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야와 아유미라는 두 연극 스타를 통해 인간의 이중적인 심리가 참 잘 읽혔던 만화다. 연극에 재능을 가진 두 소녀의 노력과 갈등과 좌절 과정도 물론 흥미롭지만 다른 시각에서 보자면 이 만화는 인간이 얼마나 속물이며 시기 질투가 심한 생물인지를 여실히 드러낸다. 마야와 아유미는 매우 상반된 배경을 갖고 있다. 성격이나 미모 측면이 아니라 바로 집안이 얼마나 부자인지 아닌지의 차이에서 말이다. 노력과 재능외에는 가진게 없는 마야는 부당한 처우를 받아도 항의를 하기 보다(물론 먹히지도 않고) 묵묵히 참고 감수하는 편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겨우 얻은 배역으로 자신의 능력을 보여줘도 같은 단원들의 깍아내림을 당해야하고 무대 의상이 찢어져 있거나 음식 소품에 깨진 유리가 넣어져 있는 등의 셀수없는 방해를 받는 위험을 감수할수 밖에 없다. 왜냐면 그것을 항의해봤자 나아지지도 않거니와  입지만 좁아지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서 없는 자의 설움이랄까.물론 독자는 그런 마야를 보면서 동정적이 될수밖에 없다. 하지만 마야의 상대인 아유미는 배경만 믿고 설치는 철없는 아가씨도 아니다. 그녀는 자신이 가진게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는 영리한 여성이고 그것을 드러내놓고 이용하지 않으며 약자인 마야 앞에서 힘을 과시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도 않는다. 단지 연극을 해나가는 유리한 입지에서 그것을 누리고 최대한 자신의 재능을 이끌어 낼뿐이다. 그러므로 아유미는 독자에게 있어서 미워할 계기가 없는데다 마야처럼 사랑받는 주인공이 될수도 없는 미묘한 위치에 있는 편이다. 하지만 마야는 그들에게 매우 익숙하고 평범한 여자애일 뿐이다. 게다 그녀를 흠집내도 그녀의 방어막이 돼줄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더구나 그들 모두가 바라는 연극 재능까지 있는 상황에서 마야는 그들의 적이 되기에 필연적인 조건을 다 갖춘 셈이다. 자신들과 같은 평범한 아이가 비범한 재능을 가진걸 인정할수 없는 소인배 습성이 그이후 계속 마야를 괴롭히는 방법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결국 마야와 아유미는 권력을 소유하고 있느냐 아니야 하는 차이점을 갖고 있다고 할수 있다.
그런 면면들 때문에 만화가 재밌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씁쓸함도 감출수 없었다. 권력에 고개를 숙이고 복종하는 사람들의 심리가 만화에만 한정된게 아니라 우리 현실에서 일어날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고독의 전형이다. 소설 '미야모토 무사시'를 보면 처음엔 칼을 잘 쓸뿐 지식이 없었던 사람이라 그의 스승으로부터 여러번 지적인 면에서 단련받는 부분이 보이지만 그 후 단 한번도 패하지 않는 떠돌이 무사가 돼 이찌덴류를 완성하기까지를 대체로 심각한 분위기로 그리고 있는 검객 만화다.
칼을 든 자는 살생을 피할수 없고 그러다보면 당연히 생명과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수밖에 없는게 수순이다. 무사시도 필연적으로 고민하고 고뇌하기 때문에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기는 하지만 동시에 누구도 범접할수 없는 영웅적인 카리스마가 느껴져 슬램덩크 주인공들처럼 쉽게 애정을 갖기는 힘든 편이었다.
내가 의문을 갖고 있는 것은 원작인 소설을 따르고 있는 이 만화가 소설이 내포한 위험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무슨 얘기냐 하면.. 소설화된 무사시와 실제 인간 무사시가 동일할까에 대한 의문이다. 실제 무사시가 자신이 패한적이 없음을 강조하며 남긴 말에서 어딘가 자만심이 차 있는듯 한 인상을 받았는데 만화나 소설에는 실력은 뛰어나지만 한없이 인간적인 부분만 보여 주고 있다보니 이거야 말로 인물의 재 창조가 될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고 말았기 때문이다.
어차피 소설이나 만화는 가상의 픽션이니 그저 즐기면 된다고 여긴다면 할말은 없다.

