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S를 아십니까?

이 책은 과학. 기술. 사회에 대한 책이다. 최근에는 과학기술과 사회의 관계를 연구하는 학문 분야를 '과학기술학' . 영어로는 Scince,Technologh and Society Studies 혹은 Science and Technology Studies라고 한다. (중략)  STS는 보통 과학기술사, 과학기술철학, 과학기술사회학, 과학기술정책학, 과학기술문화학과 같은 분야를 통합해서 일컫는다.  [Page 296-닫는글 중에서]

'과학' 은 우리에게 먼저 어렵다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학교에서 배우는 과학이란 복잡한 분자식을 외우느라 진땀을 빼던 화학과,  수학보다 더 복잡하던 물리 계산 그리고 의사가 될 것도 아닌데 세밀하게  학습하고 지나가야 갔던 인체와 인체해부도. 또 있다 아무리 들여다봐도 다 비슷한 돌멩이들일 뿐인데 왜 그렇게 종류도 많고 이름도 많고 특성도 각각이었던지 지구과학까지 무엇하나도 쉬운 게 없다. 하지만, 돌아보면 우리들 생활 자체가 이미 과학이지 않던가?

이 책은 과학을 좀 다른 측면에서 바라보길 요구한다. 그러니까 우리가 이적지 배웠던 공식에 의존하거나 시험을 위해서 외워대던 그런 과학이 아닌 좀 더 실용적이고 우리 가까이에 있는 과학으로 바라보라고 한다. 그 과학 속에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만 들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과학을 이해하려면 철학과 사회와 역사. 그리고 문화를 접목시켜서 생각하라고 목소리를 높힌다. 저자는 다방향 학문과 문화의  접목을 '잡종'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과학적 창의성을 위해서는 한 가지 문제에 대한 전문인도 필요하지만, 다양한 문화와 다양한 학문과의 폭넓은 접촉을  권유한다. 그야말로 잡종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처럼 복잡하고 다양한 시대에 매우 적절한 주장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이야말로 가장 '잡종'다운 책이 아닌가싶다. 전체 4개의 파트로 구성 되어진 이 책은 역사와 철학. 사회. 문학. 문화의 여러 면들을 골고루 가지고 있다. 과학이라는 말이 별 것 아닌가 싶다가도 과학이라는 말이야말로 얼마나 광의의 뜻을 가지고 있는 단어인지를 알 수 있을 것같다. 저자는 많은 부분을 할애해서 '잡종'의 예로 아인슈타인을 들고있다. 아인슈타인은 철학에도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10대에 이미 칸트의  비판 3부작-순수이성비판. 실천이성비판. 판단력비판-을 독파했다고 한다. 특허국 직원으로 근무 할 때는 "올림피아 아카데미'라는 독서 클럽을 만들어 과학과 철학에 대한 책을 읽고 늦은 밤까지 토론을 하곤 했다. 그의 철학에 대한 탐구는 특수 상대성 이론의 체계를 세우도록 도와준 접착제 역활을 하였다.  과학의 창의성을 위해서 서로 다른 사고, 개념, 아이디어, 기법, 방법론, 경향, 철학, 사상의 만남은 창의성의 근원이다. 이제부터라도 '순수'를 뽐내지 말고 '잡종'을 두려워하지 말자.고 저자는 우리의 어깨를 두드려준다.

개인적으로는 3장과 4장의  내용들이 아무래도 쉽게 읽히고 오래 남는다.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황우석 교수의 실험문제. 육식과 광우병의 문제. 대운하의 문제 등 우리가 겪었거나 겪고 있는 사회의 문제들을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다시 되짚어볼 수 있다. 그렇지만, 3장이야말로 저자의 목소리에 가장 힘이 들어가 있는 부분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다른 부분에 비해 다소 격양된 문체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어느 냉철한 과학자의 세상에 대한 사랑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4장에서 다루는 영화들 올드보이. 화씨911. 연극 코펜하겐. 우주전쟁. 스타워즈. 이 들 중에서 연극 코펜하겐만 관람하지 못 했다. 나머지 영화들에 대한 분석과 비평은 이미 많이 읽기도 하였고 지난 학기 교과로도 배웠지만,  또 새로운 시선을 만나게 되어서 무척 재미있는 부분이었다. H.G 웰스 원작에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했던 우주전쟁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은 내가 영화를 보고나서 생각했던 것과 많이 흡사해서 괜히 어깨가 으쓱해지기도 했다.

처음 책을 접했을 때의 막연했던 걱정들이 책을 읽는 동안 어느 사이 없어져버리고 말았다.  깊이 있는 과학의 역사. 재미있는 과학에 얽힌 이야기. 그리고 우리가 좀 더 잘 알고 있어야 할 사회문제들과 그 해법. 문화속에서의 과학까지. 아!  STS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새로운 학문의 체험시간이었다.

 

작년부터 내내 학기마다 경제 관련 과목이 들어가 있다. 안타까운 것은 그동안 나의 지식이 경제에 관해서는 거의 문외한이었다는 것이다. 열심히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 과목은 따라 가는 것만으로도 숨이 차다. 거기다가 대학 경제 과목이라는 것이 이미 일정 수준의 학습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보니 어려운 경제 용어에 대한 풀이와 학습만으로도 벅찼다고 하는 것이 솔직한 고백이다.

물론 이번학기에도 어김없이 경제 과목을 수강해야 한다. 과목명은 [생활 속에서의 경제] ‘생활’이라는 낱말에 이번 학기는 좀 더 쉽지 않을까하는 나름대로의 바램을 가지고 있지만 어쨌든 언제나 나의 성적표에서 발목을 붙드는 과목이 [경제]임에는 틀림없으니 절대로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그러는 와중에 이 책 [커피 한 잔으로 만나는 경제학]을 만났다. 우선은 반갑다. 무엇인가 나의 관심과 꼭지점이 맞닿는 책을 만났을 때의 그 반가움은 오래도록 못 보았던 지인을 마주친 그런 느낌과 같다.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사 마시는 캔 커피 하나, 커피숍의 커피 한잔을 가지고 이렇게 다양하게 경제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으면서도 놀랍다.

