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의 이용과 관련하여 새롭게 대두한 새 문화 형태를 사이버 문화라고 한다. 사이버 공간이라 불리는 컴퓨터 통신망을 이용한 통신 문화이지만, 쇼핑. 언론. 음악. 에니메이션. 스포츠. 게임 등 사람들이 보고 즐기는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있다. 사이버 문화는 ID라 불리는 가명을 이용하여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므로 현실에서와는 또 다른 세계를 체험할 수 있다.

이 사이버 문화에 대한 낙관론자들은 컴퓨터를 일종의 정신 증폭기라고 한다. 사이버 문화의 체험이 일종의 꿈같은 환각 체험이고 사람의 정신 능력을 고양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물론, 이런 사이버 문화는 자본이 조종하는 문화를 즐길 뿐이므로 오히려 순종적이라고 주장하는 비관론자들도 있다.

그러나, 그런 걱정에도 불구하고 사이버 문화는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으며 거부하기 힘든 대세가 되었다.

빠른 속도로 확산하는 사이버 문화는 바로 가로 천문학적인 인터넷 카페의 수와 거기에 가입해 활동하는 수 많은 회원들의 숫자로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장르와 컨텐츠를 가진 인터넷 카페들은 이 시대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그리고 새로운 인간관계를 펼치고 만들어가는 장으로서의 이미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되어진다.

 

 

이 영화를 같이 본 사람들은 ’인천 맛집 멋집’(http://cafe.daum.net/inchonjoa)이라는 카페의 회원들이다. 가입한 지는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일요일 조조영화 벙개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함께 어두운 극장 안에 앉아 영화를 본다는 것이 처음엔 좀 불편할 것도 같고 쑥스러울 것도 같았지만, 용기를 내서 참석 하겠노라는 댓글도 달고 일요일 아침 늦잠 자고싶은 맘을 억누르고 구월동 CGV인천으로 달려갔다.

도착하니 아침 8시30분 아직은 영화를 보러 온 사람들이 별로 없이 한가한 극장안의 모습이 오히려 낯설다. 나야 모두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다. 나이도 성별도 그리고 하는 일도 모두 다를 거같은 닮은 꼴이라고는 하나도 없을 거같은 사람들이 오로지 영화를 본다는 목적 하나로 모일 수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한데 처음 본 사람들에게도 스스럼없이 인사를 건네는 것. 그것도 사이버 문화가 만들어 놓은 새로운 인사법이 아닐까싶다. 8시50분에 시작하는 첫회 영화라서 그런지 상영관 안도 거의가 빈자리다. 늘 북적거리는 영화관만 보다가 한적한 모습을 보려니 영화관이 텅 빈 것같은 느낌이 들어 조금 무섭다는 생각도 들기도 했는데 그 시간에 같은 영화를 본 대부분의 관객이 우리 카페 회원들 뿐이었던 것같다.

 

 

이 영화는 뮤지켤 영화인 ’맘마미아’를 볼 때 영화 예고편을 잠깐 보고 호감을 가지게 되었었다. 노래를 잘 하는 배우조승우가 출연한다니 우선 그의 해맑은 얼굴을 보는 일도 즐거울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70년대라면 아직 내가 어릴 때의 이야기지만 예고편의 화면이 80년대 나의 20대 시절과 별반 달라보이지 않아 기회가 된다면 봐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고고70>은 <후아유>와 <사생결단>을 만들었던 최호 감독의 작품이다.<후아유>에서는 방준석 음악 감독과 함께 음악적인 요소를 영화에 잘 녹여냈었다면 <사생결단>에서는 황정민, 류승범 두 배우의 열연 만큼이나 연출이 돋보였던 영화였다. <고고70>은 이 두 영화의 장점이 모두 담겨있는 최호 감독의 최근작이라 하겠다.

음악 영화는 실존 음악인들의 삶을 다룬 전기 영화이든 아니면 완전한 픽션이든지 간에 좋은 음악과 드라마의 감동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요소를 골고루 겸비한 뛰어난 작품은 그리 많지가 않은데 <고고70>은 Soul이 없는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음악영화라는 면에서 후한 점수를 주고싶다.

 

 

대구의 변두리 허름한 술집의 그룹사운드 보컬인 상규(조승우)와 만식(차승우)은 자신들의 밴드를 조금 더 발전시키길 바란다. 그러던 차에 트럼펫을 부는 동수(최민철)의 밴드와 합치게 된다.  

