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사마리아인들

한국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경제적으로 성공을 거둔 나라들은 자만에 빠질 수 있다. 1980년대 후반이 되기 전까지 한국은 기술적으로 자본을 통제함으로써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에 한국은 신중한 계획도 세우지 않은 채 자본시장을 대폭 개방했는데, 이는 미국의 압력도 있었지만 30년동안 경제 ‘기적’을 계속한 뒤라자만에 빠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은 부자 나라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OECD에 가입하기로 결정하고부터는 부자 나라처럼 행동했다. 당시 한국의 1인당 소득을 대부분의 OECD회원국들과 비교하면 3분의 1수준, 가장 부유한 회원국과 비교하면 4분의 1수준에 불과했다. 1997년의 금융위기는 이런 행동의 결과라 할 수 있었다. (page 316)

한국은 이 금융위기 이후 과거의 성장세를 완전히 회복하지 못 하고 있는데, 그 주된 이유는 한국이 ‘자유 시장 원칙’을 지나치게 열정적으로 신봉하게 된 데 있다(page29)

한국은 1990년대 말 신자유주의 정책을 채택하기 전까지는 세계에서 외국인 직접투자에 가장 적게 의존하는 나라중 하나였다.(page150)

17세기 근대국가의 출현과 함께 시작된 자본주의 체제는 그 이전의 사회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놓았다. 특히 20세기 과학기술의 획기적인 발전과 정보 통신의 발달로 더욱 가열된 경쟁체제는 아담 스미스의 자유방임주의를 거쳐 케인스주의로 대변되는 신자유주의가 전 세계를 흔들고 있다. 돌아보면 현 시점이야말로 자본주의 체제로 대표되는 근대국가가 가지고 모든 장점과 단점들, 근대화와 산업화로 인한 대량생산과 그에 따른 물질적인 풍요함을 누리는 혜택, 그렇지만 더욱 심화된 계급간의 격차와 양극화의 길을 치닫고 있는 빈부격차 문제, 인구증가와 그에 따른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에 따른 환경파괴문제, 물질만능주의가 만연하면서 더 심각해진 인간 소외 현상 등 명암의 양면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나쁜 사마리아인들이라 이름 붙인 부자나라들 즉 선진국 그리고 그 부자나라의 대표인 미국의 행태보다 책의 곳곳에 예로 보여진 우리나라의 상황이 더 가슴이 아팠다. 저자는 경제와 정치. 그리고 경제와 문화의 관계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한다. 경제와 정치가 떼어놓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라고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예전의 우리의 경제가 당시의 정치상황에 비해 훨씬 더 안정적이었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제대로 알지 못 하는 상황에서 무엇인가를 판단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닫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군사정권시절의 경제 사회를 옹호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다만, 현재의 상황과 비교해 보았을 때 비교적 경제를 잘 꾸려나갔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소리다. 경제에 관한 책은 근래 들어 제법 많이 접해보았지만 우리나라의 경제 역사를 이렇게 소소하게 알 수 있도록 쓰여진 책은 못 만나보았다. 그런 의미에서도 이 책은 나름대로 나에게 의미를 가진 책이 되OR: #000000; TEXT-INDENT: 0px; LINE-HEIGHT: 160%; FONT-FAMILY: '바탕'; TEXT-ALIGN: justify">

이 책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신자유주의에 대한 세밀한 해부이고 비판이며 처방전이라고 할 수 있다. 신자유주의 경제학은 1960년대에 처음 출현하여 1980년대 이후 경제학의 지배적인 견해가 되었다. 18-9세기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자유시장에서의 무한 경쟁이야말로 한 나라의 경제를 활성화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으므로 정부의 개입을 반대했다.

