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된 역사

그러고 보니 역사를 좋아하는 것에 비하면 역사에 관한 책은 잘 읽지 않는 편인 거같다. 어떤 장르나 책에 대하여 낯가림을 하지는 않는데도 불구하고 그동안 읽었던 책 목록을 들춰보니 새삼스럽게도 역사관련 서적은 많이 눈엘 띄지 않았다. ‘역사란 영원히 쉬지 않는 변론이다“라고 네델란드의 역사학자 게일이 말했다. 게일의 관점대로라면 우리는 당연히 또 다른 연구가. 또 다른 접근방법, 또 다른 관점과 연구방법을 통해 역사를 해석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학교에서 배워온 역사의 서술이 일본 제국주의를 배경으로 출발했다는 것엔 대부분 인정하고 싶지 않아하면서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학교에서 배우는 대부분의 역사 내용은 여전히 제국사관의 틀에서 그다지 자유롭지 못 하다.

역사 분야에서 뭔가 새로운 것의 발견. 연구. 발표엔 수많은 질곡과 난관이 있다고 들었다.한동안은 아들 녀석이 사학에 관심을 보이는 바람에 에미인 나도 덩달아 사학의 연구방법이나 역사학의 향휴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하기도 했었다.

그런 연유가 있어서인지 이 책을 펼친 순간 머릿속이 비는 것같은 느낌을 받았다.

먼저 이 책의 목차를 본다. 제1편 장수와의 평양천도는 북진정책의 결과이다. 제2편 漢 낙랑군은 요동지역이다. 제3편 진번군은 요동반도에 있었다 제4편 임둔군은 고구려의 발흥지이다 제5편 漢 요동군은 요하 동쪽만이 아니다 제 6편 漢 요서군은 난하-대능하 지역이다 제7편 위만조선은 요동에 있었다 제8편 고조선은 요서지역까지였다 제9편 진국은 요동의 동쪽이다.

여태 배웠던 역사 지식에서 많이 어긋나는 이 정보들을 어떤 식으로 수용해야 좋을런지 잠시 난감했다. 특히, 낙랑에 대한 부분은 재미도 있지만 새로운 정보들이라서 흥미로웠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호동왕자와 낙랑공주의 이야기에서 풀리지 않던 매듭이 이번엔 풀어진 것같다. 고조선이 멸망 후 한이 설치한 한사군(낙랑. 임둔. 진번. 현도)에서의 낙랑군을 호동왕자와 낙락공주의 배경으로 가져다 놓았을 때 늘 풀리지 않는 의문이 그렇다면 단일민족이라고 말하는 우리의 혈통이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에서부터 알고 있는 역사 상식과 맞지 않는 역사 이야기의 간극을 좁히기가 쉽지 않았었는데 이 책의 주장을 가져다 연결고리로 사용할 경우 해결이 된다.

[이상과 같은 기록을 보면 낙랑은 기원전.후 백제와 신라를 침범한다. 이 낙랑은 지금 평양 지역에 자리 잡고 있는 최리왕의 낙랑국을 가리키는 것임에 틀림없다. 이 낙랑국은 기원후 37년 고구려 대무신왕에게 멸망했다가 7년 후인 기원후 44년 후한 황무제에게 정벌당하는 세력으로 요동지역 낙랑군과는 엄연히 다른 세력이다.-page55]

우리가 알고 있는 고구려 평양성에 관한 주장도 흥미롭다. 장수왕의 평양이 지금의 대동강가 평양이 아니라는 것과 남진정책에 의해 평양천도를 실행했다는 그간의 상식을 완전히 180도 뒤집는다

[장수왕이 천도한 평양은 대동강 평양이 아니라는 기록이 원사에 나온다. 즉 원사를 보면 동녕로에 대한 설명에서 ‘고구려왕 고련(장수왕)이 평양성에 처음 머물렀는데 장안성이라고도 불렀다. 당나라가 고구려 정벌에 나서 평양을 치자 그 나라는 압록수의 동남쪽 천여 리로 옮기니 옛 평양이 아니다’라고 적고 있다-page33]