 

 

그들은 좀 더 넓은 곳으로 진출해 성공하길 바라고 서울로 향한다. 상규에게 반해 가수가 되길 원하는 미미(신민아)까지 합류한 이들은 마침, 서울서 열리는 그룹사운드 경연대회에 출연하게 된다. 갑작스럽게 그들이 만든 그룹의 이름이 데블스.

 

 

물론, 그들의 서울 데뷔는 실패로 끝나고 만다. 이들에게 구세주처럼 나나탄 사람이 당시 음악계를 주름잡던 팝 칼럼니스트 이병욱(이성민)이다. 그룹사운드 경연대회 수상 상품으로 받은 밀가루 한 포대로 서울생활을 버티던 ‘데블스’는, 통행금지를 피해 대한민국 최초의 고고클럽 ‘닐바나’를 오픈한 이병욱에 의해 전격 스카우트되어 드디어 무대에 서게되지만, 낯설은 사운드 때문에 처음부터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내지는 못한다.

 

 

그러나,

개성있는 무대메너와 음악으로 드디어 한국 최초의 소울 밴드로 불리며 인기를 끌게 된다. 미미도 미미와 와일드 걸즈라는 그룹으로 함께 인기를 얻게 된다 . 여기까지가 이 영화를 이루는 하나의 축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룹 사운드 데블스의 탄생에서 영광의 자리까지.

그리고,

 

 

그 영광이 유신헌법 시대 권력의 통제로 어떻게 망가지는가, 그로 인해 한국의 대중문화가 어떻게 뿌리까지 뽑히고 암흑을 맞게 되는가의 역사적 맥락을 다루는 것이 이 영화를 만든 최호 감독이 말하고 싶어하는 또 하나의 이야기축이라고 봐야겠다.

"한 판 잘 놀아보는’ 것이 심지어 ’목숨 내놓는’ 투쟁이 돼버리는" 참 이상하고 암울했던 시대에 대한 낭만적인, 그러나 뼈아픈 회고라고나 할까? 지난 시절의 흑백 TV 화면에서 그저 우스꽝스러운 회고의 프레임 안에만 갇혀 있던 미니스커트와 장발 단속과 같은 역사가, 이 영화 안에선 코미디의 요소로 쓰이면서도 보는 사람에게 새삼 ’역사의 폭력성’을 효과적으로 환기시키고 있다.

중정에 끌려갔다 나온 밴드멤버들이 소위 ’단정한 머리’로 공연을 하는 마지막 장면이 특별히 감동적인 것은, 요즘의 미적 관점으로 보았을 때 분명 훨씬 세련된 그 짧은 머리가 영화 속에서는 그 당시 그들이 당했던 폭력과 억압을 그대로 드러내는 일종의 ’상처’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오늘 한번 제대로 놀아보자!"라고 상규가 외칠 때, 이 외침은 적어도 그들의 입장에서는 ’죽도록 투쟁하자’는 구호와 그리 다를 바가 없는 실존적인 저항의 외침으로 다가온다.

1970년대 초 우리 나라의 경제는 고속으로 성장했지만, 정부의 정책은 대기업 위주의 성장 정책과 수출지상주의로 나타났다. 저임금. 저곡가 정책이 경제 성장의 어두운 그림자였으며, 이 정책에 반발하는 민중과 대학생에게 가해졌던 국가권력의 횡포가 이 영화를 지탱하는 또 하나의 기둥인 이유이다.

 

앙드레 지드는 1947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 작가로 이미 알려져 있다. 지드는 엄격한 크리스트교 집안에서 자랐다.스믈네 살 때에 동성애에 관한 지식들 얻게 되었으며  그 때부터 그의 작품에는 관능의 세계와 청교도적인 가정 교육에서 비롯된 엄격성의 두 가지 주제가 번갈아 등장하게 되었다. 도스토에프스키의 소설과 니체의 사상에서 영향을 받은 지드는 그가 스스로 ’정당화 될 수없는 행위’라고 말한 행동을 하는 인물들을 만들어 내게 되었다. 이 인물들이 행하는 살인을 비롯한 정당화 될 수 없는 행위들은 법과 도덕의 통념에서 어긋난 것이지만 심사숙고해서 자신의 의지를 표현한 것이기에 무시할 수 없는 인간들이다.
이 책의 주인공 ’코리동’도 지드가 만들어 낸 ’정당화 될 수 없는 행위’를 하는 인간 그러나 심사숙고해서 자신의 의지를 표현하는 인간중 하나일 것이다.