신자유주의자들은 자유주의자들의 주장을 일부 수용하고 있지만, 국영기업의 민영화, 안정된 물가수준, 정부 조직의 규모 감축, 재정 균형의 달성, 무역의 자유화, 외국인 투자와 자본 시장에 대한 구제 해제, 외환 자유화, 부정부패의 감소, 연금의 민영화를 달성하겠다는 핵심은 더욱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이런 신자유주의는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더욱 기세를 넓혀가고 있다. 이 책 page44-47까지의 세계화 과정을 잠시 살펴보자.

 영국은 18세기에 다른 나라들보다 앞서 자유시장과 자유 무역 정책을 채택했다. 19세기중반 영국의 눈부신 경제 성공으로 자유 시장. 자유 무역 정책의 우수성이 명백해지자 다른 나라들도 역시 무역을 자유화하고 국내 경제에 대한 규제를 해제하기 시작했다. 자유주의는 이런 영국의 패권아래 자유방임주의적인 국내 산업 정책, 상품. 자본.노동의 국가간 흐름을 막는 장벽의 완화, 화폐 가치의 안전성 원칙과 재정 균형에 의해 보장된 국내외적인 차원에서의 거시경제의 안정 등을 뒷받침으로 완성되었으나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세계 경제가 불안정해지면서 다시 무역 장벽을 쌓았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경제가 재조직되었다. GATT  회담에서는 무역 자유화 분야에서 부자 나라들 간의 중요한 진전이 이루어졌고 1982년 제3세계 외채 위기 이후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국가 개입주의와 보호 무역주의를 단념하고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였다. 1989년 공산주의가 붕괴되었으며 운송 및 통신 기술 발전의 빠른 진행도 개발도상국들의 정책 변화에 영향을 주었다. 이와 함께 국제 무역이나 투자를 통해서 여러 나라에 흩어져 있는 파트너끼리 상호 이득이 되는 경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가능성도 증대되었으며 결국 문호 개방이 국가 번영의 결정요소가 되고 말았다.

이렇게 세계적 차원의 경제 통합이 심화되면서 범세계적인 관리 시스템도 꾸준히 강화되어 GATT는  무역 분야 뿐 아니라 외국인 투자 규제나 지적소유권과 같은 다른 여러 가지 분야의 개방을 초진하는 강력한 기관인 세계무역기구(WTO)로 승격되었고 WTO는 현재 단기 금융을 담당하는 국제통화기금 IMF, 장기 투자를 담당하는 세계은행과 함께 범세계적인 관리 시스템의 핵심을 이룬다.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세계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라 불리는 후진국으로 확실하게 양분된 느낌이다. 미국 주도의 부자나라들은 주로 그들에 의해 통제되는 국제 경제 기구들-IMF. 세계은행, WTO-을 통해 그들이 가진 막강한 영향력보다 그 영향력을 발휘해 자기들이 원하는 대로 세계 경제의 규칙을 만들고자 하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이들(신자유주의자들,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개발도상국의 국가주도형 산업화야말로 경제 실패의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저자는 선진국이든 개발도상국이든 성공한 경제들은 거의 모두 세계 경제로의 무조건적인 통합 과정이 아닌, 선택적이고 전략적인 통합 과정을 거쳐 현재의 위치에 도달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즉 세계화의 주된 추진력은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주장하듯 ‘기술’이 아닌 인간의 의지와 결정이어야 한다.

한국은 외환 위기를 맏은 1997년 12월에 IMF와의 협정에 서명했을 때, 국내총생산 대비 1% 수준으로 예산 흑자를 유지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외국 자본이 엄청나게 빠져나가면서 경제가 심각한 후퇴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던 당시 상황을 감안하면, IMF는 한국 정부에 대해 예산 적자를 늘릴 수 있도록 허용해야 했다. 한국은 그런 정책을 쓸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당시 한국은 부자 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에서 국내총생산 대비 정부 채무가 제일 낮은 나라 중 하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MF는 한국이 적자 지출을 활용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경제는 당연히 폭락했다.......만일 나쁜 사마리아인인 부자 나라들이 이와 또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이들은 가난한 나라들에게 지시했던 일을 실해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신, 이들은 수요를 늘리기 위해 이자율을 낮추고, 정부의 적자 지출을 늘릴 것이다.(page240-241)