[장수왕의 평양은 대동강이 아닌 요동지역에 있었다고 봐야 하며 문맥상으로 볼 때 압록강 북쪽 요양지방에 있었다는 보는 것이 합당하다-page33] 평양천도는 장수왕의 북진정책에 의한 것이라는 데서 더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이쯤에서 불현듯 중국의 ‘동북공정’을 되돌아 생각해보았다. 한국사 시간에 중국의 동북공정은 이미 끝난 상태라고 들었다. 동북공정의 핵심은 고구려사를 중국사로 ‘탈취’하려는 데 있다. 그들의 계략대로 고구려사가 한국사에서 빠지게 될 경우 우리의 국명 KOREA라는 말이 정당성를 잃게 될 것이라고 한다. 고조선은 고구려사를 매개로 해야만 계보가 성립된다. 고조선과 고구려의 역사에 대해서 언론에서 언급을 할 때마다 몹시도 마음이 불편하고 불쾌하다. 이런 마음은 나 한 사람만의 느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우리가 여전히 일제의 식민사관의 역사관을 모두 씻어내지 못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책은 나에게 우리의 역사를 좀 더 넓게 그리고 새롭게 보게 하는 좀 더 진지한 시각의 단초를 마련해 주었다.

다만, 이 책의 주장들이 정설로 인정받기 위해선 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쪼록 저자인 조승환 님과 출판사 어드북스의 식지 않는 열정을 기대하는 바이다.

 

에도의 몸을 열다.

부제는 [난학과 해부학을 통해 본 18세기 일본]이다. 난학이란 에도 시대 중기 이후 네델란드어 서적을 통해 서양의 학술. 문화를 연구하던 학문의 총칭이다. 바쿠후가 펼친 쇄국정책 탓에 개항 때까지 서양지식 도입의 유일한 창구였다. 이오키 곤요. 스기타 겐파쿠, 마에노 료타쿠, 오쓰기 겐타쿠 등 다수의 난학자가 배출되었고 의학. 수학. 병학. 천문학. 역학 등 여러 분야에 걸친 연구가 이루어졌다.(page9 주석부분)

이 책은 타이먼 스크리치의 Opening the Edo Body를 번역한 것이다. 제목만 언뜻 보면, 18세기 에도 시대의 해부학사로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주제는 ‘여는 것(Opening),특히, 몸의 엶(Opening), 절개이며, 에도시대의 난학과 의학에 의한 ’해부‘다. -중략

저자의 에도 문화론은 ‘전체로서 살아 있는 것’을 그대로 인식하려는 일본의 전통적 지식과 ‘열어서 안을 드러내고 구석구석까지 빛을 비추려는’ 유럽 근대 지식의 만남, 즉 ‘해부’를 통해 전개된다.-중략

지은이 타이먼 스크리치는 1961년 영국의 버밍엄에서 출생하여 옥스퍼드대를 졸업했다.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미술사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현재 런던대 아시아. 아프리카연구원 교수로서 일본 미술사. 에도 문화론을 담당하면서 신미술사학의 방법론과 광학. 기계. 신체론이라는 시점에서 새로운 에도 문화론을 제시하고 있다.-(옮긴이의 글 중에서)

일본의 에도시대는 우리나라의 숙종-영조-정조의 시대와 같은 시간 안에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끼기에 우선은 우리나라에 유입된 서구문명의 경로와 일본의 서구문명 유입경로가 달랐다는 것이다. 우리가 중국과의 교류를 통해 대부분 새로운 학문과 사상이 유입된 데 비해 일본은 바다를 통한 직접 교류의 방식이었으므로 서구문명이 사회 전반에 끼친 파급의 효과도 다를 수밖에 없었고 학습의 방법도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해보았다.

