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을 넘어서 -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금세기 최고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책 ‘불황을 넘어서’를 만난다. 이 책은 1975년에 처음 발간되었다. 이미 30년도 더 전에 출판된 책이라는 소리다. 그렇다고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 타임머신을 타고 1975년으로 되돌아갈 필요는 없을 거 같다, 이 책의 오리지널 판이 1975년이라는 것을 모르고 읽는다면 너무도 정확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있는 저자의 시각에 혀를 내두르게 될 것이다. 다만, 몇 군데 이미 유효기간이 지난 사건들이 예로 들어져 있는

것이 어색하다면 그럴 때 이 책의 나이를 가끔 상기하면서 읽기를 권한다. 지금 우리의 현실이 훨씬 더 생생하게 피부에 와 닿기 때문이다.

앨빈 토플러는 우리에게 <제3의 물결>로 너무나 유명한 분이다. 토플러는 1980년에 발표한

이 책에서 농경기술을 발견한 ‘제1의 물결’ 산업혁명을 통해 기술혁신을 이룬 ‘제2의 물결’ 과학기술의 발달로 맞이하게 되는 변화를 ‘제3의 물결’이라고 명명했다. 지식혁명을 기반으로 하는 제3의 물결의 시대는 정보화 사회로서 탈 대량화, 다양화, 지식기반 생산 등을 특징으로 한다. 그는 우리가 지금 목격하고 있는 상황은 산업방식의 총체적인 위기이고, 이러한 위기를 겪고 나면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고 말한다. 에너지 기반, 가치체계, 가족구조, 회사조직, 의사소통방식, 시간과 공간에 대한 관념, 인식론, 그리고 경제 그 자체, 이모든 것이 달라지리라는 것이며, 앞으로 진행될 초 산업사회에서는 자본이나 노동력이 아닌 기술이 주도하는 새로운 사회질서가 출현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 책은 ‘최근 들어 서구사회의 언론을 지배하고 있는 두 개의 테마는 바로 ‘돈’과 ‘광기’이다.(page29)라는 말로 본론을 시작한다. 이 책은 작금의 우리 또는 우리 사회 그리고 세계의 문제인 ‘돈’과 ‘광기’에 대한 해석과 비판과 대안인 셈이다.

그는 우리가 앞으로 겪게 될 일이 과거의 일과 똑같지 않을 거라고 경고한다. 그가 말하는 과거의 일이란 1930년대의 대 공황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2009년의 상황도 그가 이 책을 처음 쓴 1975년의 상황과 흡사하다는 소린가? 그리하여 그는 앞으로의 상황을 예측하여 글을 썼지만 참 걱정스럽게도 그가 책에서 썼던 예측들이 지금의 우리 상황과 대부분 일치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토플러는 새로운 사회의 특징 가운데 하나를 경제주체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구조적으로 느슨해지는 것을 든다. 이는 각국의 중앙은행이 자국 내의 금융시스템을 효과적으로 통제하지 못 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며 오늘날 전 세계의 물자 생산을 좌우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의 빠른 성장은 선진제국 사이에 치열한 시장 쟁탈전을 불러왔으며, 그 과정에서 자본의 국제적 집중이 급속하게 진행되어 유로달러로 불리는 미국이 아닌 기타 국가의 상업은행에 예치된 미국달러의 급팽창과 초국적 은행의 성장배경이 되었다.

다국적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정보 네트워크와 여러 대의 항공기, 컴퓨터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그들은 ‘규모의 경제’와 ‘첨단기술을 통한 합리와’를 통해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점하고 있다. 또한 ‘창조적 회계’ 방식을 활용하여 세율이 가장 낮은 국가에서 최대한의 납세의무를 행하려고 하며, 임금과 사회보장 수준이 가장 낮은 국가에서 최대한의 생산 활동을 함으로써 인건비 지출을 최소화하려고 한다. 그들은 외교 무대에서 독자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자국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이더라도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일이라면 기꺼이 행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토플러는 경제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요인으로 ‘변동환율제’를 지적한다. 그는 ‘지금의 글로벌 경제는 글로벌 카지노라고 부를 만하며, 그 글로벌 카지노는 판돈은 높아지고 승률은 낮아지고 있는 상황’(page51)이라고 평가한다.

토플러는 5장의 불황시나리오에서 1930년대의 대공황 상황을 간략하게 되짚어놓고 있다.

