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김정일 이후, 북한은 어디로 가는가

얼마 전 미 국무장관인 힐러리 클린턴이 우리나라를 방문하고 돌아갔다. 그즈음 북한이 로켓을 쏘아 올릴 준비를 마쳤다는 뉴스를 연일 접할 수 있었다. 이런 뉴스를 접할 때마다 이러다가 곧 전쟁이 일어나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에 가슴을 쓸어내리는 사람들이 비단, 반공교육을 받고 자란 386세대 뿐만은 아니리라고 생각한다.

돌이켜보면 중대 이슈가 있을 때마다 마치 때를 맞추기라도 했다는 듯 북한의 동향이 불거져 나와 사람들의 시선을 몰아간 경우가 종종 있었음을 안다.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을 것이고 유난히 북한에 대해 민감한 우리 국민들의 정서를 잘 활용한 고도의 통치술이라고 보는 이도 있을 것이다. 다만, 그런 여러 정황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늘 우리들에게 어느 연예인 못지않은 관심과 호기심을 가진 대상이라는 것이고 그 관심과 호기심의 핵심에 바로 김정일이 있다.

한반도의 민주적 평화유지와 우리 민족의 경제적 공동번영을 위해 대한민국강대국론과 민족통합론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보편정치가이자, 한반도미래전략가라고 소개된 저자(장성민)의 면면에서 우선은 이 책에 대한 신뢰도를 높인다.

김일성이 죽기 전엔 김일성이 죽으면 어떤 사태가 일어날 런지 궁금했던 기억이 있다. 그 때 세상을 알기에 그다지 많은 나이도 아니었건만 김일성의 유고시 상황이 우리의 생존과 연결된 중요한 문제라는 인식이 있었던 것 같다. 김일성이 죽고 김정일이 권력을 승계했다. 그리고 다시금 김정일 이후 북한의 상황이 어떻게 달라질 런지 그리고 우리에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칠 런지 궁금함과 걱정을 함께 가지게 한다.

내가 기억하는 한 김정일의 모습은 매우 뚱뚱하고 키가 작은 그리고 늘 선글라스를 끼고 나타났던 거 같다. 하지만, 책 표지의 김정일의 모습은 내가 기억하는 김정일의 모습보다는 훨씬 살이 빠지고 키도 더 클 거 같다는 느낌을 자아낸다. 무엇보다도 단단한 쇠막대기 같았던 느낌보다는 의외로 지적인 분위기를 가진 모습이어서 책을 보기 전 한참을 들여다보기도 했다.

우리에게 알려져 있던 김정일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동안 방탕하고 호색한 같은 모습만 강조됨으로써 오히려 우리가 북한을 제대로 알고 이해하는데 걸림돌이 되었던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실제로 김정일은 술을 무척 즐긴다고 한다. 그의 건강악화 원인도 술이 원인이라고 한다. 또한 김정일은 선천적으로 비만 체질인데다가 젊어서부터 술과 담배를 가까이 하며 건강관리에 소홀했다고 한다. 최근 그가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유도 바로 과음과 운동부족에서 비롯한 당뇨합병증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에게 왜곡되어 알려져 있던 김정일의 다른 모습들을 만나게 된다. 김정일은 운동을 즐기지 않으면서도 전국을 누비며 현장지도는 철저히 강행한다고 한다. 심장질환에 당뇨병까지 앓고 있는 몸으로 낮에는 최전방 군부대까지 시찰하고 다닌다고 한다. 현장지도야 말로 북한의 민심을 아우르고 군부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라고 여기기 때문에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임에도 중단할 수 없는 이유가 된다는 것이다.

