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프 페이스, 너크 ,트윈, 그리고 이름없는 또 하나의 존재를 대표해서 파사드라는 인간 남자의 형상을 한 주인공이 나오는 특이한 만화다. 각 캐릭터마다 이야기속 주인공이 돼서 과거와 현재, 미래를 넘나드는 그들 특성상 여러 사건에 휘말리기때문에 얘기는 옴니버스로 다양해지고 있고 그게 이 만화의 가장 큰 매력이었다. 갑자기 영화 촬영장에 떨어진 파사드 덕분에 울프 페이스가 영화에 늑대 모습을 한채 등장하는 가벼운 소품이 있는가 하면 신화속 인물인 다이달로스가 등장해 미궁에 사는 미노타우로스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하고 있는 중편을 선보여주고 있기도 한다. 발상이 아주 많이 신선했던 부분이다.
고대 중국에서 기억을 잃은 파사드가 왕위를 둘러싼 다툼을 벌이는 왕족에게 발견되면서 사랑과 음모의 드라마를 곁에서 지켜보는 역할을 하기도 하는가하면 가상의 미래 사회 어딘가에서 바이오로이드로 취급돼 노예로 팔리게 된 파사드가 현상금 벌이꾼들과 달의 추락이라는 급박한 상황하에서 자신과 같은 동족을 만나게 되는 일도 생긴다.

생명이 사라진 세계에서 인간을 기다린 로보트들이 파사드를 통해 새로운 인간들의 도시를 선물받게 되는 가상세계 이야기 ,소련이 발사한 인공위성-스푸트니크호의 러시아 개에 관한 짧은 단상등등..현실과 문학에서 소재를 얻어 키우고 발전시킨 얘기들이 대부분이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여러 과정을 거치면서 사랑을 하게 되기도 하고 연인을 잃는 슬픔을 겪기도 하고 감정이 없던 울프 페이스는 인간의 희노애락을 공감하게 되기도 한다. 작가가 하나도 소홀함없이 그린 그림도 볼만하고 학문적, 과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한 스토리도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을 맘껏 발휘하게 한다는 점에서 좋았다. 하지만 아직 파사드의 존재 비밀은 미궁속이고 그로인해 더 궁금증을 일게 했다. 사실 파사드는 흐름에 이끌려 다닐뿐 자유의지로 움직이지는 못한다. 때문에 거대한 운명앞에 선 파사드의 모험은 늘 위태로운데다 일련의 사건들속에서 거의 방관자적 입장을 취하는 특유의 운명의 지배를 받는 존재다. 마치 인간들이 그렇듯이.

만화는 기본적으로 상상력의 세계이긴 하지만 '파사드'처럼 상상력이 맘껏 지배하는 공간을 만나기는 드문 편이다. 각기 다른 얘기마다 시대가 달라지기때문에 다채로운 복식을 보는 즐거움도 있었고 풍부한 드라마가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는 점에서 요즘 만화들이 따라가기 힘든 장점이 많았다.

 

