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선설을 주장한 사람은 맹자이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모두 선하다. 그러므로 살면서 사회 속에서 선한 것을 더 갈고 닦아야 한다. 여기서 사회란 정상적인 사회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지극히 보편적인 진리가 통하고 도덕이 서있는, 성악설을 주장한 사람은 순자이다. 사람은 태어날 때 악의 씨를 가지고 태어난다. 그러므로 교육을 통해서 사람은 악을 다스리고 선을 배울 수 있다. 교육을 통해서 사람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은 결국 인간의 행동은 감정보다는 이성에 의해서 통제될 때 더 아름다울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싶다.

선과 악으로 표현될 수 있는 인간. 이것이 내가 아는 인간내면의 두 모습이다. 이 책은 그 중에서 인간이 가지고 있는 악의 모습에 대해서만 중점적으로 나열하고 있다. 책을 읽다보니 인간 혐오증이 생기려고 한다. 우선은 책에서 예를 들었던 대로 인간으로서는 차마 할 수 없는 짓을 서슴없이 저지른 인간들이 나처럼 두 발로 걷고 밥을 먹고 생각을 했다는 것에 울화통이 터진다.

물론, 세상엔 여러 종류의 인간들이 존재한다. 세상에 같은 사람은 하나도 없다고 하지 않던가? 그러니 세상을 움직였든, 아님 한 세상을 풍미했든 그 시간의 더미 속에 무수한 종류의 인간들을 섞여있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런지도 모르겠다. 그 인간들 속에서 작가는 어떻게 이렇게 지극히 비정상적인 인간들의 유형만을 찾아내어서 묶을 생각을 했던 것일까?
미안하지만, 작가가 일본인이라서 그것이 가능했던 것을 아닐까? 라고 생각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지독한 편견이고 오류라는 비난을 들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솔직하게 말해서 만약에 우리나라의 작가라면 이런 해괴한 자료를 모아 책으로 엮어내려면 아주 많은 용기가 필요할 거라는 생각을 한다. 더군다나 이 책의 내용을 보는 순간 나는 작가가 여자라는 생각을 했는데 역자는 왜 우리가 이 책의 저자를 남자라고 생각할 거라고 지레 짐작을 했을까? 더군다나 아주 친절하게 여자라고 알려주고 있기까지 하니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여기 대부분의 이야기들에서 여자의 냄새가 아무 진하게 나는데도 말이다. 아무튼, 다시 한 번 일본 사람들의 잠재의식이 궁금해진다. 그 잠재의식의 표현방법도 궁금해지고 일본 작품을 번역하는 역자들도 작업과정에서 의식이 일본화 되지는 않는지 그 것도 궁금해졌다.

인간의 역사는 이렇게 서로 죽이고 괴롭혀가면서도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인간들에 의해 이루어져왔고 이어져왔던 것일까? 책을 읽는 내내 속이 메슥거리는 걸 견디고 있다. 역사에 보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정말로 해괴하고 잔인한 고문과 치죄의 방법들이 개발되고 사용되어 왔다. 하지만, 인간에게 각종 잔인한 짓을 한 부류가 기득층이라면 그 피해자의 대다수가 일반 민중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물론 이 책에서 죄를 뒤집어 쓴 억울한 사람들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다만, 인간이 인간을 괴롭히고 치죄하던 방법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하고 있을 뿐이지만, 먹고 살기에도 급급했던 시절에 갖가지 고문도구와 방법을 동원할 수 있었던 부류는 어차피 권력과 힘을 가진 계층밖에 없었을 터이니 힘이 없다는 이유로 그들의 사냥감이 될 수밖에 없었던 민중들의 피눈물 나는 서러운 이야기로 나는 이 책을 읽는다.
시절이 많이 바뀌어서 이제 이런 이야기들을 기괴하고 끔찍한 옛날이야기로 들을 수 있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다. 물론, 지금 이 시간에도 지구 어딘가에선 여전히 끔찍한 방법으로 인간을 인간 이하로 취급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을 런지도 모르겠다.

