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의 책 세상에만 베스트 셀러가 있는 건 아니다. 아이들의 책도 베스트 셀러가 있다. 이미애 작가도 물론 자타가 공인하는 아이들 책의 베스트 셀러 작가임에 틀림없다. 친숙한 이미애 작가만의 소재. 그리고 문체를 만나는 건 기분좋은 일이다. 잠시 아이이거나 또는 이제 막 소녀의 문턱을 넘어서던 그 때로 돌아가서 그 시절의 감성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친구는 말로 가까워지는 게 아니라 영혼으로 가까워진다."
이 말은 왈가닥스런 유경이가 은비에게 해주는 말이다. 아무리 소설이지만 어쩜 이렇게 멋진 말을 초등학교 아이가 할 수 있을까?
나는 이 대목에서 잠시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물론 맞는 말이라서이기도 했지만 똑똑하다 못 해 영악스러운 요즘 아이들을 어쩜 이렇게 딱 한 문장으로 잘 표현하고 있을까 감탄스러웠기 때문이기도 했다.

나에게도 그 시절 은비이거나 유경이 같은 단짝이 있었을까?
이 책을 읽으며 잠시 은비처럼 내내 말도 별로 없고 늘 우울한 아이였던 나의 유년기를 잠시 떠올려보았다. 비쩍 마르고 얼굴에 버짐을 달고 사는 아이. 아이들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뛰어노는 운동장을 멀찌기서 바라만 보거나 다들 집으로 돌아가고 난 텅빈 운동장을 혼자서 걸어나가던 아이. 바로 어린 시절의 내 모습이다. 유경이나 또는 은비같은 단짝이 있었다면 내 사회 생활이 좀 더 수월하고 쉽지 않았을까? 사람들과 어울리고 사람들 속에 섞여서 아무렇지도 않게 살게 되기까지 사실은 너무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내 기억 속엔 유경이와 은비와 같은 시간 쯤에 단짝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유경이와 은비를 보면서 사람이 서로 마음을 연다는 것이 참 따뜻하고 아름다운 일이라는 것을 배운다. 그리고 누군가 내 편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든든하고 뿌듯한 일인지도 알게 되었다. 먼저 마음을 열어보인다는 것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용기라는 것도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주인공들은 초등학교 아이들이지만 그들의 세상은 우리들의 세상과 별반 다르지도 않다. 그러니 그애들이 느끼는 거 그애들이 갈등하는 것도 지금 내가 겪는 시절과 그닥 다르지도 않다는 소리겠지.

은비 엄마의 외국행으로 여름방학동안 유경이의 집에 살러 온 은비. 은비와 여러 면에서 반대의 성격을 가졌지만 점차 은비를 이해하고 은비를 좋아하게 되는 유경이의 우정은 은비가 엄마와 함께 캐나다로 떠나게 되면서 이별을 맞이하게 되지만 유경이와 은비는 이 다음에 어른이 되어도  두 아이의 엄마들처럼 오래 오래 우정을 나누는 아름다운 쿠키 아줌마와 교수 아줌마가 되겠지. 그리고 여전히 귀엽고 사랑스러운 작은 유경이와 은비의 엄마가 될테고...그렇게 우정은 우정을 꽃씨처럼 싹틔우고 새싹을 돋우고 꽃을 피우고 대를 물리게 되겠지. 이렇게 소설의 씌여지지 않은 부분들을 상상해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었다.

싱싱한 오이를 씹을 때의 느낌. 이 책의 느낌을 이렇게 표현한다면 틀린 건 아닐 거 같은데......나도 이제부터라도 단짝이라고 남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사람에게 너랑 나랑 단짝이지? 라고 당당히 말 할 수 있도록  좀 더 성의를 다 해야겠다는 반성을 하게 만든 책이기도 했다.

저자인 안도현님의 [연어]보다도 [증기기관차 미키]가 더 좋다고 한다면 저자를 좋아하는 팬 중에 살짝 내게 눈 흘기는 
사람들이 있으려나?
초등학교 국어책에도 실린 [증기기관차 미키]는 오래되어 작고 낡은 것들 또는 힘없고 보잘것 없어 자칫 남의 눈에 띄이지 
않는 것들에게 다시 한 번 눈길을 주게 만들어 주는 동화여서 마음에 남아있다. 물론, 연어도 좋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옛날에... 그래서 착한 사람은 복을 받고 나쁜 사람은 벌을 받았대요." 식의 이야기에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그런 공식이 통하기엔 지금 우리들의 세상이 너무 복잡하고 그 복잡한 세상에 사는 우리들도 아이든 어른이든 모두 어느
만큼씩은 복잡한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한다.착하게 사는 것보다는 영악하고 극악스럽게 사는 사람들이 더 좋은 집, 더 좋은 차 더 많은 돈...그리고 더 많은 사회적 혜택을 누리고 사는 세상을 어찌 아이들에게 간단하게 설명해 주려 한다는 건 너무 지나친 욕심이고 그리고 들인 공에 비해 효과는 적은 일이 될 경우도 생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뜻에서 이 책의 저자의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이 ’눈이 밝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동글동글한 구슬처럼 떼구르~굴러서 내 맘속으로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는 거같았다. 밝은 눈은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이 아니라 세상 이치를 얼만큼 겪으며 
살았다는 내가 더 절실한 것이기 때문이리라.

