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부탁해.

연초의 휴일. 별다른 계획이 없으니 시간이 조금 더 느리게 흘러간다. 덕분에 오래간만에 느긋하게 운동을 하고 집에 들어오는 길에 잠시 친구를 보러 친구의 책 대여점엘 들른다. 일상적이고 의례적인 인사가 필요치 않은 사이. 오래간만에 봐도 어제 본 것처럼 신산하게 어제보고 오늘 또 봐도 오래간만인 듯 적당히 거리를 두고 안부를 주고 받는다.

한동안 못 들렀던 사이 몇 권의 새 책이 눈에 들어온다. 너무 유명세를 타는 바람에 일부러 안 읽었던 김훈의 ‘칼의 노래’도 보이고 몇 몇 낯익은 외국작가와 국내작가의 책들이 꽂혀있다. 친구가 권하는 대로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를 집어 든다. 잠시 공지영과 공선옥과 전경린과 은희경 그리고 신경숙을 화제로 이야기를 나눈다. 같은 인물과 같은 작품에 대한 서로 다른 시각과 다른 평가. 잠시 동안의 대화만으로도 책을 읽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언제나 새롭고 기분좋은 일이다.

공지영. 공선옥. 전경린. 은희경. 신경숙 그들의 작품은 거의 섭렵할 정도로 한 번씩은 깊이 빠져보았던 작가들이고 좋아했던 작가들이다. 물론 아직도 이들의 소설을 좋아한다. 그렇지만 이들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를 꼽으라면 역시 신경숙이다. 내 책꽂이엔 언제나 신경숙의 ‘작은방’ 두 권이 나란히 꽂혀있다. 내가 너무 마음이 삭막할 때 한 번씩 꺼내어 읽어보는 책. 울어버리고 싶은데 눈물이 나지 않을 때 그럴 때 나는 신경숙의 소설을 읽는다. 물론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도 좋아한다. 하지만, 신경숙의 소설엔 물이 흘러서 좋다. 그 물이 굽이를 품고 제법 유장하게 흘러가는 강물이 아니어서 좋다. 개울물일 때도 있고 가끔 가벼운 돌멩이들이 물살에 떠내려 오며 내는 달그락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도랑물일 때도 있다. 수풀 속으로 숨으면 안 보일 때도 있지만 늘 맑고 시원하며 작지만 쉽게 건너뛸 수 없는 넓이를 가진 그런 물이 바로 신경숙의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일요일. 종일 ‘엄마를 부탁해’를 들고 책상에서 이불 속으로 이불 속에서 식탁으로 자리만 옮겨 다니며 시간을 보낸다. 남편도 아들도 없는 빈집을 종일 지키며 갑자기 나는 좀 외로워졌고 이런 저런 쓸 데 없는 감상에 잠시 젖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것도 아니면 이건 순전히 책이 가지고 있는 마력에 사로 잡혔던 것이 분명하다. 신경숙의 소설이 가지는 마력. 책을 읽으면서 굵은 눈물을 뚝뚝 떨어트리다가는 기어이 한동안은 훌쩍 거리며 제 설움에 혼자 울음을 쏟기도 했다.

 끝내 엄마는 다시는 가족들 앞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다. 남겨진 가족들에겐 마냥 슬출근해야 할 직장이 있었고 해결해야 할 일들이 있었으며 저마다 각기 주어진 삶의 과제가 있었으니까. 엄마의 행방은 전혀 찾아낼 수 없었고 가족들은 점점 더 희미해져 가는 엄마에 대한 기억들을 꺼내 보았고  간간히 엄마의 일상을 되짚어 가늠해 보며 엄마의 부재를 실감했고 마음 아파했다. 정말 엄마는 어디로 가신 것일까?

책 속의 갑작스런 엄마의 부재와 그를 둘러싼 가족들의 마음을 따라가는 것이 너무 슬프다.

