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트족은 켈트어를 사용한 민족을 말하며, 브리튼, 아일랜드, 웨일스, 스코들랜드, 게일어가 여기에 속한다. 가장 오래된 켈트족의 흔적은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 근처에 있다고 한다. 기원전 500년경 켈트족은 프랑스, 포루투칼, 에스파냐, 영국으로 퍼져나갔다. 기원전 300년부터 서기 100년까지 로마가 유럽 대부분을 정복했는데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잉글랜드 남서부, 프랑스 북서부의 브르타뉴에 정착한 켈트족만이 로마의 지배를 받지않고 문화를 보존할 수 있었다. 초기 켈트족에 관한 문헌 정보는 거의 남아잇지 않지만 기원 후 몇 세기동안 아일랜드의 켈트족은 오감(ogam)이라는 원시문자를 사용했는데 이것은 돌에 새겨져 있다고 한다. 중세 초에 켈트족은 알파벳을 사용하여 고대 켈트족의 신하와 전설을 비롯한 많은 기록 문학을 남겼다. 

월리엄 버틀러 예이츠는 아일랜드의 극작가이자 시인이다. [켈트의 여명]은 예이츠의 작품이라고 해서 더욱 더 호기심이 생겼던 작품이다. 당대 최고의 시인으로 평가받는 예이츠는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에 전통적인 아일랜드문학을 새롭게 이해하도록 자극한 아일랜드문예부흥운동을 주도했다.  이 운동으로 아일랜드 정신이 담긴 작품이 많이 창작되었다. 예이츠는 역사가 되풀이 된다는 정교한 이론을 발전시켰고 아일랜드의 민담과 아일랜드 역사에 나오는 전설과 사건을 이용하여 인생과 역사에 대한 개인적인 전망을 표현했다. 그의 이러한 전망 속에는 초자연적인 것에 대한 믿음도 들어있다고 한다.

작품해설의 한 부분을 보면 책의 원제목인 the Celtic Twilight에서 Twilight는 어두움에서 밝음으로 빛이 교차되는 잿빛 새벽(dawn)과 밝음에서 어두움으로 빛이 교차되는 황혼(dusk) 이 둘을 모두 의미한다고 한다.  예이츠의 Twilight는 19세기 말적 쇠퇴가 아니라 새로운 날로 변화도기를 바라는 기대가 담긴 새벽이라는 뜻인데 예이츠가 아일랜드문예부흥운동을 주도했다는 것을 되새겨보면 한결 이해가 빠를 것같다.

신화와 전설 또는 민담을 공부했거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지역과 언어가 달라도 비슷비슷한 골격을 가지는 이야기들이 공존하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지만, 나라마다 지역마다 그 지역과 민족만의 특별한 분위기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알고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해리포터의 작가 조엔 K  롤링을 생각했다. 해리포터를 읽으면서 우리의 상상력과는 전혀 다른 색깔이 신기했고 어떻게 이런 나라를 생각해낼 수 있었을까 하고 궁금했었는데 그 궁금증이 이 책 [켈트의 여명]을 읽으면서 어느 정도는 해소된 거 같기 때문이다.
우리에겐 생소한 환타지인 해리포터의 이야기들이 예이츠와 조엔의 나라인 영국에선 지극히 당연한 옛날이야기였을 것이다. 우리의 자연환경과는 전혀 다른 곳이니 켈트의 여명에 담긴 몽황적이고 환타지적인 이야기들이 존재할 수 있었을 것이고 해리포터와 같은 환타지 소설의 완성도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고보니 우리나라의 자연환경은 몽환적은 아니다. 그러니 우리는 우리대로 도깨비 이야기들이 전해져내려올 수 있었던 것이고 여전히 재미있게 듣고 읽을 수 있는 거겠지. 익숙하다는 것은 참 편안한 것이지만 가끔 생소한 것이 가지는 신선함에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것도 이책의 매력이었다. 