매사를 꼼꼼히 챙기는 김정일이기에 그의 사후의 후계구도 및 북한의 체제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그러나 북한의 수령인 김정일이 죽으면 지금까지 북한을 이끌어 왔던 수령제사회주의 체제는 사라질지 모르나 북한이라는 나라는 계속 존속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북한이 붕괴하지 않으리라는 이유로는 첫째, 사회구조 내부에 국가를 붕괴시킬 수 있는 종교적 갈등이나 인종적 갈등의 이질적인 문화요소가 잠재되어 있지 않다. 둘째, 단일 민족으로서 고유한 말과 문화를 갖고 있는 결집력이 강한 유교 공동체 사회이다. 셋째, 체제에 저항할 수 있는 반동 세력이 있어야 하며 북한 체제를 붕괴시키기 위해선 최소한 50%까지 반동의 질서가 형성되어야 하지만 현재는 1,2%도 존재하지 않는다. 넷째, 김정일 체제에 반대할 수 있는 세력을 조직하고 투쟁을 선도할 수 있는 도덕적인 지도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다섯째, 김정일 체제를 대체할 만한 새로운 대안 체제가 준비되어 있지 않다. 여섯째, 북한에서는 군가 쿠데타가 불가능하다.  일곱째, 굶주림으로 움직일 힘조차 없는 주민들이 무기로 무장한 국가를 상대로 저항을 한다는 것은 곧 자살행위나 다름없기 때문에 식량위기도 붕괴의 원인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여덟째, 김정일 체제의 붕괴와 더불어 북한이 붕괴하려면 남북한 간의 전쟁이 발발해야 한다. 그것도 북한이 남한을 침략하는 새로운 전쟁이 개시되어야 하지만, 남한의 군사력과 한미연합군의 화력을 감안할 때 김정일이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은 99.9%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일 사후의 새로운 지도자는 김씨 부자만큼 정치적 정통성을 확보하지 못하게 될 것이고 북한 주민들의 체제에 대한 충성과 동의를 얻어내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그러므로 김정일 사후 이후의 새로운 지도자가 생존할 수 있는 길은 핵과 수령제사회주의 체제를 포기하고 중국, 베트남과 같은 개혁개방 노선을 신지도체제로 수용하여 세계자본주의 체제에 편승하는 것이라고 본다.

미국의 시사 주간지인 <뉴스위크>가 뽑은 2008년 세계최고의 파워 엘리트 50인 중에 김정일이 12위에 랭크되었다고 한다. 북한의 경제규모는 남한과 비교해 약 17분의 1수준이고 제3세계 국가들 가운데서도 가장 열악한 빈곤국 중 하나가 바로 북한임에도 김정일이 세계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북한이 핵무기 제조 주원료인 핵물질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김정일은 이 핵을 이용해 미국과의 대화에서도 거의 자신의 의지대로 대화를 이끌어 가는 고도의 외교술을 펼치고 있다. 배짱으로 또 때로는 억지로 보이기도 하는 그의 이런 방식은

북한에서 자신의 체제를 유지하는데도 마찬가지로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저자는 핵을 내세운 김정일의 외교 방식을 다섯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총을 든 선군외교, 우리식대로의 주체외교, 전략적 파격외교, 기선제압형 압박외교, 직선형 통 큰 외교가 바로 그것들이다.

선군외교란 군과 군사력을 외교적 도구로 삼아 강대국 중심의 국제체제 속에서 힘의 투쟁을 통해 제국들의 식민국가나 종속국가로 전락하지 않고서 대외적인 자주성을 유지하기 위한 외교 전략이다. 오히려 강대국들에게만 유리하게 조성된 국제외교안보 환경을 군사력에 기초한 위협을 제기함으로써 북한에게 유리한 외교적 상황으로 만들어 가는 외교 전략인 셈이다.(중략) 김정일은 북한의 지정학적 위치가 중국. 러시아 같은 북방 강대국가와 미국. 일본 같은 남방 강대국가 간의 세계패권 경쟁이 첨예한 요충지라는 점을 유인요소로 삼아 강대국들로 하여금 북한에 대한 영향력 증대 및 경쟁을 촉발시켜 주변강대국들로부터 북한의 체제유지에 필요한 경제적 지원을 이끌어내고 있다.(page125)

김정일에게는 강대국 중심의 국제사회가 규정해놓은 외교규범, 제도, 원칙, 상식, 에티켓, 절차 등이 적용되지 않는다. 김정일은 이런 절차들이야말로 국가 간 교류를 지극히 비인간적인 반목의 계기로 둔갑시키기 십상이고 우호적인 외교에 방해가 된다고 여긴다. 이런 생각에는 외교술이 강대국들의 이익만 대변한다는 생각이 깔려있다. 북한이 국제사회가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외교 규범에서 곧잘 일탈하는 외교행태를 펼치는 이유이기도 하며, 주체사상의 주체외교에서 비롯된 김정일식 자주외교 혹은 우리식대로 외교의 골간이라는 것이다.