이 책을 읽으면서 영국과 미국의 과거 모습을 만나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한껏 오만을 떨며 패자로서의 무한 권력을 휘두르는 미국, 그리고 예전의 영국도 그들이 잘 살기 전의 모습을 들춰보면 비루하긴 마찬가지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집살이 해 본 사람이 시집살이도 시키는 거’라고 했던가? 개발도상국들에 경제 원조를 하는 척 하면서 실제론 필요 이상의 힘을 휘두르는 그들의 횡포가 아주 실감나게 알려준다. 그러나 저자의 시각은 어느 한 쪽으로만 치우치지 않았다는 느낌을 준다. 적절한 예를 제시함으로써 독자들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동의를 이끌어 낸다.

내가 특히 흥미를 가지고 읽은 부분은 5장[인간이 인간을 착취한다-민간 기업은 좋고, 공기업은 나쁜가?]의 공기업의 민영화에 대한 부분이었다. 개인적으로 국영기업의 민영화에 대해 반대의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저자의 주장들이 더 확실하게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국영기업의 민영화 역시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대부분의 개발도상국들에게 강요했던 신주유주의 방침의 주요 항목이었다. 그들의 주장은 ‘사람은 자신의 소유물이 아닐 경우 제대로 돌보지 않는다.’ 는 것이다. 즉, 공기업의 주인인 국민들은 대리인을 내세워 국영기업을 운영하지만 그 대리인을 감독할 동기도 능력도 없다. 더군다나 주인인 국민들 스스로 대리인에 대한 정보취득도 어렵고 자신들의 무임승차까지 겹쳐 국영기업이 이윤을 극대화 하도록 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에 더해 국가소유의 기업들은 생산성 증대 대신 정치적인 로비에 의지해 살아남도 가능하므로 기업의국유화를 반대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도 지금은 민영화 되었지만 포스코(포항제철)와 같이 국영기업이 성공한 예는 얼마든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영기업에 대한 긍정적인 정보가 적은 이유는 신자유주의의 득세로 인해 국가 소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퍼져나간 탓에 성공한 국영 기업들 스스로가 국가와 연관 지어 드러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제 이론적으로도 공기업이 민간 기업보다 우얼한 상활들이 존재하고 모든 국영기업이 다 성공한 기업에 드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모든 국영기업의 민영화가 반드시 좋은 성과를 올릴 수 있는 것만도 아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더욱 더 진지하게 지금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 것인지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며칠 전 중산층을 지원하겠다는 정부의 발표가 있었다. 그 발표를 보면서 이명박 정부의 경제 이데올로기가 어떤 것인지를 다시 한 번 더 확인하고 참으로 씁쓸했었다. 우리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 것인가? 우리는 모두 우리가 나쁜 사마리아인이길 바라겠지만 정작 현실은 아니라는 것. 아프지만 무서운 진실이 아닐까?

 

 

경제학은 무엇을 말 할 수 있고 무엇을 말 할 수 없는가

 :Everything You Need to Know About How the Economy Works and Where It’s   Going    
 -by Robert Herilbroner and Lester Thurow

  copyright 1982, 1987, 1994, 1998-

그러니까 이 책이 최소한의 최신판이라도 해도 이미 10년 전에 씌여진 책이라는 소리다. 요즈음처럼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10년이라는 시간은 정말로 뚫어볼 수 없는 두께임에 틀림없다.

이 책은 공동저자인 로버트 하일브로너와 페스터 서로의 마지막 개정판인 1998년의 것이다. 옮긴이의 말에 빌린다면 1998년 개정판이 나온 이후 로버트 하일브로너 교수가 타계를 하여 더 이상의 개정판이 나올 수 없어 안타깝다고 했으니 저자들이 의도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마지막 개정판이면서 완성작이라고 해야 할까?