‘회사들은 도산하고, 실업자가 늘어나며, 상품가격은 떨어지고, 은행은 대출을 회수하고, 주택은 압류당하고, 부동산의 주인은 계속해서 새로이 바뀌고, 금은 그 희소성 때문에 다시 유행했다. 당시에는 많은 아이들이 끼니를 거르기 일쑤였고,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는 엘리트도 저임금 일용직으로 일해야 했고, 수백만 명의 가장들이 일자리를 구한다며 하릴없이 거리를 떠돌았다. (page114)'

경기가 너무 안 좋다는 소리를 다들 입에 달고 살다시피 하는 요즈음이다. 1930년대의 상황이 우리에게 아주 낯 설은 모습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무섭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은 우리에게 도래하지 않으리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토플러는 지금 진행 중인 경제위기를 ‘에코스패즘(eco-spasm)'이라 불렀다. 에코스패즘이란 경제(economy)와 경련(spasm)의 합성어로 ’발작적 경제위기‘를 말한다. 이는 고도로 공업이 발달한 국가 경제의 경우 전쟁이나 혁명 등이 발발하게 되면 연쇄 반응이 일어나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의미의 단어이다. 즉, 단발성 위기 혹은 국지적으로 발생하는 위기가 아니라 강력한 충격으로 다가오는 글로벌 차원의 대규모 위기라고 진단하면서 강력한 경기상승 요인과 경기하강 요인이 계속해서 충돌을 일으키며 시장에 커다란 혼란을 가져와 예기치 못 했던 생태학적 문제와 국지적인 군사적 충돌이 경제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드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예견한다.

이런 위기에 대처하는 방법으로 토플러는 다음 몇 가지의 해법을 소개한다. 첫째, ‘경제위기의 본질에 집중’할 것-다가오는 경제위기는 생태, 첨단기술, 사회, 군사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현명한 선택’-경제위기 시나리오를 살펴보면 우리 사회의 어느 부분에서 변화가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크게 달라진다면 우리가 기대하는 미래를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현재 시점에서 이를 바탕으로 현명한 선택을 내려야 한다. 셋째, ‘통합적인 해법의 필요성’-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생태계의 균형이 매우 쉽게 깨어질 수 있으며, 생태계를 구성하는 모든 존재는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가 고려해야 하는 것은 물리적인 생태계만이 아니라 ‘사회적인 생태계’도 고려해야 한다. 어떤 경제 프로그램이든 해당 경제 프로그램으로 인해 공기와 물과 다른 자연적 요소들에 발생하는 영향, 가족과 지역사회에 발생하는 영향들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넷째, ‘과거로 회귀한다면’-흘러간 과거는 다시 복원하려 해서는 안 된다.다시 사회의 모습을 예전과 똑같이 만들려는 시도는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경제위기가 심화되면 사람들은 너무나도 불안한 나머지 자꾸만 과거로 돌아가고자 하는 마음을 갖게 될 것이다. 그러나 과거로 회귀한다고 해서 경제위기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하나의 커다란 위기는 그에 상응하는 커다란 기회를 수반하게 마련이며, 지금보다 더 발전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오히려 그런 기회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page145-156 7장 ‘위기에 대처하는 방법’ 중 발췌)

토플러가 알려주는 미래의 모습은 그다지 밝지 않다. 너무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상황을 미처 따라가지 못하는 정부의 모습과 경제 정책에 대한 어두운 면들은 내일 당장이라도 1930년대의 대공황과 같은 상황이 우리에게 현실로 닥칠 것 같은 위기감을 증폭시킨다. 그렇지만, 토플러는 그런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선 변화가 필요하며 변화를 위한 전략을 알려줌으로써 희망을 가지게 한다. 물론 지금의 이 에코스패즘적인 위기가 산업화시대의 현실주의자들 가운데 가장 완고한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 대부분 정책이 결정되면서 발생한 위기이고 새로운 사회로의 변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이해하라는 말이 귀에 쏙 들어오며 마음의 위안이 되지는 못 하지만, 이 명석한 통찰력을 지닌 학자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우리는 향후 몇 년 동안 의심의 여지없이 지독한 시련을 겪게 될 것이다. 하지만, 무엇을 해보아도 퇴보하게 될 거라는 걱정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발전하게 될 거라는 믿음만큼이나 어리석은 것이다. 우리 앞에 놓여 있는 세상은 단지 “새롭다”고 표현하는 것으로 충분한 세상이 아닐 것이다. 그것은 지금보다 더 살기 좋고 더 정의로운 세상이 될 것이다.(page 206-207)

 

 