비주얼만 있는 만화라고 할수있다. 그만큼 그림은 더할나위없이 아름답다. 젊고 매력적인 회사원처럼 보이지는 하지만 염마청 소환과에 근무하는 츠즈키는 이른바 저승사자다. 사람이 죽으면 자동으로 저승에 수용되지만 수명이 다했는데도 죽지 않고 말썽을 부리는 이들을 전담하고 있다는 설정이나 대기업같은 시스템을 가진 저승의 묘사는 처음부터 독자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점이 있었다. 같이 일할 파트너로 만난 상대마다 심상치않은 사연을 가졌고 마침내 영력을 사용하는 살인자의 저주로 죽은 구로사키 히소카란 소년과 정식 파트너가 되면서 이들의 활약은 본격화 된다. (히소카를 죽인 의사 무라키는 두사람의 적으로써 계속 등장하는 악인 캐릭터다.)
인간의 수명을 관장하는 촛불의 저택이나 백작이 쓴 책속에 빨려들어가는 환타지도 섞여있지만 사람들의 죽음을 둘러싼 얘기들이 주류를 이루다보니 장기적출같은 자극적인 면이 많았던 편이다.  나가사키에서만 죽는 사람이 늘고 있는 이유를 추적하다가 드라큐라 소행임을 밝혀내고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악마와의 계약서를 눈에 새긴 바이얼리니스트 를 구하려다 악마가 몸에 기생하게 된 츠즈키가 일대 격전을 벌이고, 장기 매매를 위해 만들어진 퀸 카멜리아의 비밀을 캐는 사건과 맞딱뜨리는 식이다. 저승사자들과 동행하는 우생신이란 캐릭터도 귀엽고 부적마술로 결계를 치고 싸우는 장면도 볼만했다.
저승사자가 되는 사람은 이승에 많은 미련을 둔 존재라고 돼 있는데 저승사자가 담당하는 문제에도 늘 죽었는데도 죽지 않는 인간들이 있다, 그들도 이승에 많은 미련이 남은 존재라는 점에서 츠즈키는 그들을 완전히 처단해야 할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못한다. 그때문에 여러 감정이 그 사이에 끼어들지만 일련의 사건들이 색다르지 못하고 비슷비슷하고 급박한 순간에 끼어드는 코믹컷도 감상을 방해한다.
만화는 인간세계 이야기에서 시작해 마계마인전 같은 거대한 양상을 띠기 시작하며 얘기도 복잡해져 간다. 스토리는 그다지 탄탄하지 못하고 그림은 여늬 일본만화에서 많이 봐온 스타일이라 새롭지는 않았다. 언듯 보면 유키 카오리나 클램프 그림체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화려하고 꼼꼼하게 잘 그렸고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뿐이다.죽음과 피에 대한 탐미적인 시각이나 자살의 미학, 어디를 둘러봐도 비슷한 미형의 캐릭터들은 식상함을 가중시키고 이 만화로 작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지 감을 잡지 못하게 한다. 각 컷마다 빼곡히 드러찬 배경과 아름다운 인물들로 인해 눈은 호사하지만 여백의 미를 보여주지도 못한다.

동생의 부탁으로 사온 임신 테스트 시약으로 인해 오해를 받게된 하츠미는 그 일을 빌미로 악연이었던 남학생 료오키의 노예가 되고 그리운 친구 아즈사를 재회하는등 하룻동안 여러 일을 겪게 된다는게 이 만화의 시작이다. 날라리 여중생 동생은 철없이 하츠미와 료오키의 계약도 모르고 료오키에게 대시하려 하고 모델로 인기높은 아즈사가 하츠미 친구란걸 질투한 여학생들이 위협을 가해오는등 사면초가에 놓은 하츠미를 더 궁지에 모는 이는 바로 육체적 접촉을 시도하려는 료오키의 뜬금없는 행동이다. 그런데 료오키는 성에 관한 메뉴얼을 보고 실습하는듯한 자세를 취해 진지한 감이 없다는게 이 만화를 심각하게 만들지 않고 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끌려다니는 원인은 착하기만 한 하츠미의 성격때문이지만 그런 하츠미를 보며 료오키는 관심있는 상대를 괴롭히는 유아적 심리 상태를 보여주고 있다.
아즈사를 좋아하는 하츠미는 료오키에게 끌려다니면서 두 사람 사이에서 자세를 정하지 못하는 우유부단한 면모를 보이기 때문에 답답한 태릭터였다.
삐뚤어진 료오키에 비해 착한 소년처럼 나오던 아즈사가 돌변하는 모습은 이 만화에서 가장 큰 반전이라고 할만한 부분이다. 하츠미의 아버지에게 배신당한 아즈사의 엄마가 죽었고 그로인해 하츠미를 괴롭히려는 본래 목적을 드러낸 아즈사로 인해 하츠미는 패닉상태에 빠진것이다. 그로인해 만화 초반엔 못된 성격의 남자애로 나오던 료오키가 하츠미의 연인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고 있어 독자로써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그때부터 료오키는 아주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하츠미에게 키스를 하면서 숨을 쉴 타이밍을 놓쳐 헉헉 거리고 서로 좋아하는 감정을 확인하자마자 육체적인 행동으로 옮기려는등 대인관계에 서툰 면모를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여동생이 료오키를 좋아하는 사랑의 라이벌로 부각되고 전부터 하츠미를 대하는게 남달랐던 오빠 시노구의 묘한 태도가 사랑이라는 것과 친남매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한다. 그런 과정에서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역시 조용한 성품의 오빠 시노구가 보여주는 체념이다. 어쨌거나 연인들은 점점 더 사이를 발전시켜 나간다. 하츠미를 좋아하면서도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료오키도 하츠미의 성격만큼이나 답답했지만 엄마의 지배범위 안에서 자유롭지 못한 료오키의 굴절된 의식이나 사택안이라는 공동체 안에서 독립적이 되지 못하는 하츠미 가족의 모습은 상징적인 데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