이 책은 참 낯설다. 일본의 역사나 문화에 대해선 역사시간에 배운 것이 전부일 뿐 자세한 부분에 대해선 문외한이다시피 한데다가 난학으로 불려진 18세기 일본의 학풍도 에도시대의 신학문 정도로만 외우고 있었기에 책의 전문성에 우선은 너무나 당혹스러웠다. 거기다가 해부학이라는 말까지 덧보태지니 책장을 넘기기도 전 부담감이 먼저 생겼다.

일본. 그리고 해부학이라고 하니 우선 칼을 찬 사무라이. 그리고 그 사무라이들이 무차별로 휘두르는 칼날과 칼날에 목이 달아나는 사람들이 먼저 떠오른다. 일본 만화영화에서 본 사무라이들의 모습이 강한 인상을 남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자살의 풍습과 ‘할복’이라는 단어이다. 스스로 배를 갈라 죽는 것이 할복이라고 생각했던 터라 일본에 대한 관념은 늘 '잔인하다'라는 것이다. 아마도 일제 치하 36년의 고통을 역사로 배우면서 일본이 저지른 만행에 대한 학습의 결과일 거라는 점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일본에 대한 몇 가지 고정관념 또는 익히 알고 있던 상식을 수정하게 되었다. ‘할복’이 바로 그것이다. 할복은 에도 시대 초기까지는 분명히 무사에게 명예롭게 죽을 수 있는 방식이었을 테지만, 에도 중기 이후에는 거의 의식적인 작법으로 변해 갔다. 할복은 영주나 상관이 내리는 판정이기 때문에 할복이 결정되면 그 작법에 따라 죽어야 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에도 중기 이후에는 단도 끝으로 배를 찌르는 순간에 '가이샤쿠닌'이라는 사형 집행관이 등 뒤에서 날쌔게 목을 쳤다. 시대가 좀 더 내려오면 단도조차 사용하지 않고 부채가 사용된다.

아무래도 찢는 도구인 칼에 대해 언급한 부분들이 재미있다. 칼과 무사들과의 상관관계. 그리고 일본 춘화 속에 나타난 칼과 여체. 칼과 남자. 칼과 성행위의 관계를 풀이한 부분은 그저 민망할 따름이었던 춘화의 사회학에 조금 눈이 뜨이는 순간이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어쨌든 책은 끊임없이 사람의 몸을 여는, 사람의 몸을 열어야 하는, 또 사람의 몸을 열기 위한 여러 방향으로 독자를 이끌고 다닌다. 거기엔 당시 일본 사회와 일본 사람들, 일본의 의학과 당시 일본의 사상까지 총 망라되어 있어 한결 넓어진 일본의 모습을 만나게 된다.

마침, 일본의 유명한 여배우가 숨진 채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접해서인지 일본인들의 죽음에 대한 관념 부분도 오래도록 눈이 멈추었던 부분이다. 사람의 신체 중 뼈에 대한 언급부분이 재미있었다.

중세 일본인은 뼈는 신체의 가장 깊은 곳에 있어서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육체와 그리 다른 재질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고 생각했다 서양에서는 해골이란 덧없는 육신 속에 사는 영원한 실체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일이 많았던 반면, 일본에서는 뼈의 전체적 구조도 육체보다 오한 것으로 보았다. 일본인은 냉철한 눈으로 죽어서 육체가 썩고 근육이 떨어져 나가면 골격 또한 허물어지고 흩어져서 덩어리도 형상도 상실되는 것을 보았다. 서양인들은 보고도 못 본 체했을 뿐이다.(page189)   