자타카...부처님이 태어나기 전 일어났음직한 이야기들을 인도에전해져 내려오는 전설이나 민담에다 덧붙혀 부처님의 가르침을 쉽고 재미있게 들려주는 것이 바로 자타카라고 한다. 인류 최초의 동화라고 하니 우선은 호기심이 생기는 거야 당연한 이치. 예전 읽었던불교설화 중에 혹시 비슷한 이야기를 다시 만날까 하는 기대서부터 반대로 새로운 이야기 만났으면 좋겠다 하는 바램까지 얇은 동화책 한 권을 들고 나름대로 생각과 기대가 많다. 

친구, 나눔, 겸손의 세 부부으로 나뉘어져 있지만 결국은 이 책에 실린 모든 이야기들이 친구와 나눔과 겸손한 삶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우려주고 교만하지 않으며 진실한 사람 이런 사람이야말로  ’눈이 밝은 사람’이라고 알려주는 책.

특히, 장마로 불어난 강물에서 목욕을 하겠다고 억지로 들어갔다 떠내려가다가 뱀과 쥐, 앵무새와 함께 농부에게 구출되지만 자신의목숨을 구해준 농부와의 약소을 외면하였고 만류하는 신하들을 물리치고 끝긑내 깊은 슾속으로 들어갔다가 돌아오지 못 한 왕자의이야기는 인간들의 추접스러운 욕심과 쓸 데 없는 아집의 끝을 선명하게 가르쳐주었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가장 쉽게 접근해 볼 수 있는 이야기였고 아이들에게 가장 쉽고 편하게 읽어줄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다른 이야기들도 어른인 내게는 재미있는 동화였지만 솔직히 아이들에겐 좀 부담스러운 어투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아이들에게 읽히려니 문장이 너무 진지해서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되었다는 소리다.

일단, 나는 시공사의 책들을 좋아한다. 특히 시공사에서 만드는 어린이책들과 주니어용 도서들의 팬이라고 말 할 수 있겠다. 어른들이 읽기에도 전혀 부족하지 않는 깊이의 동화책들을 읽다보면 새롭게 세상보는 눈을 배우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시공사에서 출판된 성인용 도서는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이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비로소 알게 되었다. 
퍼스트 폴리오와의 만남은 책을 보는 눈을 좀 더 넓히는 계기도 되었고 셰익스피어에 대해 새삼스럽게도 백과사전을 찾아가며 다시 공부를 하는 기회가 되기도 하였다.

셰익스피어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조금 더 첨가한다면 책을 읽는 내내 숨가쁘게 주인공의 뒤를 따르면서도 길을 잃지않을 거같다.  사실, 나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많이 읽어본 편은 아니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으로 알려진 [오셀로], [멕베드],[ 리어왕], [햄릿]과 희곡 [말괄량이 길들이기], [한여름밤의 꿈]과 셰익스피어의 쏘네트들도 다이제스트본으로만 읽어보았을 뿐 완간본은 아직 읽어본 적이 없다. 그런데도 왠지 이 작품들의 줄거리가 그리 낯설지 않은 것은 이 작품들이 참으로 유명한 작품이라 많이 회자되기도 하지만 셰익스피어라는 작가의 유명세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셰익스피어는 1564년 스트렛퍼드어폰에이번이라는 영국의 작은 상업도시의 중산층 가정에서 8남매중 셋째로 태어났다. 비교적 부유한 환경에서 어린시절을 보냈으나 13세쯤 가세가 기우는 바람에 대학진학을 못 하고 말았다. 1582년 18살의 나이로 8살 연상의 앤 헤서웨이와 결혼해 쌍둥이 남매를 낳았지만 이 때부터 1592년 사이의 생활에 대해선 알려져있지 않다. 어쨌든 1592년엔 이미 일류배우 겸 극작가가 되어 있었다. 
셰익스피어 희곡을 쓴 사람이 셰익스피어가 아닐 거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하는데 이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너무 찬미한 나머지 그런 작품을 쓴 작가가 한낱 스트렛퍼드 같은 작은 마을 출신의 평범한 시골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음악, 법률, 성경, 군사 전략, 미술, 정치, 대양, 역사, 사냥 등 방대하고도 해박한 지식을 작품 속에서 마음껏 과시하려면 귀족이나 상류층의 고학력자가 아니면 불가능하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라고 한다.  19세기엔  작품의 작가를 찾으려는 연구가 활발하기도 했다는데 셰익스피어의 작품의 작가로 프랜시스 베이컨과 크리스토퍼 말로일 거라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기도 하였다니 참으로 재미있는 일이다. 
바로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쓴 다른 작가가 있을 거라는 상상. 그리고 그의 생애에 밝혀지지 않은 시간들 속에 셰익스피어에게 사생아 딸이 있으리라는 상상이 이 소설 퍼스트 폴리오를 탄생시키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이 소설의 구심점엔 [퍼스트 폴리오]라는 셰익스피어이 작품집이 놓여있다. 셰익스피어의 사후에 그의 친구들과 후원자들이 힘을 모아 출판한 셰익스피어 작품집 초판본을  말한다. 셰익스피어를 천박하고 나쁘게 평한 사람들에게 일격을 가할 책이었다는 책. 그리고 로잘린드 하워드. 로즈라는 예쁜 애칭으로 불리던 여자. 하버드대학 셰익스피어 전공 교수. 셰익스피어에 관한한 백과사전적 지식으로 유명했던 사람. 그렇지만 그녀는 케이트에게 징표와도 같은 브러치를 남겨놓고 살해당한다. [퍼스트 폴리오]는 로즈에게 어떤 의미였고 어떤 관계까 있길래 그녀는 죽음을 예감한 것일까? 그리고 케이트에게 그 비밀을 풀 열쇠를 넘겨준 것일가?