기대했던 것만큼 재미있게 읽히지는 않아서 아쉬웠다. 그건 아마도 내가 우리의 옛날 이야기식 전개방법에 익숙하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옛날 옛날에....그래서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로 명확하게 끝을 내는 우리의 옛날 이야기에 비교하면 켈트의 여명에 실린 이야기들은 확실히 그 펼침이 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일랜드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삶을 이야기 하는 것같으면서도 거기에 들어가 있는 요정과 유령들의 이야기는 잠시 현실에서 발을 떨어트리게 만든다. 그 나라나 우리나라나  사람사는 모습을 다 같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그 나라만의 특색과 풍습을 만나면 눈이 반짝 뜨이기도 한다. 이 책을 읽고나서야 비로소 예이츠가 아일랜드문예부흥운동을 주도할만큼 적극적일 수 있었는지 이해할 것같다. 
그들만의 문화와 의식, 생활습관 의식주를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이 배울 수 있었다. 

’마을의 유령들’에 나오는 몽고메리의 부인은 가엾어서 가슴이 아팠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든 불쌍한 여자들은 너무 많다 ’참는 마음’에서의 그 소녀는 결국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지 못 한 거같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라고 말했던 노인의 말이 의미심장하게 읽혔던 이유도 알 것같다.

남의 나라 말을 우리 말로 한 번 걸러야 하는 부담이 있었겠지만, 기왕이면 우리가 읽기 편하도록 편집이 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 식의 편집은 원본에 성실하지 않은 것이 되는 것일까? 이 이야기들을 모두 따로 떼어내서 한 편씩의 동화로 다시 만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아이들에게는 요정과 유령의 이야기만큼 재미있는 이야기는 없을테니까.

나라 안밖으로 경제상황이 좋지 않게 돌아가고 있는 거같다.  우리같은 서민들이야 부자들의 씀씀이 하고는 상관이 없으니
그저 그들의 기침 소리에 맘을 졸여가면서 고개를 기웃거릴 뿐이다. 발돋음도 해보고 길게 목을 빼 둘러보기도 하지만
딱히 시원한 소식이나 해결책들은 들려오질 않는다. 하룻밤 자고 날 때마다 쑥쑥 올라가는 생필품 가격을 보려니 혹시 알 수
없으니 쌀이라도 좀 넉넉하게 사 두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생긴다. 맘이 참으로 어수선하다.

집값도 많이 떨어졌다고 한다. 이런 시기에 집을 사려는 사람은 있어도 집을 내놓는 사람은 없을테니, 집값이 올랐다고 집을
팔려는 사람은 많지만 막상 집을 사려는 사람은 없었다는 소리와 같은 맥락인가 싶어 머릿속이 더 복잡해진다. 이렇게 저렇게
세상이 참 뒤숭숭하다. 이 뒤숭숭한 시절이 언제나 물러들 가려는지 당장 눈앞의 일도 가늠할 수 없는 나같은 무지랭이들에게
미리 예측해볼 수 없는 미래의 시간들은 그저 답답한 벽이다. 

[파월풀 타임스].
해석해 보면 강력한 시간?  또는 힘있는 시간? 뭐 이쯤 해석하면 되려나? 강력한 시간이므로 인간의 의지론 어찌 해결되지
못 할 것들도 결국 시간의 힘으로 해결되리라는 소린가? 아니면 세상이, 사회가 아무리 혼란스럽게 뒤엉켜 돌아가도 결국은
시간에 의해 정리가 될 거라는 소릴까?그런 시간이 앞에 있으니 우리는 다만 우리의 생각과 시간의 생각이 어찌 좀 최대한으로 가까와지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 어쨌든, 이 책은 미래를 불확실하게 만드는 일곱가지의 긴장요인에 대해 알려준다. 일곱가지의 긴장요인을 제대로 알고 이해 할 수만 있어도 우리는 우리의 불확실한 미래를 꿰뚫어 볼 수 있으리라고 한다.
물론,
쉽지는 않다. 현재를 정확하게 파악한다는 것도 어려운데 미래를 꿰뚫어보기 위해선 또 얼마나 많은 노력이 있어야 할런지 모른다. 저자 이몬 캘리는 이런 복잡한 연구과제들을 아주 조근조근 풀이해준다.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우리다보면 무려 430 페이지의 결코 얇지 않은 이 책이 언제 다 읽었는지도 모르게 읽혀진 걸 알게 될 거다. 단, 독자가 현재의 상황에 대해서 그리고 좀 더 발전적인 미래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면 더욱 더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
현재를 어렵게 하고 미래를 불투명하게 하는 일곱 개의 긴장요인들을 저자는 투명성과 광기. 세속성과 종교. 군사력과 취약성.
기술발전의 가속화와 그 반작용. 무형경제와 물적경제. 번영과 쇠퇴. 인간과 지구로  나누어서 설명하고 있으며, 새로운 시간에 대한도전과 변화를 위한 관계형성과 혁신데 대해서 이야기 한다. 향후 10년간의 세계정세를 세 개의 시나리오로 예측하고 새롭게 변화될 새로운 시대를 사는 행동지침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있다.