죽음에 대한 부분은 사체를 대하는 일본인과 서양인과의 비교부분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서양에서는 인간의 사체가 각각 다르다고는 추호도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관찰된 사체에 이름을 붙일 필요가 없었다. 따라서 사체는 어디의 누구라고 특정한 적이 없었다. 게다가 해부에 오랜 역사가 있었기 때문에 개개의 해부를 하나하나 기록할 필요도 없었다. 따라서 유럽의 해부도는 여러 검시를 합성한 것이었다.(page164)

18세기 후반 일본에서 행해진 해부를 기록한 그림의 사체에는 대체로 머리가 없다. 아무래도 사체가 형장에서 반출된 탓이다. 18세기 사람들의 눈에는 매장되지 않은, 혹은 효수되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죄인이라는 증겨였다. “형을 받고 죽은 자의 시체‘로 불렸다.

당국이 죽은 죄인의 머리를 벨 때는 그 곁에 방을 세워 범죄자의 이름과 범행을 자세히 전하고 통행인에게 ‘경계’로 삼았다. 해부용 사체도 아주 비슷하게 취급했다. (중략)

그 후에 이어지는 학문적 논의나 의견을 기록한 출판물에도 그 사체는 명확히 이름을 알림으로써 후세까지 전해지는 견디기 힘든 치욕을 맞게 된다. (page126)

 

이 책은 책의 많은 부분이 그림에 할애되어 있다. 사람의 몸을 여는 ‘해부’의 행위에 의한 일본 근대사의 한 면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해부’와 관련된 그림들을 통한 18세기 일본의 사회상과 문화상을 연구하고 알려주는 것이라고 책을 이해했다.

한 가지 놀라운 것은 책에 실려 있는 그림의 양이다. 그 많은 그림들을 모두 어떻게 구하고 또 어떻게 보존하고 남겨두었나 화첩으로 만든 감상용 그림보다는 연구하고 공부하면서 그림으로 남겼을법한 그림들이 많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잘 정리하고 남겨두는 그들의 치밀함이 오늘의 일본을 있게 했을 런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공황전야.

1. GM 및 포드 등 미국 자동차 회사 부도 가능성

2. 유럽 은행들 부도 위기

3. 아이슬란드, 파키스탄,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등 이머징 국가 국가 부도사태 위기.

4. 미국 지방 은행 부도 위기

5. 미국 카드채/할부금융 위기

6. 한국 저축 은행 유동성 위기

7. 한국 건설 회사 유동성 위기

8. 한국 캐피탈 사 유동성 위기

9. 한국 외환 부분 신용 위기

어림잡아 봐도 최소 9개나 되는 위기들이 2008년 12월 혹은 2009년 1/4분기 이내에 시차를 두고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11월 중순 현재 거의 대부분이 현실화되어 버렸다. 그만큼 위기가 깊고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는 뜻이다. (page395)

아마도 요즈음 들어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경기가 안 좋다는 말과 경제가 엉망이라는 말일 것 같다. 달 달이 월급과 정년만큼은 보장된 국가 공무원도 아닌 사람들에겐 매일매일이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불안한 나날이다. 텔레비전 뉴스, 신문, 그리고 인터넷까지 경제와 관련된 부분에 신경을 곤두세워보지만 딱히 확실하게 느껴지는 것이라고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 희망을 가지기엔 너무 암울한 뭔가가 있다는 느낌뿐이다.

처음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라는 것조차도 쉽게 감이 오질 않았었다. 단지, 미국이라는 나라가 큰 나라이니 ‘그 나라가 재채기 하면 우리는 감기 걸린다잖아.’정도의 인식만 가지고 있었을 뿐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란 미국에서 신용등급이 낮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고금리에 주택 마련 자금을 빌려 주는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을 말한다. 서브프라임 등급의 대출은 부실화될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프라임 대출보다 금리가 보통 2~4%포인트 정도 높다.

