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사람들처럼 나도 물건을 구입할 때, 나름대로 열심히 머리를 굴려 결정한다. 기능, 디자인, 기호, 가격 등의 요인들을 구입하려는 물건에 따라 다르게 적용하면서 가장 최적의 방법을 찾지만, 구입 후, 그 방법이 최적이 아닌 경우가 종종 있었다. 역시 기업들의 가격 설정방법이 내 머리보다 몇 수 위라는 것을 절감했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격 결정은 복잡한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한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그 과정을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이 책은 이러한 과정들을 나름대로 쉬운 표현으로 쓰고 있다. ‘경제’를 볼 수 있는 안목을 키우는 일이 결코 쉽지 않지만, 그 과정 가운데 하나로 여기고 이 책을 읽어나갔다.  

책 안을 들여다보면, 다양한 제품의 가격 결정 과정들이 있지만, 내가 가장 주의를 기울여 읽은 부분은 제목의 스타벅스 커피값에 관한 내용보다 휴대전화에 관련된 부분이다. 아무래도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사람보다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수가 훨씬 많고, 내가 직접 경험하는 부분이기 때문이었다. 난 휴대전화 요금이 좀 비싸다고 생각한다. 그 동안 몇 차례 요금인하가 있었지만 내가 체감할 수 있는 정도는 되지 않았다. 또 난 휴대전화를 구입한 이후, 지금까지 한 회사만을 사용하고 있다. 정말 충성스런 고객이다. 공짜폰을 이용한 번호이동의 유혹을 많이 받기는 했지만, 내가 사용하는 휴대전화회사의 서비스에 나름대로 만족하고 있기 때문에 충성심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장기의 충성에 대한 회사의 배려는 거의 느낄 수가 없다. 그래서 여전히 요금이 좀 더 내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서 이 휴대전화 요금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었다. 보통 이용자는 요금이 저렴하거나 무료가 되길 원한다. 만약 휴대전화회사가 그런 요금제를 내놓게 되면 고객들의 통화시간의 증가에 비해 회사의 수입은 늘지 않기 때문에 회선 설비를 할 수 없어 통화 혼잡의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결국 이용자들에게 피해가 돌아오고, 예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부분을 보면서 역시 경제를 볼 때는 어느 한 쪽 측면만을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에필로그 부분도 기억에 남는데, 남과 똑같아서 이득인 경우와 다르기 때문에 이득인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남과 똑같은 취향이나 행동패턴을 가진 사람은 산업기술의 진보와 경제구조 변화에 의해 거래비용을 절약하기 쉽다. 다른 한편으로는 혼잡이 발생하면 남과 다른 취향이나 행동패턴을 가진 사람이 이득을 보기 쉽다. 혼잡하지 않은 시간대에 전화를 거는 사람은 낮은 요금으로 통화를 할 수 있고 전화도 연결되기 쉬운 것이 일례다.(중략) 이 같은 의미에서 자기분석(자기평가)이 정확할수록 낭비없는 생활을 할 수 있다. 또한 자신이 어떤 면에서 남과 다른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행동하면 뛰어난 능력 없이도 충분히 일에서 공헌을 할 수 있다.(314쪽~317쪽)

 경제에서도 자신의 모습을 정확히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 새롭게 다가왔다. 저자가 일본인이고, 내용들도 일본의 현 경제 상황을 적고 있지만, 저자의 말처럼 해외의 번역본에서 볼 수 있는 위화감의 우려보다 해외의 사례를 통해 감정에 의한 착각을 피하고, 논리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내용들이 많았다. 또한 우리나라가 경제적인 면에서 일본의 흐름을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보니 오늘과 내일의 우리 경제모습을 엿볼 수도 있었다.

‘우분투’는 코사족 말로 ‘네가 있기에 내가 있다’는 뜻이다.(144쪽)

 

며칠 전, 지하철역에서 난감해하던 여성분을 도와드린 적이 있었다. 이 여성분은 3~4세 정도의 아이가 타고 있는 유모차를 계단 아래로 이동시키려고 하고 있었는데, 마침 지나가던 내가 그 상황을 보고 유모차를 계단 아래로 내려드렸다. 얼마 되지 않은 시간과 힘을 들여 그 분을 도와드리고 나서 지하철을 탔을 때, 마음 한 구석이 따스해졌다. 그와 동시에 내가 다른 사람을 도운 적이 언제였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렇게 기억을 더듬어야 할 정도라면 그 동안 내가 이런 도움을 베풀지 못한 채 살아온 것이 틀림없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해 내가 갖고 있는 기억은 두 번의 임기동안 미국 경제를 회복시켰지만,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르윈스키와의 스캔들이다. 그런 그가 퇴임 후, 전 세계에 나눔의 전도사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내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어떻게 섹스스캔들의 주인공에서 나눔 운동을 펼치는 사람으로 변하게 되었는지 무척 궁금했다.