직장인을 위한 올바른 글쓰기 33가지 방법

글을 쓴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떠오른 생각을 문자를 빌려 표현한 것이라고 하면 맞으려나? 하지만, 문자로 표현되었다고 해서 모두 생각을 제대로 표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우리는 종종 자신의 속내와는 달리 해석되는 글 때문에 난처함을 당하기도 한다. 솔직히 그런 난처한 일은 사실 얼마 전 내게도 있었다. 연전 어느 문예공모의 심사를 맡은 적이 있었다. 나름대로 글을 많이 접하다보면 지은이가 감춰져있어도 누구의 글인지 알 수 있게 된다. 뭐랄까 글을 보는 감각이 발전하게 된다고 할까? 암튼, 그 때도 그랬던 거 같다. 글을 읽어보니 문체가 내가 아는 사람의 것과 많이 닮아있지만 출품자의 이름이 없으니 확인할 수는 없다. 그 때나 지금이나 별 융통성이 없는 나는 공정하게 심사를 하는 것이 나중에라도 서로에게 떳떳한 일이겠다 싶어 규정대로 심사를 끝냈고 블러그에 개인적인 심사소감을 일기 형식으로 올렸었다. 그런데 내가 혹시~하고 알아보았던 그 니가 내 글을 읽고는 몹시도 맘이 상했다고 했다. 나는 잘난 척을 하려 했던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 사람이 글을 잘 못 썼다는 뉘앙스조차도 담질 않았었는데도 말이다. 나중에 문자 메시지로나마 내 글에 대한 해명과 맘 상함에 대한 사과를 하기도 했었는데 이미 몇 년 전의 그 일이 두고두고 상처가 되었더란다. 그 얘길 몰랐다면 모를까 나와는 늘 선을 하나 그어놓은 것처럼 대하던 태도가 생각나서 글이라는 것이 대체 어디까지 의미 전달이 되도록 써야하나 싶어 참 암담했었다.

그런 와중에 이 책과 조우했다. ‘올바른 글쓰기’라는 제목 때문에 글쓰기 형식보다 내용의 의미전달에 더 치중을 하는 나는 이 책에서 내가 원하던 내용들을 기대했지만, 나의 기대에서 살짝 비껴나가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하지만, 늘 가까이에 두고 글을 쓰다가 잘 생각나지 않는 맞춤법이나 띄어쓰기가 있을 때마다 찾아보면 좋을 것 같다. 자주 글을 쓴다고 생각하는 나도 습관적으로 잘 못 알고 있던 띄어쓰기나 낱말이 있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Chapter4 올바른 글, 좋은 글쓰기에서 제목만으로도 글쓰기 전 곡 기억해둘만한 몇 부분.

7. 너무 생략하지 말라.

8. 논리적인 글을 쓰자.

11. 두 개의 뜻을 가진 문장을 쓰지 말라.

12. 중복되는 말을 쓰지 말라.

14. 될 수 있는 대로 능동문을 쓰자.

16. 시제를 영어식으로 쓰지 말자.

24. 다른 사람의 글을 참조할 때는 한 번 더 살펴라.

27. 쉬운 글이 좋은 글이다.

28. 문장을 짧게 쓰자.

30. 글의 양을 줄여라

31. 항상 볼 사람을 염두에 두고 쓰라

이 부분들은 글을 쓸 때마다 늘 잊지 말고 실천하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즈음 내가 쓰는 글들이 왠지 모르게 맘에 들지 않았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되돌아 생각해보니 나도 모르게 글의 나사가 좀 풀어져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덕분에 나사를 조금은 다시 조일 수 있었다.

‘31. 항상 볼 사람을 염두에 두고 써라’는 특히 맘에 꼭 담아 두어야겠다. 비록 오래 전 일이지만 내가 쓴 글 때문에 맘에 상처를 받은 사람이? 그런 실수를 하지 말도록 조심해야겠다. 이 책은 지은이의 의도대로 쉽게 그리고 간결하게 씌여진 책이지만, 이렇게 생각할 거리를 많이 만들어 주는 책이기도 하다.    

 

 

할머니와 부지깽이

오래간만에 우리 딸 다섯이 모두 모였습니다. 외삼촌 칠순 잔치에 참석하느라 멀리 군산 사는 동생네 까지 온 식구들이 친정으로 모이고 보니 평소 절간 같던 집이 와글와글 정신이 쏙 빠집니다.

마침, 친정집은 지난 주 도배에 장판까지 새로 집 단장을 마친 뒤라 겸사겸사 집들이 한 번 잘 한다고 남편은 너스레를 떱니다. 다들 모여 앉아 옛날이야기를 합니다. 우리와 함께 계시지 않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들은 늘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르고 이모들이랑 외삼촌들에 대한 기억들 그리고 옛집에 대한 추억들을 떠올리며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느라 또 한 차례 집이 왁자합니다. 추억이란 참 따뜻하고 향기로운 것이로군요. 그 시절 당시엔 그다지 좋지도 않았던 기억들, 그 당시엔 빨리 지나가버렸음 좋겠다고 기도했던 그 시간들이 오늘 이렇게 따뜻하고 향기롭게 마음도 집안도 채워주니 말입니다.