아버지가 가지고 있던 엄마에 대한 기억. 그리고 자식들이 저마다 가지고 있었던 같거나 비슷하지만 또 저마다 다른 엄마에 대한 기억들. 그리고 이어지던 엄마의 독백.

너무 익숙한 사람의 부재는 내 일이 아니더라도 참으로 마음이 아프다. 책을 읽으면서 잠시 책과 나와의 경계가 흐려졌던가. 다행히 우리 엄마는 정신도 맑으시고 건강하시고 가까이 사시니 엄마를 잃어버린 적도 없는데 단지 ‘엄마’라는 호칭만으로 마음이 잠시 책속으로 들어가 버렸던 모양이다. 엄마. 나를 낳아주신 분. 내게 제일 가까운 혈육. 하지만, 무엇보다도 나도 엄마다.

 

나는 여기까지가 좋았다. 딱 여기까지 엄마의 부재를 마음 아파하고 내가 가족의 일원이 되어 엄마의 행방을 찾느라 눈물을 흘리던 여기까지. 여기까지만 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의 로마 여행 부분은 아무래도 마음에 거슬린다. 너무 많은 의미를 독자들에게 남겨주고 싶었던 작가의 욕심이 앞섰던 부분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지극히 일상적일 수 있는 일들과 인물들이 담담하게 끌어가던 이야기를 작가는 왜 갑자기 비약 발전시키고 싶었을까? 이 점에서 신경숙답지 않은 모습을 보게 된 거 같아서 못내 아쉬웠다. 그녀도 나이 먹는다는 의미인 것일까? 그리하여 뭔가 자기가 가지고 있는 무엇을 남들에게 가르쳐 줘야 하고 나눠 주어야 한다는 사명감이라도 생긴 것일까? 그녀의 소설들은 그런 의미를 드러내지 않아도 이미 나름대로 의미를 가지고 있었는데 말이지......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무지한 일개 독자로서의 또는 신경숙 소설 팬의 느낌일 뿐이다. 평자들의 평은 그렇지 않았으니까......

      

   

 

레아.

[우리는 청명하고 바람이 부는 어느 날 아침, 프로방스에서 우연히 만났다. 나는 생레미에 있는 한 카페의 바깥 자리에 앉아 창백한 빛이 내리쬐고 있는 플라타너스의 앙상한 나뭇가지들을 바라보고 있었다.(중략)

머리색이 하dis 마틴 반 블리에트가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 그는 베른 자동차 번호판을 단 빨간색 푸조를 타고 있었다. 그는 막 주차를 하려던 참이었다. 주차할 자리가 넉넉했음에도 차를 능숙하게 대지 못 했다. 덩치 큰 남자가 어설프게 주차를 한다는 게 어쩐지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중략)

그는 담배를 입술 사이에 물고 라이터 불이 바람에 꺼지지 않도록 손으로 가렸다. 담배 연기를 오랫동안 폐 속에 품은 뒤, 연기를 내뿜으면서 나에게 눈길을 줬다. 나는 사람의 눈빛이 이렇게 부드러울 수도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본명이 폐터 비메리라고 소개된 작가 파스칼 메르시어는 스위스 베른에서 태어나 독일 하이델베르크와 영국 런던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철학박사이고 언어철학을 강의하는 교수이기도 하다. 작가가 철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는 사전 정보가 이 소설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 소설의 제목은 [레아]라는 천재 바이올리니스트이지만 나는 이 소설의 주인공을 레아의 아버지 반 블리에트라고 말 하고 싶다. 물론, 레아와 반 블리에트의 사연을 소개하는 의사 아드리안 헤르초크도 있지만, 아드리안 헤르초크는 소설 속에 나타나는 나름대로의 케릭터와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이 통속소설이 아닌 심리소설로 읽혀지도록 하는 어떤 장치라는 생각이 든다.

