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문명을 아이들 눈높이에서 비판하고 정말 인간을 위해선 세상이 어떻게 나아가는게 좋은가를 말해주는 소설이다. 다 알다시피 자본주의로 인한 전력질주는 인간들을 피폐하고 빈부차에 시달리게 만들었다. 아이들은 더이상 자연과 친구를 배경으로 자라지않고 컴퓨터게임과 패스트푸드에 익숙해져 인간미를 잃고 좁고 편협한 세계관을 갖게된다. 주인공 소년 알렉스도 마찬가지다. 소년은 엄마가 중병으로 치료받으러 멀리가게되자 할머니집에 맡겨지는데 그때부터 다른 세상을 만나게된다. 손자라고 봐주는것 없는 할머니가 알렉스를 데리고 아마존 탐험팀에 합류한 것이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소년은 생전 처음보는 밀림속에 들어와 낯선 생물과 환경에 빠르게 적응해나간다. 원주민 소녀 나디아와 함께 깊은 밀림에 사는 안개족을 만나 정령을 섬기는 그들 정신세계에 빠져들게 된다. 문명의 도시를 떠나 야생이 살아있는 정반대 세상을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걸리긴하지만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자연스러운 흐름과 과학으론 설명할수없는 존재를 느끼게 된 것이다. 단순한 판타지성 소설이 아니다. 인간이 잊고살아온 것들의 존재가 부각되며 정신적 교감이 이뤄지는 부분들은 충분히 공감할만 했다. 알렉스는 원주민들 속에서 내적인 변화를 거듭하고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인간이 갇히기쉬운 편견의 틀을 깨고 나와 더 넓은 세상을 볼수있게 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소설이다. 정신과 육체의 조화가 건강한 사람을 만든다는 사실도 그중 하나다. 알렉스의 성장에 비해 물질문명과 과학을 신봉하는 어른과 유명한 학자들이 안정을 잃고 무고한 새에게 총격을 가하거나 소란을 피우며 원주민을 미개인 취급하는 장면들이 선명하게 대비됐다. 어른들이 읽어도 좋지만 아이들에게 읽히면 생각의 폭이 달라질것 같은 좋은 책이다.

정신없이 읽어나간 공포소설이다. 시종 불안정한 그림자가 드리워진 소설 분위기가 긴장감을 유발시키기도 하지만 완급조절이 탁월했고 작품 완성도는 나무랄데가 없었다. 그냥 공포소설이라고 하기엔 한 가족안에 감춰진 것과 인간의 나약한 내면을 파헤치는 강도가 대단했다. 모든건 작가 잭 탓인지도 모르겠다. 학교에서 해고돼 경제능력이 없어진 알콜중독자 잭이 겨울동안 손님이 없는 호텔을 맡아주는 조건으로 가족을 데리고 외딴 호텔에 가면서 불행이 시작된다. 글을 쓰려고 맘먹었지만 악령이 사는 호텔은 잭을 사로잡고 마침내 아들 대니까지 삼키려는 움직임을 시작하고 있다. 잭은 무능한 가장이자 나약한 정신을 이기지못하고 악령에 붙들려 아내와 다섯살짜리 아들을 파멸로 이끄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 작가는 점차 광기에 휘말려 자신을 잃어가는 과정을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다. 작가의 필력에 빠져 무서운 장면도 없는데 잔뜩 긴장하며 읽어나갔을 정도다. 사람은 누구나 내면에 선과 악을 갖고있지만 이성으로서 악행을 막고있는데 그 방어막이 사라진뒤 끔찍한 본성을 드러내며 변질되는 과정이 너무나 실감났다. 악령이라고 추측할뿐 과연 악령이 있었는지, 잭이 자기 내면에서 터져나온 어둠에 먹혔는지는 알수없다. 단지 고조된 불안과 이해할수없는 일들이 일어나더니 마침내 잭이 가족을 향해 도끼를 휘두르고 아내는 남편을 피해 칼을 휘두르며 아들을 살리기위해 필사적으로 저항한다. 대니처럼 예지력이 있는 흑인 아저씨 딕이 눈보라속을 헤치며 호텔로 오고 호텔이 불타고 살육극이 막을 내리기까지 한시도 긴장을 놓을수 없었다. 공포소설이긴한데 단순한 공포조장극이 아니라 가족안에 일어난 비극과 인간의 내면에 깃든 어둠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점이 이 소설을 명작 반열에 오르게 한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장치들과 인간 눈에 보이지않는 것을 보는 대니의 특별한 능력이 목을 조이듯 불안하게했던 뛰어난 작품이다.

 

제목을 보면 대략 연상되는 내용이 담긴 책이다. 20여명의 엄마들이 아이를 낳고 기르며 느낀 감정과 모성애, 아이와의 연대감과 아이 교육 고민같은 걸 적고 있는데 집필자들이 화려하다. 국회의원 방송작가 소설가 의사 화가 교수같이 사회적으로 유명인사들이 대부분이다. 아무리 커리어우먼이라도 아이와 엄마 입장에서 쓴 내용이라 애틋한 애정이 저절로 묻어나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지만 내가 가장 감동적으로 본 건 '가슴으로 낳은 아들'편이다. 일반주부가 썼는데 아이를 입양하면서 생긴 일을 적었다. 불임으로 고생하다가 축복처럼 두 아이를 연달아 낳은뒤 남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갓난아기를 입양했는데 그 아들이 자라면서 불치병에 걸린걸 알게된거다. 병원입원과 퇴원을 반복하고 수술을 하는 동안 아이는 제대로 자라지못하고 엄마는 엄마대로 아픈 아들때문에 슬픈데다 자신이 억지로 입양했기에 남편한테도 미안한 상황이 돼버린다. 그런데도 친아들과 다름없는 막내를 포기할수없는 심정과 계속되는 여러 질병과 합병증으로 고통받는 걸 보며 피를 토하듯한 진심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글이라 몇번을 읽었는지 모른다. 책에 실린 다른 수기들은 가볍게 읽을수 있었지만 이 얘기만큼은 읽다가 울고 말았을 정도로 가슴이 아팠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자신이 입양아란 사실을 알고있는 막내가 어른도 참기힘들다는 치료나 검사의 고통을 어른스럽게 참아낸다는 점이었다. 의사들이 칭찬할정도로 인내심이 강하고 오히려 엄마걱정을 하는 어린아이를 본다는건 묘한 기분이었다. '나를 입양하고 엄마는 행복했어요?'라는 아들의 질문에 엄마가 "그럼,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야'라는 대답을 하는 장면에선 나도 모르게 펑펑 울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