그러나 단지 연대기식 시간의 흐름만 생각하고 이 책의 정보들이 낡았다고 생각한다면 정말로 큰 오산이라는 것을 책을 읽기 시작한 얼마 후 깨닫게 된다.

이미 10년 전에(아니, 초판은 1982년도에 출판되었으니 개정판이라고 해도 대부분의 내용들이 쓰여진 시점은 더 오래 전으로 소급해야 맞는다고 본다.) 10년 후의 경제상황을 예측할 수 있으려면 얼마나 해박한 지식과 세상에 대한 통찰력을 가져야 하는 것일까?

그리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그동안 나름대로 경제에 관한 몇 권의 책들을 읽으면서 경제야 말로 세상을 담아놓은 그릇이 아닐까 라는 생각과 함께 세상을 제대로 읽는 지름길이며 그만큼 어려운 학문이라고 생각하는 나와 같은 경제 문외한에게는 그래서 더욱 더 이 책의 저자 두 분이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전체 4부로 나누어진 이 책의 내용들은 아주 친절한 경제학 교과서를 만나는 느낌이다.

자본주의의 출현 배경과 시장의 탄생에서 부터 경제의 주체인 가계와 기업, 정부의 역할을 자세하게 설명하며 지금까지의 경제사를 요약해본 1부는 경제에 대해 아직도 낯가림이 심한 사람에게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해 준다. 봉건시대가 끝난 후 발전 한 근대국가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와 함께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자본주의와 그 이전의 사회를 구분짓는 일들이야 말로 자본주의의 특징을 잘 파악하는 일이다. 자본주의 경제체제 이전의 시대엔 우선 사유재산 제도가 없었다. 소수의 개인이 막대한 부를 누리기는 했지만 법적으로 모든 사람이 재산을 소유할 권리가 인정되지 않았다는 소리다. 또한 자본주의 이전의 사회에서는 시장체제가 갖춰져 있지 않았다.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은 존재했으나 현재처럼 경제 전체를 묶어주는 거래망이 없었으며 당연히 경제적 자유라는 관념도 형성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결국 경제적 욕구에 입각한 자유방임과 민주주의적. 정치적 지향점을 목표로 한 개입 사이의 팽팽한 긴장이라는 자본주의의 특징은 초기부터 있어왔고 이것이 오늘날까지 지속되면서 자유방임과 개임의 갈등이 자본주의 제도에 내재된 역사적 성격의 하나로 자리 잡게 되었다.

내가 다니는 학과는 문화 전반에 대한 것을 공부한다. 입학해서 처음 경제과목을 만났을 때는 문화와 경제는 왠지 잘 어울리지 않는 커플 같았었다. 문화사나 사회학에 대한 강의를 쫓아가는 것도 어려운데 머리 아픈 경제학 강의까지 들으려니 정말로 어렵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경제가 어째서 문화와 떼어놓을 수 없는 함수관계인지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을 하게 된다.

경제학을 공부할 때 꼭 알아야 할 세 명의 학자가 있다. 바로 아담 스미스와 카를 마르크스, 그리고 존 메이너드 케인스이다. 이 책은 이 세 학자의 입장을 고르게 설명한다. 이 세 학자가 가진 주장보다는 그들이 자본주의를 고찰할 당시 무엇을 보았는지를 설명하고 있을 뿐이라는 저자의 말을 따라 가다보면 이 세 학자가 바라본 경제학의 관점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이 미국 독립선언과 같은 해에 발표되었다는 것은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알게 되었다. 독립선언문은 “생명, 자유, 행복 추구”를 목표로 하는 사회를 만들자는 새로운 외침이요, 국부론은 이런 사회가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한 설명이기 때문에 어떤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 할 기 어렵다고 한다. 재미있는 논평이다.