[레아]라는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딸을 둔 평범한 아버지 반 블리에트에 대하여 조근조근 이야기해주는 아드리안의 목소리를 따라간다. 덕분에 천재들이 가지는 광기와 편집증적 집착. 몰입이 주는 회오리바람 같은 에너지의 폭풍에서 한 걸음 물러나 차분하게 이야기 전체를 관망할 수 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레아가 쏟아내는 에너지와 아버지 반 블리에트의 자식에 대한 광적인 사랑에 함께 빠져선 책을 읽는 내내 허우적거릴 뻔 했다. 그런 의미에서 마음의 상처를 입고 병원을 뛰쳐나온 의사 아드리안의 역할은 지대하다.

그는 미국인 아내 조안나와 이혼했고 딸 레슬리는 기숙사로 들어갔다. 아드리안의 고백에 의하면 그의 딸 레슬리는 불행해하지는 않았지만 점점 더 아버지를 피했고 그래서 두 사람의 만남은 아버지와 딸의 만남이라기보다 그냥 서로 잘 아는 두 사람의 만남같이 여겨졌다. 아드리안은 유명한 의사였지만 이혼한 아내 조안나의 갑작스런 사망소식을 들은 후 갑자기 수술을 할 수 없게 된다. 그는 여행 중 반 블리에트와 동행을 하게 되었고 한편으론 반블리에트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아드리안 자신도 자신의 숨겨놓은 상처를 꺼내놓고 그리고 치유 받을 수 있게 된다. 결국 반 블리에트와 아드리안은 서로가 서로의 상처를 위로해 주고 다독여준다.

‘세상은 겪어본 사람만이 안다’고 했던가. 서로 가지고 있는 상처의 형태는 분명히 달랐지만 상처의 근본은 같았으므로 이 두 남자는 서로 기댈 수 있었고 위안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한 편의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읽는 내내 한 편의 로드 무비를 보는 듯  착각이 들기도 했다.

반 블리에트의 아내 세실이 백혈병으로 사망하고 난 후 엄마를 잃은 충격과 슬픔에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딸 레아는 학교수업을 마치고 돌아가던 어느 날 기차역 대합실에서 한 바이올리니스트와 운명적 조우를 하게 된다. 그녀의 이름은 로욜라 드 콜론. 그리고 그녀가 연주했던 음악은 바흐의 바이올린 파르티타 E장조. (*파르티타: 바로크 시대에 쓰던 악곡의 형식. 본래는 변주곡을 이르는 말이었으나 나중에는 조곡(組曲)을 뜻하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 사이에 있을 때면 레아는 늘 내 손을 꼭 잡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 레아의 손이 내 손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손이 얼마나 축축하던지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아이의 축축한 손, 그 손이 앞으로 어떻게 미래를 결정짓고 때로 그것을 어둡게 만들는지요! 레아를 내려다볼 때만 해도 딸에게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는 걸 눈치 못 하고 있었습니다. 레아는 머리를 옆으로 기울이고 있었는데, 사람들 틈새로 그 바이올리니스트를 더 잘 보기 위해서인 것 같았어요. 길게 뺀 목의 힘줄이 아주 세게 당겨져 있었지만, 아이는 바라보기를 멈추지 않았어요. 두 눈은 빛나고 있었어요!]page30

이 일이 있은 이후 나이 마흔의 바이오사이버네틱스 분야의 학자이자 교수였으며 사람들 말대로 새로운 학문의 떠오르는 별이었던 반 블리에트는 딸에게 최고의 바이올린인 과르넬리 델 제수를 사 주기 위해서 연구비를 횡령하게 되고 결국은 자신의 인생까지 망가트리게 된다. 반 블리에트가 바이올린 구입을 위해 연구비를 횡령하는 부분은 왠지 지킬박사와 하이드가 연상된다. 하지만, 그의 불행은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서 사랑했다고 생각했던 딸 레아가 ‘먼저 죽음’에 있지 않았을까?  레아의 죽음으로 삶의 의미를 상실한 반 블리에트는 레아의 죽음 이후를 이렇게 말한다.

