졌고, 제목의 의미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어디선가 ‘감정에 충실해라’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누군가에게 끌리는 마음이 생기면 너무 신중히 고민하지 말고,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받아들이라는 이 말은 어떤 면에서는 자연스럽게 들린다. 그렇지만 이성과 감정을 함께 가진 사람이 어느 한 부분만 의지하는 것은 위험하다. 걸리는 시간의 차이는 있지만, 감정은 언제든지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다양한 사람들이 말하는 사랑에 대해 논하고 있다. 특히 스탕달의 <연애론>에서 말하는 수정론에 대해 많이 언급하고 있다. 수정론은 환영적인 어떤 것을 사랑이라 말하고, 가끔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사랑은 실수라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스탕달의 이론에 따르면 사랑의 본질을 생각할 이유가 없어진다고 비판한다. 어쨌든 스탕달의 <연애론>은 대부분의 여자들에게 사랑의 매뉴얼로 불린다고 하니 한 번쯤 읽어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중반부 이후에는 사랑의 본질과 더불어 남자의 사랑과 그 사랑을 온전히 채워주는 여자의 사랑에 대해 언급한다. 특히 여자의 사랑에 대한 부분은 어떤 여자들에게는 불쾌감을 줄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남자는 행동하고 여자는 존재한다’, ‘남자의 사랑을 온전히 채워주는 것은 여자의 사랑이다’라는 말은 왠지 모르게 여자를 수동적인 위치로 만들기 때문이다. 알파걸들이라 불리는 여자들이 많아진 오늘날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물론 이 책이 1940년에 쓰였다는 사실을 감안해야 하겠지만 말이다.

책을 덮으면서 스스로 사랑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나만의 정의를 내리기에는 아직 어려운 점이 많다. 사랑들이 아닌 사랑을 향한 지속적인 고민이 내게 남았다. 하지만 책에 언급되어 있는 사랑에 대한 정의 중 가장 공감이 되는 부분을 여기 적어본다.

팬더는 사랑을 이렇게 정의한다. “사랑은 한 영혼이 다른 영혼을 향해 나아가는 구심력이며, 그 힘은 지속적인 흐름 속에서 유지되면서 가공할 힘을 분출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그 대상과 하나가 되면서 그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다.”(1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