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여행

휴일이라 집에 왔던 아들을 데려다 주느라 지난주에는 춘천엘 다녀왔어요. 내가 살고 있는 도시를 벗어난다는 것은 어떤 이유로 길을 나서든 마음이 많이 쓰이기 나름입니다. 그날은 늘 다니던 길을 벗어나 얼마 전 새로 개통된 길을 이용했습니다. 일산에서 송추를 거쳐 남양주, 그리고 가평까지 이어지는 서울외곽고속도로라고 했던 것 같은데 이름조차도 아직 낯선 그래서 더욱 낯선 길이었습니다. 한적하다 못해 적막하기까지 했던 밤길을 달리면서 만나던 동네의 가로수 불빛들이 새삼스럽게 낯익은 얼굴로 다가오더군요. 참 반가웠습니다.

길은 참으로 여러 가지 얼굴을 가지고 스쳐가는 발길들을 맞이하고 또 떠나보내기도 합니다. 그날 내가 만나는 길은 어떤 모습이었고 앞으로 또 어떤 모습을 보여주려는지 이 책을 읽으면서 잠시 생각해보았습니다.

여행을 즐기느냐하면 전혀 그렇지 못 합니다. 내가 사는 도시의 외곽으로 잠시 빠져나가는 것도 벼르고 별러야 어찌 시간을 만들어볼 만큼 늘 일상에 쫓기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나에게 [내 마음의 여행]속에서 만나는 산과 강과 동네의 이름들은 마치 먼 나라의 이야기인 듯 몽환적이기까지 합니다. 특히, 주산지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보면서 화면의 아름다움에 빠져서 꼭 한 번은 가보리라 다짐했던 곳이라 눈길이 오래 머물렀습니다. 하지만 주산지 풍경은 굉장히 많은 사진작가들의 작품으로 이미 포화상태이다 싶게 인터넷에서도 많이 흘러 다니고 있지요. 그런 의미에서 내 눈길이 오래 머문 것과는 별개로 책에 실린 사진은 너무 담백해서 오히려 맥이 좀 빠졌다고 할까요. 하지만 포커스를 인물에 맞춘 다른 페이지의 다른 장면들은 정말로 생생하게 이야기가 다가와서 좋았습니다. 

마치 정지 화면을 보는 듯 책 속의 사진들을 들여다보며 함께 올라온 글들을 읽습니다. 마치 잠언처럼 마음에 와서 부딪히는 글들이 모두 맑고 담백합니다. 눈으로 글을 읽을 뿐인데 나직하게 낭독을 하는 성우의 목소리가 귓가에 까지 따라오는 듯합니다. 정말 신기하네요.

물론, 저는 아쉽게도 TV에서 방영된 이 프로를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원래 TV를 안 보는 생활습관 때문에 유행하는 드라마도 개그 프로도 모르고 뉴스도 안 보니 세상 돌아가는 일에도 느립니다만, 이 책을 읽으면서 좋은 TV 프로를 놓친 것이 못내 아쉬워졌습니다.

책 뒷부분의 [내 마음의 여행]을 위한 음악 소개부분은 한층 꼼꼼하게 읽은 부분입니다. 음악이라면 장르를 불문하고 좋아하는 내 취향도 한 몫 했겠습니다만, 소개된 음악들 한 곡 한 곡이 모두 좋아하기도 하고 익숙한 곡들이라서 반가웠습니다. 이 음악들이 앞부분의 영상들과 어우러진 장면을 상상해보는 것도 즐거웠습니다.

오래간만에 마음이 느긋해지고 편안해지는 책을 만나 마음도 눈도 함께 여유를 누려보았습니다. 지도를 하나 장만해볼까 생각중입니다. 일단은 이 책에서 소개한 곳들로 여행 계획을 세워볼까 합니다. 언제 떠날 수 있을 런지 알 순 없습니다. 하지만, 가보고 싶은 목적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여유로워 지는군요.

슬픔의 힘은 제 욕망으로 날마다 솟아오른다.

어느 한 순간 꽃이 꽃잎을 떨구듯 스스로 가진 것을 내려놓아야

진정 슬픔의 힘을 견딜 수 있으리라.

그렇게 놓는 법을 알게 되면 다시 말간 얼굴로 돌아갈 수 있을까.

(page 179 경북 청송 편에서)

 

유전자 조작 밥상을 치워라.

웰빙 열풍이 불면서 사람들의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졌다.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문제를 놓고 유기농채소 유기농과일 유기농축산물 등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에 가면 유기농이란 이름을 붙인 먹거리들이 비싼 가격에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하지만 늘 미심쩍었던 것들 그 많은 먹거리들이 과연 유기농법으로 생산 가능한 것일까 하는 것과 유기농이라는 의미가 과연 제대로 쓰이고 있는 것인가에 관한 것이었다.