“모든 것이 공허합니다. 공허하고 바래졌어요.”page344

결국 반 블리에트도 쓸쓸하게 생을 마감한다. 그의 사인은 교통사고였다. 막다른 길에서의 화물차와의 정면충돌.

이 책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치유될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가지고 있다. 두 남자 반 블리에트와 아드리안 헤르초크와 레아는 물론이고 바이올린과 운명적 만남의 인연이 되었던 로욜라 드 콜론을 비롯해 레아의 바이올린 선생이었던 사람 마리. 그리고 레아의 운명을 망쳐놓는 데 일조했던 것이 분명한 다비드 레비까지.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인간이란 결국 모두 삶에 대하여 끝없이 상처받고 상처를 안고 있으며 또 그 상처의 치유를 위해 몸부림칠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것일까? 그리고 그 치유의 과정에서 우린 또 다른 누군가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어루만져주면서 그와 더불어 스스로 조금씩 어둠에서 빛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소릴까? 그 어둠이 때로는 너무 깊어 쉽게 빠져나올 수 없더라도 최소한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빛을 위하여 한 걸음 떼어놓을 수는 있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일까?

헤르초크는 블리에르의 장례식을 마친 후 집에 돌아왔고

[이대로 그저 계속 삶을 살아갈 순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 말 없이 견디기엔 너무 큰 불행이 있다. 그래서 다음날 동이 틀 무렵, 프로방스의 그 맑고 바람 불던 아침에서부터 내가 경험한 것을 기록하기 시작했다]page351 

 

1학년 1반 34번

며칠 추웠던 날씨가 많이 풀어졌어. 오늘은 금방 눈이라도 내릴 것같이 햇살의 두께가 유난히 얇은 날이네. 어디 가까운 산에라도 운동 삼아 다녀올까 하다가 그냥 주저앉아버리고 말았어. 오늘까지 끝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는 숙제도 숙제지만 어제 서울 나들이 다녀온 후유증인지 허리부분이 계속 따끔거리는 게 영 불편하거든.

오늘 같은 날. 너는 어떤 식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으려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어젯밤 늦게까지 케이블 TV의 영화를 보았을 테고 오늘 느지막하게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그러곤 컴퓨터 앞에 앉아 모니터에 눈을 맞추곤 게임 속에서 살고 있으려나?

너를 알고 난 이후로 내가 알고 있는 너의 휴일이 이정도인 것이 오늘은 왠지 좀 미안하다.

너도 친구들도 만나고 만화책도 볼 테고 책도 읽을 텐데 말이야. 어제서야 며칠 전 네가 나한테 보냈던 문자 메시지를 확인했어. 너한테 너무나 미안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내 인간성에 대해서 스스로 부끄러워지는 순간이기도 했어. 한동안 나는 나 스스로를 추스르는 것으로 힘이 들어서 너에게 맘을 쓸 여유가 없었단다. 평소엔 강하고 잘난 어른인 척했지만 막상 문제가 닥치니 우왕좌왕하고 흔들리는 모습이 네 또래의 아이들과 별반 다르지도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야.