아주 재밌다 라기 보다는 한번 볼만했다..라는게 개인적인 감상이다. 당시 시대상이 그랬기 때문이라고 해도 강해지기 위해서 닥치는 대로 죽이고 싸우는 무사시가 일본인들한테는 대단히 사랑받는 인물이라는게 한국인인 내 정서상으로는 좀 안맞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그림은 확실히 괜찮다. 또 다른 농구 만화- 리얼과 비교해보면 배가본드는 특별히 더 신경써서 연출한게 느껴진다. 확실히 공들여 그린 만화라는게 한눈에 확인되기때문에 보기는 좋지만 반면, 만화는 보고 즐거워야 한다라는 철학을 가진 분들에게는 너무 심각하고 무겁게 느껴질수도 있는 만화일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못생기고 머리도 안좋아 친구들로 부터 따돌림받던 뮤리엘은 결혼에만 목숨건 여성이다.
모든 웨딩드레스 샵에 들어가 예쁜 드레스를 입어보고 사진을 찍어 기록으로 남기는게 유일한 낙이고 남의 결혼식에 참석해 부케를 받는 기쁨에만 들떠 있는, 조금은 맹한 구석이 있는 못말리게 순진한(좋게 표현해서) 여성이다.
하지만 반전이 시작된다. 휴가지에서 오랜만에 동창을 만나 좋아하는 아바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쇼를 통해 자신감을 회복하고 이름도 마리엘로 바꾸는등 새로운 삶을 살 결심을 하게된것이다.
게다 멋진 수영선수의 국적 취득을 위한 위장 결혼에 동참해 마침내 그토록 염원하던 결혼까지 하게 된다. 신부 입장때도 아바의 노래에 맞춰 등장하던 그녀는 이제 행복이 시작될거라 여기지만 현실은 또 배신을 한다. 미남 수영선수는 자신을 아내는 물론 여성으로도 대해주지 않는 거다.
하지만 일단 꿈을 이뤘고 자신을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혐오하던 여자친구 세명도 멋진 변신을 한 뮤리엘의 변화에 친구로 인정해주고 같이 다니게 되면서 뮤리엘은 걷지도 못하게 환자가 된 동창을 멀리하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영화는 평생을 아버지 그늘에서 숨도 크게 못쉬고 살아온 아머니의 죽음과 중병에 걸린 친구를 보며 여성으로서 어떻게 사는것이 가장 좋은가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뮤리엘을 보여준다. 여자에게 과연 결혼이 인생의 목표가 될만큼 중요한 것인지 여성 자신에게 묻게 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고 난후 생각할 여지도 남겼다.

뮤리엘의 웨딩에는 영화 전반에 가득한 아바 음악이 매우 큰 인상을 주기도 한다. 경쾌한 아바의 음악은 뮤리엘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꿈꿔오던 멋진 환상처럼 자신이 원하던 일을 노래속에서만은 이룰수 있을것 같은 마법을 상징하고 있고 그것은 일상에서의 탈출과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그건 자신을 속이고 현실을 바로 보지 않는 행동이었고 거짓 마법을 걸게 해주는 키워드- 아바의 노래속에 빠져 뮤리엘은 현실의 자신을 부정하려 노력해 왔을 뿐이다.
결혼으로 인생이 달라질거라고 믿고 결혼을 하기위해 온갖 애를 썼던 것처럼 말이다.

상당히 오래전에 봤던 영화지만 아바의 음악과 함께 유난히 기억에 남아있어서 최근에 다시 봤는데 여전히 좋은 영화라는걸 확인할수 있었다. '안토니아스 라인'같은 페미니즘 명작과 더불어 여성이라면 한번쯤 봐둘만한 영화라고 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