이 책은 GMO 즉, 유전자 조작 개념에서 시작하여 마치 생각의 사슬을 이어가듯 맨 마지막 음식물 쓰레기 처리문제까지 정말로 많은 생각과 설명들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그 중 유기농에 관한 부분도 그 연결고리 상에 절대로 빠트릴 수 없는 중요한 일부분이다.

오늘날의 식량문제를 생산의 문제가 아닌 분배의 문제라 보는 저자의 생각에 나도 동감한다. 그런 맥락에서 이 책은 GMO 작물이 가지고 있는 위험성의 측면을 인간이 GMO 작물을 먹음으로써 겪게 되는 직접적인 피해의 측면보다는 GMO 작물을 경작하면서 일어나는 자연 생태계 파괴문제. 그리고 작물의 재배와 그 생산물의 분배과정에서 일어나는 불평등의 문제, 그리고 거대과학이 자본주의와 영합하면서 생긴 사회적 문제점들에 대해 깊이 있게 탐구, 실태를 고발하고 있다.

다만, 이 책을 읽으면서 아쉬운 점을 굳이 꼽으라면 많은 것들을 알리고 싶은 저자의 의욕이 넘쳐서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다는 것이다. 책 한 권을 읽으면서 이렇게 많은 정보를 그것도 고급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이 책의 미덕이다. 하지만, GMO에와 과학 지식에 익숙지 않은 많은 독자들에겐 그 많은 정보의 양이 오히려 버겁겠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GMO는 Genetically Modigfied Organism의 약어이며 다시 LMO LIving Modified Organism으로 바뀌었다. GMO는 ‘유전자 변형’‘유전자 조합’‘유전자재조합’이라는 말로 뜻을 완화하기도 하고 ‘유전공학’이라는 과학적 표현으로 꾸미기도 하지만, LMO이든 GMO이든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생물체라는 사실이 무서움으로 다가온다.

이 책에선 GMO 종자를 만들어 내는 유전자 조작 방법으로 아그로박테리움법과 입자총법이라는 것을 소개하고 있다. 유전자 조작 기술을 열 가지 정도 된다고 하니 그도 또한 놀라운 일이지만 GMO에 대장균, 살모넬라균과 같은 유해 박테리아의 유전자가 들어간다는 사실은 그야말로 두려움 그 자체다. 
GMO 종자를 만드는 아그로박테리움법은 박테리아를 이용하여 원하는 DNA 단편은 다른 생물체에 집어넣는 기술이다. 박테리아는 플라스미드라는 독립적인 DNA를 가지고 있다. 이 플라스미드는 끊임없이 자기 복제가 가능한데 이 자기 복제 기능을 이용하여 특정기능을 가진 플라스미드를 식물세포 안에 집어넣는 것이다.

입자총법이란 플라스미드에 원하는 DNA 단편을 집어놓고 총으로 쏘아서 식품세포에 직접 집어넣는 방법이다. 이때 총알로 쓰인 금속 입자에 입자가 제자리에 들어갔는지 확인하는 DNA를 붙여 넣는데 이 두 번째 유전자는 주로 항생제 내성 유전자를 쓰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항생제 내성 유전자가 식물에 들어가서 그 식물을 먹은 동물이나 사람에게까지 옮겨질 가능을 결코 배제할 수 없으며 이 세균에 감염될 경우 항생제 내성으로 인해 이를 치료할 방법이 없다고 한다. 아그로박테리움법이든 입자총법이든 이런 과정을 거치면 식물암세포와 항생제 내성 유전자와 다른 생물체의 유전자가 상관없는 생물체에 들어가서 새 생물 된다. 즉, 새로운 식물 GMO가 탄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광우병의 원인은 소에게 동물성 사료를 먹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GMO를 먹었을 경우의 위험을 영국의 로우스트 연구소 연구원이었던 푸츠타이 박사의 연구결과를 들어 설명한다.

그는 유전자 변형 감자를 먹은 쥐에게 이상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표한 후 연구소에서 해고되었다. 그 후 많은 과학자들이 유사한 시험결과를 내놓았다. 몬센토에서도 쥐 실험결과 쥐의 콩팥이 작아지거나 혈액 성분에 변이가 일어났다고 보고했다.

 중요한 사실은 몬센토가 이 실험에서 문제가 된 옥수수 종자에 대한 실험 결과를 제출한 것은 2002년인데 우리나라 식약청이 이 옥수수의 수입을 승인한 것이 2003년 10월이라는 것이다. 이 실험결과가 알려진 것은 2005년이었으나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이미 이 보고서의 존재를 알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수입 승인과정에서 자료로 참고했다는 사실이다.

행정관서에서 이루어지는 이런 안일한 대응의 예는 이 책에서 또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식품 행정의 주소가 어디에 가 있는지 알려주는 내용들이라서 참으로 가슴이 답답했다.