유비쿼터스의 세상. 정보화 시대는 향후 10년 내에 세계를 더욱 투명하게 만들 것이라고 예견한다. 정보에 대한 수집과 정리.해석과 배포능력이 향상되는 것만큼 여러가지의 센서와 검사기술도 급격히 늘어남으로 정부나 기업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와 정보능력도 높아질 것이지만 삶의 투명성을 높혀줄 수단들이 오히려 역으로 사기와 절도의 수단으로 악용될 기회도 함께 늘어날 수 밖에 없게 되므로 정부간, 조직간, 기업간, 그리고 개인간의 신뢰문제가 중요한 이슈로 부각될 거라고 한다.

근대 서구사회를 움직인 자본주의 경제논리와 세속화에 대한 반응으로 종교운동이 빠르게 번져가고 있다고 한다. 유럽의 국가들중몇몇 나라를 제외하곤 지구상의 많은 나라의 사람들에게 종교가 차지하는 비중이 의외로 높게 나타났다. 합리적이고 실용적이라 종교의 영향을 받지 않으리라고 예상한 미국의 경우도 56%의 사람들이 종교가 삶에 대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고 답했다고 한다.
각 종교의 경전을 원문 그대로 해석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식의 근본주의로의 회귀는 자칫 자신과 다른 입장을 도저히 용서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이런 종교적 대응양상에 대한 또 다른 접근방법으로 뉴에이지라고 불리기도 하는 영성 운동이 빠른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1세기 들어 한 나라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시장의 힘이 아니라 군사력이 됐다. 그런 의미에서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갖춘 미국이역사에 우뚝 선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저자는 미국이 자국의 군사력을 어떻게 휘두르고 이에 대해 다른 나라들이 어떻게 대응할것인가가 앞으로 다가올 10년의 역사를 형성하는 주요 테마가 될 거라고 한다.

급속하게 발전하는 신기술은 컴퓨팅, 바이오테크, 나노테크의 세 가지 기술분야에서 ’상호촉매작용’을 하며 발전하게 되고 그에 따른새로운 기회와 가치창출이 일어나겠지만, 과학 기술이 발전하는 것만큼 황우석 파문과 같은 도덕적 문제와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들그리고 인간의 정신세계와 언어, 지식이 서로 공통점을 찾을 수 없어 충돌하는 사태가 생길 수도 있다고 한다. 저자는 새로운 대화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산업사회에서 후기 산업사회로의 전환이 빨라지면서 ’무형경제’로의 이행을 경험하게 될 거라고 한다. ’무형경제’에서는 더욱 중요해진 서비스와 지식집약도, 좋은 경험, 미학과 아름다움이 경제 가치를 많이 가지게 된다. 이런 것들은 인간적 가치와도 상호작용을 하는데 저자는 새로운 사회적 커뮤니티의 도구의 예로 블로그를 들고 있다. 가상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경제는 이노베이션 주기를 빠르게 하며 재화와 서비스의 수명주기를 단축시킬 것이다. 그러므로 성공의 기반이 되는 자산은 점차 소유보다는 관계에 더 근거를 두게 되고 비즈니스 전략 또한 점점 더 기민해지고 세련되어 질 것을 요구한다.

