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의 철할

(서툰 내가 싫어질 때)      By 마크버논

 

 

 

먼저 이책은 서른 즈음에 만났으면, 참 좋은 실용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카테고리도, 사랑에 빠진 당신에게, 결혼을 앞둔 당신에게, 우울한 당신을 위해, 당신이 생각하는 당신은, 일터에 매여있는 당신에게, 사소하지만 중요한 문제 앞에서, 당신의 인생관을 묻는다.등 막 인생의 정점을 오르려고 출발선에 서있는 시기의 사람이 많이 갈등하는, 사랑과 결혼, 우정, 직업등에 관한 주제들을 다루는 방법에 대해, 철학적으로 접근한다.

예를 들면, 우정이 더 이상 발광하지 않으며 끝이 보일 때, 니체는 밤하늘의 별이 되어 이별을 준비하라는 방법을 잘 제시해주고 있다.

 

그러나, 불혹을 준비하려는 지금, 이들의 방법은 하나의 교과서로 다가 올뿐 나에게 실질적인 조언은 해주지 않는듯하다.

가령, 니체가 말한 우정의 이별은 이미 지나간 후여서, 지금 남아있는 친구들은 숱한 이별들 속에서 남은 진정한 별들이며, 결혼은 내인생에 새로운 전환점이 되었으며, 그것이 제시한 방향으로 나의 삶을 나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삶이 사느냐 죽는냐의 단편적인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살면서 끊임없이 위협하는 삶의 공허감을 싸워야 한다면, 수많은 철학자들이 고민했던 삶의 문제들을 항상 고민해야하는 것은 너무도 필요한 것이다.

인간이기에 생겨나는 아첨, 질투, 불공평등의 감정들. 그런 감정들을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마음을 다지는 것. 이러한 꼬리표들이 내 몸속에 있는듯 없는듯 살아가기 위해 평생 수양을 해야 할 듯하다.

 

 

 그런 의미로 본다면, 서툰 내가 싫어 질 때 서른의 철학, 이 책은 서른살을 위한 철학서가 아니라. 삶의 여정속에 다져 보아야하는 서른개의 철학인 것이다.

 

 

 

 

 

식스펜스 하우스 – 책 마을에서 길을 잃다

                                        By 폴 콜린스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보면, 에코는 아드소의 입을 빌려 ‘도서관은 소우주’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곳에 가면, 우주의 탄생과 사멸이 있으며, 가만히 있는듯하지만 모든 만물이 살아 숨쉬는 곳이라고 한다. 만물의 근원인 셈이다. 그래서 스승과 함께 도서관을  찾을 때, 아드소는 길 잃어버릴까봐  실타래를 풀며 도서관을 정탐을 하여, 길을 잃지 않고 빠져 나온다.

 

이 책의 주인공도, 이러한 의미로 책마을 헤이온와이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책을 쓰며, 책 속에서  살고 싶어한다. 그렇지만,  그 작지만 거대한 소우주 속에서, 실타래 없이 들어간다는 것은, 그 결말은 불을 보듯 뻔한 일. 주인공은 우리집이라고 부를 장소도 찾지 못한 채 그곳에서 길을 잃고 만다.

 

모든 책들의 종착지답게, 헤이온에서는 모든 종류의 책들이 있다. 문제는 책이 처음 나와 세상을 나가는 곳이 아니라, 세상을 돌고 돌아오는 종착지라는 것이다. 나오지 말았어야 하는 책들, 나오긴 했어도 빛도 못본채 사장되어야 했던 책들. 없애버리기에는 표지가 아까와 표지를 바꿔놓은 책들 등, 우리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책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런것을 주인공은 상상이라도 했을까?

 

우여곡절 끝에 주인공은, 헤매다가 살집을 발견하지만, 난감하다, 술집이었던 관계로 용도가 변경되어버린 집안구조, 물에 잠겨버린 지하실, 사는것보다 수리비가 더 나 올거 같은 집. 마침내 주인공은 헤이온에 안착하지 못하고 그곳을 나와버린다. 제대로 길을 잃어버린 셈이다.

