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화 된 세상

인터넷과 휴대폰은 우리의 일상이 되어 버린지 오래다. 일부 노인과 어린아이들을 제외하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거의 매일 인터넷에 접속하고, 휴대폰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좀 더 빠른 속도의 인터넷과 다양한 기능과 세련된 디자인을 가진 휴대폰을 찾는다. 특히 젊은 사람들은 인터넷 연결 상태가 좋지 않으면 쉽게 짜증을 내고, 최신 유행의 휴대폰에 민감하다. 그렇지만 우리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인터넷과 휴대폰으로 우리가 시공간에 대한 제약을 크게 넘어설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언제든지 인터넷을 통해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내가 알고 있는 정보도 알릴 수 있으며, 휴대전화로 보고픈 사람과 연락할 수 있다.

[우리는 마이크로 소사이어티로 간다]는 IT기술의 발달로 인해 변화된 우리의 오늘을 분석하고 내일의 모습을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오늘의 변화를 <네트워크 속 개인과 인간관계, 정보화 시대 개인의 프라이버시, 지식 생산과 유통의 패러독스, 네트워크 속 경제활동, 일과 놀이의 문화, 권력관계의 변화, 현대 예술과 문화> 등 7개의 부분으로 나누어 이야기 하고 있다.

그 내용을 짧게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네트워크 안의 개인은 인터넷상에서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고, 프라이버시의 침해에 민감하지만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한다. 기존처럼 특정 지식을 저장하는 것보다 네트워크를 이용하여 다양한 지식을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이 더 중요해 졌고, 자발적인 프로슈머의 활동은 다른 사람들의 구매 활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과 놀이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고, 게임 속에서 시행착오를 통해 학습능력을 높이고 있다. 또한 기존의 수직적인 권력관계가 인터넷을 통해 정보의 비대칭성이 극복됨으로서 부분적으로 수평적인 관계가 되었다. 모두가 예술가가 될 수 있고, 시각적인 문화가 지배적이 되었다.

이 책을 보면서 내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었다. 나의 본명이 아닌 별명으로 인터넷상에서 활동하고, 나를 나타낼 수 있는 아바타를 꾸미고, 내 블로그에 내가 원하는 내용들을 담기도 하면서 나의 의견들을 올려놓고, 내가 올린 글의 조회 수에 민감하고, 나와 같은 분야에 관심을 가진 이가 올린 정보를 보면서 동질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휴대폰과 인터넷을 거의 매일 사용하고 있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점에 대해 사실 그동안 생각해보지 못했다. 나는 이러한 기술의 발달이 단순히 연락의 편리함과 다양한 즐거움을 주었다고 생각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주위의 당연하다고 여겼던 일들이 조금씩 우리 사회의 변화된 모습의 일부분임을 알게 되었다. 또한 우리나라의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어서 읽기가 편했다. 물론 내용 자체가 그리 쉽지 않은 책이었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의 변화에 대한 관심이 있는 이에게는 이 책이 우리 사회의 다양한 부분에 대해 예리하게 분석하고 있어서 한 번쯤 읽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오류가 없는 역사적 진실은 무엇일까?

학창시절 유대인에 대한 리포트를 작성한 적이 있었는데, 참고자료를 조사하던 중 제2차 세계대전 때 희생당한 유대인의 수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되는 내용을 알게 되었다. 대략 600만 명의 유대인이 독일군에 의해 희생당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 ‘600만’이라는 숫자는 전쟁 전 후 유럽에 남은 유대인의 수만으로 산출되었다고 한다. 헌대 당시 전쟁을 피해 미국과 다른 나라 등지로 피난을 간 유대인의 수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희생당한 유대인의 수가 일부 과대 포장되었다는 것이었다.

이미 알고 있던 일이 훗날 어떠한 이유로 왜곡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때면, 허탈감과 함께 때론 분노의 감정도 들게 된다. 특히 역사라는 것은 한정된 기록들로 인해 왜곡되기가 참 좋은 재료인 것 같다. 흔히 정사는 승자의 입장에서 기록되었기 때문에 기록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고 하지만, 당시의 시대를 살지 않은 우리가 추론하기에 한계가 있는 것도 분명하다.