또한 저자는 지구의 번영에 대한 낙관적인 미래와 함께 쇠퇴할 수 밖에 없는 요인들로 경종을 울려주고 있다.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인 신자유주의에 의한 시장정책은 수 백만의 사람들이 새로운 번영과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런 경제적 대 변화는 많은 갈등을 초래하게 될 것이고 세계 일부 지역에서는 경제적 수준의 절대적 쇠퇴를 겪게 될 것이며 이미 갖가지 전쟁과 분쟁, 질병, 기아와 환경재앙에 시달리고 있는 일부 나라들을 더 어렵게 만들것이라고 한다.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이 급속히 발달되어 거리감이 좁혀지는 상황에서 개발도상국들의 상대적 빈곤감도 더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경제적 성장도 중요하지만 인간의 경제활동이 지구의 생태계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기억하고 경제성장이 지니는 한계를 받아들이고 지속가능성의 개념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을 권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의 최대 요인인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는 일에서부터 에너지 절약에 대한 인식, 새로운 대체 에너지의 개발, 무엇보다도 인간에 대한 그리고 지구에 재해석을 요구한다.인간이 지구를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가 인간을 소유하고 지구는 인간이 없어도 존재하지만 인간은 지구 없이는 살 수 없다는 진리를 깨달아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선은 참 대단한 책을 만났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여즉 막강한 시간의 힘 앞에 던져진 나약한 인간으로서의 내가 아니라 뭔가 나름대로 정리가 되고  준비가 되는 거같다는 생각. 미래의 시간들에 대해 나름대로의 안목을 가질 수도 있겠다는 사자감이 생기는 거같았다. 늘 어렵고 복잡하기만 했던 경제에 대한 이론들이 쉽게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오는 느낌이다. 읽는 내내 열심히 밑줄 긋고 짧게 짧게 페이지에 요약도 해 두었다. 물론 시간을 내어서 다시 이 책을 읽어볼 생각으로 그렇게 한 것이기도 하지만, 수능이 끝나면 우리 아들에게 제일 먼저 읽혀보고 싶은 책이었기 때문이다.

영화를 좋아한다.
물론, 불교도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와 내가 좋아하는 불교가 만나다니 이보다 더 좋을순 없을 거같다.
도대체 영화가 불교를 어떻게 만난단 말인가. 불교를 소재로 한 영화? 아니면 불교적 관점에서 본 영화?
어느 쪽이든 재미있으리라는 기대를 한다.
유응오. 
저자의 프로필이 예사로지 않다. 영화를 불교사상으로 해석한 <시네마 서방정토> 기획기사를 연재해 한국불교기자협회
특별상을 수상했고 현재 불교 투데이 편집부장이라고 한다. 어쩌면 저자는 영화와 불교가 생활일런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책이 더욱 궁금했다.

"지난 일요일 영화 ’고고70’을 보고왔다. 그 후 살짝 찾아온 침체기의 늪을 나는 지금 힘겹게 지나가고 있는 거같다.
같은 사물을 바라 보되 받아들이는 것은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통감하는 요즈음이다."
이것은 이 책 ’영화, 불교를 말하다’의 맨 앞장에 내가 흘겨 써놓은 낙서다. 아마도 익히 낯익은 영화들을 책으로 다시 
만나면서 저자의 영화보기와 나의 영화보기의 각가 다른 깊이와 거리에 난감해하며 적어놓은 것이리라.
하긴, 
사람은 익숙한 것에 대해선 누구나 달변이 될 수 있다. 익숙하다는 것이야말로 정말로 간과할 수 없는 장점이고 무기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매우 익숙하고 능숙하게 영화와 불교를 다루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익숙하고 능숙한 언어의 유희 
그리고 지식의 유희. 덕분에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조금 낯설고 많이 신선한 경험을 할 수 있으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내가 아는 불교를 소재로 한 영화가 무엇이 있을까? 
<리틀부다>, <쿤둔>, <티벳에서의 7년>, <아제 아제 바라아제>, <만다라>, <화엄경> 굳이 하나 더 든다면 김기창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정도를 들 수 있을 거같다. 
위의 영화중 우리 나라 영화들은 불교적 색체가 강한 것이지 불교영화라고 하기엔 좀 부족하다싶었고 <리틀부다>,
<티벳에서의 7년>을 서구인들의 관점에서 해석한 불교영화라는 데는 나도 저자의 의견에 찬성하는 바이다. 
<쿤둔>을 봤을 때의 왠지 싸하게 마음이 아프던 기억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데 책에서  다시 만나니 특별히 더 반가웠다.