다만, 기도하나니 인간은 당연히 인간으로 대우받아야 한다. 인간은 인간답게 살고 그리고 인간답게 죽을 수 있어야 한다. 인간답게 살아야 인간답게 죽을 수 있다는 걸 이 책에서 배웠다. 또 한 가지 있으니 모든 죄는 뿌린대로 거두게 되어 있다는 것. ’페릴루스의 소’라는 사형 도구가 있었다고 한다. 시칠리아의 왕 필라루스는 조각가 페릴루스에게 독특한 사형도구를 만들라고 명령한다. 페릴루스는 놋쇠로 소 모양의 사형도구를 만들었다. 놋쇠 소의 몸 안에 사람을 집어넣은 후 문을 잠그고 불을 피우면 놋쇠가 금방 벌겋게 달아오르고 그 안에 갇힌 죄인이 고통을 이기지 못 해 비명을 지르는 것이 소울음과 똑같이 들린다는 것이었다. 필라루스는 그 첫번째 실험자로 그것을 만든 페릴루스를 그 안에 들어가게 하고 불을 지펴 결국 첫번째 희생자가 되지만, 몇 년후 시칠리아에서 반란이 일어나고 사로잡힌 필라루스 왕도 바로 그 페릴루스의 소 안에 갇혀서 비참한 최후를 마치게 된다. 이 책엔 이렇게 뿌린대로 죄값을 거둬들인 사람들의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잘 살아야 잘 죽을 수 있다는 거 그리고 뿌린대로 거둘 수 밖에 없다는 것. 정말로 무서운 진리이며 진실이지 않은가? 그러니 잘 살기 위해서 노력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
혹시라도, 인간이 인간답게 살고 인간답게 죽을 수 있는  것에 대한 고민으로 작가가 이 책을 썼다면 기꺼이 그 녀에게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물론 속이 계속 메슥거리는 것은 좀 참기가 어렵지만, 그리고 읽는 내내 기분이 무척이나 나빠졌지만 말이다.
 

1980년 여름의 알메리아에서 일어난 교통사고. 그 사고의 당사자인 할리우두 여배우 제인폰다를 연상시키는 여인과 키가 크고 잘 생긴 남자는 이 책의 어떤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일까? 내내 이 두 사람의 종적에 대한 언급은 나와 있지 않다. 

스토리 내내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베토벤의 전설의 작품 ‘10번 교향곡’과 그 교향곡의 연주회가 끝나고 난 뒤 목이 잘린 채 발견된 지휘자 토마스와 기요틴을 비롯해서 끔찍스러운 고문도구들을 컬렉션 하는 마라뇬, 베토벤의 초상화를 집에다 걸어두고도 그 진가를 알아보지 못 했던 나폴레옹의 고손자인 보나파르트 황태자 부부, 거액을 상속하게 된 피해자 토마스의 딸인 소피 그리고 살인자의 뒤를 쫓는 사람들인 다니엘과 마테오스 형사, 수사나 판사 그리고 법의학자 포토네스.

주로 다니엘의 행적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이 소설의 문제 해결 방식은 무척 난해하다. 용의자가 많거나 문재 해결방식이 어렵다는 소리가 아니다. 뼈대는 아주 간단하다. 오히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서 음악에 대해서나 베토벤에 대해 우리가 잘 알지 못 하는 사실들을 더 많이 이야기 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독자들로 하여금 가끔 문제의 핵심을 놓치는 우를 범하게 하고 바로 그 점이 이 책을 난해하게 읽도록 만드는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수사선상에 용의자로 올려놓을만한 사람이 별로 없으므로 문제 해결의 극적 상황은 사실 그다지 극적이지 않다.

왠지 가장 중요한 용의자일 것 같은 마라뇬은 초반부에 이미 범인이 아니라는 정황들이 포착된다. 배신자를 기요틴이라는 단두대로 응징하는 프리메이슨들에 대한 언급이 자칫 프리메이슨 신봉자인 마라뇬을 범인으로 의심하게 할 것 같지만 책 전체의 분위기에서 작가는 프리메이슨에 매우 우호적이다. 때문에 마라뇬이 갖가지 고문기계와 의심스러운 정황들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범인일 수 없다는 확신을 너무 빨리 내리게 된 것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물론 책을 읽는 동안 독자 누구도 보나파르트 황태자 부부가 범인일 거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 같다. 대부분의 용의자들은 너무 쉽게 그리고 빨리 소설의 주무대에서 사라진다.

수사나 판사와 포토네스가 범인이라는 결말은 뜻밖의 인물이 범인으로 형체를 드러낸 것에대한 놀라움보다는 다니엘이 겪는 수사나 판사와 포토네스와의 생과 사의 갈림길의 사투장면이 이 책의 모든 부분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다니엘이 단두대에 묶여 금고의 비밀번호를 알아내는 장면은 정말로 작가의 대단한 상상력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고 다니엘도 토마스처럼 목이 잘려 결국 사건이 미궁으로 빠져버리는 것으로 결말이 나는 것은 아닐까 조바심이 나기도 했다.