 

이 책 [Giving]은 각자의 위치에서 나눔의 의미를 실천하는 많은 단체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빌게이츠, 워린 버핏을 비롯해, 이름이 언급되지 않은 사람들의 기부활동은 아직도 세상의 따뜻함이 곳곳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자신이 가진 다양한 것을 나누는 모습들이 보이는데, 돈을 기부하는 사람들도 있고, 시간, 기술, 물건, 아이디어 등도 함께 나누고 있다. 이러한 나눔을 통해 나눔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모습들이 나타나고, 서로 분쟁하던 사람들이 화해를 하는 흐뭇한 광경들도 펼쳐진다. 또 공공선을 위한 시장, 비영리 시장과 정부에서 할 수 있는 나눔 등 다양한 나눔들의 활동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나눔의 의미를 실천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어떤 생각들이 있을까? 아무래도 이들은 나눔의 기쁨을 알고 있는 듯하다. 많은 사람들은 더 많은 것을 소유하고 싶어 하고 자신이 가진 것도 지키기에 급급해 한다. 물론 나도 베푸는 삶은 아직 익숙하지 않다. 스스로 베풀기에 가진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베풂에는 많고 적음이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베풂을 실천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문제이다. 내가 지하철역에서 잠깐의 도움을 베풂으로 기쁨을 맛볼 수 있었던 것처럼 작은 행동으로도 베풂을 실천할 수 있다.

 

이 책에 언급된 많은 사람들과 단체들 중 우리나라의 이야기가 없었던 점은 무척 아쉬웠다. 예전에 자신의 치부를 가리기 위해 거액의 사회기부를 약속한 기업들의 모습과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우리의 모습이 부끄러워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 약속조차 지켜졌는지 알 수 없기에 더욱 그러하다. 나눔을 위해서는 우리 안에 ‘우분투’의 마음이 필요한 것 같다.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 그 사실을 기억한다면 나눔은 결코 어렵지 않을 것이다.

욕망이라는 단어의 사전적인 뜻은 ‘부족을 느껴 무엇을 가지거나 누리고자 탐함. 또는 그런 마음.’이다. 모든 사람은 무언가에 대해 부족함을 느끼고 있으며, 더 많은 것을 누리고자 하기에 욕망은 모든 사람에게 존재한다. 그렇지만, 욕망이라는 단어는 내 안에서 거부감을 일으킨다. 왜 그럴까? 저자가 말하는 자본주의의 도착적 욕망의 맹목적 힘 앞에선 사람들처럼 나도 욕망을 유죄라고 생각하는 걸까? 아마도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보니 나에게도 욕망에 대해 그런 모습이 있는가보다.

 

책의 제목과 소제목들만 봐도 무척 흥미롭다. ‘우리에겐 대마초를 권해줄 친절한 어른이 필요해!’, ‘게임전사 칼을 차고 사냥을 나가다.’, ‘모텔로 피서를 떠난 이유’, ‘무하마드 알리와 이소룡이 맞짱을 떴다구?’, ‘메신저로 사무실을 몰래 빠져나가다.’ 등은 그 나름대로의 재미를 지니고 있다. 그렇지만 책에서 중요한 것은 내용인데, 우리나라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구석구석 읽어내고 있다. 저자는 ‘청년 실업자들, 동성애자, 농촌 총각과 결혼한 베트남 여성들’ 등 사회적 약자들의 아픔을 드러내고 있고, 블로그, 촛불집회, 메신저, 게임, 화상채팅 등을 통해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생긴 문화들과 또한 돈과 권력에 집착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똥과 땅사랑 정부’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다. 이런 우리의 모습들에 대해 저자의 시각은 공감할 수 있었지만, 성에 관련된 부분들은 그렇지 못했다. 성의 자유로운 표현을 외치는 저자의 글에 대해서 성과 관련되어 보수적인 입장을 지니고 있는 나에게는 불쾌함과 거부감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저자의 솔직함으로도 볼 수 있겠지만, 드러내지 않아야 할 부분들도 드러내려고 했던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노출증에 대한 부분을 보면, 인터넷을 통해 개인정보와 기록, 영상들을 투명하게 보여주며, 이 노출에 대해 아주 즐겁게 생각하는 세대들이 생기고 있다는 부분은 일면 동의 하지만, 반대로 얼마 전에 일어났던 인터넷대형쇼핑사이트에서의 개인정보유출사건은 개인정보에 대해 전혀 다른 면을 보이고 있다. 정말 중요한 개인정보는 노출을 꺼리고 있는 것이다.

 

모든 사람의 욕망을 분출하다보면 당연히 충돌이 일어날 것이다. 그렇기에 욕망을 갖고 있는 그 자체가 문제시 되는 것이 아니라, 내재되었던 욕망이 밖으로 나타내는 방법이 중요하다. 점점 사람들은 다양한 욕망들을 추구하려고 하며, 어떤 욕망들은 기존의 사회질서와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다. 이제는 우리의 욕망들을 어떻게 나타낼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