그러고 보니 저자가 예로 든 영화들 중 특별히 일본 영화는 별로 본 것이 없는 거같다. 
특별히 일본 영화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건 아닌데 그동안 보았던 몇 편의 영화 속에서 화면으로 보여지던 일본인들의 
성정이 싫기도 하고 부담스러웠던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울울창창한 숲에서 대자연의 모음을 배우다]편에 소개된 영화들 중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만화영화였지만
사람의 목을 단번에 쳐내는 장면을 실감나게 묘사해서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던 기억이 난다.  
물론 영화의 배경이 숲이긴 했지만 같은 장면을 봐도 역시 어떻게 보느냐의 문제가 첨예하다는 생각을 해보았던 부분이다.

<메트릭스>는 특히 좋아하는 작품이라 <애니 메트릭스>부터 시작해서 시리즈물 전체를 하나도 빼놓지 않고 보았던 영화이다.
<밀양>은 보는 내내 기분이 안 좋았던 영화다. 두 영화가 모두 기독교적 관점에서 만들어진 영화라는 데 이견은 없지만, 
굳이 불교적 관점으로 다시 한 번 더 해석한 것은 독자들에게 너무 많은 지적 확장을 요구한 것이 아니가 싶어서 내심 
불편하기도 했다.
감독이 영화 속에 뭔가 종교적 메세지를 심어주고 싶어했다면 그런대로 봐주면 되는 거라는 생각. 그 생각이 나와 다르면 
그냥  안 받아들이면 되는 거 아닌가? 하는 것이 내 생각이라서 그랬을 것이다.

근래에 내가 본 영화중 가장 백미로 꼽는 <색.계>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 역시 이 책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이다. 
사실 나는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고 그리고 케이블 TV 로 한 번을 더 보고나서야 전반적인 스토리며 전반적인 영화의 의도
하는 바를 나름대로 짐작할 수 있었는데 작가의 아주 명쾌하고 일목요연한 글을 읽으니 마치 영화를 다시 본 것처럼 머릿속이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전체적으로 작가는 독자들에게 영화를 줄거리에서부터 아주 디테일하게 설명을 한다. 마치 쪽집게 선생님께 과외를 받는 
느낌이라고 할까?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는 영화 이야기. 그리고 영화를 불교 사상적 관점으로 확대하는 것도 너무 자연스럽다.
어려운 불교사상과 철학이 아하~하고 반짝이며 머릿속에 자리를 잡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불교는 사상이나 철학보다는 기복신앙으로서의 색체가 더 강할 거라는 생각을 한다. 
그거야 뭐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신앙의 한 방법이기도 할 터이니 지금 논할 거리는 아니지만, 기복신앙으로서의 이미지가
더 강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혹시 이 책이 너무 어렵거나 낯설게 느껴지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영화 한 편을 보고도 참 생각이 많다. 
그 많은 생각들을 이 책의 작가처럼 철학이나 사상과 연계해 심오하게 생각을 펼쳐나갈 수 있다는 게 참으로 부럽고 또 
부러울 따름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내내 이렇게도 영화를 보는구나 하는 새로운 시각의 만남이 내내 행복하기도 했지만 
어떤 사람은 이렇게도 영화를 보는데 나는...하는 생각에 살짝 스스로에게 실망하는 마음이 생겼음도 사실이다.

책을 덮고나서 다시 생각해보니.  이 책의 저자는 영화와 불교가 생활 그 자체일 거라는 생각이 더 확실해졌고 자신의 생활을 
글로 쓰는데 이만큼도 안 되어선 안되겠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어려운 불교의 사상과 철학을 자연스럽게 영화에 접목
시켜서 쉽게 설명해 주기 위해선 과연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들이 필요했던 것일까? 새삼 놀랍고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책을 읽고나서 기왕이면 나도 좀 깊이 있는 시선을 가지도록 노력해보면 어떨까?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하지? 하는 데에 까지 
생각이 넓혀진 것도 이 책을 읽고 난 나름대로의 소득이었다.
어쨌든,
보는 내내 행복했던 책. 한 번 읽고도 금새 다시 또 한 번 읽은 책. 
오래간만에 마음에 쏙 드는 책과 함께 했던 며칠이 참으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