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와 주제가 바다와 바닷사람이라는 점에서 굉장히 색다른 점이 많았다. 이를테면 에디나호의 선원인 주인공 몽인을 중심으로 항해에 관련된 것들이 소설 내용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출항시의 뱅어굿, 항해중의 생활, 항해 기록, 밤의 바다와 기상 악화속의 항해 정경, 항해중의 교신 등등이 무척이나 생생하게 묘사돼 있다. 마치 현장의 목소리를 녹음해서 극화한것 처럼 사실감이 넘쳤다. 작가가 해양 대학을 거쳐 해군장교로 복무하고 외항선 선장으로 근무했다고 하는 약력을 봤는데 자신의 경험에서 나온 결과물이 이 소설이라는 것을 잘 알수 있었다. 작가가 이 책에서 내내 주장하고 있는게 있다. 해양 강국으로서의 한국이 그것이다. 한국이 해양면에서 어느 정도 위치인지 알수 없었던 내게 그것은 좀 생소했지만 소설속에 나오는 설명을 듣고 있다보니 이해가 됐다. 아무래도 바닷일이라는게 힘들고 집에서 수년이나 떨어져 나와 있는 일이다보니 지원자가 줄어 7,80년대 이후로 쇄락을 거듭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게 심해져 이제는 필리핀같은 동남아 지역보다 더 수준이 떨어져 있다고 한다. 작가는 주인공 몽인과 그 친구들을 통해 끊임없이 장보고라는 조상의 기를 이어받아 한국이 해양 강국이 돼야 하며 그것이 미래의 한국을 위한 투자가 될것을 강조하고 있다. 바다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쇠퇴해가는
해양 산업을 보며 안타까워 하는 심정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그리고 한국인으로서의 긍지와 애정이 책 곳곳에 가득한것도 남자들의 이야기라는 느낌을 짙게 했다.

그런점외에 이 소설의 매력은 몇번을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는 바닷사람들의 현실이 제대로 녹아있다는데 있다. 특히 외국의 바다나 항구에 대한 풍부한 상식이 많이 읽혔다. 항해중인 에디나호를 따라 아시아를 비롯해 마젤란 해협에서 유럽을 돌고 일본은 물론 북한, 중국인, 서양인들과의 접촉도 많다. 밀항자, 밀입국, 검역검사, 하역작업, 선박에서 적용되는 룰도 자세해서 이 분야의 종사자들이 읽으면 도움이 될것 같았다.

알렉산더가 4세기경 사람으로 역사에 별 다른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고 그로인해 상상력이 동원돼 신비감이 조성될수 밖에 없는 필연적인 배경을 갖고 있다는데서 찾을수 있다. 게다 뱀을 숭배했다는 그의 어머니 올림피아스나 부친 살해, 그리고 세계를 얻기전에 죽을거라는 신탁등은 더욱 실제 알렉산더를 알기 어렵게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그의 일대기는 다른 책들을 찾아봤을때도 동일하게 묘사돼있다는 것 정도만 확인할수 있었다. 메리 레놀트의 책은 알렉산더의 일대기를 아주 어린시절부터 그려나가고 있는 반면 일본 작가가 쓴 3부작 '마인 알렉산더'는 오다 노부나가라는 일본 역사상 희대의 전략가를 등장시켜 신하로 부터 주로 성인시절의 알렉산더 얘기를 전해 듣는 식으로 구성돼 있다. 재밌는 점은 오다 노부나가가 그 자신과 알렉산더를 동일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인 작가의 생각인지 괴팍스럽기로 유명한 오다의 생각인지는 알수 없지만.)
알렉산더의 성장기부터 최후까지를 그리고 있다보니 좀 더 섬세하고 다양한 면면들을 엿볼수 있었다. 물론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들이 있다보니 작가의 상상력이 기여했겠지만 그로인해 더 얻을수 있는 재미가 있으니 크게 나쁠것도 없다.