북한은 보통 외교적 협상 분위기가 자국에 불리?려놓기 위한 방편으로 전시외교를 택한다. 전시외교는 포괄적인 의미의 군사력 동원으로 외교적 환경을 준전시 상황이나 다름없는 일촉즉발의 긴장 상태로 조성하는 적대적인 위협외교이자 벼랑 끝 외교다.

전시외교는 주로 군부 강경파들의 주도하에 당연히 무력을 주된 수단으로 삼는다. 북한이 전시외교를 중시하는 데는 외교도 마치 속도전을 방불케 하는 기세로 밀어붙여 군사작전을 수행하듯 해치워야 한다는 판단이 자리하고 있다. 이는 체제유지를 위해 선군정치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현실에서 군부의 입김이 갈수록 커짐에 따라 군의 위상과 영향력이 외교에 까지 뻗치고 있는 북한의 내부 지형을 반영한다.(page138)

북한의 전시외교는 그 진행방식과 단계에 따라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게 되는데, 주로 다섯 단계로 진행이 된다. 군사적 공격을 통한 위기조성 - 상대방에 대한 기선제압 - 협상 이슈선점 - 상대 프레임 무효화 - 극적타결이라는 과정을 밟는다.(page142)

북한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외교적 결과가 나온 합의문을 서서히 백지화시켜 버린다. 그리고 마침내 그 합의문을 무효화시켜버린다. 그렇게 되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북한에 불리한 합의문은 자동 폐기된다. 그래서 마침내 북한에 불리한 외교적 협상내용은 사라지고 그 대신 북측이 제시한 새로운 조건과 새로운 환경에 맞춰 새로운 협상이 시작된다. 이렇게 시작된 협상이 만일 북측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잘 진행되면 북한은 군사적 위협의 수위를 낮춘다. 그러나 협상이 불리한 상황으로 나가면 군사적 위협행위를 강화시켜 수위를 다시 높여 나간다. 그러면서 상대방에게 군사적 압박과 압력을 가해 점차 북측에 외교적으로 유리한 협상환경을 만들어 나간다.(pafe145)

북한이 최악의 핵실험이나 미사일 시험 발사를 하는 경우는 그들이 가장 불리한 외교적 협상 환경에 처해 있었던 경우라 생각하면 그 판단은 옳은 것이다.(page146)

김정일은 외교적 파트너가 처음 만난 사람이라고 해서 너무 조심한다든지 지나치게 예의를 지킨다는지 해서 대화의 분위기가 냉각되는 것을 참고 견디는 인물이 아니다. 그런 분위기를 금세 끝없는 유머와 순발력 있는 농담으로 바꾸면서 자신의 해박한 지식으로 좌중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를 유감없이 발휘하는 스타일이다.(page155)

김정일의 외교술이 지닌 또 다른 특징은 명령으로 즉석에서 외교결재권을 행사하는 기분파라는 점이다.(중략) 김정일의 경우 자신과 합의한 외교적 사안들이 현실적으로 이행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게 하지 않는다. 즉, 외교 전권이 김정일에게 있는 만큼 김정일의 동의만 얻어내면 북한과의 외교적 합의는 대부분 즉각 실행에 들어간다.(중략) 김정일에게 외교는 자신이 취할 이익이 많으면 일종의 기분 좋은 사교나 다름없다. 김정일의 즉석 결정은 그가 외교, 국방에 관한 전권과 명령권을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기에 가능하다(page 157)

나는 이 책을 근래 자주 접했던 뉴스에 내용에 초점을 맞추어서 읽었다. 이 책을 읽고나니 미국과 북한 그리고 우리나라의 외교구도가 눈에 들어온다. 더불어 북한의 로켓발사를 바라보는 내 시각을 조절하고 인식도 새롭게 할 수 있었다.