개인들은 시장에서 돈을 벌겠다는 욕망에 따라 행동한다. 이런 시장 체제의 메커니즘은 경쟁이다. 다른 사람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는 개인은 그와 똑같이 행동하는 다른 사람과 부딪치게 된다. 결국 사는 사람이건 파는 사람이건 경쟁자들이 제시하는 가격과 경쟁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시장체제는 누군가가 별도로 지시를 내리지 않아도 사회가 원하는 상품을 사회가 원하는 양만큼 생산하도록 조정하는 기능이 있다. 즉 애덤 스미스의 표현대로라면 보이지 않는 손( Invisible Hand)에 의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으로 시장이 움직여진다는 소리다. 그러므로 시장이 자율적인 규제 능력을 가지고 있는 한 정부의 시장 개입에 반대한다는 것이 애덤스미스의 ‘자유방임주의’이다. 그는 시장의 메커니즘이 살아있는 사회야 말로 자본을 축적함으로써 생산성과 부를 증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지만, 새로운 산업기술들이 확대 재생산되리라는 것을 간파하지 못했으므로 완전하게 자유로운 사회는 시간이 지나 필요로 하는 자본이 축적된 후에는 깊은 불황에 빠져들 것이라고 굳게 믿었고, 그다음에 일어날 일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카를 마르크스라고 하면 혁명가를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마르크스는 평생을 바쳐 자본주의 체제를 붕괴시키기 위해서 전심전력을 기울여 연구한 혁명가의 화신이었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가 궁극적으로 소멸할 것이라고 했다. 마르크스는 역사를 사회 계급간의 끊임없는 투쟁으로 보았으며 모든 시대를 지배 계급과 피지배 계급의 투쟁이라고 했다. 계급간의 투쟁이 발생시키는 자본주의의 불완전성의 심화 때문에 자본주의는 영원할 수 없다고 보았다. 경제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덩치가 작은 기업들이 파산하면 그 자산을 살아남은 기업들이 사들이기 때문에 자본주의 체제에서 기업 규모가 커지는 것은 필연적이 흐름이며, 이런 과정을 겪으며 소규모 기업인들과 개별적으로 활동하던 기술자들은 무산계급으로 전락하게 된다. 결국, 한 줌의 거부들로 구성된 자본가 집단과 어마어마한 숫자의 프롤레타리아화 된 비참한 노동자 집단으로 양분된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위해서라기보다 자본가의 회사를 위해서 일하는 ‘프롤레타리아’계급으로 떨어지고 있으며 이런 체제는 자본주의가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는 체제이고 이런 갈등의 연속이 자본주의의 지속적인 발전 과정이라는 것이 마르크스의 견해이다. 하지만, 마르크스 역시도 시장을 자본과 부를 축적하는 강력한 추진력으로 내다보았다. 마르크스는 노동과정이 이루어지는 공장에서 이윤이 발생한다고 보았다는데 노동에 대한 대가를 노동자가 제품 생산에 투여하는 실제 가치보다 적게 지불하려는 자본가의 능력이 이윤의 원천이라는 것이다.

존 메니너드 케인스는 정부의 역할이 결정적이라고 강조하는 ‘혼합경제(Mixed economy)’ 사상의 시조이다. 케인스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경제 활동의 전체적인 수준이 기업가의 자본 투자 의향에 따라 결정된다고 했다. 실업자가 있고 사용하지 않는 유휴 산업 설비가 있더라도 시장 체제가 ’불완전 고용 아래서의 균형‘이라는 정체상태에 이를 수 있다. 즉 시장 체제에 자본주의의 지속적 성장이 가능하도록 스스로 교정해 나가는 특성은 없다. 결국 침체된 자본주의의 활력을 되찾기 위한 핵심적인 경제 정책은 정부 지출이라는 것이 케인즈의 이론이다.