책 속에 등장하는 글로브 극장은 1599년 셰익스피어 외 6명이 런던 근교에 설립한 가장 큰 야외 극장이었다.  제임스 1세가 즉위했을 때 왕의 허락을 받아 ’왕의 극단’이라는 이름을 가졌던 셰익스피어의 극단은 제임스 1세를 위한 작품을 정기 공연했는데 글로브 극장은 여름의 공연을 위한 장소였다. 
주인공 케이트는 복원한 글로브 극장의  연출자이다. 로즈와 함께 셰익스피어를 연구했지만 연극연출를 하겠다며 로즈를 떠나는 바람에 양어머니같은 존재인 로즈와 소원한 사이가 되었고 그녀가 연출하는 연극 <햄랫>의 공연을 앞두고 로즈가 다녀간 그 날 글로브 극장은 불에 타버리고 만다.  불이 꺼진 뒤 발견한 로즈의 시신. 그리고 그 때부터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목숨의 위협을 느끼면서도 로즈가 남긴 브로치를 단서로 난해하고 어려운 퍼즐맞추기 게임같은 사건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만다. 
로즈가 남긴 단서들을 찾아 미국으로 온 케이트는 로즈의 조카라고 자기를 소개한 남자 벤과 함께 긴 여정을 같이 한다. 여러번의 어렵고 위험한 상황을 넘기면서 케이트는 벤을 믿고 의지하게 되지만 자료보관소에서 케이트를 도와주었던 맥신의 죽음과 절친한 동료인 샌더슨 박사의 죽음으로 기진맥진하게 된다.
런던에서부터 미국까지 케이트를 뒤쫓아온 형사 싱클레어는 케이트가 수사에 협조해 함께 런던으로 돌아갈  것을 종용한다. 거부하는 케이트에세 씽클레어는 런던서 미국까지 케이트의 목숨을 위협하며 쫓아오고 있는 살인자에 대해서 이렇게 충고한다.
"당신을 아주 바짝 붙어서 쫓아갈 수 있는 사람입니다. 케이트. 어쩌면 당신이 아는 사람." 

이제 2편에서 케이트는 다시 런던으로 돌아가 로즈가 발견했지만 숨겨진 비밀의 열쇠를 찾아낼 것이다. 그 열쇠를 찾으러 가는 길에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셰익스피어의 것으로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 애드워드 드 비어. 제17대 옥스퍼드 공작이야 말로 셰익스피어의 희곡들을 썼다고 믿는 사람들.  <햄릿>을 옥스퍼드 공작의 숨겨진 자서전이라고 믿는 옥스퍼드파의 사람들과의 만남이 준비되어 있을 것이고  셰익스피어에게 사생아로 태어난 딸이 있었는가의 규명 그리고 사라진 책들인 퍼스트 폴리오와 케이트가 로즈에게 받았던 브로치의 비밀. 케이트와 아주 바짝 붙어서 쫓아갈 수 있었던 사람이 과연 살인자였는지의 해답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름이 중요한 이유는 이름엔 영혼이 깃들이기 때문이라고 나는 어느 책에서 읽었던가?
셰익스피어의 오랜 전설을 따라가며 문제를 풀어야하는 것도 물론 흥미롭고 재미있지만 명예에 대한 인간들의 끝없는 욕망과 허망함을 보게 될 것같아서 미리부터 한 편으론 마음이 아려온다.
이 책의 속 표지에 적혀있는 말의 의미가 문득 번개처럼 마음에 와 닿는다. 
"인간이 저지른 악은 죽은 후에도 살아남지만
 선은 종종 뼈와 함께 묻히나니..." -월리엄 셰익스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