 

이 책의 미덕은 북한에 대한 전체적인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그리고 명확하게 알려준다는 것이다. 한 번 손에 잡으면 책을 덮기 전엔 도저히 손에서 내려놓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책의 내용을 잘 이해하고 정리할 수 있도록 한 편집도 맘에 들지만 딱딱한 내용임에도 쉽고 편안하게 읽히는 문체가 정말 놀라웠다. 시사관련 서적도 충분히 재미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평소 북한과 김정일에 대한 호기심도 이 책을 재미있게 읽는데 한 몫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겠지만 마치, 한 편의 북한 관련 다큐멘터리를 본 듯한 느낌이 든다. 북한과 김정일은 물론 김정일 가계에 대한 정보의 양도 한결 두터워진 느낌이다. 앞으로 북한 관련 서적을 좀 더 접해봐야겠다는 욕심과 함께 글을 마무리 한다.

 

 

 

 

 

금세기 최고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불황 타개책

<제3물결> <제4물결>을 예견했던 금세기 최고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최근 닥친 최악의 경제 불황을 예측,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책을 내놓았다. 이 책은 토플러 박사가 <에스콰이어Esquire> 지에 기고하여 큰 방향을 일으켰던 글 ‘불황을 넘어서Beyond Depression’를 기반으로, 최근 경제위기 상황에 관한 글을 추가, 보완한 저작으로서 토플러 박사 특유의 날카로운 예지력을 발휘하며 소름이 돋을 만큼 정확한 분석과 전망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최근 상황에 대한 해법을 과거의 경제 위기를 극복한 과정에서 구하려고 하는 대다수 경제학자의 주장에 일침을 가하며, 과거의 틀로는 달라진 현재의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으므로 금번 경제위기는 전혀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일갈한다.

앨빈 토플러의 또 하나의 고전이 될 《불황을 넘어서》는 혼돈의 시대를 건너가는 전 세계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지침서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토플러가 지적하는 현 경제 위기와 과거 경제 위기의 차이점

1. 진부해진 경제모델 : 오늘날의 경제학자들은 여전히 산업화시대의 경제모델을 통해 지금의 경제위기에 대한 해법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정치인은 그러한 해법을 토대로 정책을 만들고 있다. 잘못된 해법은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2. 지식의 역할 증대 : 제3의 물결로 인해 새로이 변화되는 경제의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는 지식경제의 확장이다. 정량화하기 어려운 무형요소들이 경제에서 점점 더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다.

3. 가속화와 탈동시화 : 제3의 물결 이후 경제와 사회가 움직이는 속도는 전례 없이 빨라지고 있다.

4. 증대되는 복잡성 : 금융, 제조, 법률, 과학, 의료, 네트워크 그리고 우리의 일상생활 등 그야말로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점점 더 복잡해  지고 있고, 그 결과 우리는 각 분야의 전문가라는 사람들에 대한 의존도를 계속해서 높여가고 있지만, 우리가 의존하고 있는 그 전문가조차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는 복잡성 때문에 곤란을 겪고 있다.

    5. 국경의 소멸 : 지금 기업과 각국 정부는 경제활동의 범위를 계속해서 확장해나가려 하는데, 이 때문에 예전 같았으면 일정 지역 내에

          머물렀을 돈이 각국의 국경을 빠르게 넘어 다니고 있고 모스크바, 뉴욕, 도쿄, 서울, 뭄바이 같은 전 세계 주요 대도시에서 이합집산을

          반복하고 있다.

 

 

   

부자 아빠의 몰락.