지드는 간결하고 명확하며 반어적인 문체를 사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사전꾼들>(1926) 하나만을 소설이라고 부르고 다른 작품들은 ’이야기’라고 표현했다. 그가 ’이야기’라고 표현한 작품으로는 <전원교향악>(1919)이 있는데 그렇다면 이 책 <코리동>은 소설에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사전꾼들>에서의 주인공이 소설을 쓰는 작가로서 소설을 쓰면서 자신의 예술을 이론화 하고 있듯이 이 책의 주인공 <코리동>도 자신의 생각을 책으로 출판한 준비를 하면서 또 한사람의 주인공인 <나>와의 대화를 통해 점차 이론화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소송사건으로 인해 남성의 동성애가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었다. 아마도 이렇게 회자되었던 문제의 중심에 <코리동>이 있었고 <나>는 그에게 좀 더 명확하고 대답을 듣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하여 함께 공부했던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10년만에 그를 만나러 간다. 코리동은 [동성애를 동호함]이라는 글을 쓰고 있다고 했다.  그는 휘트먼의 예를 들어 동성애란 "자연에 역행하는 취향" 일뿐이라는 나의 비난에 대해 처음엔 자신도 자신에게 동성애 성향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 하고 있었는데 약혼녀의 동생을 만나고 그동생이 코리동에 대한 사랑때문에 자살하고 난 후 비로서 자신 속에 들어있는 다른 취향을 의식하게 되었다고 한다.  의사인 그는 동성애를 성도착적인 짓으로 보는 사람들 또는 우울증의 한종류로 보고 치료방법을 묻는 내게 대답한다.
" 중요한 것은 치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병과 더불어 태연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코리동과 나는 이 대화 이후로도 세번의 대화를 더 나누는데 동성애에 대하여 아니, 좀 더 범위를 넓혀 사랑에 대하여 관점을 옮겨 가며 이야기를 나눈다.
첫번째, 자연사적 관점
두번째, 문화적 관점
세법째, 사회적 관점
이렇게 각각으로 나뉘어진 주제에 따라 코리동과 나는  도덕적이고 규범적이며 사회통념적인 관념들을 기조로 한 나의 질문과 공격,그리고 그 규범화된 관점을 거부하는 좀 더 자유로운 생각을 펼치는 코리동의 대답과 옹호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자연사적 관점에서 인간의 천성은 전적으로 자연스러운 것이며 자연스럽다면 잃어버리 수 없다는 파스칼의 말을 인용한다. 코리동은 자연은 천편일률적이지 않은데 자연을 천편일률적으로 만드는 것은 바로 관습이며 그 관습이 자연을 속박하고 있으며 이성애만이 자연스러운 사랑이라고 간주하는 것도 관습의 문제라고 이야기 한다.

다음으로는 문화사적 관점에서 오랜 역사속의 동성애를 이야기 한다. 동성애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 된 것이며 따라서 그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며 자연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문화가 그 자연에게서 빼앗은 것을 어떤 사황에서도 절대로 포기하거나 내놓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한 괴테의 말을 인용하여 플라톤의 [향연]에서 볼 수 있는 고대 그리스의 미소년에 대한 애정이나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보였던 조수에 대한 애정등 동성애는 여성간의 사랑이든 남성간의 사랑이든 이성간의 사랑보다 훨씬 더 자연스럽고 순진하다고 한다.

마지막 사회적 관점에서 우선 결혼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리스인들은 사랑을 염두에 두고 어린 아가씨들을 키웠다기 보다는 모성을 염두에 두고 키웠다고 하면서 스파르타를 예로 들고있다. 드 라블레는 스파르타를 야만인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파에스툼과 파르테논 신전에 사용되었던 도리스 양식을 전해준 것이 바로 스파르타인들이었으며 라케다이몬에서는 동성애가 용인되었을 뿐 아니라 인정받는 분위기였다고 말한다.
코리동은 동성애란 애초부터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현상일 뿐이며 여성을 향한 존경이라든지 소포클레스나 셰익스피어의 연극에서 여자들이나 어린 소녀들의 감탄할만한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것도 모두 동성애 덕분이라고 한다. 

동성애 시대는 폐리클래스 시절의 그리스나 아우구스투스 시절의 로마나, 셰익스피어 시절의 연극, 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와 루이 13세 시절의 프랑스, 그리고 하피즈가 지배했던 섹의 페르시아처럼 위대한 예술이 화려한 꽃을 피웠던 때.....이며,
동성애가 전혀 없었던 시대나 지역은 곧 예술이 전혀 없었던 시대나 지역" [본문 120Page]이었다고 한다.