2부와 3부에선 경제를 거시적 관점과 미시적 관점으로 설명하고 있다. 경제학 서적을 읽으려면 당연히 알아야 할 것들, 국내 총 생산. 저축과 투자의  작용원리, 소비, 공공부문의 경제학, 정부의 역할, 그리고 통화의 전반적인 관점들을 알아보는 것이 거시적 안목에서의 경제라면 시장 체제를 해부해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시장의 실패와 정부의 개입에 대한 문제들 독과점 시장과 기업의 문제를 다룬 미시적 관점에서의 경제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관심이 많이 가는 것은 4부의 현대 경제학의 고민 편이다. 저자들은 세계화와 양극화에 대한 것들을 자세하게 조근조근 설명해주는데 세계화로 인한 문제의 복잡화와 세계화 시대의 경제 정책은 특히 관심을 가지고 읽었던 부분이다.

세계화라는 단어는 이즈음 가장 많이 듣는 단어 중 하나일 것이다. 세계화가 가능하게 된 원인은 통신기술의 발달과 운송기술의 발달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 두 기술의 급진적인 발전은 세계를 더 좁아지게 만들었고 진정한 의미에서의 세계 시장이 출현할 수 있도록 했다. 경제적인 면에서 보면 우리는 이미 거의 하나에 가?? 면에서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문제가 아닐까? 세계화 과정에서는 고임금 국가의 임금은 떨어지고, 저임금 국가의 임금은 점진적으로 상승 추세를 보인다고 하는데 이는 투자 자본 수익률에서도 마찬가지의 양상을 보인다고 한다. 즉, 세상이 세계화로 말미암아 경제적으로는 경쟁이 더 격화되고, 정치적으로는 더욱 더 방어적인 태도를 갖게끔 바뀌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세계화는 한마디로 균등화를 의미하며 균등화는 어느 나라 안에서도 물의를 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므로 여러 나라 사이에서의 균등화는 더욱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다국적 기업의 등장과 경제의 세계화로 인해 빚어진 새로운 문제의 본질은 근본적으로 국가 경제 간의 갈등이 아니다. 그 저변에 깔린 문제는 국가의 주권 자체를 다시 정의하는 데 따른 갈등이다. 다국적 기업과 경제의 세계화가 야기한 실질적인 고민은 경제적 지도가 정치적 지도와 딱 들어맞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국가의 주권이 금융이나 생산이 국제적으로 확대되고 심화된 지점까지 미쳐야 할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해 질문이 제기되는 것도 그래서이다.(page 291)

마지막 장 자본주의라는 미완의 혁명에서는 이즈음의 세계적 문제가 되고 있는 금융위기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그렇다면 금융위기는 경고일까? 맞다. 경고이다. 도대체 무엇에 대한 경고일까? 자본주의의 특징이 실질 성장과 투기 붐의 순환에 있으므로 지속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경고이자, 역사적으로 볼 때 자본주의는 비틀거리며 앞으로 나가다가도 무언가에 걸려 뒤로 자빠지곤 하면서 진행된다는 사실에 대한 경고이다.’

갑자기 암담해 지는 느낌이다. 이 두 분의 저명한 경제학자들은 통제되지 않는 외환 시장을 보면 자본주의가 자멸적 행태를 보인다고 자본주의의 앞날을 비관적으로 예측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본주의 체제에서 확장하고자 하는 에너지가 있으며 자본주의는 위협적인 변화에 대처할 능력이 있어 제도를 변경하거나 보완함으로써 위협적인 변화에 따른 부정적인 파장을 완전히 제거하거나 상당부분 줄여낼 수 있다(page325)고 다분히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고 있다.

 

경제와 관련된 서적들을 꾸준히 읽고 있고 앞으로도 읽을 책들이 몇 권 된다. 이 책의 미덕은 저자들이 처음 밝혔던 대로 경제의 여러 개념에 대해 명확하고 친절하게 길잡이가 되어준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난 뒤의 솔직한 심정은 지금의 우리 경제 상황에 대한 걱정이 더 커졌다는 것이다. 이래서 아는 게 병이라고 했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경제 서적들에게도 적극적으로 달겨 들어볼 용기와 투지를 얻었다는 것이다. 두 분의 저자 중 타계한 하일브로너 교수가 아직 살아 계셨다면 좀 더 시원한 해답을 주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과 함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