너 나 없이 경기가 너무 안 좋다고 난리들이다. 나야 주식이나 펀드 같은 것은 할 처지도 형편도 안 되니 그저 강 건너 불구경이려니 했었지만 막상 인터넷에 가계 부채에 대한 심각한 우려들이 떠돌기 시작하자 이 사태가 나나 우리 가족에게도 직격탄이 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당분간 집을 팔거나 살 계획이 없으니 부동산에 대한 수많은 정보와 ‘설’들로부터도 어느 정도는 의연할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이 영 바닥이라는 보도에는 마음 한켠이 편하지만은 않다. 이런 불안함 때문에 열심히 경제에 관한 책을 읽고 경제 기사를 읽으며 부족한 정보의 틀을 꿰어 맞춰보려는 것은 아닐까?

이 책의 해설에는 2500여년전 공자가 소득불평등과 분배문제에 대해 걱정했던 부분을 거론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모자람을 근심하지 말고 고르지 못함을 걱정하라(不患賓而患鈈均)”

발전경제학의 대표주자인 앨버트 허쉬먼은 소득불평등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을 ‘터널효과’라는 비유적 이론으로 흥미롭게 설명한다. 한쪽 방향으로 가는 2차선 터널 입구에서 극심한 교통체증으로 차들이 멈춰 서 있다고 가정하자. 이때 한쪽 차선의 차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다른 차선의 차들도 곧 정체가 풀릴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갖는다. 다른 차선의 차들이 나보다 약간 먼저 가지만 기꺼이 참고 기다린다. 하지만 계속해서 한쪽 차선이 다른 쪽 차선보다 빨리 간다면 천천히 가는 쪽에 들어선 차들은 상대적으로 불만이 생긴다. 급기야 빨리 가는 쪽으로 차들이 몰려들어 엉클어지고 모두 다 피해자가 된다. 두 차선을 각각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으로 상징한다면 분배의 형평성을 무시한 채 성장만 지속적으로 추구하면 효율성이 떨어져 결국 성장을 저해하게 된다는 의미가 된다. 소득불평등은 창조적 동기가 제대로 작동하는 사회라면 생겨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경제 부산물이지만 국민의 관심이 성장에 있던 경제개발 초기의 관심이 점차 분배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가면 불평등에 대한 참을성도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게 된다.

이 책 [부자 아빠의 몰락]은 소득불평등의 문제를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비교가 아닌 허리 부분의 중산층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 풀어가고 있다. 개인적으로 판단해 보았을 때 우리나라는 중산층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나라는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으로 뚜렷하게 나뉘거나 또는 대부분의 저소득층과 극소수의 중산층과 소수의 고소득층으로 나뉠 뿐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그래서 미국 사회의 중산층을 초점으로 맞춘 책의 내용이 기대보다 쉽게 다가서지는 않았다는 것 또한 솔직한 고백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중산층이 경제전반에 미치는 영향과 역할에 대하여 새로운 이해를 하는 계기가 되었다.

저자인 로버트 프랭크(Robert H. Frank)는 미국 코넬 대학교 존슨경영대학원 교수이다. [뉴욕타임즈]에 고정칼럼 ‘경제의 현장’을 연재하며 날카로운 분석력과 유머러스한 필치로 복잡한 경제현상을 쉽고 흥미롭게 풀어내어 전 세계 독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주요저서 중 낯익은 도서로는 [승자독식사회][좋은 연못을 고르는 법][이성 속의 열정]이 있다.

 

저자는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모든 사회 구성원의 상황을 악화시키지만 특히 중산층에 가장 심각한 타격을 가한다고 한다. 소득불평등의 피해자가 저소득층이라는 기존의 생각과 다른 부분이라서 다소 의외였다.

저자는 현재 상위 1%의 소득계층의 구매력이 1979년과 비교해 3배 이상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중산층의 구매력은 적은 증가에 그쳤다는 통계를 보여주면서 그나마 이 기간 동안의 중산층들은 시간당 임금이 증가했기 때문에 구매력이 증가했던 것은 아니며 여성 배우자의 노동력 참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한다. 중산층들은 최상위층의 지출 증가에 심리적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때문에 중산층들은 소득은 별반 증가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최상위층들이 소유한 큰집, 자동차, 가전제품 등을 구매하게 되고 이런 소비가 부채를 지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즉, 이 과정은 소득이 급격히 높?? 소득이 늘어나지 않은 계층의 주택지출 증가를 유도하는 ‘지출연쇄작용’을 초래했다고 보는 것이다.