[역사의 오류]는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적인 사실에 한 번 더 메스를 대고 있다. 노아의 홍수부터 유고슬라비아 내전까지 어느 한 시대에 치우치지 않게 소재를 골라 역사적 사실이라고 믿고 있던 것을 뒤집고 있다. 노아의 홍수, 클레오파트라, 아메리카의 발견, 아르메니아 대학살, 달 착륙에 관련된 이야기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다른 부분의 이야기는 무척 생소했다. 국사와 달리 세계사에 대한 지식이 나에겐 부족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저자가 관련된 배경을 짤막하게 설명해 주어서 내용을 이해하기가 어렵지는 않았다. 여기에서 말하는 오류로 알고 있었던 내용은 올림픽 마라톤의 유래와 스페인 무적함대의 패배, 미국 남북전쟁이다. ‘마라톤 전쟁당시 이미 신호통신 체계를 갖추었던 그리스, 열악한 해상기후로 영국정벌을 실패한 스페인 무적함대, 노예해방이 아니라 연방정부의 붕괴를 막기 위해 벌인 남북전쟁’의 내용은 나의 상식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하게 만들었다. 성탄절의 유래에 대한 이야기는 내용이 약간 부족하기도 하다. 오늘날 12월 25일의 성탄절은 로마시대에 처음 정해졌는데, 원래 로마에서 12월 25일은 태양신을 섬기는 날이었다. 당시 로마는 다신교의 나라였고, 그 중에 태양신이 가장 권위 있는 신이었다. 이 이교도의 태양신을 세상의 빛인 예수님으로 대신하기 위해 정한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한 번 왜곡된 진실이 본래의 의미를 되찾는 일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보통사람들이 알고 있는 잘못된 내용들을 바로 잡는 일에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노력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이 책은 그 만큼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가 독일인이다 보니 책에 언급된 내용들은 유럽과 미국의 역사가 대부분인데, 이 점은 약간 아쉽다. 서양사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사에 있을 오류들을 찾고자 하는 책들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 해본다. 과거의 역사를 완전히 알 수 없는 오늘의 아쉬움은 한편으로는 우리의 후손들이 내가 살고 있는 오늘을

 

앞으로의 일을 완전하게 알고자 한 인간의 노력은 아마 인간이 이 땅에 살기 시작하면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미래를 알 수 있는 일이 사람의 능력 밖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점술가나 예언가 등을 통해 하늘이 일러주는 미래를 알고자 했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사람들에게 두려움이 되었다. 과학의 힘으로 이런 두려움을 조금씩 극복해 온 인류는 오늘날 첨단 기계를 동원하고, 각종 자료들을 이용하여 앞으로의 일을 추청하고 있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추정일 뿐이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추청대로 모든 일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요즘 우리나라 일기예보는 잘 들어맞지 않아 국민들로부터 신뢰감을 잃어버린 일을 보면 하루 앞을 내다보는 일조차 얼마나 어려운 일이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미래를 예측하는 일을 포기해서는 결코 안 된다. 왜냐하면 최선의 오늘을 살기 위해서는 내일을 생각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러한 노력 덕분에 어떤 일들은 인간이 예측한 대로 맞아 떨어질 때도 있었다.

저자는 유엔미래포럼, 세계미래회의 대표이다. 유엔미래포럼이나 세계미래회의는 나에게 익숙하지 않은 이름들이다. 사실 그 동안 나는 우리의 세상이 어떻게 변해갈지에 대해 무관심했다. 그렇지만 세상을 점점 알아갈수록 미래 예측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 책은 크게 네 개의 장으로 나누어 미래의 모습을 말하고 있다. 내용을 간략히 적어 보면 1장 ‘인터넷으로 감정까지 전송한다’에서는 전통적인 남녀의 관계와 역할이 변할 것이라고 하면서 싱글 맘의 보편화, 일부일처제의 종말 등을 예견하고 있다. 2장 ‘첨단과학기술이 변화시킬 산업과 직업’에서는 나노공학과 생명공학의 급격한 발달과 이로 인한 산업과 직업의 변화로 일자리를 갖고 있는 자체가 부러움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3장 ‘개인이 더 많은 권력을 가진다’에서는 지난 200여 년 동안 이어져온 대의민주주의가 전자투표를 통한 직접민주주의로 변화될 것이며, 4장 ‘게임처럼 이루어질 사이버공간의 교육’에서는 암기위주의 교육이 사라지고, 방대한 자료 가운데 필요한 정보를 찾을 수 있는 능력과 그를 바탕으로 하는 창의성 향상을 위한 교육으로 변하게 되고, 모든 사람이 무료로 사이버공간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말하고 있다. 여기에서 말하고 있는 내용들 중 많은 부분들은 5년 내지 10년 내에 이루어 질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변화가 바람직한지 아닌지에 대해 고민하기 전에 그 시기가 너무 가까이 왔음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일부일처제의 종말, 남자의 불필요성, 완전고용이 아닌 완전실업, 저출산으로 인한 한국인의 소멸 등을 읽을 때에는 마음 한쪽 구석이 아려서 이렇게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선진국들이 국가미래전략기구들을 서둘러 설치하여 미래전략을 수립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대한 언급은 빠져 있었다. 우리나라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아직까지 준비를 하고 있지 않은 건 아닌지 모르겠다. 한 발 앞서 준비한 모범적인 사례로, 세계적인 휴대폰 업체인 핀란드의 노키아가 원래 목재회사였다가 핀란드 정부의 노력으로 IT기업으로 변신한 이야기는 내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러한 미래를 준비하려는 노력은 정부와 기업, 모든 국민의 참여가 필요함을 엿볼 수 있었다.

책의 앞부분 편집자 노트에는 ‘나의 미래 감각’을 업데이트 할 수 있는 사이트들의 주소가 수록되어 있다. 책을 덮고 그 중 몇 개의 사이트를 접속해 보았는데, 내가 너무 동떨어진 삶을 살아왔음을 알게 되었다. 날마다 세계 최고의 미래 학자들과 메신저로 이야기를 나눈다는 저자의 노력만큼은 아닐지라도 미래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