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지구를 지켜줘'는 만화독자들 사이에서 매우 감동적인 장편으로 유명하다. 이 만화를 본건 순전히 전작의 후속편이라는 이유때문이었다. 전작이 식물과 대화하는 특이한 능력을 가진 여고생 앨리스가 자신이 전생에 모쿠렌이라는 여자였다는 걸 깨닫게 되면서 옆집 소년 링과 얽히고 링은
달기지 파괴를 위한 계획을 진행한다는 내용인데 전생의 우주선안에서 일어난 사건과 현생이 맞물려 매우 드라마틱한 완성도를 보인 작품인것에 비해 이 후속편 '나를 감싸는 달빛'은 전작과 같은 거대한 스케일은 없지만 아기자기한 얘기라서 호감을 갖고 보던 참이었다. 그런데 그냥 넘길수없는 문장을 발견하고 그동안의 애정이 한순간에 식고말았다. 일본만화엔 우리와 전혀 다른 정서가 심하게 배어있지만 다른 민족성탓이라고 여겨 심각하게 생각지않으려 애썼는데 도저히 간과할수없는 일본적 사상을 발견한것이다. 2차대전의 전범국인 주제에 여전히 피해자인 척 행동하는 장면이 문제였다. 일본이 타국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맹세한 것은 패전국 되고나서 승전국의 압박에 밀려서 어거지로 한 조약이었는데 그런 선언을 왜 하게 되었는지 작가는 모르는것 같다.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일본인의 끈질긴 면이 발견된다. 작가가 제정신으로 저 대사 썼냐고 묻고싶었다. 일본인들이 자신들을 피해자라고 생각한다는 소릴 듣긴 했었지만 이정도일거라곤 생각지못했다. 게다 좋아하는 작가의 만화라서 더 불쾌했다. 사실 1부에서 전쟁고아인 시온(링)의 상황을 일본인 전쟁 피해자로 비유한것 같다는 생각을 잠깐 했지만 그냥 넘겼는데 이렇게 제대로 확인시켜주니 책이 재미있어도 용서가 안된다. 차라리 속편이 안 나왔으면 나았을 걸 좋았던 이미지까지 버렸다. 갖고 있던 이 작가 책마저 팔아치우든지 갖다버리든지 해야겠다. 우리나라 출판사도 이런 문제있는 만화를 출판번역해 일본에게 돈벌어주는 짓은 말길바란다.

대부분 포토샵 책은 무기로 써도 좋을만한 크기와 무게와 두께를 자랑하기때문에 책을 펴기도 전에 부담감이 엄청난데 이 책은 약 220페이지정도로 얇고 작아서 보기편했다. 분량이 적다고 함량미달 책이 아니라는 것도 책을 칭찬하는 이유다. 물론 분량이 적어 많은 내용을 싣지는 못했지만 채색의 기본은 다 꿸수있었다. 또다른 장점은 설명하는 말투가 재밌다는 것이다. 어려운 전문용어가 아닌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단어와 이모티콘을 써서 초보자들에게 낯선 컬러링을 배우게하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히 보였다. 그림을 스캐너로 잡아와 컬러작업하는 과정엔 TIP란을 만들어 용어설명과 포토샵도구설명이 잘 돼있어서 이해가 빨랐다. 하지만 만약 포토샵의 왕초보가 덤벼들었다가는 결코 이 책 한권만으로 쉽게 컬러를 손에 익히기는 어려울걸로 예상한다. 반복해서 여러번 익혀야만 익숙해질 수준이다.
작가는 맨먼저 펜선을 추출해내고 레이어를 나눠 색을 입힌뒤 레이어박스로 덧칠하고 배경그림과 합성해 저장하는 순서를 차근히 설명해준다. 순정만화가라 그런지 브러쉬 하나 선택하는 것도 신중하고 그림을확대해서 세세히 효과주는 방법을 알려줘 유용했다. 체널 사용법, 브러쉬를 이용해 옷에 무늬넣기, 직접 찍어온 배경사진과 그림을 합성하기, 마지막으로 필터와 무늬효과주는 것까지 강의하기때문에 많이 복잡하지않았다. 후반으로 갈수록 작업이 정교한 기술을 요하긴하지만 설명이 자세해서 어렵지는 않았다. 책 전체로 보면 5번쯤 다른 그림에 다른 효과주는 걸 강의하고 있다보니 그걸 따라가다보면 처음엔 어려웠던 색입히기와 효과주기가 저절로 연습이 됐다. 물론 책이 필요없을만큼 능숙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19세기말 타클라마칸을 처음으로 횡단하고 죽기직전까지 간 경험담을 책으로 써낸 스웨덴의 지리학자 스벤헤딘의 사막경로를 따라 타클라마칸 횡단에 나선 저자 브루노의 기록이다. 인도의 고비사막에 이어 두번째 도전으로 타클라마칸을 선택한 이유는 어릴때 스벤헤딘의 책을 워낙 감명깊게 본 탓이라고 밝히고 있다. 중국의 혼란기에 실크로드의 유물을 빼돌려 자국으로 운반까지 했던 그 군국주의자를 숭배했다는 것은 맘에 걸리지만 저자도 사막에 대한 판타지를 갖고있었던게 아닌가 싶다. 사막과 대상인의 행렬과 낙타를 막연히 동경한 나처럼 말이다. 책은 일반 책 사이즈보다 가로크기가 크게 나왔는데 올컬러로 사막풍경을 자주 담아놔 그 사진보는 것만으로도 책값이 아깝지않았을 정도다. 이슬람교를 믿는 현지인이 메카방향으로 엎드려 기도하는 사진은 유난히 기억에 오래 남아있다. 낙타를 사고 가난한 현지인을 고용해 길잡이로 써서 수많은 우려와 함께 출발했지만 저자도 스벤헤딘만큼 물부족으로 고통을 겪게된다. 막판엔 정말 죽을 위기에 처했을 정도다. 낮엔 더위와 물부족, 밤엔 추위에 시달리며 긴 행군에 들어간 저자는 세세한 하루의 사건까지 죄다 기록해놓고 있다. 고용인들 사이에서의 분란과 아무리 끌어대도 말 안듣고 버티는 낙타때문에 애먹은 일, 사막의 풍경과 모래폭풍으로 당한 고난 같은 것이다. 스벤헤딘과는 다른 인간미가 느껴지는 사람이었지만 저자가 마지막에 보인 행동은 이해되지않았다. 사람이 이끌지않으면 죽을때까지 같은 자리에 서있을 낙타를 버려두고 저자 혼자 살겠다고 우물을 만난뒤에도 사막에 돌아가 긴시간 같이 사막을 횡단한 낙타를 데려오지않는건 인간의 이기로밖에 생각되지않는다. 이 마지막 장면때문에 좋게 읽은 책의 가치가 떨어질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