혹시 나는 베토벤의 10번 교향곡이라는 보물을 가지고 벌어지는 사건을 다빈치코드와 같은 색깔의 소설로 기대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래서 베토벤의 친필 악보에 대한 비밀보다는 한 여자가 겪은 남자의 배신에 대한 복수와 물욕에서 비롯된 사건으로 막을 내린 이 소설이 조금 맹숭맹숭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에 대한 특히, 베토벤에 대한 폭넓은 이야기들을 알게 된 것은 정말로 기쁜 일이다.
교향곡을 피아노 연주용 악보로 편곡한 것을 리덕션이라고 한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베토벤의 후원자는 로브코비츠 후작이었는데 <영웅교향곡>은 로브코비츠 후작의 살롱에서 초연되었고 최종적으로 손을 본 뒤 1805년 4월 7일 ‘안 데어 빈 극장’에서 대중앞에 선을 보였다.
베토벤의 9번 교향곡의 저주는 음악가들 사이에 떠도는 일종의 미신으로 베토벤부터 시작되었는데 많은 교향곡 작곡가들이 제9번 교향곡을 완성한 후에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9번 교향곡의 저주와 선을 그어 놓은 유명 작곡가들의 죽음은 어쩜~이라는 감탄과 더불어서 세상일이라는 것이 해석하기 나름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작가는 피아노 협주곡인 <황제>에 대해서 많이 언급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작가가 황제 협주곡을 좋아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황제 협주곡>의 원래 제목은 ‘피아노 콘체르토 5번 E 마이너-플렛 메이저 Op. 73이다. ’황제‘라는 별칭은 베토벤이 붙힌 게 아니다. 당대에 실존했던 황제를 지칭한 것도 아니다. 베토벤은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황제를 숭배하여 <에로이카>라는 곡을 헌정하기도 했지만 그에게 바친 곡은 아니었다.
독일 출신의 피아니스트 크라머는 천재적인 피아니스트로 베토벤이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로 평가했던 인물이었다. 남들이 간섭하는 것을 싫어했던 베토벤은 크라머가 붙인 별칭을 군소리 없이 받아들였다.

이 밖에도 베토벤의 불멸이 연인이라 알려진 그녀에 대한 에피소드. 베토벤 초상화에 얽힌 이야기와 그림기법까지 정말로 다양한 문화적 정보들이 들어있다.
음악의 음표와 음계를 이용해 난수표를 해독하듯이 암호를 풀어나가는 과정은 그야말로 시기할 따름이었다. 음악이 수학과 불가분의 관계라는 말을 이 책을 읽고 이해하게 되었다.

본문만 460쪽에 달하는 방대한 양의 소설을 일목요연하게 읽는다는 것은 여러 가지로 어럽다. 그렇지만 어려운 수학문제를 풀어서 답을 찾아내 듯 책을 덮은 후에 오는 성취감도 기분 좋은 일임에 틀림없다.
이 책은 그런 성취감을 느끼게 해 주는 책이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엔 디지털 쓰레기라는 말조차도 생각해본 적이 없던 것 같다. 생소한 단어를 만났을 때의 당혹스러움과 궁금함. 이것이 내가 이 책을 오래도록 붙들고 있었던 이유이다. 대부분 미국과 유럽을 예로 들거나 비교한 디지털 산업 전반에 걸친 보고서 형식의 내용들이 난해하고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잘 모르거나 무관심하게 지나쳤을 런지도 모르는 디지털 쓰레기에 대한 위험성을 새롭게 알려주었으며 환경문제에 대해 새로운 부분을 인식시켜 주었다.

우리들이 편리하게 사용하는 텔레비전, 컴퓨터, 핸드폰 등의 첨단 제품들이야말로 쓸 데 없는 쓰레기를 만들어내지 않는 청정산업이라고 생각했었다. 무균실에서 생산되는 컴퓨터 마이크로 칩의 생산과정을 뉴스 등에서 볼 때마다 그 청결함에만 시선이 집중되어서 그 뒤에 있을 여러 가지 다른 일에 대해선 생각해볼 겨를이 없었다고 해야겠다.
저자인 엘리자베스 그로스만이 지독한 환경론자인지는 책에 소개된 프로필만으로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그녀가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학자이거나 운동가일 거라는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이렇게 발로 현장을 뛰면서 문제를 파헤치고 알리려는 사람들이 있음으로 해서 우리의 내일이 그나마 위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2그램짜리의 마이크로 칩 하나를 생산하기 위해 화확연료와 화학물질이 1,600그램 정도 사용된다고 한다. 이 정도의 칩 하나를 생산하는 데 사용되는 부수적 재료가 최종 제품 질량의 630배에 달한다고 하니 너무나 엄청난 차이가 아닐 수 없다. 바로 이런 점이 1장에서 말하고 있는 첨단 디지털 기기들의 어두운 그림자의 한 면이라고 하겠다.