 

그러나 이 책의 묘미는 헤이온에서 길을 헤매는 사이에 발견한 보물 같은 절판된 책들과 발췌문들이다. 주홍글씨의 작가 호손이 자신이 처음 출간했던 소설 <팬숀>을 어떻게든 없애버리려고 모두 사들여 태웠지만, 헤이온에서 발견 했을때의 그 기분? 에드가 앨런 포가 한때 영감을 얻곤 하던 잡지 <블랙우즈 매거진>을 발견했을 때의 그 기분?. 출판된 글들이 파괴되는 것을 볼때의 그 씁쓸한 기분?. 이런 기분들 때문에 헤이온에 사람들이 몰리는것은 아닌가 싶다.

 

 헤이온이라는 소우주 속에서 열심히 헤맨 주인공은, 그곳에서 있을 곳을 찾지 못한다.

그 곳에 안주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주인공 말대로 그곳에 살 준비도 하지 않은 채, 그 소우주속에서 오랫동안 있어왔던 것들을, 끊어내지 못해서 인듯하다. 집을 허물고 다시 지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 오래된 집을 그냥 놔두고, 주인공은 生, 生을 외치며 빠져 나온다.  

 

미국인 주인공이 영국인 노릇하려다 세관에 걸려 다시는 “그러지 마시오”라는 충고를 받고 “다시는 안그러겠습니다” 하고 다짐을 했지만, 헤이온의 책마을에 중독된 주인공이 과연 정말 다시 헤이온으로 안들어갈까? 하는것은 의문이다.

마지막장의 제목 - 앞날에도 이어질 불운을 살짝 예고하면서 끝난다- 하는 것처럼 주인공 자신도 다시 불운의 선택을 할 수 있을거 같기도하다.

 

 

예나 지금이나 아이들은 시골은 별로 가고 싶어하지 않죠.

게임도 없고, 장남감 가게는 커녕 과자가게도 없고, 친구도 없고, 찾아오는 사람도 별로 없고,

"가기 싫어"하면 안 갈수도 있는 곳!!

 

그러나, 우리의 주인공 메리 알리스는 가기 싫어도 안갈수도 없는 처지에 속해있습니다.

부모님은 기차에 메리를 실려보내야만하고,  도시생활을 뒤로한 채, 할머니 댁으로 가야만 합니다,

 

피치못할 사정으로 부모와 떨어져서 살아야하는 것은 이 책에서 중요하지 않아보입니다.

다만 보이는것은, 커다란 팔뚝으로 힘이 세어보이는 할머니뿐.

 

그러나 메리는 할머니와 떨어질 수 없는 관계로 까지 발전합니다.

이 설정은 우리 영화 [집으로]의 설정과 너무도 비슷하죠.

[집으로]에서도 마지못해 외할머니와 살아야하는 외손자, 할머니가 닭을 잡아 끓어주던 백숙, 시골 친구들과의 힘겨루기등등.

하물며, 마지막에 할머니를 위해서 급할때 전화하라고, 전화번호를 남기던 손자의 모습은,

폭풍속에서 할머니가 걱정되어, 대피소에서 뛰쳐나온 메리의 모습까지 너무도 닮았습니다.

정말 우리의 감수성을 자극하고, 추억을 되돌리게 하는 장면들이죠.

 

지금 성인이 된후에 돌이켜보니,

할머니와 이웃해 살아었는데, 지겹게도 할머니의 말은 듣지 않았던 기억들이 많이 나네요..

그때 꼬부랑걸음을 걸으시던 할머니를 더 도와줄걸...하는 후회도 밀려오면서 말이죠

"내가 네 결혼할때까지 살 수 있으려나." 하면서, 그때까지 살았으면 하던 희망반, 왜 이토록 늙었단 말인가 하던 푸념반이 섞인

할머니의 중얼거리던 모습들이 하나하나 떠오르네요.

 

간만에, 돌아가신 할머니를 기억해 볼 수있게 만든 책이었습니다.

메리의 기억속에 남은 할머니의 모습과, 내 기억속에 있는 할머니의 모습이 같은 모습은 아닐런지요....

 

* 아이두님 여러 북클럽 이끄시느라 바쁘실 텐데....

  덕분에 좋은 책 읽게 되어 감사했습니다.

  책읽는 내내 할머니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옛일들 돌이켜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