 STEP1의 커피 한 잔으로 간단하게 알 수 있는 경제 기초와 STEP3 은행창구를 보고 알 수 있는 경제의 새로운 동향, STEP4 창업을 해서 돈을 벌려는 사람들을 위한 경제 상식을 읽으면서는 어느 사이 내가 하는 일과 연결 지어 생각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웃음이 나온다. 요즘과 같은 불투명하고 혼란스러운 경제상황 속에서 다른 경쟁자들보다 퇴보하거나 경쟁자들에게 밀려서 퇴출당하지 않고 내 영역을 유지하고 또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가느냐에 까지 생각이 미친다. 특히, 불루오션 전략은 이전부터 이미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부분이었지만 막연하던 생각을 어떻게? 라는 좀 더 구체적인 물음으로까지 확대시켜 주었다.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경제 원리도 머릿속에 확실하게 각인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주필자가 일본 사람이어서 대부분의 사례가 일본의 것이었다.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현실감이 떨어지는 듯 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렇게 내 관심사와 또는 내 생활과 직결되는 내용을 만나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어려운 책을 어렵지 않게 읽는 또 다른 책 읽는 재미라고 해야겠지.

STEP2의 초밥집의 재료로 알 수 있는 국제 무역 편은 지난 학기 머리를 싸매고 공부했던 부분들에 대한 복습쯤으로 내게 다가온다. 자유무역에 대한 부분의 설명이 아무래도 좀 아쉽다. 하지만, 심도 있게 다루어지는 경제 학습은 아니지만 경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알고 지나가야할 상식과 용어 풀이들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남편의 일이 유가에 민감한 직업이다 보니 늘 원유 값의 인상과 하락에 관심이 많았다. 서부 텍사스 원유(WTI). 브랜트 원유(Brent). 두바이 원유(Dubai)등의 원유가가 왜 우리나라 석유 가격에 영향을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 나름대로 확실하게 유추할 수 있을 것 같다. 경제에 대해서 알아갈수록 정치에 대해서도 같은 맥락으로 생각이 뻗쳐나가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치를 알면 경제가 보이고 경제가 보이면 정치를 알 수 있다.

읽기에 따라서 쉽고 가벼울 수도 또는 어렵지만 맹숭맹숭할 수도 있는 부분들을 센스 있게 채우고 지나간 저자와 역자의 역량을 볼 수 있기도 했다.
왠지 강의 잘 하는 명강사께 머리 아프지 않고 즐겁게 경제 강의를 들은 느낌이었다.  

 

 

9월의 첫날이다. 지난 일주일동안 줄곧 이 책만을 만났다. 이 책 저 책 최소한 두 가지 정도를 함께 읽어내는 평소의 내 책읽기 습관과 속도를 감안하면 꽤 느린 걸음이다. 그만큼 꼼꼼하게 책을 보았다는 소리일 거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생각이 참 많았다.

이 책의 내용을 고3인 아들의 진로에 어떻게 하면 조금이나마 할용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 기왕이면 이 책을 읽고 알 게 된 내용들을 내 일에 어떤 식으로 응용해볼까 하는 생각까지 참으로 멀리까지 생각이 가지를 뻗어가곤 했다.

사실, 나는 실용서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미 결말도 정해져 있고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끝났으니 그저 책이 가르치는 대로 선생님 말 잘 듣는 착한 학생처럼 잘 받아들이기만 하면되는 책은 나의 상상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그래서 아무리 유익한 책이라도 답답하다. 책 읽을 시간조차도 별로 낼 수 없는 바쁜 현대인들을 위해서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목적에만 충실한 책들은 왠지 본래의 독서의 목적에도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책도 처음엔 그런 실용서들 중 하나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용서라는 생각은 맞는 거 같다. 하지만, 이적지 만났던 그 답답한 실용서들과는 많이 다른 책이라는 생각을 한다.소설도 아니건만 책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흡인력은 아마도 작가의 방대한 지식과 일사천리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화술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과 방대한 지식에서 나오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소설보다 훨씬 더 재미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재미위주로만 구성된 것은 아니다. 본래의 작가의 저술 목적인 인문학적 경영의 방법에서 한 치도 멀어지지 않는 치밀함까지 어떻게 하면 이 작가와 같은 글을 쓸 수 있을까, 아니 이런 지식을 담을 수 있을까 하는 부러움과 존경의 마음을 가져보기도 했다.

어찌 보면 아주 보잘 것 없는 자영업이지만, 나름대로는 내 일에 대해서 나를 프로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도 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나도 지난 1년은 슬럼프를 겪기도 했는데 이 책의 로마의 쇠망에 대한 부분을 읽으면서 자만이 위기를 부른다는 것. 그리고 가장 흥한 시점에 쇠망의 길이 시작되었다는 내용이 깊이 가슴속에 새겨졌다. 그것은 자만심의 늪에 빠져 자기의 역할에 충실하지 않을 때 당연히 받게 될 대가라는 생각을 이 책을 통해서 확인했고 지난 시간들을 돌이켜보았을 때 내가 가지고 있던 문제점들이 확연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한 번만 읽고 치워두기엔 왠지 좀 아쉽고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책을 오래간만에 만났다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2]에서 저자는 또 어떤 이야기로 어떤 방법으로 이 난세를 극복하고 남들보다 앞설 수 있는 비법을 알려주려는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