이 책은 전체를 9장으로 구성하고 있지만, 여러분들의 컴퓨터 한 대가 만들어 지는 과정을 원료 체취의 부분부터 사용 후 폐기물이 된 다음 그 폐기물의 처리과정 까지를 따라가고 있다고 생각하면 한결 이해가 쉬울 것이다.

내가 지금 사용하는 컴퓨터는 수많은 금속들로 이루어져 있다. 내 컴퓨터와 같은 전형적인 데스크톱에 사용되는 재료의 절반 이상이 금속이며 구리, 알루미늄, 납, 금, 아연, 니켈, 주석, 은, 철등이고  백금, 팔라늄, 수은, 코발트, 안티몬, 비소, 바륨, 베릴륨, 카드륨, 크롬, 셀레늄, 갈륨등도 사용된다고 한다. 이런 금속들은 지구의 여러 곳에서 생산되고 있다. 열악한 환경의 후진국 광산에서 광부들의 손으로 채굴되어 지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때문에 금속의 채굴에서부터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철이나 알루미늄같은 금속은 외장용등으로 사용되지만, 중금속은 주로 회로기판과 반도체 및 배터리에 사용된다고 하는데 대부분의 이 중금속들은 적은 농도만으로 유독한 물질이며 먹이사슬에 축적된다고 한다. 중금속은 신경계를 손상시키거나 태아 성장과 생식기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발암물질로 알려진 것도 있다.

컴퓨터의 중심부품인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사용되는 실리콘은 실리콘과 산소가 결합된 화합물인 이산화규소에서 얻게 되는데 이산화규소는 고 순도의 석영에서 얻어진다. 반도체가 내장될 웨이퍼의 재료인 실리콘은 품질이 매우 좋아야하는데 고 순도 실리콘의 추출을 위해 먼저 이산화규소를 미세한 분말로 만든 후 염화수소를 사용해 증류시켜 실리콘 순도를 놓인다. 이 과정에서 트리클로로실레인이라는 무색의 화학물질이 만들어진다. 이 물질은 독성이 매우 강한 액체상태 물질이며 부식성과 인화성이 강하고 피부에 흡수되거나 눈에 들어가거나 호흡기로 들이마시거나 음식물과 함께 섭취될 경우 심각한 건강상의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
실리콘만큼 중요한 물질이 휴대전화나 노트북과 같은 첨단 전자제품에 부착되는 캐패시터에 사용되는 콜탄이라는 물질이다. 콜탄은 두 개의 광물인 골럼븀과 탄탈이 결합해 만들어진 것으로 거의 모든 바위에서 콜럼븀과 탄탈을 채취할 수 있다. 탄탈은 유독성 물질은 아니지만 중앙아프리카 지역에서의 채굴로 인해 인접 지역이 황폐화 되었고 콩코 민주공화국에서 많이 생산되는 콜탄은 새로운 무역 분쟁은 물론 지역사회에도 심각한 사회문제를 만들고 있다고 한다.

이런 재료들을 이용해서 만들어지는 마이크로 칩은 구글 검색엔진을 이용하거나 아이팟으로 노래를 듣는 것과 같은 첨단 디지털 기술 구현의 핵심 부품이지만 여러 가지 방법으로 우리의 생명 유지에 가장 중요한 물의 근원인 대지 내부 환경과 같은 지하 환경을 파괴하는 주범이기도 하다. 반도체 생산 공정에서 다양한 화학 물질과 화학 혼합물, 용매, 금속들이 사용되는 데 이들 중 많은 물질들이 유해하거나 유독하다고 한다. 대부분 유독성인 이 물질들은 어떤 식으로든 지역 하천이나 강, 대수층으로 흘러들어간다고 한다. 이 물은 사라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 이유이다. 2그램의 마이크로 칩 하나를 만들기 위해 32리터이 물을 사용해야 한다고 하는데 웨이퍼 하나에 수백 개의 칩이 탑재된다고 하니 반도체 제조 공장이 막대한 양의 물을 사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폐수 처리와 물의 재활용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세계적으로 물 부족 현상이 심화됨에 따라 수자원 보호를 위해 더 많이 노력해야 하고 물의 사용량을 줄여 나가야 한다.