또한 주택을 ‘지위재(positional good-정황과 평가 사이의 관련성이 강한 재화)’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을 읽어보니 소득의 불평등과 불평등한 분배문제에서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같은 모양이다. 고소득층의 큰 주택에 대해서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단순한 부러움이 아니라 정황과 가치평가가 근본적으로 연관되어 있으며 이 상대적 박탈감은 음식 같은 필수재를 포함한 사실상의 모든 재화에 적용된다고 한다. 결국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진앙이 된 미국 금융위기가 미국인들의 주택문제에서 비롯되었던 이유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미국인들의 주택 개념이 ‘소유’보다는 ‘거주’개념이 더 강하다고 배웠다. 때문에 주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 한 번쯤은 아메리칸 드림에 ‘거주’개념이 더 강한 미국의 주택 정책을 부러워해보았을 것이다. 흐릿하게 알고 있던 현실을 제대로 안다는 것은 참으로 명료하고 가슴 시원한 일이지만 때로는 꿈 하나를 접어야 될 런지도 모르는 불안함과도 바꿔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 미국인들의 주택 개념과 또 그로 인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바로 그것이다.

소득불평등 수준이 높을수록 행복지수는 낮아진다고 한다. 이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저자는 소득불평등의 심화에도 불구하고 감세 혜택 중 50%는 최상위 소득계층에게 경제성장의 실질적인 결실을 돌아가도록 했던 감세 혜택이 과연 합리적인 조치였는지 따져 물으며 고소득층에게 가장 큰 혜택이 돌아가도록 한 부시 정부의 감세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저자는 공공정책을 통해 경쟁의 낭비적 요소와 불평등을 동시에 줄여나가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그의 정책 대안이 바로 누진소비세의 도입이다. 저자의 주장대로라면 누진소비세가 좋은 물건을 사고자 하는 기본적인 욕망을 변화시키지는 못하지만 모든 사람이 소비를 줄이도록 동기를 제공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충동적으로 발생하는 낭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의견은 급진적인 제도라는 이유로 아직 현실적인 논의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부자 아빠의 몰락]은 1980년대 레이건 정부와 2000년대 부시 정부의 공급중시 경제정책의 하나인 감세의 혜택이 주로 부유층에 돌아가는 것을 입증함으로써 한국의 이명박 정부에 시사 하는 바가 크다. 부시 정부가 단행한 감세조치로 최상위 1%가구는 중간소득계층 가구의 40배에 가까운 평균 4만 990달러의 혜택을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부시 정부를 그대로 벤치마킹한 이명박 정부의 감세정책은 성장과 고용의 증대를 보장하지 못하는 반면 재정수입의 축소만 초래해 중. 저소득층의 복지혜택 축소와 사회 잘 보여준다](page185 김학순 해설 중 일부)

경제 정책이라는 것이 정부에서 내놓는 것들은 늘 ‘획기적’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나타나지만 막상 우리 같은 소시민들 그러니까 저소득층들에겐 그다지 혜택이 돌아오지 않는 허깨비에 지나지 않는 거 같다.

정부에서 내놓는 갖가지의 경기부양책들은 이제 믿음도 가지 않고 나날이 갈수록 우리와는 점점 더 멀어지는 느낌이다. 대체 이 나라의 경제정책은 누구를 위해서 만들어지는 것일까?

이 책을 읽다보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거 같다. 쉽게 읽혀지지 않는 경제 서적이었지만

쉽게 경제의 한 면을 들여다볼 수 있었던 책이기도 했다. 좀 더 쉽게 경제를 이해하려면 더욱 부지런히 독서에 매진해야 한다는 생각을 참 많이 가졌다는 것도 곁두리로 밝혀두고 싶다. 스스로에게 다짐이 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