서브프라임 모 기지 사태의 배경에는 2000년 5월 미국의 닷컴버블 붕괴와 2001년 9.11테러 여파로 인한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미국 정부의 저금리 정책과 주택 경기 부양책이 있다. 무엇보다도 근본적인 원인은 이라크 전쟁 등으로 지지도가 떨어진 부시 공화당 행정부가 인기 만회를 위하여 일반 주택담보 대출을 받기 어려운 미국 서민들을 위해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에 대한 금융 감독을 크게 완화한 데 있다.

시작은 공익적이었으나 부시 정부의 경기부양책으로 주택가격이 치솟자 투기 목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주택을 구입하기 시작했고 주택수요가 많아지자 집값이 다시 올랐고, 시장에 막대한 돈이 풀리면서 급격한 물가 상승이 우려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많은 미국 금융 기곤들이 위험은 높지만 수익률 역시 좋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에 기반한 파생금융상품 개발에 열을 올렸고 대출도 급격히 증가했다.

2006년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물가 상승을 우려하여 연방금리를 인상했다. 이것은 주택담보대출의 금리인상으로 이어졌는데 이자 상환에 부담을 느낀 투자자들이 부동산 투기에서 손을 떼기 시작했고 주택가격은 급속히 떨어졌다. 그러나 집값이 상승하리라 믿고 대출을 받은 저소득층 중 높아진 이자를 감당하지 못 하는 사람들이 늘었고 연체자들이 늘었다. 2007년 4월 뉴센추리 파이낸셜이 대출 부실로 영업 중지를 선언했고 2007년 8월 엔베스트먼트가 파산보호 신청을 하면서 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결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을 기반으로 파생상품을 만들고 판매했으며 이를 매수한 많은 투자은행, 상업은행, 보험회사 등등의 부실화로 이어지며 줄줄이 위기에 처하게 됐다.

저자는 사태가 심각해진 이유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 자체가 아니라 이를 이용한 미국 금융회사의 무분별한 탐욕과 미국 금융 감독기곤의 느슨한 규제 때문이라고 본다. 파생금융상품의 특성상 관련 금융상품이 가치가 하락하는 일이 발생하더라도 그에 따른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한 또 가는 파생상품을 만들 수 있는데 이런 방식을 이용하면 가치 하락에 의한 손실을 충분히 회피할 수 있다고 한다. 문제는 금융기관들마저도 이런 위험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지 않고 파생금융상품을 운용하는 바람에 그 피해를 키웠다는 것이다.

세계 금융 위기의 끝은 언제일까?

저자는 현재의 글로벌 금융 위기는 이제 초입 단계이며 본격적인 실물 부분에서의 영향이 나타나는 것은 2009년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서브프라임 위기가 하반기에 전세계에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으나 현재까지는 각국이 국유화 방법을 동원해 일단 대형 금융공황으로 번지는 최악의 사태는 막아내고 있는 듯 보이지만, 주택담보대출 관련 부분의 부실은 쉽게 해결 할 수 없을 거 같다. 이 부분은 적어도 3년 이상 모기지 관련 대출의 원리금 상환이 세계 각국의 은행에 계속적으로 이루어져 채권 상환에 의한 대규모 자본 축적이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해결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수출을 통해 경제를 운용하므로 타격을 매우 심하게 입을 것으로 예상한다. 위기 타개를 위해서 기본적으로 내수 위주의 경제로 어느 정도 전환을 이뤄야하지만 산업기반 자체가 수출위주 기업이라 전환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일본의 경우는 현재는 저금리를 무기로 각국에 투자된 엔화가 급격하게 청산되면서 엔고가 상당히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2009년 1/4분기 달려 유동성 문제가 해소되면 엔고 현상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일본 경제 역시 얼마나 빠른 속도로 내수 위주의 경제로 전혼할 수 있을 런지가 관건이다.

솔직히, 국제 경제의 흐름과 나라간의 상관관계는 너무 복잡하고 어려워서 수학 문제를 푸는 것보다도 더 머리가 아프다. 나름대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에 밑줄도 긋고 따라 메모도 해보지만 이럴 때 내가 경제에 대해서 얼마나 문외한이었는지를 절감하게 된다.