우리는 대부분 첨단 디지털 산업이 ‘청정산업’이라고 알고 있지만 첨단 디지털 산업으로 인한 환경오염이야 말로 다른 어떤 것보다 훨씬 더 치명적이다. 첨단 디지털 산업에서 사용되는 용매들이야말로 인류 건강과 환경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텔레비전. 컴퓨터. 휴대전화. CD플레이어와 같은 첨단 제품이 사용되는 곳이면 어디서든 쉽게 찾을 수 있는 물질인 폴리브롬화디페닐에테르라는 난연제는 원래 사용된 제품에서 빠져나와 대기 중으로 방출되거나 먹이사슬을 통해 인체 내에 축적된다고 한다. 이 물질은 내분비 이상, 신경계 이상  증세가 생기거나 발달장애를 유발 하거나 아이들 건강, 특히 아이들에게 행동장애나 학습장애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유해 화학 물질은 주변 환경과 인체 내부에 계속해서 쌓여 가는데 삶을 더 빠르고 탄력적으로 만들어 준 화학물질 상당수가 화학물질이 포함된 제품보다도 수명이 더 긴 것처럼 보이며 빨리 사라지지도 않을 것이라고 한다.

어쨌든, 그동안 사용하던 컴퓨터를 새 것으로 교환하면 이제 폐기물이 된 구형 컴퓨터는 쓰레기로 분리될 수밖에 없다. 수명이 다 한 대부분의 디지털 기기들은 ‘아무 생각없이’ 쓰레기로 버려지거나 후진국이나 제 3세계로 수출되어진다고 한다. 재활용업체에 보냈다고 생각하는 컴퓨터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의 어딘가에 유해 쓰레기로 버려질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특히 중국 광동성 구이유와 인근지역의 상황을 심각하게 보여주고 있다. 열악한 환경에서 컴퓨터를 분해하는 노동자들의 실태와 전자 페기물 분해 과정에서 나오는 유해물질로 인한 심각한 환경오염은 물론 사람들이 받은 영향은 정말 소름끼치는 것이다. 이 곳 주민들은 이미 1990년대 중반 수돗물을 마실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식수를 공급받는다고 한다. 그러나 여전히 오염된 물론 설거지와 빨래를 하고 오염된 강에서 잡은 물고기를 음식 재료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분해되는  대부분의 디지털 쓰레기는 미국. 유럽. 일본. 이스라엘. 호주. 한국 등의 국가들이 수출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런 전자제품이 유독성 첨단 전자 폐기물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한 단계로 중고 컴퓨터나 다른 중고 기기들이 반드시 재활용되어야 한다는 사실은 인식해야 하고 어떻게 하는지 방법을 알아내야 한다. 첨단 제품들의 사용연한이 길어지도록 밧데리의 수명을 연장하는 방법을??에서의 재활용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시도해봐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국가와 개인 모두가 디지털 쓰레기가 가지고 있는 위험성에 대해 정확하게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기 전 아들에게 이 책을 읽고 나면 아무래도 사용하는 컴퓨터를 신형으로 바꾸자는 소리를 안 하게 될 것 같다고 농담처럼 이야기했었는데 역시 그 말이 맞았다.
최첨단의 기기들이 사실은 가장 무서운 오염원이라는 사실이 당혹스러웠다. 더군다나 다른 어떤 산업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보다 인간과 환경에게 더 치명적이고 영구적인 독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정말로 두려움 그 자체였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디지털 기기들의 생산과 사용 및 폐기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들이 개인의 힘으로 통제하기엔 너무 거대한 산업이고 국가차원의 규제와 감독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 디지털 기기들이 가지고 있는 독성에 대해 알게 되었으니 우선은 나부터 이 기기들을 가능한 오래도록 잘 사용하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반도체의 성능이 18개월에서 2년마다 2배로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대로라면 컴퓨터 한 대의 수명은 대략 3년 휴대전화의 수명은 고작 2년 정도라고 하는데 디지털 쓰레기의 양이 급속도로 늘어갈 수밖에 없는 이 상황에서 나라도 그런 첨단 기기들을 조금이나마 더 오래 사용한다면 눈에 보이지 않지만 환경을 지키는데 보탬이 될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