내가 읽은 책. 그리고 네게 보여주고 싶은 책 1학년 1반 34번은 어쩌면 내 어린 시절의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상황이야 조금 다르다고 하더라도 네 이야기는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네. 그래서 이 책을 보는 순간 문득 네 생각이 났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 꼭 너한테 보여줘야겠다고 다짐했었는데 우습게도 함께 공부하는 다른 아이들은 모두 돌려가면서 이 책을 읽었지만 아직까지도 너만 못 읽고 있잖니. 뭔가 내 의도대로 되어지지 않는 것. 책속의 34번도 그래. 34번이 속해있는 대부분 세상의 일이 34번의 의도와는 좀 떨어져서 흘러가거든 그리고 세상과 34번과의 거리는 괜한 오해와 불신을 만들고 해명의 기회를 얻지 못 한 34번은 점점 더 고립되고 외로워진단다. 단지 세상과 화해를 해 볼 심산이었을 뿐인데 그런 마음을 이해하지 못 하는 어른들의 행동은 34번의 마음에 커다랗고 무거운 자물쇠를 채우도록 만들고 말지. 책을 읽는 내내 34번이 마치 [나]인 것처럼 마음이 아팠어. 나도 어릴 적엔 34번만큼이나 정말로 지겹도록 세상과 화해하지 못하는 아이였거든. 늘 잘 해보고 싶었는데 내 마음과는 어긋나게 비춰지고 읽혀지는 내 마음이 너무도 싫었던 거 같아. 그리고 내 속마음을 제대로 알아주지 않는 어른들도 미워서 어느 날 하루는 정말로 집안 깊은 곳에 숨어버렸던 적도 있어.

세상이 아무리 바뀌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바뀌지 않는 것들이 있단다. 조금 다른 형태로 나타날 뿐 우리의 마음이 커가는 모습이야말로 쉽게 바뀌지 않는 것들 중 하나라는 생각을 해봤다. 그러니 내가 널 미워한다는 생각은 이제 그만 해도 될 것 같아. 사춘기의 격랑을 마치 어려운 함수문제 풀 듯 좌충우돌 겪어내는 너를 사실은 이해한다고 말 할게. 다만, 너와 나의 만남이라는 것이 목적이 있는 관계이다 보니 늘 마음보다는 목적에 먼저 충실하느라 너에게 내 마음을 온전히 보여줄 수 없을 뿐이었단다. 

어느 날 34번이 부모님께 들었던 잔소리들......우리도 이미 귀에 딱지가 안도록 들었던 이야기들이고 나도 스스로도 또 이런 말을 해? 라는 생각이 들만큼 했던 말이란다. 나도 34번의 시절엔 그런 부모님이 정말로 싫었어. 하지만, 이번엔 내가 34번의 부모의 입장이 되고 보니 그 또한 달리 표현된 사랑이라고 말 해주고 싶단다.

번은 몰래 올챙이를 한 마리 키우지. 몰래 숨겨놓고 들여다보는 올챙이 한 마리가 뭐 그리 대수냐고 하겠지만 이제부터는 네가 보여지는 것만 보려들지 않고 사물의 의미에 대해서도 조금 눈 뜨기를 바랄게. 그리하여 올챙이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게 되기도 바란다. 34번의 올챙이는 결국 씩씩한 개구리가 되었을 거라고 나는 믿고 싶단다. 올챙이가 스스로 참고 견딘 후 개구리가 되었듯 34번도 세상과의 긴 불화를 끝내고 한결 성장한 모습이 되었어.

이 책.

꼭 읽어봐라. 알았지? 책을 볼 때 글씨보다 그림에도 많은 눈길을 주라고 꼭 부탁하고 싶다. 읽히는 글씨들 보다 보여지는 그림들이 더 많은 의미를 담고 있거든. 그리고 우리 다시 한 번 이야기 나눠보자.

그 때. 너의 느낌을 나한테 이야기 해주겠니? 음...이번엔 너한테 잔소리 하지 않을 거야. 요점 정리가 좀 덜 되어있어도 네가 어순이 좀 뒤바뀐 얘기를 하는 바람에 이해하기가 힘들더라도 끝까지 들을게. 나도 오늘부터 네 얘기 들을 연습을 할 거다. 알았지? 그리고 진도가 좀 더 나간다면 책 뒤의 영어로 쓰여진 동화 부분도 함께 읽어보도록 하자. 영어 실력도 조금 업그레이드 할 수 있으려나?

월요일. 공부방서 보자...

2009년의 34번에게 30년 전에 34번이었던 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