다른 부분보다도 나는 부동산담보대출에 대한 부분이 가장 궁금하다. 지금 살고 있는 우리집도 국민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서 산 것이기 때문이다. 6.8% 고정금리였었는데 다달이 불입하는 이자액이 달라질까봐 또는 이러다가 일시불로 상환하라는 그야말로 불벼락이 떨어지는 것은 아닐지 불안하다.

은행의 자기 자본 비율(BIS)는 1988년 국제결제은행이 정한 은행의 위험자산(부실채권)대비 자기자본의 비율을 뜻한다. 주로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판단하는 대표적인 기준이다.

BIS비율이 하락하게 되면 일반적으로 은행의 자본금을 확충하거나 대출을 줄여야 하는데, 자본금 확충은 현재와 같은 금융 위기 상황에서 대단히 어렵다. 왜냐하면 주식시장은 침체기에 있고 채권시장도 약세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은행이 할 수 있는 일은 여신을 줄이거나 비려준 돈을 회수하거나 아예 돈을 빌려 주지 않는 것이 유일하다.

대표적인 가계대출은행인 국민은행의 BIS 비율이 9%대가 되었다는 것은 더 이상 추가 대출 여력이 없다는 것과 다름없는 이야기다.

우리 집 같은 경우야 장기 대출인 관계로 이자랑 원금 꼬박꼬박 잘 갚으면 별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경제가 안 좋다는 의미를 단지 남편과 내가 벌어오는 돈이 좀 줄어들어서 생활이 점 더 팍팍해지리라는 것으로 받아들였지 우리가 살고 있는 집에까지도 신경을 쓸 일이 생기리라고는 예상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어보니 갑자기 세상이 정말로 살얼음판 같고 만지면 금새 터져버리는 비눗방울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 아고라의 경제논객으로 유명한 저자는 현 상황에 한국 정부가 취해야 할 대책을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1. 기준금리를 최소 7.5% 이상으로 인상할 것.

2. 예금자 보호한도를 1억 이상으로 대폭 상향할 것.

3. 은행 지급준비율은 대신 유연하게 할 것.

4. 주택 건설사 파산은 화의로 처리할 것.

5. 10대 그룹내 파산은 채권 연장 조치로 파산 시한을 연장시킬 것.

6. 긴급히 유류세를 올려 휘발유 가격을 2,000원대로 올릴 것.

7. 모든 감세 정책을 중단하고 상황에 맞추어 국채 바이백(환매)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것.

8. 기존 부동산 PF에 대한 건전성 심사와 이를 통해 사업성이 떨어지는 PF를 즉각 해지/해체할 것.

9. 기존 미분양 아파트에 대하여는 30% 가격대에서 매입하되 기존 주택보증보험이나, 주택공사만을 이용한 환매조건부 매입이 아닌, 은행과 자산관리공사와 함께 자산 유동화 방식으로 해결할 것.

10. 부동산 PF 해결과 미분양 아파트 해결 과정에서 엄청난 대손충당금과 BIS 비율 하락이 불가피하므로 정부는 이에 대하여 공적자금 투입을 준비할 것.

11. 은행의 건전성 확보가 현 상태에서는 최우선 과제이므로 은행의 건전성이 확보된 다음, 재정정책을 사용할 것. (page360)

뭐가 뭔지 안타깝게도 책 내용을 모두 이해할 수는 없었다. 시험공부 하는 심정으로 열심히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같은 서민들이 해야 할,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언급을 찾을 수는  없었다.

그저 바라노니 정치하는 사람들 특히, 경제 관료들의 시야가 넓어지기를 그리고 내일도 오늘처럼 또 어제처럼 우리 같은 소시민들이 사랑하는 가족들과 모두 한 지붕 아래 사는 당연함을 걱정하는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간절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