코리동은 동성애든 이성애든 미덕이란 것이 그 욕망을 지배하고 통제하는 것이지 동성애 자체가 사회의 미풍양속이나 국가에 해를
끼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관습이 동성애적 경향을 위선과 악의와 법률에 대한 반역의 배움터로 치부해 버리는 경향이 있지만, 우리 주변, 우리 사회, 바로 우리 가까이에 그런 동성애적 경향이 있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라고 한다.
코리동은 동성애야말로 그의 주위를 지켜주고 그를 보호하며 사랑에 의해서 스스로 고양되고 정화되기 때문에 그를 인도하여, 사랑없이 다다를 수 없는 찬란한 정상으로 올라갈 수 있다[본문 128page]고 생각한다.

책 속엔 참으로 많은 철학자와 당대의 유명한 사상가들이 대거 등장한다. 파스칼, 플라톤, 스피노자, 라블레, 다윈, 맬더스, 베르그송, 레스터 워드 등등 내가 다행히 들어보았던 이름도 있지만 생소한 이름이 나올 때는 당황스럽고 글이 갑자기 뒤죽박죽 뒤엉키는 것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동성애에 대한 담론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인용한 주옥같은 고전의 구절들과 사상가들의 말. 그리고 그들의 글들 그리고 코리동의 입을 통하여 쏟아져 나오는 그 전문적이고 화려한 담론은 나같은 무지렁뱅이가 따라가기엔 너무 벅찼다고 하는 것이 솔직한 고백이다.  

그렇지만, 이 책을 다 읽고나니 혹시 나야말로 관습이나 인습에 매여 있던 그런 답답한 사람은 아니었을까 하는 반성을 하게 되었다.
세상은 참으로 많은 창문이 존재한다고 한다. 어느 창으로 보느냐에 따라 달리 보이는 것이 세상이라면 나는 오늘 <코리동>이라는 창문을 하나 새로 알게 되었노라고 말해야겠다 . 그 창은 투명하게 잘 닦여있어서 창 밖의 세상을 선명하고 섬세하게 볼 수 있게 해주었다.

다만, 아쉬운 것이 있다면 책의 활자에 관한 것이다. 코리동이 말하는 부분이 이 책의 핵심적인 부분다른 책보다 좀 큰 활자와 너무 진하게 처리된 부분들로만 대부분 이루어지다보니 나처럼 시력이 약한 사람에겐 책을 꼼꼼히 읽는 것은 좀 부담스러웠다. 진하고 네모 반듯하게 고정된 활자들의 묶임이 코리동의 발표가 길어지는 부분에서는 서로 뭉쳐서 일렁이는 거 같아서 머리가 좀 아프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여백도 요즘의 다른 책에 비라면 좁게 편집되어 있는데 좁은 여백이 책의 페이지수를 줄이거나 두께를 얇게 하는데는 별 효과가 없었을 거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에 다시 출판을 하게 되신다면 요즘의 책 디자인 경향에 맞춰보시라 개인적으로 권하고싶다.  이 책의 내용들...나는 무척 세련된 내용이라고 받아들였는데 좀 더 새련된 편집으로 태어난다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의 손길을 받지 않을까싶다.


 

마침, 아들의 대학입시 때문에 걱정이 많은 시기다.  아들 녀석보다 성적이 높은 아이들이 서울의 상위권 대학에서
줄줄이 미역국을 먹었다. 아들 녀석이 지난 주 면접을 보고 온 학교와 논술을 보고 온 학교는 다음 주에 발표를 한다.
아들에겐 수능까지 긴장을 풀어선 안 된다고 채근을 하면서도 사실은 이쯤에서 결론을 보고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아들 녀석도 나도 그리고 애 아빠도 서로서로 스트레스가 말이 아니다. 그나마 우린 아이가 하나이니 이번이 처음이자
또 마지막이지만 아이가 둘이나 셋인 집들은 대학 보내는 게 그야말로 전쟁보다 더 심한 고통일 거라는 생각을 한다.
그렇다고해서, 일류대학을 보내느라 이렇게 머리를 싸매고 골치를 썪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아들은 그냥 그렇고
그런 대학을 지원했을 뿐이다.