가끔씩 뉴스에서 먹거리가 이슈가 될 때마다 나쁜 인간들이라고 욕을 해댔었는데 이 책을 읽어보면 국민들이 건강하고 안전한 식품을 먹을 수 있도록 관리. 감독해야할 행정관청의 나태함과 안일함에 더 화가 나는 걸 어쩔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식용류, 간장 등 콩류 식품과 옥수수를 이용한 대부분의 식품들은 바로 이 GMO 종자라고 한다. 가장 깨끗한 기름이라고 생각했던 카모마일의 경우도 생산국인 캐나다의 경우 90%이상은 GMO종자를 재배하고 있다고 하니 결국은 그동안 우리도 모르는 사이 GMO종자로 만들어진 식품들을 섭취하고 있었던 것이라는 소리다. 콩의 원산지는 우리나라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밥상에서 어떤 형식으로든 콩이 차지하는 비율은 엄청 높다. 그렇다면 우리 농민들이 콩 생산량을 늘릴 수 있도록 정부가 좀 더 지원을 한다든지 하는 방안을 찾아봐야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긴, 우리나라 토종 종자회사였던 ‘홍농종묘’와 ‘서울종묘’가 외국 기업에 넘어간 지도 벌써 몇 년이나 지났다. 결국 우리는 외국의 종자를 가지고 농사를 짓고 있다는 소리며 순수 토종 씨앗을 과연 얼마나 될 런지도 궁금하다. 유기농도 좋고 ‘생협운동’도 좋다. 좀 더 똑똑한 소비자가 될 필요성을 비로소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이 책이 바로 그런 것들을 가르쳐 준다.

이 책을 읽다보면 GMO가 가지는 문제점과 위험성 그리고 GMO와 연계된 정치와 경제와 과학의 사악한 연결고리에 마구 화가 난다. 인간의 생명에 직결될 수 있는 이 문제들이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명목으로 쉽게 허용되는 현실은 그동안 순수학문이라고 생각했던 과학에 의혹의 눈초리를 보낼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더군다나 이 모든 거래와 묵인들이 모두 자본주의와 얽힌 돈과 힘의 문제라는 것이 기가 막힌다.

미국에서 가장 중요시 하는 산업이 농업과 화학 산업이라고 한다. 과학자들은 농민들이 좋아할만한 종자를 만들었다. 바로 제초제내성과 살충성을 가진 GMO이다. 제초제 내성 GMO작물은 제초제에 강하므로 제초제를 1-2회만 뿌려도 잡초는 전멸하고 내성을 지닌 GMO만 살아남는다고 한다. 그러나 한 제초제를 쓰다보면 잡초도 내성을 가지게 된다. 결국 제초제 사용량을 전처럼 늘이게 된다는 것이다. 제초제 내성 작물은 콩이 대표적이다.

살충성은 제초제내성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살충성 종자는 해충에 식물이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작물을 먹는 곤충을 죽이는 것이다. 살충성 종자는 땅속의 고초균의 독소 중 살충성을 지닌 독소만을 뽑아내 식물의 유전자 속에 집어넣은 것이다. 이 균이 가진 독소는 신경계에 영향을 미쳐 곤충은 독소가 장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먹는 것을 멈추게 되고 결국 굶어죽게 된다. 이 살충성 종자는 면화와 옥수수로 대표되는데 면화를 많이 재배하는 인도에서 양과 염소가 죽음으로써 문제가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무서운 종자를 인간들도 함께 먹는다는 것이 너무 두렵다. 결국 농민들이 수익성과 안전성 때문에 선택한 GMO 종자가 전혀 도움이 되질 않는다는 것인데 생명공학자들은 이런 GMO가 일반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줄지도 모른다는 점까지 고려하여 새로운 이데올로기를 만들어 냈고 그것이 바로 미래의 식량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되라는 것이다.

여러 가지 작물에 GMO를 시험 중이거나 적용하고 있는 미국이 유독 자기들의 주식인 밀에 대해서만은 GMO종자를 만들어내지 않는다고 한다. 양심이라는 것은 힘없는 개인에게만 강요 되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햄버거와 돈가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일 것이다. 저자는 이 음식들과 사슬처럼 얽혀있는 GMO에 대해 알려준다. 알고 보면 무엇 하나도 제대로 먹을 만한 게 없다. 잘 먹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새삼스럽게 깨달으려니 우리 집 냉장고 속의 음식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아! 정말로 무엇을 먹어야하는 거지?

 

        

 

    

        

 

    

일 끝내고 들어오니 검찰청에서 통지서가 와있네요. 지난 번 저작권법 위반으로 경찰서에 다녀온 일이 [기소유예]로 끝났답니다. 가슴이 펑~하고 뚫리는 기분입니다. 하지만, 두 번 다시 이런 일 당하지 않았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숙제 한 가지 끝난 거같아서 시원하네요.^&^ 제가 힘들 때 맘 써주셨던 카페 식구 여러분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