동생들과 그렇게 시끄럽고 번잡스러운 시간을 보낸 덕분에 이 책 [할머니와 부지깽이]를 다시 한 번 읽게 되었습니다.

어렵던 시절이라 그랬는지 엄마는 초등학교 시절 방학마다 외갓집으로 저를 데려다 놓으시곤 개학 전날에야 데리러 오곤 하셨습니다. 어린 마음에 외갓집에 가면 이모랑 외삼촌이랑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위해 주셨지만 엄마와 떨어지는 것만 싫어서 마치 팔려가는 송아지처럼 끌려가곤 했었어요. 지금이야 도회지 한 복판이 되었지만 그 때 정말 먼 곳이었지요. 오죽하면 아버지도 외갓집을 부를 때는 ‘산 너머’라고 하셨답니다. 그 동네엔 ‘기피울’이라고 불리는 깊은 산골짜기도 있었답니다. 방학이면 저는 완전히 촌아이가 되어선 들로 산으로 종일 돌아다니며 살았었는데 이 책에 실린 시들을 읽으면서 그 어린 시절의 기억들을 오롯이 떠올려볼 수 있었답니다.

엄마가 가마솥 가득/고구마를 쩌 두었습니다.// 한 쪽이 납작하게 눌어붙은/ 말랑말랑한 물고구마// 학교에 다녀온 아이들이/ 큰 뚜껑을 밀고 꺼내갑니다.// 풋밤굴에 쥐 드나들 듯/ 오며가며 꺼내갑니다.//<가마솥에 고구마 전문>

이 시 ‘가마솥에 고구마’를 읽다가는 여름 날 간식으로 외할머니께서 쪄주시는 감자와 옥수수 그리고 단호박이 생각났어요. 감자는 입에도 안대고 오로지 옥수수나 단호박만 먹는 바람에 야단맞던 기억도 함께요. 그 때 우리 외갓집도 부엌에 커다란 가마솥이 있고 그 솥 가득 감자와 옥수수와 단호박을 쪄놓곤 하셨거든요. 그렇게 많이 해놓지 않으면 식구들에게 일일이 돌아갈 여유도 없던 대식구들. 바로 ‘한 지붕 스므 가족’같았던 우리 외갓집이었답니다.

새로 얹은 노란 초가지붕에/ 밤새 하얗게 눈이 내렸습니다.// 겨울 한 낮 양지쪽부터/ 낙숫물이 줄줄 떨어집니다.// 떨어지다가 떨어지다가/ 찬바람에 살살 얼기 시작합니다.// 꽁꽁 언 고드름을 따라/ 낙숫물이 흐르다 다시 얼었습니다.// 작대기로 주루룩 흝으면/ 유리알처럼 깨어져 흩어집니다.//<고드름 전문>

마당 저 건너 산비탈 뒷간/ 아궁이 재 퍼다 쌓아두는 곳// 여름엔 구더기 바글거리고/ 겨울엔 부엉이 들여다보는 곳/ 엉덩이 닿을 만큼 차오른 똥산을/ 건너편 밭에 뿌리고 오신 날엔//퐁당퐁당 노래하는 시골 똥 두간/ 동작 느리면 엉덩이에 똥물 튀는 곳//<시골뒷간 전문>

‘고드름’과 ‘시골뒷간’을 읽으면서 호호호 동감의 웃음을 터트렸답니다. 예쁘게 꾸민 말도 없고 비유도 없이 마치 평소에도 사근사근하게 이야기 잘 해주시는 선생님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듣는 듯 시 읽기가 편안하고 즐겁습니다. ‘하드장사’와 ‘쥐약’에 대한 이야기는 요즘 아이들은 특히 더 이해하지 못 하겠지요? 옛날 추억들이 새록새록 돋아나게 하는 동시들과의 만남 정말 즐거웠습니다.

그러고 보니 요즈음 읽었던 몇 권의 동시집은  오래간만에 어린 날의 추억을 흠뻑 되살려 보는 귀한 시간들이 되었습니다. 동시는 어린이들을 위한 시라고 하지만 난해하고 복잡한 어른들의 시보다 오히려 마음을 맑게 다듬어주는 힘이 더 강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저처럼 생각이 복잡한 어른들이 오히려 동시를 많이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동시를 읽으며 교감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다면 아직은 마음이 사막처럼 메마르지는 않았노라고 안심해도 되겠지요?