중요한것은, 알렉산더가 매우 광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어머니 올림피아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것이다. 성장기엔 어땠는지 알수없지만 정략적으로 몇번의 결혼을 했다는 사실에서 본다면 여성에 대한 편견은 없는것 같지만 큰 영향력을 행사한 어머니로 인해 어머니외의 여성은 거의 가까이 하지 않았다는 일설도 있다. 일생을 같이한 헤파이치온이란 친구와의 인연은 알렉산더의 성벽에 대해 많은 견해를 낳은 모양이지만 몇백년전 일도 아니고 수천년전 사람의 일을 이제와서 왈가왈부해 봤자 소용없는 일이 아닐수 없다. 어쨌거나 올림피아스는 사실 좀 소름끼치는 점이 많아 알렉산더보다 인상적이었다. 뱀 숭배나 디오니소스교의 광신자로 밀교적인 느낌도 강하고 야심만만한데다 강한 기질이 돋보였는데 결국 남편이자 아들의 아버지인 필리포스 왕 암살에 관여해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줬다.
어쨌든 지나간 시대의 영웅이란 언제 봐도 흥미로운 소재가 아닐수 없다. 더구나 신비로운 베일에 쌓인 탄생부터 죽음의 비밀, 짧았던 생을 세계 정복이라는 신화를 이루고 사라져 간 남자의 일생은 더욱 매력적이다. 재밌게 볼수 있었던 책이다.

서사시라는 형태에다 오래전 작품이라는 점에서 고색창연하지 않을까 싶었던 책인데 의외로 아주 재밌게 읽혔다. 호메로스의 글들은 거의 신화적인 면들이 있기때문에 픽션으로 읽었고 창작물로 알고 있었지만 얼마전에 트로이라는 나라가 유적 발굴자들에 의해 발굴돼 실제 존재했던 나라라는게 밝혀졌다는걸 알게 되면서 일리아드를 보는 눈이 새로워 졌다. 그렇다면 실제 나라를 배경으로 신들을 끌어들였다는 식의 해석이 가능하고 놀라운 상상력이라 안 할수가 없다.
일리아드는 양쪽 모두 10년을 끈 탓에 지칠대로 지쳐있던 전쟁의 막바지 몇칠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메넬라오스측과 갈등을 빚는 바람에 더이상 전투를 하지 않겠다는 아킬레우스의 결심이 서면서 분열조짐을 보이며 전쟁의 여러 영웅들이 등장한다. 먼저 아내 헬렌을 파리스 왕자에게 빼앗긴 탓에 (물론 정치적인 속셈이 더 근본적이지만 )전쟁을 치르면서까지 아내를 되찾으려는 메넬라오스와 물의 요정 테티스와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아킬레우스는 빼놓을수 없는 인물이다.
반신 반인인 아들을 불사의 몸으로 만들기 위해 테티스가 아기의 몸을 거꾸로 들었던 탓에 발 뒤꿈치만 제외하고 불사신이 된 아킬레우스의 비밀이라든가.. 파티에 초대받지 못한 불화의 여신 에리스가 헤라와 아프로디테같은 세 여신중 가장 미인에게 황금사과를 건네주라고 파리스를 부추키는 바람에 인간중 가장 아름답다는 헬렌과 파리스가 애정의 도피를 하게 된 사연같은 것을 유추해 보는 재미도 있었다.
테티스가 지극한 아들에 대한 사랑으로 두번이나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토스를 찾아가 절대 상처를 입지 않는 갑옷을 주문하고 그 결과물로 나온 갑옷이 전쟁에서 변수로 작용하기도 한다. 전쟁을 그만두려는 아킬레우스를 설득하던 친구 파트로클로스가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빌려입고 전쟁에 나갔다가 처참하게 살해되자 분노와 슬픔에 잠긴 아킬레우스가 광란의 질주를 하며 헥토르를 죽이고 성을 거의 함락시키기에 이르며 소설은 막바지로 치닫는다.
그와중에 군신 아레스, 아폴론, 아르테미스 등등의 신들은 신들끼리 편을 갈라 양 진영에 가담하고
음모도 진행돼 헤라는 제우스의 눈을 속이기 위해 아프로디테의 허리띠를 빌려 제우스를 유혹하는등 인간의 싸움에 신들은 깊이 개입을 하게된다. 아킬레우스를 제거하려는 반대편 진영에 그의 약점에 발뒷꿈치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도 신이고 주인공이라 할수있는 아킬레우스가 최후를 맞고 전쟁은 종지부를 찍는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상당히 진행이 스피디해서 지루할새 없이 읽었다. 이 전쟁을 끝내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메넬라오스측 군인 오딧세우스의 모험담은 또 다른 호메로스의 소설로 이어지기 때문에 같이 읽어도 재밌는 얘기였다. 특별히 일리아드에서 인상적인 것은 ,여러 영웅들의 모습이 다양한 개성을 띠고 드러난다는 것과 신들도 인간만큼이나 복잡하고 야망이 있는 존재란게 잘 묘사돼 있다는 점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