손현란이란 엄마께서 쓰신 이 책이 사실은 그런 이유로 나는 심기가 불편하고 은근히 부아가 솟는거같기도 했다.
딸 셋을 모두 미국 일류대에 보냈는데 그 세 딸 모두 미국내에서도 학군이 좋다는 지역의 학교에 다니면서도 특출한
재능을 발휘하는 애들이었으니 보통 엄마에 보통 아들을 둔 내 입장에서야 내내 부러울 수 밖에 없는 게 당연한 건가?

기러기 아빠, 기러기 엄마에 대한 부분은 특히 더 심기가 불편하다. 개인적으로 가정을 해체하면서까지 자식들을 유학
보내는 것에 대해 그다지 좋은 시선을 가지고 있지않기 때문이다.  자식들과 아내를 함께 유학보내고 한국서 죽어라
돈 벌어 학비를 댔는데 막상 자식들을 만나러 갔더니 그 사이 미국식으로 또는 그 나라식으로 바뀌어버린 아이들과
아내의 생활습관과 언어 때문에 남도 아니고 가족도 아닌 어정쩡한 사이로 변해버렸다는 남자들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 책에도 나온다. 딸의 졸업식에 가서 졸업생 대표로 연설을 하는 딸이 자랑스럽긴 했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
듣지 못하는 아빠. 슬프지 않은가?  내 평소 생각이 그렇게 열심히 뒷바라지 한다고해도 그 애들이 다시 우리나라로 
되돌아 와 이 나라 체제에 맞춰 살기엔 어려움이 많다고 하니 그럴바에야 차라리 이민을 가버리는 게 더 낫다고 생각
하기 때문인가?

손현란 엄마는 딸들을 조기유학으로 승부했다고 했지만, 엄밀히 따지면 조기유학은 아니지 않은가? 젖먹이 때 미국으로
건너가고 어찌되었든 미국서 태어난 아이들이고 미국서 더 많이 산 아이들에게 유학이라는 단어가 과연 어울리는 건지
물어보고싶었다. 차라리 -미국에서 한국아이 잘 키우기- 이랬더라면 본문 내용과 많이 비껴가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지만, 아이들에게 늘 노력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엄마였던 부분을 읽으면서는 정말로 
대단한 분이라는 생각에 박수를 쳐드리고 싶었다.  나도 아이에게 어떻게든 부모로서 모범을 보이게 되지 않을까싶어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시작한 방송대 공부를 여지껏 계속하고 있지만 손현란 엄마의 공부하는 방법과 열정은
감히 나로서는 흉내도 내 볼 수 없을 거같다. 그렇게 열심히 노력하는 엄마의 딸들이니 앞서가는 사람들로 인재로 자란
것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책의 내용 중에선 3장 한국을 먼저 가르치다 중에서 한국의 영어교육, 고민이 필요하다 편에 ’미국의 빈민가에 있는, 
교육도 제대로 받지 한 흑인들도 영어를 잘 한다’ 라는 부분에서 저자가 말하는 잘하는 영어란 말하기 영역만 의미 하는 
거같은데 미국에 는 흑인들은 미국사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에 사는 사람이 자기네 나라 말을 못 할리야 
없지 않은가? 리 나라 사람이 혹시 한글을 못 읽고 못 쓴다 해도 말은 다 하는 것처럼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인데 내가 
무엇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건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5장의 미국, 미국인, 미국문화 편이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내가 가고싶다고해서 쉽게
갈 수 있는 나라도 아니니 실용해 볼 기회가 없을 정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미국이라는 나라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중간중간의 웃고가는 코너의 이런 저런 한국사람에 대한 짧은 코멘트들은 웃기기 보다는 마음 한 구석을 날카로운 무엇인가
지나가는 듯한 느낌이 먼저 들었다.
이 책에서 우리의 모습을 가장 적나라하게 들여다볼 수 있었던 부분이었지만, 왠지 우리의 모습이 많이 저평가 되어 외국 
특히 미국에 사는 소위 잘 나가는 엄마들에게 보여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과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우리 땅에서 
우리 룰에 맞춰서 살고 있는데 그들이 볼 때 웃겼나? 하는 불쾌감이 함께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냥. 쉽게 읽으면 될 책이었을런지도 모르는데 나는 왜 이렇게 이 책을 심각하게 읽었던 것인지 모르겠다. 읽는 내내
부러워 하고 불쾌해 하고 기분나빠했던 것은 어쩔수 없이 이 나라를 떠날 수 없는 그런 보통 사람이기 때문이고 이 땅
에서 나름대로 아이 하나 잘 키워보겠다고 열심히 노력하며 사는 보통 엄아였기 때문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